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사회/과학, 제2외국어/한문 절대평가.. 탐구 1과목 축소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현 중3이 치르게 될 2021학년 수능부터 절대평가 과목이 현행 2과목에서 최소 4과목으로 확대된다. 기존 한국사와 영어에 더해 제2외국어/한문, 새롭게 신설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절대평가 과목으로 제시됐다. 사/과탐은 2과목 선택에서 1과목 선택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교육부는 2021수능개편안을 통해 일부과목에 한해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1안과 7과목에 전면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2안을 제시,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 말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10일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을 주도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개편안이 대입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수요자들의 반대여론을 감안하고 제도정착의 연착륙을 위해 절대평가를 부분적으로 확대하는 1안을 유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점쳐진 상황이다.  

2021수능개편안을 두고 교육계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절대평가 부분확대에 무게가 실리면 상대평가 유지 가능성이 높은 국어 수학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분석은 신빙성이 높지 않다. 1안에 따르면 사/과탐도 여전히 상대평가 과목인데다 절대평가를 도입한 제2외국어/한문의 경우 필수선택과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탐구가 두 과목에서 한 과목 선택으로 줄어 과목별 난이도에 따라 유/불리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 서울 주요대학 입학처장들은 전면 절대평가가 도입될 경우 수능 변별력이 떨어져 정시축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최근 정부차원에서 부상한 신중론이 개편안에 반영된 것이란 시각도 우세했다. 당초 수능절대평가는 김상곤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정책이다. 김 부총리의 강한 의지와 달리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는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절대평가 확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3일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2021 수능개편시안 보고에 대해 “현장의 수용가능성이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대입정책과 같은 교육정책은 학생과 학부모, 대학이 수용할 수 있도록 매우 신중하게 때로는 천천히 가야 한다”고 말해 김 부총리의 절대평가 확대 추진에 제동을 거는 발언으로 읽혀졌다.  

수능개편안과 함께 발표하기로 했던 내신 절대평가 도입이 논의에서 제외된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분석된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교육부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2021수능개편안과 함께 내신절대평가 도입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브리핑을 주도한 박 차관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는 내년 고1학생들까진 현행대로 유지될 것"이며 "차후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문 대통령의 주요공약사항인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실현을 위한 선행조건으로 내신 절대평가 도입이 거론되는 탓에 고교학점제 역시 본래 도입시기보다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중3이 치르게 될 2021학년 수능부터 절대평가 과목이 현행 2과목에서 최소 4과목으로 확대된다. 기존 한국사와 영어에 더해 제2외국어/한문과 새롭게 신설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절대평가 과목이다. 사/과탐은 2과목 선택에서 1과목 선택으로 줄어든다. 교육현장 수요자들의 혼란을 고려하고 절대평가 도입의 연착륙을 위해 부분적으로 확대하는 1안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능개편안 복수 제안.. ‘단계적 도입 vs 전면 확대’>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1수능개편안은 두 가지다. 기존 영어, 한국사 절대평가에 더해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까지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1안과 수능출제 7과목에 대해 절대평가를 전면 확대하는 2안이다. 애초 교육계는 발표일정이 늦어져 이번 발표에선 확정된 안이 제시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사실상 거취를 정하지 못한 모양새다. 내년 고1(현 중3)부터 적용되는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라 당초 7월 중 발표하기로 했던 2021수능개편안은 조기대선으로 공청회가 무산되면서 8월로 늦춰졌다. 초미의 관심사인 2021 수능이 드디어 윤곽을 드러내는 듯했으나 복수시안을 제시하면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교육부는 11일부터 21일까지 권역별 공청회를 통해 대국민 의견수렴을 거친 뒤 올해 말 개편안을 확정하겠다고 전했다. 

박 차관은 개편 배경에 대해 “문/이과 구분없이 인문사회 과학기술 기초 소양을 지닌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고자 마련된 2015개정교육과정을 반영하고자 했다”며 “내년 고1부터 개정교육과정과 새 교과서로 배우게 되기 때문에 바뀐 교육과정에 맞춰 2021수능 과목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부터 교육과정전문가 평가전문가 현장교원 등으로 수능개선위원회를 구성, 수능과목과 평가체제에 대한 연구와 의견수렴과정을 거쳤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절대평가 확대를 두 가지 안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선 현장의 엇갈린 의견을 수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부과목만 절대평가를 도입할 경우 수능체제 변화를 최소화해 대입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수능의 변별력을 유지해 학생부 관리가 미흡한 학생들의 재도전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수능과 유사한 1안은 고교 차원의 진로지도에 용이하며 대학의 학생 선발도 수월한 편이다. 다만 암기식 문제풀이 등 현행 교육문제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상대평가 과목 쏠림 학습으로 다양한 수업 혁신의 어려움이 지적됐었다. 반면 전과목 절대평가의 경우, 수능 부담 경감으로 진로에 맞는 학습 가능성이 높고 수능영향력 축소로 학생참여수업, 과정중심평가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대입전형체계를 급격히 변화하면서 안정성이 떨어지고 학생 학부모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부전형 확대로 인한 내신경쟁이 과열될 가능성도 있다. 대학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다른 전형요소를 도입해 사교육 부담이 확대될 우려도 있었다. 

교육부 수장에 오른 김상곤 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수능 절대평가를 강조해온 탓에 전면도입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현장에선 반대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가장 강하게 반대의견을 피력한 건 대학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절대평가를 전면확대할 경우 수능의 변별력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결국 정시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 입장에선 대입변별력이 약화될 경우 대학별고사를 부활시키거나 새로운 전형을 신설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교육 증가로 이어진다는 시각이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정시 축소가 학생선택권을 빼앗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학생부 관리에 소홀했던 학생들이나 재수 삼수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통로는 수능이 유일한 때문이다. 

<통합사회/통합과학 신설.. 사/과탐 각 1과목으로 축소>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라 고1 필수공통과목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수능과목으로 신설한다. 개정교육과정은 모든 학생이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분야의 기초소양을 함양해 융복합인재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새롭게 도입되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포함해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를 공통과목으로 이수한 뒤 고2~3학년에 해당하는 선택과목을 이수하는 과정이다. 선택과목은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으로 구분되며, 수능출제범위는 일반선택과목만 포함된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새롭게 수능과목에 포함되면서 학생부담이 가중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로서 유력한 1안이 확정될 경우,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사탐과 과탐에 더해 통합사회/통합과학 시험을 추가로 치러야 한다. 일부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지만 박 차관은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은 모든 학생들이 이수하는 공통과목이라는 교육과정 특성상 고1 수준으로 출제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한 과목으로 묶어 문항수와 배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대입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과목별 구체적인 출제범위나 문항 수, 배점, 시험시간 등은 개편안이 확정된 이후 후속연구를 거쳐 내년 2월말 발표할 예정이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을 신설한 대신 기존 사/과탐은 과목수가 각 1개로 줄어든다. 사탐은 선택과목 9개 중에서 최대 두 과목을 선택하던 것에서 한 과목으로, 과탐은 4과목 중에서 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바뀐다. 기존 과탐은 물리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 등 총 8과목 가운데 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으나 2021수능에선 과탐Ⅱ를 출제과목에서 제외한 변화다. 과탐Ⅱ는 수능에 출제되진 않지만 진로선택과목으로 분류해 고2학년 이후 적성에 따라 진로선택과목 및 전문교과로 이수할 수 있다. 

그간 과학Ⅱ는 응시자수가 적어 여타 과목과 비교해 등급산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행에선 서울대가 과학Ⅱ 필수응시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과학Ⅱ가 수능과목에서 제외되면 자연계 최상위권 수능 변별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비상교육 이치우 입시평가실장은 “현행 난이도로 출제된다면 자연계 최상위권에선 과탐 1과목 성적에 따라 유/불 리가 엇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2외국어와 한문도 절대평가를 도입한다. 2017학년 기준 아랍어를 정규 교육과정으로 채택한 고교는 6곳에 불과하지만 상대평가 체제로 인해 응시자 6만명이 넘는 쏠림현상이 확인됐다. 응시자가 적어 한 문제만 더 맞추더라도 등급이 높아져 ‘아랍어 로또’라 불리는 등 아랍어 선택을 전략적으로 접근해 비교육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교육부는 세계화/다문화 시대의 제2외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고려해 수능과목으로 유지하되 외국어 교육 정상화를 위해 절대평가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학은 가/나형 분리출제 구조를 유지한다. 소질과 적성, 희망진학계열에 따라 학생이 출제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 교육부는 “문/이과 구분 없는 융복합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단일 유형으로 출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분리 출제하는 것이 학생의 학습요구도,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교육과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수능-EBS연계도 손본다>
수능과 EBS교재 연계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도 공개됐다. 수능-EBS 70% 연계는 사교육비 부담 경감을 위해 2011수능부터 도입해왔으며 2016학년 영어에 한해 EBS 연계 교재의 지문과 주제, 소재, 요지가 유사한 지문을 다른 책에서 발췌하는 간접연계를 실시해왔다. 고교 현장에선 교과서 대신 EBS교재로 문제풀이 수업을 하고, EBS 영어지문의 한글 해석본을 암기하는 등 교육과정 왜곡을 지적하며 연계 폐지를 주장했다. 반면 연계 유지를 지지하는 입장에선 연계율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사교육 부담이 증가할 수 있으며, 취약지역에선 EBS연계가 교육 형평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교육부는 2019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연계율을 축소/폐지하는 방안과 연계율을 유지하되 연계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할 경우 왜곡된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효과를 제시했으나 현장에선 EBS교재 외에 다른 문제집까지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생겨 사교육비가 증가하고 학습량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다. 간접연계방식을 확대하거나 EBS교재를 개선해 새로운 문항유형을 개발하는 연계방식 개선방안은 학생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할 순 있어도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다소 미흡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간접연계율을 확대할 경우 학생들의 연계 체감이 저하된다는 시각도 있다. EBS 수능연계 개선사안도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연구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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