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재단 추천권 폐지' 사학법 개정추진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사학비리 당사자가 학교로 복귀하는 것이 금지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 개정의 연장선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법제화돼있지 않던 사분위의 정상화 심의원칙을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종전이사 측에 정이사 추천권을 과반수 부여할 수 있도록 한 2항을 삭제하고 종전 이사의 추천권을 전부 제한해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다. 

사분위는 분쟁을 겪는 사립학교의 임시이사 선임/해임과 해당학교법인의 정상화 추진 사항 등을 심의하는 위원회다. 현재 대통령 추천 3인, 국회의장 추천 3인, 대법원장 추천 5인으로 총 11명을 대통령이 위촉해 운영하고 있다. 그간 사분위가 자체 원칙인 ‘정상화 심의 원칙’에 따라 옛 비리 재단에 정이사 과반 추천권을 부여해 비리 당사자의 복귀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대표적인 대학이 상지대다. 상지대는 김문기 전 총장이 횡령/입시부정 등으로 1993년 구속되고 이후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해왔으나, 2007년 김 전 총장이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이 무효라고 제기한 소송이 발단이 됐다. 이후 사분위가 김 전 총장이 학교에 복귀하도록 허용하면서 상지대는 내분에 휩싸였다. 교육부의 종합감사 끝에 지난해 다시 퇴출됐지만 비리당사자가 다시 학교에 복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교육계에서는 사학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상지대뿐만 아니라 경기대 광운대 덕성여대 세종대 대구대 조선대도 분쟁 당사자들이 다시 학교로 복귀하면서 상당한 학내 갈등을 겪었다. 경기대는 2004년 손종국 전 총장이 교수채용 대가로 금품을 받고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하던 중 교육부가 선임한 임시이사가 사퇴하자 사분위는 구 재단이 추천한 인물을 정이사로 선임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따라 구재단 추천 정이사 4명과 학교구성원/교육부 추천 정이사 3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돼 구 재단이 학교운영에 관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구성원들의 심한 반발이 있었다. 

<비리이사 복귀 빌미 제공하는 사분위>
비리로 몸살은 겪은 대학이 다시 분쟁에 휩싸이게 된 데는 사분위가 정해놓은 ‘정상화 심의원칙’이 문제가 된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사학비리로 정상 운영이 어려워진 경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하고, 이후 학교 정상화 과정에서 교육부 산하 사분위의 심의절차를 거쳐 임시이사를 해임하고 정이사를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상화 과정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않는 경우 옛 비리 재단에 정이사 과반 추천권을 부여하면서 비리 당사자가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현재 사분위 ‘정상화 심의원칙’은 4가지로 나뉜다. ▲합의 또는 합의에 준하는 이해관계자(구성원) 3분의2 이상의 찬성과 종전이사 과반수의 찬성이 있는 경우, 합의를 존중해 합의안대로 처리 ▲합의가 이루어지거나 합의에 준하는 경우가 아닌 경우 종전이사 측에 지배구조의 큰 틀을 변경시키지 않는 최소한(과반수)의 정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고, 나머지(과반수 미만) 정이사는 중립적인 인사를 추천해 사분위 검증과정을 거쳐 선임 ▲비리 등으로 학교 경영에 중대/명백한 장애를 발생하게 하거나 파렴치 범죄, 반인륜 범죄, 강력 범죄 등의 범죄를 범한 종전이사는 비리의 정도와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고려해 정이사 추천권을 전부/일부 제한하도록 한 내용이다. ▲위의 원칙을 준수하되 학교별 사정 등을 종합해 구체적 정이사 선임 방안을 마련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지난해 8월 박경미 의원은 ‘관할청의 정이사 선임 시 회계부정/현저한 부당으로 인해 해당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해 임원의 취임승인이 취소된 사람이나 중대한 도덕적 결함이 있는 자 등 사학의 직접적인 당사자를 이사로 선임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취지의 사학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사립학교 법인에 대해 특정인의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부정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경미 의원은 과거 민법상 재단법인이 학교를 설립할 수 있었지만 1963년 사립학교법을 제정하면서 공공법인인 ‘학교법인’을 통해서만 학교를 설립한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봤다. 학교법인은 재단법인과는 달리 공공성이 강해 재정결함보조금 등 국가/지자체 보조를 강화하는 대신 법인의 설립과 운영, 수입사업, 회계, 이사회 운영, 임시이사 선임/해산에 이르는 감독청의 권한을 강화해왔다는 것이다. 

현행 사학법은 임원 결격사유로 임원취임의 승인이 취소된 경우 5년간 임원으로 선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 데 그치고 있다. 개정안은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과정에서 이사로 선임할 수 없는 경우를 명시하도록 했다. 회계부정 및 현저한 부당 등으로 인해 학교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해 임원 취임승인이 취소된 사람을 배제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학교법인의 정상화 과정에서의 이사선임에 대해서만 기회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내용의 조항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당시 교육부 역시 대법원이 법인 운영에 있어 영구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학교법인의 정체성까지 바꾸는 결과를 초래해 헌법상 보장된 사학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사학법 개정 목소리 줄이어>
사학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립학교의 공공성 강화와 민주적 운영을 위한 사립학교법 입법’ 공청회에서는 사분위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명연 상지대 법학과 교수는 사분위가 사학분규를 정상화가 아닌 분쟁조정의 관점에서 접근해왔다고 진단했다.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사학법 개정 당시 도입된 대학평의원회마저도 학교법인 이사회에 유리하도록 설계된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명연 상지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달22일 ‘사립학교 개혁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우선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사분위를 관할청 산하 자문기구로 바꾸고 비리재단이 학교 경영에 관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사학비리 당사자가 구성원/관할청이 추천한 이사를 직접 해임하고 복귀한 사례도 있다”면서 “사분위의 지위가 준사법적 분쟁해결기관처럼 왜곡되면서 오히려 비리재단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부 장관 소속 사분위를 폐지하고 관할청 소속 자문기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분위 권한 축소 방안으로는 사분위가 자체적으로 정한 ‘정상화 심의 원칙’의 법제화가 거론된다. 사학법에 명확한 근거 규정을 두고 정상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명연 교수는 사학법 개정을 위해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법 개정에 앞서 먼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분위 공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사분위의 심의기구화와 비리 운영자 퇴출 방안을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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