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근거 마련 필요하지만 단계적 접근해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국립대인 군산대가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입학금을 전면 폐지했다. 대입전형료 인하가 국공립대를 시작으로 사립대까지 압박이 가해진 것처럼 대학 전체에 압박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입학금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산대는 그동안 매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1인당 16만8000원의 입학금을 받아왔다. 군산대 관계자에 따르면 2017학년 등록금 수입액은 292억3600만원이며 이 중 입학금은 1.2% 수준인 3억4100만원이다. 입학금 폐지와 관련해 나의균 총장은 “입학금 폐지는 모든 학생에게 기초 장학금을 주는 것과 같다.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고 투명한 대학등록금 운영을 위해 결정한 사항”이라면서 “대학회계의 효율적 운영으로 국립대 입학금 폐지는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립대 39개교의 2015년 세입 총액 3조9517억 중 입학금 수입은 111억 원을 차지해 0.3%에 그쳤다. 수입에서 미치는 입학금이 영향이 미미한 만큼 군산대를 제외한 나머지 국공립대도 입학금 폐지에 동참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특별법 법인인 4개 과기원을 포함한 45개 국공립대의 2017년 입학금은 평균 14만5450원이다. 1년 등록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다. 

반면 사립대학의 경우 159개 대학의 평균 입학금은 72만3000원이다. 1년 등록금 대비 9.2%를 차지한다. 입학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국공립대에 비해 높은 만큼 급작스럽게 입학금을 폐지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재 ‘단계적 폐지’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는 “즉각 폐지가 바람직하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의 재정여건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에 대한 자구책으로 입학금을 활용해왔는데 당장 입학금을 폐지한다고 하면 대다수 대학들이 재정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 “전형료 인하처럼 당장 시행하라는 식으로 진행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말했다. 

입학금이 가장 비싼 대학은 102만4000원의 동국대다. 동국대에 이어 상위17개대학 기준 한국외대 99만8000원, 고려대 99만6600원, 홍익대 99만6000원 순이다. 반면 전국에서 입학금을 받지 않는 대학은 광주가톨릭대 GIST대학 DGIST 인천가톨릭대 한국교원대의 5개교다. GIST대학과 DGIST는 특별법 법인, 한국교원대는 국립이다. 

국립대학인 군산대가 2018 입학금을 전면 폐지한다고 31일 밝혔다. 상대적으로 입학금 비율이 낮은 국공립대의 경우 입학금 폐지에 대거 동참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부족한 사립대의 경우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진=군산대 제공

<입학금 폐지, 재정 소요액 5년간 ‘1조4000억원’>
입학금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제도다. 19일 국정위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단계적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당장 폐지할 경우 대학 재정에 큰 타격이라는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폐지 추진을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구체적인 정부 지원 대안 없이 폐지를 추진할 경우 대학 재정에 큰 타격을 입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학금 폐지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대학에 만만치 않은 지원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의 입학금 수입은 한해 4000억 원에 달한다. 대학들은 입학금 수입을 주요 재정원으로 활용해왔다. 등록금을 인상하는 경우 국가장학금 Ⅱ유형 제한이나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염려해 등록금을 동결해왔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에 더해 입학금까지 폐지하는 경우 대학의 재정 운용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마땅한 정부지원 없이 무조건 줄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대학입학금 폐지에 드는 정부 재원은 5년간 1조4000억원에 달한다. 2018년 1000억, 2019년 2000억, 2020년 3000억, 2021,2022년 각 4000억이다. 

정부지원을 받는 국공립대와는 달리 사립대의 경우 입학금이 등록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45개 국공립대의 지난해 입학금은 평균 14만5450원으로 1년 등록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였다. 반면 159개 사립대(산업대 사이버대 기술대 제외)의 평균 입학금은 72만3000원으로 1년 등록금 대비 9.2%에 달한다. 

입학금이 가장 비싼 대학은 102만4000원의 동국대다. 동국대에 이어 상위17개대학 기준 한국외대 99만8000원, 고려대 99만6600원, 홍익대 99만6000원, 인하대 99만2000원, 연세대 98만5000원, 중앙대 98만원, 한양대 97만7000원, 서강대 96만9000원, 이화여대 94만5000원, 성균관대 94만4000원, 숙명여대 91만2000원, 경희대 91만2000원, 단국대 91만원 순이었다. 반면 국립대법인인 서울대는 16만9000원, 공립인 서울시립대는 9만2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반면 전체 대학 중 입학금을 받지 않는 대학은 광주가톨릭대 GIST대학 DGIST 인천가톨릭대 한국교원대의 5개교다. GIST대학과 DGIST는 특별법 법인, 한국교원대는 국립이다. 

<산정근거 필요성 공감..“일괄 폐지는 타격 커”>
대학별 입학금 차이가 큰 이유는 마땅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4조 4항에 따르면 입학금은 학생 입학 시 전액을 징수한다는 내용 외에는 산정근거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그 때문에 대학별로 천차만별인 입학금 산정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지난해 ‘입학금 폐지 대학생 운동본부’는 대학생 9782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중앙지법에 전국 15개 대학의 학교법인과 국가를 상대로 한 입학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천차만별 대학 입학금, 해결책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는 입학금이 법적 근거가 없고 대학마다 천차만별이라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입학금 폐지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된 상태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30일 대학입학금을 폐지하고 등록금 인상률 상한을 직전 3개년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에서 1.2배로 낮추는 내용으로 대표발의했다. 

교육계에서는 입학금 산정근거를 명시하도록 하는 명분은 충분하지만 대입전형료 인하처럼 폐지를 급속하게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분석이다. 한 교육 관계자는 “표준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전에 무조건 인하부터 밀어붙인 대입전형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면서 “적절한 산정근거를 마련하고 대학들이 그에 맞춰 시정해나갈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입학금 폐지에 따른 영향을 최소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하만을 강요할 경우 피해가 고스란히 수요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당장 입학금이 폐지되면 학부모가 부담을 덜게 될 것 같지만 대학은 교육환경 개선에 들이는 투자를 축소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입학금 폐지가 끼칠 영향을 다각도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지원 없이 입학금을 무조건 폐지하는 경우 수업료로 통합돼 수요자에게는 결과적으로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비슷한 논란을 겪었던 기성회비의 경우 수업료에 통합해 걷을 수 있도록 하는 ‘국립대 재정회계법’이 통과되면서 징수 형태만 달라졌을 뿐 수요자 부담은 그대로 남았기 때문이다. 

<군산대 2018 입학금 폐지>
새 정부 들어 첫 입학금 폐지를 실시한 군산대는 매년 신입생에 16만8000원의 입학금을 받아왔다. 군산대는 입학정원 1735명으로 1인당 연간 평균 등록금이 388만2500원이다. 계열별 등록금은 가장 낮은 인문사회계열이 348만7800원, 가장 높은 예능공학계열이 440만8600원이다. 군산대 관계자는 “등록금을 지난해 0.2% 인하한 것을 비롯해 2009학년도부터 9년 동안 등록금을 인하/동결해왔다”고 밝혔다. 군산대는 지난해 등록금 수입액 총 292억3600만원 중 입학금은 3억4100만원으로 등록금 대비 입학금이 1.2% 수준을 나타냈다. 

폐지 결정에 대해 나의균 총장은 “입학금 폐지는 모든 학생들에게 기초 장학금을 주는 것과 같다.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고 투명한 대학등록금 운영을 위해 결정했다. 대학회계의 효율적 운영으로 국립대의 입학금 폐지는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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