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약을 먹어도 효과가 있습니까? 한약을 먹으면서 땀을 흘리면 효과가 줄어든다고 말을 많이 들었는데요.”

여름철에 진료를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입니다. 값비싼 보약도 아니고 치료를 하기 위해서 약 처방을 해주어도 여름철의 한약 복용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환자들을 적지 않습니다. 치료약이나 보약이나 땀을 많이 흘리면 효과가 없어진다는 속설 때문입니다.

여름한약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경제가 어려운 시절 생긴 잘못된 인식입니다. 30여 년 전만 해도 평범한 가정에서 한약 특히 보약을 먹기는 힘들었습니다. 한약 가격은 비싼데 소득 수준은 낮아서 보약 한 제를 먹으려면 아빠의 한 달 월급으로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80대 초반의 할머니는 첫 아이를 낳고 몸이 좋지 않아 보약을 드셨는데 당시 공무원이던 남편의 두 달 치 월급을 지불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화폐가치로 보면 한약 한제가 수백 만원이나 되었던 셈이지요. 값비싼 약을 먹다 보니 약 복용을 할 때에 설사를 하면 큰 일이 났습니다. 비싼 보약을 몸에서 흡수하지 못하고 대변으로 내보내는 상황이 벌어지면 한의사는 돌팔이 취급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설사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땀을 많이 흘려도 문제였습니다. 약이 몸에 흡수되지 못하고 땀으로 배출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렵던 시절에 고가의 약이었던 만큼 한의사들도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 이런 생각을 틀린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설득을 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여전히 한약의 가격이 비싸다는 비난을 받지만 가계에 타격을 줄 정도로 고가는 아닙니다. 또 우리의 의식주도 경제발전에 따라 상전벽해라고 할 정도로 많이 변해서 한약 처방의 방향도 달라졌지요. 지금 40대 어른들의 어린 시절만 해도 의식주가 모두 빈약했습니다. 특히 겨울나기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요. 방안의 요강이 얼 정도로 외풍이 심한 가옥구조에 옷도 변변치 않았습니다. 얇은 스펀지를 넣고 누빈 옷이면 최고였고, 먹거리 또한 겨울을 보내기엔 부족했습니다. 평소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체지방이 부족했고, 이로 인해 추운 겨울이면 건강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병이 허정이었고 겨울엔 추위 때문에 생기는 상한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의식주의 상황이 모두 좋아져 옛날에 비하면 겨울의 병이 줄어들고 오히려 여름병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세균에 의한 여름배탈은 줄어들었으나 냉수, 얼음 등의 찬 음식 때문에 생기는 배탈은 많아졌지요. 에어컨 때문에 땀을 흘릴 기회도 줄어들고 오히려 냉방병이 문제입니다.

예전과 비교해 볼 때에 여름에 한약을 쓸 증상이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몸이 차고 땀을 많이 흘리면 체력이 저하되는 분들은 여름에 한약을 복용하는 게 좋습니다. 보신탕과 삼계탕으로 체력을 보강시키는 원리는 한의학에서 나온 것입니다. 삼계탕 등으로도 기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기운을 돋우는 몸에 맞는 한약 처방을 쓰는 게 좋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땀이 많이 난다면 기(氣)가 허약해진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기운이 떨어지면 땀구멍(한의학에선 ‘주리’라고 합니다)을 조절할 기운까지 떨어진 것입니다. 당연히 보기약을 써야 하는 증상입니다.

한약에 대한 또 다른 잘못된 생각은 한약을 먹으면 간에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맞는다면 밥을 포함한 모든 음식물도 간에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한약의 대부분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야채나 나무의 뿌리 잎사귀 등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찹쌀도 약으로 쓰이고 율무, 도라지, 씀바귀 등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음식물들이 약재로 쓰입니다. 사람들이 삼계탕에 넣거나, 꿀과 버무려 먹는 인삼은 한약재에서 아주 강한 약효를 가지고 있는 약재입니다. 이런 약재들이 포함된 한약을 놓고 의사선생님들이 한약을 먹으면 간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양약에 독성이 있으니 한약에도 독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간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란 환자에게 필요가 없는 약재들이 들어가 몸에 흡수도 되지 못하고, 소변으로 배설이 되지 못해서 결국 간에서 해독을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때입니다. 환자의 음양허실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약을 쓰면 간에 무리가 있을 리가 없다는 이야깁니다.

한약재에 중금속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으셨다고요. 참 뉴스에 많이도 나오던 이야깁니다. 한의사들이 쓰는 약재와는 다른 저가의 수입약재들을 검사하고 ‘한약재 중금속검출’이란 보도가 나왔었습니다. 우리나라 한약재 중 20% 정도만을 한의사들이 씁니다. 나머지 80%는 너무나도 여러 곳에서 쓰입니다. 품질이 나빠도 싼 것만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듣기 힘드실 겁니다. 4년 전부터 한의사들이 쓰는 ‘한의원 전용 한약재’는 식품의약품 안전처(KFDA)에서 철저하게 중금속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아무나 살 수 있는 ‘식품용약재’와는 다른 품질 검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심한 더위는 건강을 나쁘게 만듭니다. 찬 것을 많이 먹어 위나 대장에 문제가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한 더위로 심장에 무리가 가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선 심한 더위에 노출되면 심장의 기능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도 기운이 떨어집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에 극심한 더위를 견뎌야 할 때는 체력보강이 필요합니다. 노약자나 체력을 많이 써야 하는 분들에겐 여름보약이 더 효과가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한뜸 한의원 황치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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