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공개없이 폐지여론몰이'.. '방식도 시점도 부적절'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25일 언론들은 일제히 "주요 대학들이 논술 등에서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제를 출제, 선행교육 규제법을 위반했다"는 보도에 나섰다. '서울대 등 주요 7개대학, 논술/구술고사 선행학습금지법 위반' '서울 주요대 7곳, 대입 논술문제 고교과정 밖에서 출제' 'SKY 등 상위권 대학 논술 선행학습금지법 위반' '대입 자연계 논술/구술 절반이 고교과정 벗어나' '서울/연고대 등 대형대학 절반이 논술고사 선행 규제 위반' 등 제목으로 기사들이 쏟아졌다. 기사만 보면 당장 주요대학 절반이 범법행위를 했고 논구술 고사를 폐지해야할 듯하다.  쏟아져 나온 보도들은 진실일까. 진실이 아니면 왜 이런일이 벌어졌을까. 

일단 언론들의 보도출처는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었다. 사교육걱정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7 대입 자연계 논술/구술고사 실시 14개대학 중 50%(7곳)가 선행교육 규제법을 위반했다"며, "대입 논/구술 폐지라는 새 정부의 교육공약은 즉시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언론들이 가감없이 받아쓰면서 물밀듯 보도가 이뤄진 상황이다. 사교육걱정의 판정결과가 전부 맞다해도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교육과정 위반 문항은 전체 368개 문항 중 41개 문항으로 11.1%에 불과했지만, 언론들은 실체적 진실과는 관계없이 보도자료의 제목대로 위반대학 숫자만을 기준으로 50%란 수치를 고스란히 인용하면서 마치 주요대학 논술의 절반이 교과과정 밖이라는 메시지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교육걱정이 교육과정 위반이라고 판정한 문항들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로 6년째 대학별고사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자체판정온 사교육걱정은 지난해부터 위반문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언론들은 실제 어떤 문항이 위배된 것인지 사실확인을 하지 않은 채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셈이 됐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난해 사걱세가 문항을 공개하지 않고 결과만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위반문항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할수 없는 상태의 보도자료를 배포함으로써 언론의 사실확인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지난해 문항공개를 하지 못한 이유는 재작년 문항공개 당시 교사는 물론 대학간의 교과과정 여부를 놓고 엄청난 논쟁이 벌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결과만 담은 보도자료를 낸 시민단체는 꼼수를 쓴 셈이됐고 위반문항에 대한 실체확인도 없이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언론은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위반문항을 적시하지 않은 꼼수의 시민단체와 보도자료를 검증없이 베낀 무책임한 언론들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일단 수요자들에게 그릇된 사실을 전달해 여론을 왜곡했다는 비난이다. 대학과 수요자들은 주요대학 절반이 논술을 교과과정 밖에서 운영했다고 여길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반박가능성을 원천 차단당한 문제도 심각하다. 시민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보도로 인해 대학들은 반박할 기회조차 없이 '교육과정 위반 대학'으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교육걱정의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이미 믿을 수 없다는 공식판정을 받은 상태라는 데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공교육정상화법에 의해 선행교육예방연구실/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정상화심의위)가 고교교사와 전문인력들이 시간을 들여 논/구술 고사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공식 판정하기 시작했다. ‘명확한 기준없는 판정’ ‘편협한 잣대에 근거한 판정’으로 논란이 되어온 사교육걱정의 주장이 공식검증이라는 도마 위에 올라 선 셈이다. 지난해 사교육걱정은  2016학년 대학별고사를 심사한 결과 연대 이대 숙대 홍대 서강대 고대 건국대 중대 경희대 성대가 10개대학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제를 출제했다고 몰아세웠다. 하지만 정상화심의위의 판정은 달랐다. 사교육걱정이 지적한 대학 가운데 이대 숙대 홍대 고대 중대는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지 않았다. 사교육걱정의 지적은 절반을 겨우 맞춘 셈이었다. 2012년부터 행해오던 사교육걱정의 교육과정 위반판정의 신뢰도가 뿌리째 흔들리는 일이었다. 

사교육걱정은 왜 위반문항을 공개하지도 않고, 공식채널 격의 검증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보도자료를 배포했을까. 대학가에서는 사교육걱정이 논술폐지의 여론몰이 내지 공식채널에 대한 무리한 압박이 아니었는가 관측하고 있다. 예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까지 시간을 맞춘 25일이라는 날짜때문이다. 이날 오후 논/구술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공식절차인 올해 첫 정상화심의위가 열렸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위원회 멤버로 개최사실을 아는 사교육걱정의 송인수 대표가 이날 오전 언론플레이를 통해 주요 대학 논술이 교과과정 밖이라고 여론몰이를 한 다음 정상화심의위 당일 쏟아지는 언론보도를 기반으로 교육과정 판정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론 논술 폐지 주장에 나서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근거도 떨어지는 일방적 주장을 해온 시민단체가 이젠 정권이 바뀌었다고 점령군 행세를 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가 소모적인 논쟁을 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교육과정 판정은 '성취기준'이란 잣대가 있긴 하지만, 현장 교사들이나 대학 교수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갈리는 사안인 때문이다. 한 고교 교사는 "대학 검토 위원 등으로 활동해봤지만, 교육과정 판정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에도 사교육걱정의 교육과정 위반발표는 정상화 심의위의 실제 결과는 달랐다. 위반 판정을 받았지만, 실제 위반이 아닌 대학이 많았다. 결국 신뢰도 낮은 판정결과를 미리 발표해 혼선과 갈등만 드러낸 상황이다. 출제 단계에서 검토에 참여한 교사들이나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 검토에 참여한 교사들은 바보라는 얘기인가"라고 비난했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공식 판정기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근거제시도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과정 위반 대학으로 낙인 찍는 건 요즘 말로 '갑질'아닌가. 새 정부가 ‘포퓰리즘’에 기반한 교육공약 밀어붙이기에 집중하는 와중에 전위대 노릇을 하는 사교육걱정에 줄서기를 해야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사교육걱정이 명분없는 '깜깜이'방식의 대학별고사 교육과정 위반 여부 판정결과를 발표해 대학가로부터 '횡포'란 비판이 쏟아진다. 이미 선행교육예방연구실-고교교육정상화심의위를 통한 교육과정 위반 여부 판정이 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시민단체가 '갑질'을 벌이는 게 아니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사교육걱정, 대학별고사 판정결과.. 7개대학 법 위반?>
사교육걱정은 25일 “주요 13개대학의 자연계 논술과 서울대 구술고사의 교육과정 준수여부를 분석한 결과 절반인 7개대학이 선행교육 규제법(공교육정상화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동국대 이화여대가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논/구술 문제를 출제한 대학으로 지목됐다. 특히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교육과정 위반으로 공식 판정받은 연대 성대는 2년 연속 공교육정상화법을 위반해 모집정지 등의 행정제재가 취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더해졌다. 

사교육걱정의 조사결과는 ▲교육과정 준수 여부 ▲대학과정 출제 여부 ▲학교수업만으로 대비 가능한지 여부 ▲본고사형 문제 출제 여부까지 4개 관점에서 이뤄졌다. 현재 시행 중인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공교육정상화법)’이 제10조에서 “대학별고사를 실시하는 경우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 또는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대학과정 출제 여부, 학교수업 대비 가능 여부 등은 공교육정상화법과 무관하지만, 실질적인 판정을 위해 필요한 지표였다는 설명이다. 사교육걱정은 “대학과정 출제 관행이 그대로 남아있는지와 고교에서 대비가 가능한지에 대한 평가항목을 둬 대입 논술에서 고교-대학간 연계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봤다”고 설명했다. 구본창 제2정책국장은 “공교육정상화법 시행 이전에는 대학 교육과정 출제가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출제 교수 성향에 따라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는 대학들이 존재한다”며, “학교 수업을 통해 대비 가능한 문제인지를 분석할 필요도 있다. 교육과정 내에서 논술이 출제된다면 정규 수업과정에서 대비가 돼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논술 대비반이 생기고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 때문에 사교육으로 나가는 실정이다. 방과후수업 논술대비반 등을 통틀어서 학교 교육과정에서 대비 가능한지를 물은 것”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난 7개대학 가운데 한대의 위반비율이 38.9%(위반문항 7개/전체문항 18개)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연대(37.5%) 동대(33.3%)가 30% 이상의 위반비율을 보였다는 게 사교육걱정의 주장이었다. 이어 서울대(23.2%) 이대(19%) 고대(13.3%) 순이었고, 성대는 89개 문항 중 3개문항이 위반으로 판정되면서 여타 대학 대비 상당히 낮은 3.4%의 위반비율을 보였다. 건대 경희대 서강대 시립대 숙대 중대 홍대는 교육과정을 위반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판정됐다. 평균 위반비율은 11.1%로 발표자료의 제목이 주장한 50%와는 차이가 컸다. 위반 문항 수가 아닌 대학 수를 기준으로 사안을 '침소봉대'한 셈이었다. 

대학과정의 문제출제로 지목된 대학은 6개대학이다. 교육과정 위반 7개대학 중 이대가 제외됐다. 동대 연대가 33.3%로 위반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한대(27.8%) 서울대(23.2%) 고대(6.7%) 성대(2.2%) 순이었다. 건대부터 홍대까지 8개대학은 대학과정에서 출제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위반 비율은 8.4%(31개/368개)였다. 

학교수업을 통해 대비 불가능한 문제를 출제한 대학으로는 6개대학이 지목됐다. 대학과정 출제와 마찬가지로 교육과정 위반대학 중 이대만 제외됐다. 동대 연대 한대가 33.3%로 가장 위반비율이 높고, 서울대(25%) 고대(10%) 성대(2.2%)순이었다. 평균 위반 비율은 9.2%(34개/368개)였다. 

본고사형 출제에 대해선 14개대학 모두 지적대상이었다. 건대 동대 서강대 시립대 성대 숙대 이대 중대 한대 홍대는 모든 문항이 본고사형으로 지목됐다. 경희대(96.4%) 서울대(89.3%) 연대(87.5%) 고대(86.7%)는 모든 문항이 본고사형이란 비난은 피했지만, 대부분의 문항이 본고사형이라고 판정했다.

사교육걱정의 논/구술 분석결과 발표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6년째. 매년 대학별 고사의 교육과정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은 “논/구술고사 문제가 교육과정을 벗어나 출제될 경우 학교 교육으로 대비할 수 없어 사교육을 유발하는 등 수험생의 학습/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라며 발표의 취지를  밝혔다. 

<시민단체의 '근거 없는 갑질' .. 대학들 반발>
대학들은 이번 발표를 두고 시민단체의 ‘근거없는 갑질’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했다. 문항공개 없이 위반사항만 내놓는 사교육걱정의 발표행태 때문이다. 교육과정을 어긴 것으로 지목받은 대학 뿐만 아니라 지목받지 않은 대학들조차도 한 목소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A대학 입학팀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사교육걱정으로부터 일체의 통보가 없었다. 어떤 문제가 어떻게 위반했는지를 알아야 해명을 할 텐데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의 이같은 ‘깜깜이’식 발표행태는 ‘반박이나 해명의 가능성’을 원천차단했다는 점에서 갑질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년 전인 2015년만 하더라도 위반문항과 판단근거가 공개됨으로써 대학들이 이에 대해 반박한다거나 현장 교사/교수들이 각자 의견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교육과정 판정이란 것이 얼마나 이견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인지도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2년전 발표한 2015학년 고대 수시 논술의 ‘쌍극자 모멘트’ 관련 화학문제다. 당시 사교육걱정은 “쌍극자 모멘트의 값을 직접 구하는 것은 고교 교육과정이 아니다”라며, “교육과정에선 크기 비교만 다룬다. 모멘트 값을 구하는 것은 대학 교육과정 선행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달랐다. 한 현직 화학교사는 “화학으로만 한정해서 보면 쌍극자 모멘트 값을 구하는 부분은 교육과정 위반이 맞다. 하지만 간단한 기초 수학지식만 있다면 값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턱대고 교육과정 위반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고 말했으며, 한 사교육업계 화학강사도 “쌍극자 모멘트 값을 구하는 것은 고교생 수준에서 다소 어려운 문제지만, 공식 자체는 교육과정에 담겨 있다”고 반박했다. 당시 고대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는 “쌍극자 모멘트 값을 비교할 때 사용할 숫자로 sin, cos 등을 제시한 것은 학생들에게 생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므로, 체감 난이도는 다소 높을 수 있다”며, “쌍극자 모멘트의 정의를 실제 분자에 적용해 값을 구할 수 있는지 묻는 문제다. 중학교 수준의 평면(마름모꼴) 공간도형(정사면체) 이해, 고등학교 수학의 기초적인 벡터의 합 개념을 이용해 쌍극자 모멘트를 구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고 교육과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문제문항 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학/현장의 반박 해명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 교육과정 판정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논의의 통로 자체가 막혀 있는 셈이다. B대학 입학관계자는 “예전에는 문제와 위반 사유를 공개하더니 지난해부터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교육부에서 공식적으로 실시하는 교육과정 위반 판정도 1차 판정결과를 대학들에 통지해 이의신청을 받아 최종 위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최소한 판정결과를 알려오기라도 해야 해명을 할텐데 이같은 절차가 완전히 없는 상태다. 대학들의 의견은 묻지 않고 낙인 찍는 시민단체의 ‘갑질’이 아닐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교육걱정은 문항 비공개가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현재 교육과정 위반 판정은 정부재정지원사업과 밀접한 연결이 돼있다. 그러다보니 모든 위반문항/사유를 공개하는 데 대한 불만이 많았다. 누가 분석했는지 밝히라는 지적도 있었다. 현장 교사들 간에도 위반 여부에 대한 이견이 있는 상태다. 대학별 선행학습 영향평가에 참여해 이상없다고 판정한 교사들도 난감해할수 있는 문제”라며, “때문에 전략적으로 판단해 세부 위반문항과 내용은 비공개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대학이 합리적으로 결과를 요구하는 경우 기꺼이 관련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사교육걱정의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학들이 그간 쏟아온 노력은 아랑곳 않는 시민단체의 ‘묻지마’ 판정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 때문이다. C대학 입학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전략적 판단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대학이다. 교육과정 위반 판단이 결코 만만치 않은 문제란 것을 알면서도 무턱대고 결과 발표를 하는 것도 모자라 반박 가능성까지 차단해놓고는 자신들의 곤경을 피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판단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어차피 공식 결과가 따로 나온다지만 이처럼 교육과정 위반 대학으로 언론지상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데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묻고 싶다. 시민단체가 일단 발표해놓고 나몰라라 하면서 여론몰이를 하는 게 갑질 아닌가.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검토 교사를 2배 이상 늘리는 등 그간 대학이 쏟아온 노력들은 온데 간데 없는 꼴”이라고 말했다. D대학 입학팀장도 “교육과정 위반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술 난도를 대폭 낮췄다. 오히려 시험문제를 본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문제로 어떻게 합격생을 변별하냐고 말할 정도인데 교육과정 위반이란 시민단체의 비난을 받은 상태다.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학과의 경우 변별력이 낮아지면서 동점자 문제를 처리하지 못할 수도 있겠단 생각에 논술선발을 폐지하기까지 했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보탰다. 

<시민단체의 교육과정 판정, 이대로 좋은가>
판정결과에 대한 평가를 넘어 시민단체의 일방적인 교육과정 위반 여부 판정을 두고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공교육정상화법 발효 이전에는 대학별 고사를 제재할 수단이 없었기에 시민단체의 자체분석이 의미를 지녔지만, 현재는 법에 의해 공식적으로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내려지도록 대입 풍토가 변화된 때문이다. 

현재 대학별고사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는 철저히 법률 규정에 따라 진행된다. 대학들이 3월말 발표하도록 돼있는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를 통해 교육과정 위반을 저지른 것은 아닌지 자체 점검한 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산하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이 다시금 보고서를 기반으로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심사한다. 심사결과를 토대로 1차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정상화심의위)를 열어 예방연구실의 심사결과를 기반으로 대학별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가린다. 1차 심의 결과를 대학들에 통보해 해명기회를 주는 절차도 갖는다. 이의신청 기간동안 들어온 대학들의 해명을 바탕으로 재심의를 진행, 최종 심의결과를 발표한다. 공교육정상화법 제정 시기에 발맞추자면 2015학년 대입부터 심의를 진행해야 했지만, 선행학습영향평가 보고서를 처음 발간하는 대학들이 기재양식을 통일하지 못하는 등의 사정이 발생, 2016학년 대학별 고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처음 제대로 된 정상화심의위가 열렸다. 그 결과 전국에서 12개대학이 교육과정을 벗어나 대학별 고사를 출제한 것으로 판정을 받았다. 

올해도 교육과정 위반여부 판정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늘(25일) 첫 정상화심의위가 계획돼있다. 심의 결과를 교육부가 대학들에 통보한 후 이의신청기간을 거쳐 들어온 이의내용들을 재심의, 다시금 정상화심의위가 열릴 예정이다. 이후 최종 심의결과가 확정된다”고 말했다. 

올해 정상화심의위는 범위도 더욱 넓힌다. 지난해에는 처음 정상화심의위를 진행한 탓에 논술고사만을 심사 대상으로 했지만, 올해는 구술고사도 심사대상에 포함했다. 이미 지난해 심사 당시부터 세워져있던 계획에 따른 것이다. 홍선주 선행교육예방연구실장은 “올해는 지난해 밝힌 것처럼 구술고사도 심사 대상이다. 모든 구술고사가 심사 대상인 것은 아니다. 교과형 면접인 구술고사만 심사대상에 포함된다. 논술고사에 구술고사까지 더해 70여 개 전형을 놓고 심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논술고사만 심사하면서 평가대상에서 제외됐던 KAIST 등 과기원(과학기술원)도 이번엔 평가 대상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 규정에 따라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데다 부족한 점들이 날로 개선돼가는 모습이기에 괜한 이중 발표로 수요자들의 혼란만 부추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초창기 공교육정상화법이 발효되기까지는 시민단체들의 힘이 컸다고 인정할 수 있다. 사교육걱정이 자발적으로 대학별 고사를 일일이 분석해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정,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대학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관련 제도가 완비된 상태다. 굳이 사교육걱정이 나서 교육과정을 판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처럼 판정결과가 엇갈리는 상황이 계속 나온다면 그동안의 공 역시 까먹는 꼴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사의 공정성도 사교육걱정보단 선행교육예방연구실에 무게가 실렸다. 사교육걱정은 이번 분석에 현직교사, 관련분야 박사 전공 이상 전문가 46명을 초청해 평가를 진행했고 2차검토까지 실시해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분석결과를 자신했지만,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의 검토 참여 규모가 훨씬 컸다. 홍 실장은 “정상화심의 전 사전심사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116명이다. 운영위원으로 평가원 내 연구원 20명이 참여했고,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가늠할 심의위원으로는 현직 교사 84명이 참여했다. 여기에 검토위원으로 교수 교사가 1대 1비율로 총 12명 추가 투입됐다. 이후 참가 인원은 더 늘어난다. 대학들이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 116명 외 별도의 이의신청처리위원들을 투입한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의 3배에 가까운 인원들이 교육과정 판정에 참여, 공정성을 한층 탄탄하게 확보한 모습이다. 

이처럼 공식적인 판정기관이 있음에도 시민단체가 자체판정을 내린 데 대한 혼란은 여지없이 일어났다. 교육과정을 가장 많이 위반한 것으로 판정받은 한대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한대 입학처 관계자는 “그간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해왔다고 자부해왔다. 문제 출제시 철저하게 성취기준에 대한 근거자료를 확인한 후 출제하고 있다. 지난해 사교육걱정의 판정은 물론 정상화심의위 판정에서도 교육과정 위반이란 지적을 받지 않았다. 갑작스레 이런 결과가 나와서 당황스럽다”며, “사교육걱정에 확인해보니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만을 보고 심사를 진행했다는 답을 들었다. 우리는 선행교육예방연구실엔 100페이지 분량의 별도 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문제가 왜 교육과정에 기반해 출제된 것인지 등을 부연설명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근거 자료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판정을 내리다보니 잘못된 판정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사교육걱정이 대학들의 교육과정 위반에 대한 목소리를 낼 방법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단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한 대학 관계자는 “사교육걱정의 구성원 중 한명은 현재 정상화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의 바람대로 ‘수험생의 학습/경제적 부담을 가중하는 잘못된 논술출제 관행에 대한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는 통로가 존재하는 셈이다. 굳이 먼저 교육과정 위반을 공개해놓고 위원회를 여론으로 압박한다는 오해를 받을 필요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도 고민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구 국장은 “현재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정할 제도가 갖춰진 것은 맞다. 교육과정 위반 심사를 언제까지 끌고 가야할 지는 내부 논의 중이다. 짧으면 내년까지만 시행하는 것도 논의 중인 방안 가운데 하나다. 특히 대입전형 단순화가 어떻게 실현되느냐에 따라 발표 종료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수도 있다”며, “올해 시행 2년차인 제도를 두고 완전히 정착됐다고 보긴 어렵다. 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그간 해오던 모니터링을 멈추는 것도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논술고사를 어렵게 내는 걸로 정평이 나 있던 모 대학마저 10% 이내의 위반비율 정도가 된다면 제도가 정착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판정결과 간 불일치.. 교육과정 해석 이견, 주관적 잣대 적용 가능할까>
‘깜깜이’ 발표와 갑질논란 외에도 문제는 존재했다. 자체 판정결과간 불일치 문제였다. 사교육걱정이 내놓은 ▲교육과정 준수 ▲대학과정 출제 ▲학교수업만으로 대비 가능의 3개 기준에서 바라본 결과들은 모두 달랐다. 동일한 문항을 두고 교육과정을 위반했다면서도 대학 교육과정 출제가 아니며 학교수업을 통해 대비 가능하다고 보는가 하면, 교육과정을 위반하지 않았지만, 학교 수업을 통해서는 대비할 수 없다고 보는 경우도 있었다. 일정한 경향조차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14개대학의 평균 위반비율은 항목별로 고교 교육과정 위반 11.1%(위반 41개/전체 368개), 학교수업 대비 불가 9.2%(34개/368개), 대학 교육과정 출제 8.4%(31개/368개) 순이었지만 대학별 판정결과에선 동일한 경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대의 경우 교육과정 위반 7개, 대학과정 출제 5개, 학교수업 대비 불가 6개로 대학과정출제가 가장 적고, 학교수업 대비, 불가 교육과정 위반은 1개씩 늘어난 반면, 연대는 교육과정 위반 9개, 대학과정 출제와 학교수업 대비 불가 각 8개로 교육과정 위반만 다소 많은 모습이었다. 

이처럼 판정결과가 엇갈린 대표적인 대학은 이대였다. 이대는 4개 문항이 교육과정을 위반했단 판정을 받았지만, 대학 교육과정에서 출제한 문항이 없고 학교수업을 통해 대비 불가능한 문항도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반면, 서울대는 13개 문항이 교육과정을 위반했다고 판정한 상황에서 학교수업을 통해 대비할 수 없는 것으로 판정한 문항은 14개 문항으로 1개가 늘었다. 교육과정에 포함돼있음에도 학교 수업으론 대비 불가능하다고 본 ‘모순’이 발생한 셈이었다. 

교육계에서는 명확한 판정잣대가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평가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학 교육과정에서 출제됐다고 봐야 한다. 학문의 연속성을 볼 때 고교 교육과정과 대학 교육과정 간 공백이 발생한다고 볼 순 없다.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했다면 학교수업을 통해서는 풀 수 없는 문제로 취급돼야 논리적으로 일관성을 가진다. 교육과정에 있지도 않은 문제를 학교 수업만 받고 푼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사교육걱정이 내놓은 결과를 보면 관점간 잣대가 서로 엇갈리고 있다. 동국대만 3개 항목에서 모두 1개 문항 위반으로 나와 결과가 동일했고, 나머지 대학은 전부 항목별로 위반문항의 수가 달랐다”며, “일관된 기준이 없기에 벌어진 일로 보인다. 사교육걱정은 분석에 참여한 교사/박사들에게 문제가 대학과정에 포함돼있지 않은가? 학교 수업으로 대비 가능한가?를 물었을 뿐이다. 교육과정 성취기준이란 잣대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해석을 두고 이견이 발생하곤 하는데 개인의 편협할 수 있는 사고에만 의지한 물음은 결과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3개 항목의 의미를 곱씹어보면 교육과정 위반 비율이 가장 높을 수는 있다. ‘쌍극자 모멘트’ 문제처럼 교육과정에서 벗어났다고 판정을 내리면서도 학교 수업을 통해 대비 가능하다는 다소 ‘모순’에 가까운 판정을 내리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교육과정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학교수업으로 대비 불가능하다는 판정은 나올 순 없다.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는 문제라면 난도의 높고 낮음을 떠나 학교 수업으로 대비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일부 현장에서 제대로 된 수업이 이뤄지지 않아 수업만으로 대비할 수 없다면 그건 별도로 지적해야 할 문제”라고 조목조목 짚었다. 

명확한 기준없는 발표로 소모적인 논쟁만 벌어지고 있단 지적도 있었다. 한 고교 교사는 “문제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는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교육과정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상황이라면 교육과정에 포함되는 개념이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갈라내는 것은 현직 교사도 쉽지 않은 일이다. ‘쌍극자 모멘트’ 문제의 경우 같은 학교 내 동일 과목 교사 간에도 의견이 갈리는 문제였다. 이같은 문제가 교육과정을 위반했는지는 논의를 통해 판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 소득 없는 소모적인 논쟁”이라며, “공식 판정절차가 생긴 만큼 일단은 해당 기관의 판정을 본 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하는 것이 옳은 수순이라 본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은 얼핏 봐선 모순된 결과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 국장은 “교육과정 위반이면서 대학과정 출제는 아니라거나, 교육과정 위반이 아닌데도 학교수업을 통해 대비 불가능하다고 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2017학년은 전년까지 적용되던 2007 개정 교육과정이 아닌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첫 해다. 때문에 아무런 의심없이 교육과정이라 생각하던 것들도 실제론 교육과정이 아닌 사례가 존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동국대 논술이다. 정적분에서 회전체의 부피를 구하는 문제가 나왔는데,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정상적인 출제지만,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부피를 구하는 것은 교육과정 밖의 일이다. 바뀐 교육과정에 대한 대학 측의 이해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EBS나 문제집에 들어있다고 해서 교육과정이라고 봐선 안된다. 교육과정 변화 이전과 이후를 면밀히 구분해야 한다. 현재는 대학들이 검토 과정에서만 현장 교사들의 도움을 얻는 경우가 많다. 문제 출제 이후 검토하는 것은 시간/절차 문제로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검토가 아닌 출제부터 현장 교사들의 도움을 얻는다면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이미 교사들의 도움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D대학 입학팀장은 “출제 교수들이 현장 교사들의 검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건의를 적극 수용, 올해부턴 검토 체제를 완전히 바꿨다. 검토 교사들의 의견을 출제교수들에게 전달할 중간 관리자를 선정해 검토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도록 절차를 갖췄다. 검토 교사 수를 늘리거나 검토 시기를 앞당기는 등 최선의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의 말 한마디에 교육과정 위반 대학으로 여겨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교육걱정의 교육과정 판정 얼마나 맞나? 실제 결과와 차이 ‘극심’>
사교육걱정이 마치 평가기관인 것처럼 판정결과를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올해로 6년째 계속되는 사교육걱정의 논/구술 판정은 그간 아무런 검증을 받지 않았다. 공식적인 교육과정 위반 판정 기관이 부재한 데 따른 것이었다. 물론 곳곳에서 불만은 터져 나왔다. 명확한 기준 없는 심사라는 지적들과 교육과정 판정에 대한 이견들이 더해지며 특히 대학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정상화심의위가 열리면서 구도는 역전됐다. 사교육걱정의 주장을 교차 검증할 수 있게 된 때문이다. 그간 사교육걱정을 향해 가해지던 ‘명확한 기준없는 판정’ ‘편협한 잣대에 근거한 판정’이란 지적들도 심판대에 섰다. 지난해 사교육걱정은 서울대를 제외하고 고대 연대 등 13개 대학의 2016학년 대학별고사를 심사한 결과 동대 시립대 한대를 제외한 10개대학이 교육과정을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연대는 절반을 넘는 52%의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았고, 뒤이어 이대 숙대 홍대 서강대 고대 건국대 중대 경희대 성대 등도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제를 출제했단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실제 판정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사교육걱정이 지적한 대학 가운데 이대 숙대 홍대 고대 중대는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지 않았다. 연대도 위반 여부만 들어맞았을 뿐 사교육걱정이 지적한 것보다 위반비율이 대폭 낮아졌다. 교육부가 구체적인 위반비율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연대의 위반비율은 30%를 밑도는 상황이다. 2012년부터 행해오던 사교육걱정의 교육과정 위반 판정의 신뢰도가 뿌리째 흔들리는 사건이었다. 

결국 올해도 공식 판정결과는 사교육걱정이 내놓은 판정결과와 크게 엇갈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사교육걱정은 미리 대학들에 판정결과를 알리고 해명을 받는 절차를 생략한 ‘깜깜이’식 발표로 대학들의 반론 가능성을 차단했다. 지난해의 전례를 봤을 때 사교육걱정의 다소 편협한 판정이 올해도 이어졌을 개연성은 높아 보인다. 올해도 사교육걱정의 판정결과와 실제 정상화심의위 판정결과는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술고사’와 ‘논술고사’를 같은 기준에서? 구술고사 특징 고려돼야>
사교육걱정이 내놓은 판정결과 가운데 전문가들이 또 하나 지적한 부분은 서울대 구술고사를 교육과정 위반으로 발표한 점이다. 주어진 시간동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논술고사와 면접관과 수험생이 같은 공간에서 진행하는 구술고사의 특성을 여전히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교육걱정은 이미 서울대 구술고사에 대한 결론을 정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사교육걱정은 서울대 구술고사가 교육과정에서 벗어났다며, 서울대 학종이 ‘가짜 학종’이란 비난까지 서슴치 않았다. 구술고사가 수험생들의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학생부/자소서 기반 개별면접을 실시해야 한다는 동일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구 국장은 “학교 수업을 통해 대비 가능한지를 따진 것은 서울대 구술고사 등의 대비가 어렵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한 면도 있다. 서울대의 경우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됐지만 현장 교사들의 시각에서 봤을 때 학생들이 풀기 쉽지 않다고 판정된 문항이 있엇다. 교육과정 내 있는 개념들을 융합한 데 따른 것”이라며, “융합 개념을 통해 아이들의 사고력과 논리전개력을 볼 수 있는 대학별 고사가 바람직한 방향이다. 교육과정 준수 여부만 측정하는 것은 현실이 가진 난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서울대 구술고사의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대 구술고사가 가진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서울대는 현재 수시 전체를 학종으로 운영하면서 정원내모집은 지역균형선발과 일반의 2개 전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중 지균은 학생부/자소서 기반 면접이 실시되는 대신 2등급 3개란 서울대의 선호도와 다소 동떨어진 수준의 수능최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일반전형은 수능최저가 없는 대신 교과형 면접을 실시해 신입생을 가리고 있다. 의대/치대/수의대 등은 인성측정에 중점을 두고 교과형 면접이 아닌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하는 예외가 적용된다. 결국 지균은 수능최저, 일반전형은 면접을 통해 지원자들의 학업역량을 검증하고 있는 셈이다. 

학업역량 검증 도구인 일반전형 교과형 면접은 논술고사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치러진다. 논술의 경우 일정 시간동안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내야만 하지만, 구술고사는 면접관과 수험생이 대면한 채 치러진다는 점에서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선 곤란하다. 서울대 구술고사는 면접관과 수험생이 마주 앉아 문제를 두고 생각을 진전시켜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험생이 풀이과정에서 막히는 경우 면접관은 계속해서 ‘팁’을 던져주며 학생이 가진 학업역량을 측정하는 데 힘쓴다. 개념이 미진한 경우 개념설명을 해주며 다른 풀이를 유도하기까지 한다. 문제를 더 맞히고 못 맞히고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서울대 합격자 중에서는 주어진 문제를 대부분 해결하지 못했음에도 창의력에 기반한 학업능력을 드러내 합격한 사례가 많다. 문제의 난도만을 기반으로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이같은 구술고사의 특성 때문이다. 한 고교 교사는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 구술면접은 문제나 제시문만 놓고 봤을 땐 다소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오로지 '변별'에만 집중해 지엽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내기보단 여러 개념들을 융합하는 등 색다른 방식을 통해 학생들이 실제로 배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사고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인재인지 등을 폭넓게 보고 있는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제시문을 정해진 시간 내 풀라고 하면 그건 사교육을 통하지 않고는 대비할 수 없는 유형의 대학별고사라고 봐야겠지만, 단순 풀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폭넓은 범위의 학업역량을 측정하는 도구로만 활용하고 있는 이상 교육과정 위반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종이 2014학년부터 첫 등장한 역사가 짧은 전형이란 점에서 구술고사가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하게 만든 핵심이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대학이 학생부를 100% 신뢰할 수 없는 현실을 현장에선 뼈저리게 잘 알고 있는 때문이다. 한 고교 교장은 “현재 학생부는 100% 신뢰할 수 없는 상태다. 기재요령마저 매년 바뀌는 판국에 교사/학교의 역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때문이다. 구술면접이란 최소한의 검증장치마저 없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학교별로 편차가 큰 학생부에만 기대 학업능력을 판정해야 한단 얘기가 되는 때문이다. 공통문제를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학업역량을 측정한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구술고사만큼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이 서울대 구술고사에 대한 비난을 되풀이하는 것은 오히려 ‘사교육을 돕는 일’이란 지적도 매서웠다. 한 교육 전문가는 “사교육걱정은 그간 서울대 구술고사를 두고 지속적으로 폐지를 주장해왔다. 이번에도 학교 수업을 통해 대비하기 어렵단 비난이 되풀이됐다. 하지만, 이같은 비난은 오해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 수험생들에게 ‘학교교육과정만으론 서울대 면접을 통과할 수 없다’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서울대 지원을 생각지 말아라’는 얘기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때문이다. 이미 지방 일반고에서도 일반전형 합격자가 매년 쏟아져 나오면서 사교육 없이도 일반전형 구술고사를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돼왔지만, 사교육에 대한 걱정을 없애자는 사교육걱정이 오히려 사교육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사교육걱정 요구사항.. 의미없는 주장 되풀이>
사교육걱정은 이번 판정결과를 바탕으로 요구사항들을 내세웠다. 아직 실시하지 않은 정상화심의위를 열어 심의하고 판정결과를 발표할 것과 논술고사 외 구술고사도 심의 대상에 포함시킬 것, 지난해 공식 판정결과와 2년 연속 교육과정 위반으로 밝혀진 연대 성대의 모집인원을 10% 감축하라는 것, 대입 논/구술고사의 선행교육 위반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니 논/구술을 폐지하라는 것이 사교육걱정의 주장이었다. 

대부분  의미가 없는 주장들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단체 구성원이 정상화심의위에 참여하고 있어, 정상화심의위가 25일 열린다는 것도 알고 있고, 구술고사를 판정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을 전부 알고 있으면서 내놓은 주장이기 때문이다. 구 국장은 관련 내용을 묻는 질문에 “대외적인 발언일 뿐”이란 에두른 대답을 내놨다. 

문제는 대학들에 요구한 모집정지 처분과 논/구술 폐지 요구였다. 모집정지 처분의 경우 법해석이 엇갈리는 문제라는 점, 논/구술 폐지는 일부 대학들의 문제를 가지고 ‘침소봉대’한 데다 수요자들의 혼란만 초래한다는 점 때문에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 연대/성대 2년 연속 위반 모집정지? 법률 해석의 문제
사교육걱정은 판정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발표결과와 올해 분석결과를 종합할 때 연대 성균관대는 2년 연속 법을 위반했다”며, “위 대학을 비롯해 분석하지 않은 대학 중 2년 연속 법 위반 판정 대학이 있다면 10% 범위의 모집인원을 2019학년에 감축하도록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교육정상화법을 자세히 보지 않은 수요자들은 2년 연속 법 위반을 저지른 경우 당연히 모집정지 처분이 내려져야 하는 것으로 '오해'할지 모르는 대목이다.

하지만, 실제 공교육정상화법엔 2년 연속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공교육정상화법 시행령은 ‘세부 기준’에서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평가한 경우 총 입학정원의 10퍼센트 범위에서 모집정지 조치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단서를 달고 있다. 위반행위 적발시 시정/변경을 명한 후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기간에 시정/변경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사안이 중대한 경우에만 행정처분을 내린다는 것이 단서의 골자다. 정상화심의위가 연대 성대를 교육과정 위반이라 판정하더라도 단서 규정을 고려하면 무조건 모집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것은 아닌 셈이다. 다만, 사교육걱정은 법해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구 국장은 “상임변호사 등을 통해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나온 요구사항”이라며, “현재 논술고사는 연 1회 실시된다. 때문에 2년 연속 교육과정을 위반했다는 것은 시정/변경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가능하다. 사안이 중대한 경우만 행정처분이 내려진다는 단서규정 때문이다. 특히, 성대의 경우 정상화심의위보다 판정기준이 편협한 것으로 알려져있는 사교육걱정의 판정에서조차 87개 문항 중 3개 문항만이 교육과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왔다. 이를 두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그간 어려운 논술고사 출제로 정평이 나 있는데다 모의논술 미실시 등 수요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아온 연대와 성대를 2년 연속 위반이란 사실만으로 동일하게 판정하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법 적용”이라며, “성대의 3개 문항 위반은 아마 2009 개정 교육과정 해석을 놓고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87개 문항 중 단 3개문항이 위반한 것을 두고 모집정지 처분이 내려져야 한다는 것은 과도하다. 만약 모집정지 요구의 근거인 법 해석에서 사교육걱정의 견해가 옳다 하더라도 아직 공식판정결과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모집정지 처분을 내리라는 것이 합당한 요구로 보이진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 논/구술 폐지 즉시 이행? 수요자 혼란만 초래
논/구술을 폐지해야 한단 요구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논술고사를 실시한 30개교 중 13개교만 조사해 그 중 7개교가 위반한 사실을 두고 논/구술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사교육걱정의 주장대로라면 아무런 문제없이 법 규정을 잘 지켜온 대학들까지 논/구술을 폐지해야 한단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수요자들의 혼란만 초래할 것이란 게 교육계의 지적이었다. 

즉시 폐지해야 한단 주장도 비판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실현 불가능한 사안인 때문이다. 현재 새 정부는 논술/특기자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아무리 빠르더라도 2021학년 이후에나 실현 가능한 사안이다. 이미 대교협이 내달 발표할 2020학년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학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를 통해 2020 대입은 현 대입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상태다. 

대입 사전예고제를 보더라도 논술/특기자 폐지는 즉시 이행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대입 사전예고제는 고1학생들이 8월에는 대교협의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통해 자신이 치를 입시를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새 정부는 사전예고제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며, 현재 여당 중심으로 중3 때 정부정책을 발표하도록 법률 개정안이 제출돼있다. 논/구술 폐지 즉시이행은 결국 시행 불가능한 사안인 셈이다. 수요자들의 혼란만 초래해 사교육의 ‘불안’을 틈탄 마케팅만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사교육걱정이 공교육정상화심의위를 앞두고 대통령의 교육공약인 논/구술 폐지를 돕기 위한 ‘여론몰이’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정상화심의위가 열리는 날 자체판정 결과를 발표한 것부터 의도가 보인다. 정상화심의위 당일 부정적인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이토록 논/구술에 문제가 많으니 없애야 한다는 주장의 포석일 것”이라며, “일방적이고 근거도 밝히지 않은 시민단체의 주장도 언론을 거치면서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시민단체의 선의를 믿고 근거에 대한 검증없이 주장을 가감없이 보도한 언론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같은 보도는 아직도 논/구술이 문제가 많은 전형이며 사라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공교육정상화법 발효 이후 대학들의 교육과정 위반이나 대학과정에서의 출제 등 잘못된 관행이 상당부분 개선됐지만 이같은 변화를 사교육걱정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의 경우 정시는 큰 폭으로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밖에 없다. 논술이 유일한 ‘패자부활전’의 통로를 없애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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