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80% 육박 규모.. 서류, 다수평가자 다단계평가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과거 특정계층만의 리그로 여겨지던 서울대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을 통해 문호를 대폭 넓혔다. 전국적 지명도의 몇몇 고교가 한 해에 수백 명의 서울대생을 배출하며 전국명문으로 군림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영재학교 자사고 과고 외고 등 특정 고교유형뿐 아니라 일반고 특히 섬 지역의 일반고까지 서울대 진입이 가능한 시대로 바뀌었다. 여전히 최고학부 서울대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자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서울대가 ‘균형’과 ‘기회’를 강조하며 열어 온 입시는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시대변화를 이끄는 동인으로 잡아가고 있다.

서울대가 2001년부터 연구해온 학종의 본질은 고교현장을 살리면서 시대변화의 흐름에 부응한다는 데 있다. 공정성을 기하는 것은 물론이다. 사진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조선왕조실록, 대동여지도, 승정원 일기 등 국보 보물을 포함해 고도서 17만5000여 책, 고문서 5만여 점, 책판 1만8000여 점 등을 소장한 국내 최고 도서관이다. /사진=서울대 제공

<현장 변화의 주역 서울대.. 학종선발 80% 육박>
‘학종의 본산’ 서울대 입시의 설계는 수시에 집중되어 있다. 매년 80%에 육박하는 인원을 수시에서 선발한다. 수시는 100% 학종이다. 2016학년 정원의 75.5%(2369명)이던 학종비중은 2017학년 76.8%(2407명)에 이어 2018학년 78.5%(2496명)로 확대됐고, 내년에 실시할 2019학년에도 78.5%(2498명)로 예고된 상태다. 반면 정시는 2016학년 24.4%(766명)에서 2017학년 23.2%(729명), 2018학년 21.5%(685명), 2019학년 21.5%(684명)로 축소세다.

상대적으로 파격적인 수시비중은 물리적 ‘균형’ 시각에선 의아하게 여길 수 있겠지만, 오히려 홀대 받아온 일반고 출신의 서울대 문호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실질적 균형의 접근이 돋보인다. 영재학교 과고와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예고 체고까지, 고입전형을 통해 한 차례 경쟁을 이겨낸 학생들이 포진한 고교유형도 이미 포화상태이고 보면 일반고 출신의 문호는 녹록하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능위주 정시가 오히려 일반고생들에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는 일부 시각에도 불구하고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 학종으로 논란을 단칼에 정리한 것은 물론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을 확대하고 도서지역에 입학본부장이 직접 방문해 ‘숨은 보석’을 찾아내는 큰 틀의 행보는 여전하다.

실제로 서울대는 2015학년에 1294명(53.7%)의 일반고 합격자를 낸 이후 3년 연속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일반고 출신으로 배출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실시한 2017학년 대입에선 전국 800개교가 2434명의 수시최초 합격자를 낸 가운데 합격생을 배출한 고교 수가 2016학년보다 22개교 늘었다. 최근 3년간 합격생이 없던 일반고 중 90개교가 합격생을 배출했고, 3년간 합격생이 없던 6개 군지역에서 합격생을 배출하고, 섬 지역에서도 2개교가 합격생을 배출하는 성과도 눈길을 끌었다.

가만히 있어도 최고대학으로 견고한 서울대가 어쩌다 섬 지역까지 입학본부장이 직접 나서 ‘서울대 홍보’를 하고, 타 대학들이 2018학년에 들어서야 비중을 크게 확대한 학종무게를 서울대는 꾸준히 견뎌오면서 일부 ‘금수저전형’이라는 지탄을 이겨내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서울대 입시를 이해하는 출발점은 성낙인 총장이 견지해온 ‘선한 인재’다. 최고의 입결로 최고학부를 지향해온 서울대는 미래 인재상의 소실점에 ‘공동체적 가치를 구현하는 선한 인재’를 놓고 선발방식조차 학종으로 견고히 하면서 대한민국 입시를 뒤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금수저전형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 초, 서울대는 전국 5개 권역을 돌며 3000여 명의 교사들과 열었던 ‘샤교육 포럼(이하 샤포럼)’을 통해 서울대 입학본부장이 직접 발제하고 질의응답하며 오해를 불식시키고 학종 전반에 대한 고교현장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현장교사들의 ‘쓴 소리’를 날 것 그대로 수용하면서 현장에 남아있는 학종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서울대 방식을 따라 바뀌는 고교현장은 “교육을 연계한 최초의 입시”라며 서울대 학종을 반기는 상황. “학종을 따라잡느라 정규동아리 40개, 자율동아리 40개, R&E 동아리 60개를 움직이고 1인1악기 예체능, 배려나눔 활동에 나선 학생들을 따라잡느라 학급담임은 물론 교과담임까지 모든 교사들이 ‘번 아웃’ 상태여도 드디어 학교현장이 살아나는 움직임에 기꺼이 헌신하겠다”는 교사들의 반응이 일면서 서울대 학종에 힘을 보탰다.

서울대는 교육부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2014년 20억원에 이어 2015년 25억원, 2016년 20억원에 이어 올해 중간평가에서도 통과, 20억원 이상을 수주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업비 수주로 공교육을 살리고 미래인재를 선발하는 데 학종 운영의 당위를 입증했다. 타 대학들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2018 학종시대’를 열어젖히기도 했다. 고대가 학종을 61.5%로 확대하고 서강대도 전체 절반 이상을 학종으로 선발한 데 이어 특기자와 정시중심 운영으로 대척점에 서있던 연대 성대와 이대가 ‘입결’이라는 반사이익을 취해온 그간의 기조를 버리고 학종을 2018 전형의 근간으로 수용하면서 ‘2018 학종시대’가 열린 것이다.

<학종 서류평가의 메커니즘 ‘다수 다단계’>
학종을 이해하기 위해선 서울대 학종의 서류평가부터 주시할 필요가 있다. 많은 대학들이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서울대는 2001년부터 시작한 연구결과에 의해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평가가 돋보인다.

서울대 학종의 서류평가는 ‘다수 평가자에 의한 다단계 평가 시스템’이다. 충분한 준비과정을 통해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평가자가 여러 단계를 거쳐 평가하며 협의하는 방식으로, 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평가자가 전형 준비에서부터 최종 합격자 선발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평가 협의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합격자를 결정한다. 단계별로 다수의 평가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한 개인의 주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여지를 배제하고 있다. 현재 26명의 전임입학사정관과 서울대 교수로 구성된 110여 명의 위촉입학사정관이 선발에 참여하고 있다. 준비단계까지 고려하면 총 6단계로 진행된다.

준비단계에서 전임입학사정관은 평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매년 많은 준비과정을 거친다. 입학사정관 개인의 주관에 따라 평가가 이뤄지지 않도록 장기간의 교육과 사전 모의평가를 통해 서류평가를 준비한다. 고등학생들의 학업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세미나, 데이터 분석, 학교 방문, 교육 전문가와의 공동연구 등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 처한 학생들의 우수성 지표를 파악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모색한다.

1단계는 전임입학사정관의 평가다. 전임입학사정관이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바탕해 학업능력, 학업태도, 학업 외 소양 등을 중심으로 창의적 인재로 발전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각 지원자의 우수한 자질, 면접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 지원자에 대한 평가 의견 등이 담긴 평가서를 작성한다.

2단계도 전임입학사정관의 평가다. 동일한 지원자에 대해 다른 전임입학사정관이 1단계 평가와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한다.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2단계 평가자는 1단계 평가 결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적인 평가를 진행한다.

3단계는 1,2단계 평가결과에 대한 검토 및 조정의 과정이다. 각각 독립적으로 진행한 1단계 평가결과와 2단계 평가결과를 비교하고 검토한다. 동일한 지원자에 대해 1,2단계 평가결과가 일정 수준 이상 상이한 경우, 대학입학전형운영위원회가 평가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4단계는 교수로 구성된 위촉입학사정관의 평가다. 각 단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위촉입학사정관이 해당 모집단위에 적합한 인재인지 평가한다. 한 명의 지원자에 대해 2인 이상의 위촉입학사정관이 평가하며 1,2단계 평가를 담당한 전임입학사정관과 평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면서 최종 서류평가 결과를 도출한다.

5단계는 최종평가다. 입학본부와 단과대학별 평가 책임자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평가결과를 최종확인하고 결정한다. 동일한 지원자에 대해 1~4단계 평가결과가 상이한 경우, 대학입학전형운영위원회가 평가결과를 검토해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수요자 친화 행보.. 현장 찾아가고 웹진 ‘아로리’에 안내책자까지 ‘양수겸장’>
서울대가 ‘학종의 본산’이라 불리는 데는 정원의 80%에 육박하는 인원을 학종으로 선발하는 대규모인데다 다수의 입학사정관의 다단계 서류평가, 학업능력과 잠재력을 효율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면접및구술고사의 시스템적 차원에 더해 수요자들이 학종을 이해하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2013년 1호 발간을 출발로 올해 5호째를 맞고 있는 서울대 입학본부의 웹진 ‘아로리(‘친구’ ‘지인’의 의미)’와 매년 발간하는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책자’는 구체적 학종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동시에 일반고 사례들을 중심으로 ‘금수저전형’ 등 학종 논란을 논박해왔다. 수험생들에게는 적절한 사례로 구체적 안내에 주력하는 한편 논란에 직접 끼어드는 방식 대신 구체적 실례를 들어 논박하는 양수겸장의 모양새다. 

아로리는 학종폐지의 여론까지 형성되는 와중에 합격사례를 모두 지방 일반고 출신을 들면서 간접적 화법으로 정시론자들에 논박하며 당위를 입증했다. 면접및구술고사를 빌미로 한 ‘가짜학종’ 운운에는 일반고 출신들의 증언을 통해 서울대 구술은 정답 대신 과정을 따라가는 사고력과 학업능력을 검증한다는 점을 드러내 사교육 없이 충분히 학교 안에서 준비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일부 사교육이 틈새 마케팅을 끼어든 ‘서울대 합격조건인 내신등급 수상실적 도서분량’ 데이터는 일반고 출신들의 서류비교를 통해 일축했다. 이외에도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학종을 위한, 또는 학종으로 인한 수업개선담도 전한다. 입학설명회 동영상과 학종안내에 대한 동영상을 업데이트하고, 면접및구술고사의 기출 제시문 및 출제근거를 단과대학별로 공개하면서 학종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업그레이드된 ‘2018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책자 역시 서울대 학종의 평가방법을 구체적으로 공개함과 동시에 학생과 학교가 어떻게 준비할지 자소서 추천서 학생부 학교소개자료 작성방법까지 안내하면서 현장이해를 돕고 있다.

서울대 입학본부는 현장과 대면하는 자리도 매년 풍성하게 마련해오고 있다. 올해도 대교협 주관의 박람회는 물론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설명회에 모두 참가할 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교사연수를 실시하고 매년 1월 서울대로 교사들을 초청해 연수도 실시한다. 올해의 경우 지역설명회와 맞물려 지역고교들의 질문을 미리 받아 해당 학교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더욱 진화된 모습이다. 교육정보소외지역을 중심으로 해당 교육청의 지원으로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이 지역 교사들과 함께 지역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특강 및 멘토링 프로그램 ‘미래인재학교’는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재능기부를 해오면서 지역에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입학본부장이 미래인재학교와 도서지역 설명회에 직접 참가하면서 의미를 더하기도 한다. 서울대가 지향해온 ‘공동체적 가치를 구현하는 선한 인재’ 가치를 실현하는 입학본부 행보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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