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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수시특집] 건국대 최재헌 입학처장, “예측가능한 입시설계로 수요자 부담 줄일 것”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최재헌 건국대 입학처장(지리학과, 대학원 세계유산학과 교수)은 입시와 교육을 연결한 식견이 돋보인다. 입시와 관련한 공정관리업무를 10년 넘게 챙겨온 인물이다. 건대가 학종 전신인 입학사정관제를 2009학년에 도입, 올해 10년째 실시하면서 학종을 선도하는 대표적 대학이라는 데서 최 처장의 공력도 짐작할 수 있다. 현장의 브레인으로부터 현재 대입 흐름의 맥을 진단하고, 급변할 대입환경에 대처할 자세를 알아본다.

- 건대 입시의 지향점은
“현 대입정책이 사교육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사교육억제를 위해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예측가능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입시가 자주 바뀌면 사교육이 흥한다는 얘기다. 수요자 입장에선 입시가 자주 바뀌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결국 사교육시장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건대가 전형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가능한 한 보수적으로 가겠다는 게 건대 입장이다.”

/사진=건국대 제공

- 건대 수시는 ‘수능최저 전면철폐’의 파격이다. 배경은
“건대는 학종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한 경우가 단 한 번도 없다. 굳이 수능최저를 걸어두지 않더라도 2009학년 입학사정관전형 운영 때부터 쌓인 평가경험의 노하우를 통해 정성적인 종합평가로 우수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배짱에서 맺은 결론이다. 괜한 ‘허들’ 하나 만들어서 수험생에 부담을 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매년 종단연구를 통해 전형별 입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및 이탈률과 학과만족도 등을 조사하고 있는데, 학종 입학생의 학업성취는 전형 가운데 2위에 해당하며, 이탈률이 가장 낮고 학교 및 학과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건대 학종선발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논술은 2016학년부터 수능최저를 폐지했다. 전형요소 간소화를 통해 수요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교과서와 EBS교재만 철저히 활용, 고교 교육과정과 내용에서만 출제하기 때문에 매년 난이도 유지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종합적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해 변별력을 갖췄다는 데 정평이 나 있다. 논술 역시 타 전형과 비교했을 때 수능최저를 폐지했다 해서 학업성취도나 적응도 등에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하지 못했다.”

- 학종은 고교현장을 살리는 전형이라는 환호와 함께 불공정한 평가방식이란 반론도 공존하는 전형이다. 10년간 학종을 운영해온 건대 입장에서 보는 학종은 어떤 것인지
“학종이 불공정하다는 반론은 정성평가(종합평가)에 익숙하지 않아서 생긴 오해라고 생각한다. 학종은 그 동안 결과 위주의 평가에서 과정중심의 평가로 변화된 전형이다. 단순한 점수 결과보다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위해 고교 3년의 과정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평가다. 현직 교사들은 학종으로 인해 고교가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교사들이 학생들의 관심과 목표에 관심을 가지고 지도하게 된 것이다. 학종이 평가하고자 하는 바도 이러한 과정이다.

학종으로 인해 대학도 변화했다. 학종을 통해 우리대학 우리학과에 적합한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며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전형 정보를 제공하고, 학생들의 진로탐색의 기회를 확대해 제공하고 있다. 실제 건대에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종단연구를 진행해보면,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대학생활 적응도가 높게 나타나며, 학과와 전공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GPA도 정시전형 학생들과 차이나지 않고, 교수들과의 면담에서도 수업태도 대인관계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성’을 ‘객관성’으로만 접근한다면 수능점수나 내신등급 등 숫자로만 줄 세워서 선발하는 것이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타당성’으로 접근한다면 우리학교 우리학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까지 고려해 선발하는 학종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 건대 학종평가의 방식은
“학종 평가는 ‘다수다단계’ 평가절차로 운영된다. 다수다단계 평가는 여러 단계에 여러 명의 평가위원이 한 학생의 평가에 관여하므로, 한 평가위원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누구 한 명이 점수를 잘 준다고 합격하고, 한 명이 점수를 잘 못 준다고 불합격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대학에서는 이러한 절차를 운영하므로 학생들이 공정하게 선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단계 서류평가에서는 2명의 평가위원이 독립적으로 평가한다. 평가 후 총점에서 일정 점수 차이가 나면, 원평가자를 제외하고 2명의 ‘서류재평가’ 위원을 선정한다. 서류재평가 위원은 전임사정관으로 위촉하며, 해당 모집단위를 이해하고자 해당학과 여러 명의 서류를 검토한 후, 서류재평가를 한다. 그 후 최대값과 최소값을 제외하고 나머지 점수가 해당 학생의 서류평가 점수가 된다.

면접평가에서도 ‘면접재심’이 있다. 이 절차는 건대에만 있는 절차다. 면접평가도 2명의 평가위원이 독립적으로 평가한 후, 일정 점수 차이가 나면 위원 13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 평가위원이 참석해 어떠한 이유로 학생을 평가했는지 소명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가 있기 때문에 평가위원은 학생에게 질문한 내용과 학생이 답변한 내용을 꼼꼼하게 작성하고 있으며, 면접평가가 신중하고 구체적으로 진행된다.

학종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제대로 된 평가인원이 필요하다. 전임사정관이 확보돼야 하고 교수로 구성된 위촉사정관이 전공별로 구성돼야 한다. 현재 건대 전임사정관은 15명이며, 위촉사정관은 65명이다. 이들은 대교협이 제시한 기준보다 훨씬 많은 교육시간을 이수하고 있다. 평가 전 이수한 교육시간을 보면, 전임사정관의 경우 평균 162시간, 위촉사정관의 경우 38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있다. 모의서류평가를 통해 평가의 눈높이 맞추는 교육, 고교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방법, 모집단위 인재상 공유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수들의 인식 자체도 ‘내 전공 학생 내가 뽑는 게 중요하다’이다. 건대 교수의 70~80%가 위촉사정관으로 평가에 참여한다.”

- 논술폐지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까지 교육부가 제시한 대입제도의 목표는 공정한 교육기회 부여, 공교육 정상화 및 사교육 축소, 창의성 신장 등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논술은 바로 창의성에 방점을 둔 전형으로 계열별 모집단위의 학문적 특성에 부합하는 창의성, 논리력, 또는 수리능력을 갖춘 수험생들에게 지원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유의미한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일부에서 논술이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지만, 건대는 논술의 방향 설정에서부터 출제 검증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현직 고교교사를 참여시킴으로써, 철저하게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만 문제가 출제되도록 구조화했다.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매년 논술가이드북을 배포해 전년도 기출문제와 출제의도 평가원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교사간담회 논술특강과 같은 온/오프라인의 교육도 병행해 일선 교실은 물론 수험생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교육이 필요 없는 전형이라 할만하다.

건대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는 7월에 실시되는 KU모의논술 응시를 적극 추천한다. 열흘 동안 무료로 실시되는 KU모의논술은 실제 고사장에서 2018학년 논술고사와 유사한 유형과 경향의 문제로 치러지며, 출제 의도와 해설 및 우수 답안을 공개해 수험생 본인의 준비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현장에서 고민되는 부분은
“현재 대입변화의 흐름은 ‘쉽게’ 출제해서 학습부담을 줄이자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이렇게 되면 교육경쟁력이 약화된다. 물론 건대는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를 하고 교사들의 검증을 받아 고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학과에 따라 요구하는 수준이 다를 수 있다. 기본학력이 높은 학생들이 입학할수록 더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교육을 시킬 수 있는 모집단위들이 존재한다. 현재 변화가 예고된 시스템은 자칫 기회를 없앨 수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나름 성장해나가고, 대학이 그 학생들에게 세계를 리드해나갈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현 변화흐름은 모든 사람을 평준화시켜서 보겠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인데,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앞두고 교육의 방향이 어디로 가야 할지 잘 살필 필요가 있다. 결국 창의력을 갖춘 융합인재를 키워야 하는데, 교육시스템이 받쳐주질 못한다면 무슨 의미인가. 교육정책을 만들 때 현장의 목소리가 좀더 반영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 큰 입시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불안감 가득한 현장에 조언 부탁한다
“부화뇌동하지 말았으면 한다. ‘내가 지금 하는 것이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고, 내가 지금 있는 순간이 내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것’이란 걸 알았으면 한다.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걱정할 게 없다.

학생들은 고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하든 교육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설정해 노력한다면 어떠한 방법이든지 상관없이 노력한 결과는 나타나리라고 생각한다.

학부모는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공부를 더 잘한다’에 집중할 게 아니라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 어떤 점이 다르고, 세상 살아가면서 무엇을 공헌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으면 한다. 학부모들이 이런 고민을 하면 아이의 학교생활이 정상화할 수밖에 없다.

교육정책이 변화하는 시점에는 새로운 요인들이 적용되기 때문에 불안의 요소가 커지게 마련이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이런 마음을 이용해 사교육시장에서는 불안감을 증대시킬 것이다. 사교육시장은 자본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아무리 공교육정상화를 노력해도 사교육은 의심과 불확실성과 이기주의를 타고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사교육시장의 논리에 흔들리지 말고, 공교육과 교사들을 믿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도 공교육을 믿고 준비한 학생들이 선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무엇보다 인생을 마감할 때 어떤 게 소중한 가치일지 생각해보라. 내가 남을 얼마나 사랑해주고, 내 삶이 다른 사람에 얼마나 덕이 되고 선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조건을 자녀가 어릴 때부터 맞춰주는 부모의 마음은 이기심에서 출발한다. 과거에 얽매인 이기심에서 벗어나 시대변화를 보라. 지금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살아갈 시대는 부모가 살아온 시대와는 전혀 다르다. 부모가 가진 ‘명문대로의 입시교육’ 개념을 자녀에게 그대로 강요한 게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지 정말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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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기자  inca@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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