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정치외교학과 교수)은 특히 다양한 고교연계활동으로 유명한 경희대의 입시방향에 대해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만큼이나 사회적 책무성에 주목한다”며 “타 대학 대비 학생부종합전형 선발인원이 많은 이유”라고 말한다. 경희대는 공교육친화적 움직임의 진정성을 안팎으로부터 인정받았다. 교육부의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첫해부터 최우수대학으로 4년간 총 83억3300만원을 수주했고 매년 800여 개교의 전국 고교를 방문, 입학상담을 실시하며 현장의 우호적 평가를 이끌어냈다. 특히 고교교사로 구성된 자문교사단을 구성, 전형계획 및 운영에 자문을 받고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고교 교육과정에 대한 출제교수들의 이해까지 도우면서 현장에서 고교-대학 연계를 논할 때 경희대가 첫손에 꼽히곤 한다. 지난해엔 교육부의 입시정보 사이트 ‘어디가’ 오픈 이전에 이미 사용자 편의중심 설계를 선보이며 입학정보 사이트 ‘LiOn-line’을 개통, 그간 베일에 가렸던 입결의 전면공개를 단행했다. 김 처장은 1년도 힘들다는 입학처장을 5년째 맡아 경희대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를 모두 관장하며 올해 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을 겸하는 현장 베테랑. 최근 큰 변화가 예고된 입시환경에 대해선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보다 공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중요하다”며 “사교육을 억제하는 프레임에 갇힐 게 아니라, 교육철학을 반영해 공교육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고 대학은 그걸 입시에 반영할 수 있는 흐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최병준 기자

- 경희대는 교사친밀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경희대는 대학의 책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대학이 고교 교육과정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기를 바란다. 그런 이유로 일선 고교와 교사들과 많은 소통을 하고자 한다. 특히 입시 정보를 교사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한다. 먼저 전국 800여 개의 고교 방문 입학설명회를 진행할 때 항상 그 고교의 진학담당 교사를 면담해 전년도 입시결과와 통계자료를 전달하고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전국 12개 지역에서 권역별 교사 설명회 및 간담회도 진행, 자세한 입시 정보와 전년도 입시결과를 제공한다. 여기에 12개 지역에서 고교교사 참여 모의평가를 진행해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도록 노력한다. 전국 고교교사 100명으로 이루어진 교사 자문위원을 운영, 전형계획을 수립할 때 고교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고 함께 연구를 진행해 바람직한 고교 교육과정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그 토대 위에 입학전형을 만들고 운영하려 애쓰고 있다.”

- 고교현장에 매우 투명한 입결정보를 공개, 공교육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경희대는 수년 간 고교교사들에 경희대 입결을 포함한 입학정보를 최대한 제공해왔다. 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 시행 이후 최근 몇 년 간 대학들이 입시정보를 공개해오고 있지만, 경희대는 이미 수년 전부터 포괄적인 입시정보를 현장에 공개해왔다. 대학들이 입결공개를 부담스러워 하는 배경엔 ‘대학 서열화’라는 부작용이 자리한다. 다만, 사회통념으로 받아들이던 대학서열은 이젠 의미 없는 시대로 본다. 약 30%에 불과한 정시보다 수시의 영향력이 커져가면서 앞으로는 수능점수에 따른 서열화보다는 각 대학의 교육지향점과 교육특색에 따라 수험생 선호도가 갈릴 것이라 본다. 수험생들은 스스로 삶과 진로에 대한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수능 준비로 바쁘겠지만 심각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하다. 대학마다의 특성화학과와 최상위학과를 주목해볼 필요도 있다.

게다가 입결 공개자료는 참고수준의 자료다. 해마다 입시환경이 바뀌어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경희대는 학종의 서류점수 면접점수 모두 공개했지만, 수험생은 입결에 기대기보다는 자신이 그 전형에 맞는지, 역량을 입증할 기록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숫자로 드러나는 입결은 마치 고급정보로 보이지만, 사실 고급정보는 수험생 본인이 갖고 있다. 일단 모집요강과 가이드북에 고급정보가 모두 있다. 이런 정보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정보라서 정보라 생각하지 않는데, 전형별 전형방법 등이 기재된 요강을 우선 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전형을 찾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 경희대는 최근 융합교육을 향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 대략 5년 후에는 선진국에서 약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년이 지나면 현재 직업의 65%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한 세계적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대학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경희대는 이미 발자국을 뗐다.

경희대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산업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2017년 소프트웨어융합학과를 신설해 학생을 모집했다. 경희대 차원에서 제대로 융합을 해보고자 컨버전스 에듀케이션(융합교육) 모델을 만들었는데, 그 첫 번째 작품이 소프트웨어융합학과이다. 소프트웨어융합학과는 기존의 복수전공과 부전공 수준의 융합 수준을 넘어서는 ‘진정한 의미의 융합 교육’을 추구한다.

교과과정이 게임콘텐츠 트랙과 미래 자동차/로봇 트랙, 데이터사이언스 트랙, 융합리더(자율선택) 등 4개 트랙별 맞춤형으로 구성돼있다. 학과 전임교수 외에 전자정보대학과 공과대학, 예술디자인대학, 후마니타스칼리지 등 4개 단과대학, 8개 학과에서 총 20명의 전임교수들이 소프트웨어융합학과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경희대는 정원내 고른기회 규모가 크다. 고른기회 학생들은 입학 후 학력이 부족할 것이란 인식이 있는데, 대학측에선 학력제고를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지원하는지
“요즘에 입학하는 고른기회 학생들의 학력이 다른 전형 입학생들보다 특별하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학생들의 기초학력 증진과 대학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입학하기 전 Start 큐(KHU) 프로그램을 통해 후마니타스 특강, 수준별 영어회화, MOS 자격증 취득 준비반의 강의를 제공하고, Learning 큐(KHU) 프로그램을 통해 학술동아리 활동, 외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소모임 운영, 자기 계발을 위한 강의 수강 등을 지원한다. 대학수업에 필요한 기초학력 증진 기회를 제공하고 본인의 잠재력 개발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

- 경희대 학종은 입학처 전문성도 유명하지만 규모 역시 크다. 학종이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일부 불공정하다는 반론도 제기되는 상황에 대한 의견은
“정성평가의 특성상 불가피한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결국 학종을 통해 어떤 학생을 선발하느냐가 핵심인데, 그 점에서 학종은 고교와 대학의 평가가 좋은 전형이다. 정성평가가 기준이 불분명하고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은 객관적인 시험 제도에 익숙한 우리사회의 선입견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학종이 학생부의 누적 기록을 평가의 근간으로 삼기 때문에 기록의 주체인 학교와 교사 간 편차에 대한 문제점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학종 평가는 학교 평가가 아닌 개인 평가이고, 학생부 기록도 특정한 교사 한 명의 기록이 아닌 여러 교사가 입력하는 누적 기록이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만큼 기록의 편차가 큰 경우는 많지 않다. 학생부 기록의 편차에 대한 문제점은 현재 교육부에서 여러 방면으로 학생부 기재 방식에 대한 연구와 제도 개선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이 실제 학교 교육 현장 안에서 수행한 내용들을 사실 위주로 간략하게 기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학종을 무제한 확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현행 대입 제도 유형과 비중을 유지하면서 수정, 보완해 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 학종 확대일로에 면접에 대한 궁금증도 많다. 경희대 학종 면접문항의 특징은
“경희대 학종 면접은 인성과 전공적합성 관련 질문에 지원자가 답변하는 문답식으로 진행한다. 그 중 계열별로 공통의 제시문을 주고 그에 대한 지원자의 생각을 묻는 면접 방식이 있다. 제시문의 내용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 내의 질문을 요구한다. 작년 인문계열 제시문의 경우, 정년 연장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찬성 또는 반대의 입장에서 말하라는 내용이었다. 즉 교과형 지식을 묻는 게 아니라, 학생의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 공정한 선발을 위해 학종 서류심사와 면접에 어떤 방식을 기하고 있는지
“경희대는 현재 전임입학사정관이 총 22명이고, 위촉입학사정관 78명으로 총 100명의 입학사정관이 평가를 진행한다. 전임입학사정관 경희대 평균 재직 경력은 5년 5개월이며, 위촉입학사정관 평균 경력은 3년 7개월로 전임뿐만 아니라 위촉사정관도 입시와 평가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심층모의평가 등의 교육훈련을 통해 평가 전문성을 심화시키고, 평가자간 편차를 줄이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임입학사정관은 평균 80시간 이상, 신임위촉입학사정관은 30시간, 연임위촉사정관은 20시간 이상의 교육 훈련을 받고 평가에 임한다. 서류와 면접평가는 입학사정관 2인이 1개팀을 구성해 평가기준에 따라 종합평가를 하고, 2인의 평균점수를 반영한다. 평가자간 일정 점수 이상의 차가 날 경우, 소위원장과 2인의 평가자가 재심의해 조정 점수를 부여하는 절차를 거친다.”

- ‘사교육 영향’을 줄이자며 논술폐지가 거론되고 있다. 현장에선 논술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의견은
“사교육을 억제하는 프레임이 아니라, 공교육에서 논술교육을 하는 방향으로, 교육철학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논술교육이 정말 필요하느냐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흔히 얘기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선 창의력과 사고력 표현력이 압축된 논술의 교육이 중요하다. 10년 전부터 공립학교 교사들에 모든 교과의 교직 필수과목으로 ‘논리 및 논술’을 이수하게 한 배경이다. 문제는 실제 수업에서 논술을 가르치게 되어 있음에도 고교현장에서 논술교육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공교육에서 하지 않고 있으니 수험생들이 사교육을 찾게 되고, 그래서 논술이 사교육 영향이 크니까 폐지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학들은 교육철학을 반영한 논술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선행학습영향평가 등으로 인해 논술출제를 고교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고 있어 논술출제 자체는 사교육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

결국 공교육에서 논술을 교육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한다. 개정교육과정으로 인해 앞으로 교사들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다양한 선택과목이 개설되면 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교사의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 공교육 인력 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 풀 중 하나다. 공교육이 하려고만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 사교육 억제는 공교육 활성화로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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