교육청과 선발권 갈등..미승인 요강발표, 자사고취소 ‘저울질’

[베리타스알파=김유진 기자] 광주지역 유일한 광역단위 자사고인 송원고가 일반고 전환을 저울질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교육청은 발표 마감시한인 11일 홈페이지에 2018학년 모집요강을 공고했지만, ‘미승인 상태’임을 표기한 상태다. 송원고 관계자는 이에 대해 “면접실시 내용을 담은 모집요강을 교육청이 미승인했다”며,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약 송원고가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게 되면 울산 성신고, 대구 경신고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사례가 될 예정이다. 

송원고는 그간 ‘선발권 없는 자사고’란 독특한 위치를 점해왔다. 2014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 취소 위기를 맞았지만, 선발권 포기, 완전추첨제 실시를 조건으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때문이다. 당시 송원고는 지원자 성적제한 제도를 상위 30%에서 50%로 낮추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성적제한을 완전 폐지하고 추첨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해 가까스로 자사고로서의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광주지역 유일한 광역단위 자사고인 송원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전망이다. 2015학년부터 완전추첨제를 실시해 오던 송원고가 면접을 도입하는 2018학년 요강을 광주교육청에 제출했지만, 광주교육청이 요강을 끝내 미승인 하면서 송원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송원고 홈페이지 캡처

이번 요강 미승인 사태는 송원고가 다시금 선발권을 회복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송원고 관계자는 “2018학년 입시부터 다시금 2단계 면접을 도입하려는 내용을 담아 모집요강을 광주교육청에 제출했지만 반려됐다. 교육청의 결정을 따르고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원고의 선발권 회복은 그간 선발권을 잃은 후 일반고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 등을 받아온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일반고와 자사고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선발권이다. 전기고로서 선발권을 지닌 자사고는 학업의지가 뚜렷한 학생들을 모아 일반고보다 개선된 교육여건,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고교유형이다. 선발권 없이 완전추첨으로만 학생들을 모집하는 것은 일반고와 별 차이가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반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으로 인해 경쟁률이 낮다는 점도 일반고 전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송원고 일반전형 경쟁률은 224명 모집에 231명이 지원, 1.03대 1에 그쳤다. 통상 자사고 지원자 중 허수 지원자가 일부 섞여있단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론 경쟁률이 미달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정’을 받기 때문에 학생충원엔 별다른 고민이 없는 일반고로의 전환이 차라리 나은 선택지일 수도 있단 이야기다. 

광주교육청은 송원고의 선발권 회복 요청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단 입장이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그간 완전추첨제로 신입생을 선발해 온 송원고가 면접 실시 의사를 밝혀와 모집요강을 미승인했다. 광주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의견 좁히기에 실패, 결국 ‘미승인’ 상태로 요강이 발표되면서 송원고가 일반고로 전환할 가능성은 한껏 높아졌다. 물론 학부모 설득, 교육청/교육부를 통한 전환 절차 등의 관문을 넘어야 일반고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학부모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경우 교육과정이 제대로 지켜질지 등에 대한 걱정으로 많은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편이다. 올해 앞서 일반고 전환에 나선 울산 성신고에서도 ‘피켓 시위’ 등이 열린 전례가 있다. 

다만, 고교에서 더 이상 자사고 운영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경우 일반고 전환을 막을 만한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송원고의 일반고 전환은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란 게 교육계의 평가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자사고 스스로 운영을 포기하는 경우 일반고 전환이 확정적이라고 봐야 한다. 자사고는 재단/학교법인에서 일정 부분 운영비를 부담하는데, 이를 부담하지 않겠다는 학교에게 교육청 단위에서 지원금을 줘가며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라며, “앞서 일반고로 전환한 고교들도 학부모 반발 등이 있었지만, 끝내는 일반고 전환을 막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송원고가 본격적으로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밟는다면 올해 들어서만 자사고 지위를 포기하는 고교가 3개교로 늘어난다. 울산 성신고와 대구 경신고는 이미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고 있다. 성신고는 자사고 지정취소 안건이 교육청 운영위를 통과했고, 경신고는 자사고 지정취소 신청서를 교육청에 제출하는 등 전환 의사를 밝힌 순서에 따라 진행 속도에서만 차이가 다소 있을 뿐이다. 

송원고가 일반고 전환 절차에 돌입하면 광역 자사고 체제는 지난해 36개교에서 올해 33개교로 바뀐다. 서울지역에 22개 자사고가 있는 가운데 지방에는 안산동산고(경기) 대전대신고 대성고(이상 대전) 대구대건고 경일여고 계성고(이상 대구) 해운대고(부산) 충남삼성고(충남) 남성고 군산중앙고(이상 전북) 인천포스코고(인천)의 11개교가 신입생 모집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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