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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수시특집] 서울대 안현기 입학본부장,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최선의 입시 ‘학종’”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서울대의 혁신은 시대의 입시흐름을 선도해왔다. 2001년 입학사정관제 연구를 시작으로 2013학년부터 시작된 서울대의 학생부 위주 입시 체제는 낯선 정성평가를 대입의 주류로 올려놓았다. 기존 특기자전형의 성격에서 탈피, 한국형 입학사정관제인 학생부종합(학종)을 통해 고교 교육과정 내로 깊숙이 들어온 이후부턴 ‘교육을 연계한 최초의 입시’를 선보였다는 찬사 속에 전국 고교현장을 바꾸고 상위권 대학의 입시를 학종으로 이끄는 위력을 선보였다. 수시의 시대, 학종의 시대, 그리고 정성평가의 시대를 선도한 셈이다. 교육당국이 제시한 방향보다 훨씬 위력적인 결과로, 대한민국 입시체제에서 서울대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3년간 입시현장에 변혁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입시체제만이 아니었다. 서울대 입학본부는 권위를 내려놓고 현장과 적극 소통하는 자세로 서울대의 문턱을 낮추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서울대의 발걸음은 아래로 임하면서 더욱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요강을 쉽게 풀어둔 전형안내,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둔 입학본부 웹진 발간, 찾아가는 지역별 입시설명회 등 수요자 눈높이를 맞춘 행보로 타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부상하면서 현장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늘 고압적이었던 국립 서울대의 자세를 떠올리면 괄목상대일 수밖에 없다. 전형 운영과 수요자에 대한 접근방법까지 ‘선한 인재’라는 지향점으로 수렴되는 느낌이다.

이 같은 흐름에 올해 취임한 안현기(56) 서울대 입학본부장(영어교육과 교수)은 서울대가 ‘학종의 본산’에 그치는 게 아닌, 고교현장을 뒤바꾸고 대학현장과 사회 전반에 새로운 대입 패러다임을 ‘낮고 조용히’ 추동할 리더로 적임자다. 권위를 내려놓고 현장과 소탈하게 소통하는 안 본부장의 자세가 기회부여의 측면에서 서울대 문호를 넓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안 본부장의 이력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건 고교교사 출신이라는 것이다. 안 본부장은 서울대 사대 영어교육과 졸업 후 서울북공고에서 영어교사로 교편을 잡기 시작했다. 단 1년에 불과한 기간이지만, 고교교사 출신이라는 안 본부장의 이력은 현장에 친근함을 더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사대 교수로서 고교수업을 관찰하며 학교와 늘 가까이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나름대로 학교현장과 가깝다 느꼈고, 그러다 보니 애정이 생겼고, 학교의 방향성을 생각할 수 있었다”는 안 본부장으로부터 서울대의 현재와 미래를 더듬어본다.

/사진=장태규 기자

- 왜 학종인가
“서울대가 학종기반의 전형을 대폭 실시한 배경은 서울대가 어떤 인재를 선발하길 원하는지에 있다. 서울대가 말하는 공동체 비전은 ‘세계사적 소명을 실천하는 창의적 지식공동체’다. 서울대의 비전과 인재상은 맥락이 같을 수밖에 없다. ‘세계사적 소명’이라 함은, 결국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적합한 인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많은 학자들이 의견일치를 본 것 같다. 이미 2015개정교육과정에도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 창의융합인재, 자기주도적 문제해결능력이 있는 인재, 소통하고 협력하는 인재가 바로 4차 산업혁명이 원하는 인재일 것이다. 성낙인 총장께서 강조하시는 ‘공동체적 가치를 구현하는 선한 인재’와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대가 추구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데 가장 적합한 전형이 바로 학종이다. 이미 2001년부터 학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를 본격 연구했다. 초창기엔 미국모델이었지만, 결국 한국형 입학사정관제인 학종으로 정착됐다.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고, 최근 시대적 흐름과도 궤를 같이 한다. 학종은 교과와 비교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2년 반 가량의 성장과정을 입체적 다면적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전형이다. 수능이라는 것이 단 한 번의 시험을 통해 성적이 나오고, 그 성적을 통해 학생을 뽑는다 할 때, 그 성적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서울대가 원하는 인재상을 구현하는 데 적합한 전형일까.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하다 보니, 서울대가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데 가장 적합한 전형이 학종이라 확신하게 된 것이다. 최고는 아닐 수 있지만, 최선에 근접한 전형이라는 믿음이다.

서울대 학종은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관심이 높다. 2018학년부터 정성평가가 본격 도입될 일본에서는 오사카대가 서울대와 MOU를 맺었다. 서울대 학종 운영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최근엔 대만 칭화대와도 학종 전파와 관련해 교류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고 보면, 서울대 학종의 방향이 틀리진 않았다고 본다.”

- 학종은 ‘금수저전형’이란 반발도 있다. 서울대 학종은 지균에 대해 수능최저를 요구하는 데도 비판적 시각이 있는 형편이고, 면접및구술고사에 사교육유발요소가 있다는 일각의 문제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학종이 금수저전형이라는 건 대단한 오해다. 오히려 저소득 학생에게 유리한 ‘사다리 전형’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대교협이 전국 54개 대학의 2015~2016학년 신입생 24만2790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학종을 비롯한 학생부위주전형이 학교유형 가운데 일반고, 소득별로 저소득층, 지역별로 읍면지역 출신 학생들이 가장 많아 대입전형 가운데 최고의 사회균형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국가장학금(1유형) 학생이 학생부위주전형에 가장 많아 학생부위주전형이 최대의 대입 통로 역할을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서울대가 매년 분석하는 신입생 선발결과에서도 학종은 사회균형기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인 2017학년의 경우 자공고를 포함한 일반고 출신은 여전히 전체 합격자의 50%를 넘겼다. 합격생을 배출한 고교 수가 전년보다 22개교 늘어나 전국 800개교에서 실적을 냈고, 최근 3년간 합격생이 없던 일반고 중 90개교가 합격생을 배출했다. 3년간 합격생이 없던 6개 군 지역에서 합격생을 배출하고, 섬 지역에서도 2개교가 합격생을 배출했다. 수능위주 정시 중심이었다면 이런 일들은 일어나기 힘들다.

반면 정시는 사교육과 재수에 부담 없는 교육특구에서 실적을 내고 있다. 서울대 정시를 50%까지 확대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오히려 실적을 내는 일반고가 517개교 줄어들어 일반고에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 학종준비를 위한 컨설팅학원이 기승이라는 보도도 있지만, 정작 서울대는 컨설팅학원이 주장하는 논문을 받지 않는다. 학원에서 컨설팅 받아 읽지도 않은 책을 읽었다 한다든가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자소서를 썼다면, 서울대 입학본부는 단번에 알아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서류평가는 ‘다수 평가자에 의한 다단계 평가 시스템’으로 매우 체계적이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들은 모두 6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다. 학종은 2년 반 동안의 기록을 평가하는 것인데, 그게 컨설팅을 받아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 우리가 생명처럼 여기는 게 ‘공정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설팅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면, 그것은 불안감을 조장한 일부 사교육업체 마케팅의 효과일 테다. 학부모들께서 현명한 시각을 가지셨으면 한다.

지균에는 수능최저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전국 모든 고교가 공부하는 여건이 똑같다면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이것마저 배제하면 기본학력을 알 수 없게 된다. 일반전형이 면접및구술고사를 통해 학력측면도 검증하지만 지균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일반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10분간 간단한 면접을 실시하되, 최저학력기준으로 수능점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면접및구술고사를 지균에도 도입해야 할 텐데, 현재의 상황이 최선이라 본다. 3개2등급이 높다는 얘기도 있지만 영어가 절대평가되기 때문에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 2등급이란 얘기는 11% 안에 들었다는 얘기인데, 100명 중 11명 안에는 들어주길 바라는 게 우리 시각이다.

면접및구술고사는 사교육영향과 거리가 멀다. 우선 일반전형은 1차 서류평가에서 정원의 2배수를 선발하고 이들에 대해 면접및구술고사를 실시한다. 오해하면 안 되는 게, 면접및구술고사가 당락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학생부 서류 면접및구술고사를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면접및구술고사에서 다소 미진했더라도 학생부나 서류에서 강점이 있었다면 합격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면접준비시간을 모집단위별로 최대 45분까지 주고, 면접시간을 15분 들인다는 것이다. 답만 말하는 수준이라면 면접시간은 5분이면 충분하다. 15분 동안 면접을 본다는 건 정답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교수들과의 소통을 통해 어떤 사고를 했는지, 문제해결능력이 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최대 45분 간 공부하고 들어온 학생에 대해 능력을 끄집어내는 데 15분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일반전형의 면접및구술고사에 대한 서울대의 판단은, 학생들에 익숙한 교과로 구분하고 교과지식을 근거로 사고력을 측정하되 사교육이 관여하지 못하게 하려면 창의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면접은 책상 하나를 두고 교수와 학생이 마주앉아 진행된다. 교수들은 고교교육과정 내의 출제를 기본으로 창의성을 판단하되 학생들이 모르면 하나씩 단서를 주면서 끌고 간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서 더 나아가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면서 풀어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공부를 통해 내적 성장도 기할 수 있다. 수험생에 따라서는 면접및구술고사를 ‘교수와의 대화’라 표현하기도 한다. 이게 우리가 원하는 것이고, 이런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고교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도록 여러 차례 검토를 거쳐 출제하는 것은 물론 사교육업체에서 유사한 문제를 내진 않았는지까지 체크하고 있다. 사교육으로 대비 자체가 불가능하다. 서울대의 면접및구술고사는 사교육영향을 배제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본다.”

- 서울대 입학본부장으로서 메시지를 던진다면
“입시를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선발 이후 교육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학도 변화해야 한다. 지금껏 똑똑한 인재를 선발해서 방치한 경향이 있진 않았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해 많은 대학들이 신입생을 선발하지 못할 물리적 환경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를 계기로 해서 대학들이 제대로 교육시켜 경쟁력을 일구는 문화가 정착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수험생들은 자신이 소속된 학교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학교라 믿고 열심히 공부하길 바란다. 열심히 공부한 여러분을 서울대가 초대하겠다. 서울대 입학사정관들은 전국의 고교들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고교유형에 따라 유불리가 생길 것이란 생각은 큰 오해다. 그런 일은 서울대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독서활동을 열심히 하길 바란다. 고교유형에 관계 없이 할 수 있는 게 독서활동이다. 폭 넓고 깊은 독서를 통해 정말 큰 세계를, 꿈을 키웠으면 한다. 대입에 합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서를 통해 자기 꿈을 개발했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강조되는 여러 덕목 가운데 기업가정신을 가지길 바란다. 다른 말로 도전정신인데, 젊음은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인 것 같다. 열정과 도전정신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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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기자  inca@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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