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일반대학 최초..“사립대와는 달리 봐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공립대인 서울시립대가 2018학년부터 전형료와 입학금을 폐지한다고 9일 밝혔다. 전국 4년제 일반대학 중에서는 최초다. 시립대의 경우 서울시 재정 지원을 받는다는 특성을 지닌 만큼 전형료/입학금 폐지를 대학 전반에 적용시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부 재정 지원이 부족한 사립대는 사정이 다르다”라면서 “정부가 수입감소분을 보전해주지 않는 사립대의 경우 일부 전형료/입학금 인하마저도 큰 타격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입학금의 경우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수준이 다르고 등록금에서 입학금이 차지하는 비중 차이도 커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립대는 1년 전형료 수입인 10억 원과 입학금 수입 2억 원 등 수입감소분을 서울시가 보전해주기로 했다. 시립대는 “과도한 대학입시 관련 전형료/입학금 등 각종 비용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입학전형료와 입학금 폐지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폐지 배경을 밝혔다. 

시립대는 지난해 기준 수시 전형료가 학생부종합 논술 각 6만원, 학생부교과 3만5000원, 정시는 일반(인문/자연계열) 3만5000원, 일반(예체능계열) 7만원이었다. 입학금의 경우 9만2000원이었다. 임학금의 경우 신입생의 부모가 서울에 3년 이상 거주한 경우 면제 대상이었다.

서울시는 시립대 2018 신입생 2044명이 입학금 혜택을 받고 지난해 지원자 기준 수험생 약 1만8000명이 전형료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순 시장은 “입학전형료와 입학금 폐지로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일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가 2018 입시부터 전형료와 입학금을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공립대로서 서울시 재정 지원을 받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시립대는 201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반값등록금을 도입한 대학이다. 하지만 도입 이후 강의수가 줄어들고 교육서비스 불만이 커지는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반값등록금 시행 전인 2011년 2학기 전체 강의가 1626개였지만 2014년 2학기에는 1370개까지 줄어들었다. 7.6%로 턱없이 낮은 기숙사수용률도 문제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기숙사 신축도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등록금 면제 추진 계획을 들고 나오자 오히려 수혜자인 학생이 반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당장은 수요자의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보여도 결과적으로 수요자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강권에 각 대학들이 전형료 인하 방침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지만 연착륙 방안 없이 인하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수요자에게 돌아온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형료의 경우 전형단계 축소로 인한 공정성 침해, 소외지역 설명회 등의 수요자친화조치 축소로 귀결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입학금의 경우 단계적 폐지로 입장을 수정한 상태다. 전형료에 입학금까지 더해지면 대학의 타격이 크다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에 대한 자구책으로 입학금을 활용했는데 당장 입학금을 폐지한다고 하면 대다수 대학들이 재정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 “전형료 인하 압박도 있는 상황에서 입학금 폐지까지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해선 안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19개 국공립대 입학금 폐지..사립대 적용에는 신중해야>
시립대의 입학금 폐지는 전국 19개 국공립대가 입학금을 폐지하기로 한 데 따른 결과다. 입학금 폐지는 최근 국정기획자문위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사안이다. 입학금 폐지가 국공립대로 확산하면서 대학 전체를 압박하는 모양새이지만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입학금 수준이 다르고 전체 등록금에서 차지하는 비중 차이도 현격해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개 국공립대 신입생 1인당 입학금은 평균 14만9500원 수준으로 등록금 총액의 1%에 불과하다. 국립대 39곳으로 확대할 경우 2015년 세입 총액 3조9517억원 중 입학금 수입은 111억원으로 0.3% 수준에 그쳤다. 반면 159개 사립대의 입학금은 평균 72만3000원이다. 1년 등록금 대비 9.2%를 차지한다. 입학금이 전체 등록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국공립대에 비해 높아 현실적으로 입학금 폐지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입학금은 마땅한 산정근거가 없어 대학별로 천차만별이라는 점에서 비판받아왔다. 대학 관계자들은 명확한 산정근거를 밝혀야 한다는 교육부의 입장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현재 전형료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연착륙을 위한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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