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경화 기자] ‘학종시대’의 포문을 연 2018 수시는 상위권대학을 중심으로 학종이 크게 확대되며, 평가내용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2008학년 도입한 입학사정관제는 초기 외부스펙이 필요한 특기자전형의 성격을 띤 측면이 있지만, 2015학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칭을 바꾸고 전형요소도 100% 학교 내 활동으로 선을 그으면서 공교육 정상화를 이끈 최초의 입시로 꼽힌다. 착근 단계로 나아가는 학종은 그간 베일에 가렸던 평가내용을 각 대학이 적극적인 정보공개 행보를 보이면서 대비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 측면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학종착근을 주도해온 대표적 전문가인 이미경 서울여대 특임교수의 도움으로 학종평가의 민낯을 살펴본다. 학종을 선도해온 서울여대의 학종평가 사례라는 점에서 서울여대 대비는 물론 타 대학 학종대비에도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학종을 선도해온 서울여대의 학종평가 사례는 타 대학 학종대비에도 활용 가능하다. 이미경 서울여대 특임교수의 도움으로 학종평가의 민낯을 살폈다. /사진=서울여대 제공

<학종 기본기 ‘발전가능성’>
이미경 교수는 학종평가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대목을 “대학입학 후 전공분야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태도와 기본역량을 갖춰 향후 발전가능성을 보여주는가 여부”라 단언한다. “현재의 학업성취보다는 학업에 대한 의지와 자기주도성 지적호기심 등이 학생부와 자소서에 어떻게 드러나는가가 중요하다”며 학생부의 ‘세부특기능력사항(세특)’에 강조점을 찍었다.

세특은 여러 교과담임에 의한 지원자의 평소 학습태도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서술이 담겨있다. 이 교수는 “학생부 교과학습발달사항에 드러난 과목선택 경향과 등급, 성적의 추이, 과목간 성취도 차이, 원점수와 평균, 이수자 수 등을 고려하면서 세특에 기록된 교사의 평가와 자소서 1,2번에 드러난 학습태도 등을 종합해보면 지원자의 학업에 대한 기본 역량이 가늠된다”고 설명한다. “흔히 말하는 ‘내신등급’은 여러 평가항목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정적 항목이라 보긴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 내신 낮지만 발전가능성 ‘합격’
실제로 내신은 낮지만 발전가능성 덕분에 합격한 사례는 많다. 2017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에 합격한 A학생의 경우에도 전체 내신평균은 3등급대 중반의 성적에 불과, 언론영상 지원자들의 전체 평균에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특히 영어가 6~7등급으로 매우 낮았다.

A학생에 대해 이 교수는 “세특에 나타난 교과교사들의 평가는 ‘과제수행력, 과제집착력,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분석력, 수준 높은 어휘력과 표현력’ 등으로 일관됐다. ‘수업의 의미와 목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줄 알며 스스로 가지는 성취기준이 매우 높은 학생’이라는 데선 학업에 대한 지원자의 태도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1단계 통과배경을 설명했다.

면접에선 당당하고 솔직함이 점수를 얻었다. A학생은 자신의 낮은 영어성적에 대해 ‘더 낮은 레벨의 수업을 들었으면 더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수준을 높이고 싶어서 고급레벨의 수업을 고집했고, 우수한 친구들이 많아서 좋은 성적은 받지 못했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영어실력이 향상됐다’고 당당히 밝혔다. 이 교수는 “‘스스로 가지는 성취기준이 매우 높은 학생’이라는 교사평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 내신 낮지만 뚜렷한 진로와 연계활동 ‘합격’
진로와 연계된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 발전가능성을 보임으로써 낮은 내신을 극복한 사례도 있다. 2017 사학과에 합격한 B학생은 내신전체 평균이 4등급 중반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영어 수학과 같은 기초과목들의 등급이 낮아서 기초학업능력이 약간은 문제가 될 수 있었음에도 좋은 서류점수를 받았다”며 “무엇보다 자신의 관심인 ‘역사학’을 매우 진지한 자세로 학구적으로 풀어나갔다는 데서 ‘지적호기심을 해결해 나가는 학업태도’가 좋은 평가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고교의 학생부 내용 중 발표와 토론 중심의 ‘한국사 수업’이 평가당시 주목을 받았는데, B학생은 수업을 준비하면서 교과서를 생각하고 성찰하며 꼼꼼하게 읽는 습관을 들였고 발표와 토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수업 이후 궁금증은 역사독서동아리활동이나 역사과제연구 등을 통해 심화학습을 해나갔다. 역사관련 교과성적의 향상은 당연한 결과였고, 논리학이나 논술 같은 소수 심화과목을 선택해 이수한 것도 좋은 평가의 근거가 됐다. 역사학에 대한 진지한 자세는 대학 입학 후의 발전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됐고, 낮은 내신에도 불구하고 우수입학생에게 주어지는 장학금까지 지급됐다.”

- 내신 높지만 활동 나열 ‘불합격’
반면 높은 내신과 관련 활동에도 불합격한 사례가 있다. 2017 화학생명환경공학부에 지원한 C학생의 경우, 전체평균내신등급이 2등급대 중반으로 높았다. 같은 전공 지원자의 평균등급이 3등급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성적이었다. 생명공학 연구원을 지망하면서 2~3학년 걸쳐 과학실험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방과 후 과학실험탐구반에서 활동한다거나 다양한 과제연구에 참여하는 등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한 탐색을 열심히 하려 노력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C학생의 서류평가점수는 좋지 않았다. 이 교수는 “전체적으로 학업추이가 지속적으로 하향하는 추세를 보인다거나 자연계열 학생임에도 수학성적이 다른 교과에 비해 성취가 낮은 점, 특히 3학년에 올라오면서 과학Ⅱ과목을 두 과목 이수했는데 성취도가 모두 좋지 않다는 점은 부정적인 평가요소였다”며 “성적이 낮다는 사실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자소서와 세특에 기재돼있는 내용들이 상당히 나열적이고 평범한 서술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 깊이 있는 학업수행에 대한 의심을 가능하게 했다.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과 활동경험은 확인할 수 있었으나, 동기에 대한 적절성이나 활동과정에서 학생의 성장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과학전공자에게 요구되는 집중적인 탐구활동이나 호기심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좋은 내신성적에도 불구하고 그리 높지 않은 평가를 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 평범했지만 훌륭한 인성 ‘합격’
서울여대 인재상에 부합해 평범한 내신을 극복하고 합격한 사례도 있다. 2017 언론영상학부에 지원한 지방 일반고의 D학생은 지원자 평균 등급 정도의 내신성적에도 불구하고 매우 좋은 서류평가 점수를 받았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도 서울여대가 지향하는 인성평가에 매우 부합한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띄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여대는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아는 공동체적 인성역량을 강조한다. ‘나눔과 배려실천, 팀워크와 협력, 리더십’ 등을 평가항목으로 둔 이유다. D학생은 문화마케터와 국제문화교류기획자를 자신의 진로로 제시했는데, 이러한 진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양한 문화적 경험과 인간과의 소통역량이 중요하다. D학생은 꾸준한 학생회활동이나 동아리리더활동, 지속적인 봉사활동 등에서 보여주는 ‘인간중심’과 ‘우리중심’의 활동이 매우 돋보였다. 문제해결이나 갈등 조정에서 보여주는 설득력이나 조정능력,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자기희생 등은 동료들의 지지를 얻어 학생회 봉사단체 동아리 모듬활동 등 단체활동에서 꾸준한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했다. 우연한 기회에 이 학교의 교사를 만나게 됐는데 그 분은 ‘우리학교에서 가장 괜찮은 학생회장을 서울여대에서 알아보고 뽑아갔다’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셨다. 학종의 공정성에 대하여 늘 약간의 의심과 비판이 제기되는데, 직접 학생을 가르쳤던 교사로부터 제대로 뽑았다는 칭찬을 들을 때가 가장 보람차고 뿌듯한 경험이다.”

<‘나만의 독서이력’>
이 교수는 비록 선발하진 못했지만 언론영상학부에 지원한 E학생의 독서활동 리스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하며, 독서이력에 대한 조언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실제로 평가를 하다 보면, 같은 전공을 지원하는 학생들의 독서이력은 상당부분 목록이 겹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기자가 말하는 ~’ ‘언론인이 알아야 하는 ~가지’ ‘미래사회 키워드 ~가지’ 등등의 개념이해를 돕는 다이제스트 책들이나 학교에서 지정해 주는 유명 소설이나 고전 등이 그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읽어야 하는 고전들이 독서목록에 들어 있어야 함은 당연하나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독서목록에서 지원자의 관심영역이나 깊이 등을 알 수 있는 좀 더 개성적인 독서활동을 발견했을 때 더 좋은 평가를 하게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학생의 경우 역시 흔히 거론되는 책들이 독서목록에 포함됐지만, 역사와 경제 환경 등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사회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인 차이가 있었다. ‘괴짜 사회학’ ‘바다위 인공섬 시토피아’ ‘역사전쟁’ ‘이미지와 환상’ 등 사회현상을 고정관념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책들로, 언론가를 지망하는 학생으로서는 매우 필요한 태도로 판단됐다. 이 교수가 “다른 평가항목들 때문에 비록 1단계를 통과하지 못 했지만, 면접에서 E학생의 독서 이해력을 점검해 보고 싶어서 아쉬움이 남았던 학생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