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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개천에서도 용이 난다는 믿음 - 심중섭 당곡고 교장심중섭 당곡고 교장
  • 베리타스알파
  • 승인 2017.07.24 13:04
  • 호수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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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대라고 말하지만 필자는 지금도 가능하다고 믿는다. 필자 주변에서 개천에서 난 용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하숙집에서 함께 지내던 친구는 의사가 되어 요즘 방송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유명인이 됐고, 고2 때 여름방학 학교 봉사활동을 빠지고 함께 놀러 갔던 친구는 주요 신문의 편집장이 됐다.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한 친구는 통신회사 사장으로 있는가 하면 다른 친구는 언론사에 근무하다가 지난 대선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해 앞으로 큰 일을 할 것 같다. 친구들은 대부분 충청도 읍면지역의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전으로 진학해 어렵게 자취 또는 하숙 생활을 했다. 벌써 30년이 지났으니 오래된 얘기인 것은 사실이다.

주로 시골이 개천이었던 우리 시절과 다르게 요즈음은 일반고가 개천 취급을 받는 듯하다. 아마 특목 자사고로 우수 자원들이 빠져나갔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인 듯하다. 최근 외고와 자사고의 앞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교육청이 올해 재평가 대상 학교인 외고와 자사고를 재지정하기는 했지만 외고와 자사고의 앞날은 험난한 것 같다. 상위권 학생들은 우선적으로 과고 영재학교와 외고로 진학하길 원하고, 일부는 자사고로 빠져나가며, 내신 20~40%에서도 특성화고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일반고로 진학하는 학생들의 성적 분포는 1% 미만부터 100%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교실에 앉아있어도 수업 내용을 잘 알아들을 수 없으니까 엎드려 자거나 옆 사람과 떠드는 경우가 많다. 일반고 교사는 수업에 충실하기보다는 학생들을 깨우고 조용히 시키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반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과연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하면 일반고가 살아날까? 한 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외고나 자사고의 문제는 외고의 설립목적과 다른 교육과정 운영, 자사고의 수능 위주의 교육과정 운영 등의 부작용일 수 있다. 그리고, 학생을 잘 가르치기 경쟁보다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데 더 관심을 가진 결과일 수도 있다.

심중섭 교장

서울의 자사고에서 수시충원이라는 명분으로 주변 일반고의 내신 1등급대 학생들을 학기 중에 자주 빼내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당하는 일반고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반대의 예도 있다. 작년까지 필자가 근무했던 서울의 A고교(서초구 소재) 경우다. 2012년 9월 부임했을 때만 해도 내신 1등급대 학생들이 인근 자사고로 전학하려고 했다. 전학 가려는 학생과 학부모를 상담을 통해 설득해 보았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A고교가 과학중점학교를 잘 운영해 수시 전형에서 일반고 최고의 성적을 낸 이후로는 사정이 달라졌다. 전학을 가라고 해도 가지 않았고 오히려 전학을 오는 일도 벌어졌다.

일반고가 어려운 여건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학교가 수업 방법 개선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을 성장시킬 수 있다면 분명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당분간 외고와 자사고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일반고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최적인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학종이야말로 일반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대입 전형이다. 지난 4년 간 근무했던 A고교의 사례를 보자. A고교는 서초구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입학생 중에는 인근의 동작구와 관악구 학생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1학년 입학 후 3월 학력평가 결과를 보면 강남 중심권의 경기고 휘문고 단대부고와 비교해서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3년을 마치고 졸업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A고교는 이들 학교보다 수시 전형(특히 학종)에서 휠씬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 학교들이 정시 위주의 교육과정 운영과 진학 지도를 하는 반면, A고교는 자연계의 과학중점 프로그램, 인문계의 인문영재 프로그램, 각종 독서 토론대회,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냈기 때문이다.

일반고는 지역에 따라 교육환경이 다르고 학생 구성원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여건이 좋은 지역에 있는 학교라 할지라도 수시 전형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어려운 지역에 있어도 좋은 성과를 내는 학교도 있다. 학종에서 좋은 진학실적을 내는 학교의 공통점은 학교가 살아 있고, 교사가 학교 교육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와 교사에 많은 신뢰를 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면 학종에 최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다양한 진로 선택형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소수가 선택하는 과목이라도 적극적으로 개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대 지망자를 위해 물리Ⅱ 과목을 개설하거나, 경제학과나 경영대 지망자를 위해 경제 과목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면 방과후나 거점학교를 이용해도 된다. 특히 2015 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되는 내년부터는 학생선택이 확대되므로 수능 과목에 맞춘 교육과정 운영은 과감하게 벗어 던질 필요가 있다.

둘째, 학교는 학생들이 학교 교육 활동(경시대회 독서활동 토론대회 동아리활동 등)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즉, 학생들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교육 활동에 마음껏 참여하여 꿈과 끼를 발견하고, 자기주도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관심 분야의 상설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고, 필요에 따라 자율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해도 좋다. 동아리 활동은 학종에서 전공적합성과 자기주도성을 드러낼 수 있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물론 동아리 회장을 맡으면 리더십 부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셋째, 학교에서는 입학부터 졸업까지 맞춤형 진학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1년에 1~2회 교내 선생님이 진행하는 진학지도 컨설팅을 통해 희망 진로 분야가 무엇인지, 그리고 교과 성적, 교과 활동, 비교과 활동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학생의 진로 희망에 따라 방향성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

넷째,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잘 기록해야 한다. 특히 동아리 활동,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 발달 등은 개인의 특성이 잘 드러나게 기록해야 한다. 꼭 양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평소 수행평가나 발표를 통해 관찰한 내용을 사실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좋다. 개인의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는 내용이면 더 좋다. 개인 맞춤형 학생부를 기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해야 학종에서 강점인 학교가 될 수 있다. 평소 관찰한 내용을 학생부 어딘가에 단 한 줄이라도 기록해준다면 사정관들은 이를 통해 학생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필요하면 입학사정관을 초빙해 학생부 작성 요령 연수를 해도 좋다.

다섯째, 대학 입학처를 자주 방문해 정보를 상호 교환해야 한다. 대학마다 학종에서 중요하게 보는 분야가 약간씩 차이가 있다. 독서 활동과 교내 활동을 중요하게 보는 학교도 있고, 동아리를 좀 더 중요하게 보는 학교도 있다. 이런 포인트는 대학을 직접 방문해 확인하는 게 좋다. 입학사정관들도 각 고교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학교 여건이 어떤지를 알아야 지원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에서 일선학교 여건만을 따져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학교 여건에서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역량을 키운 학생이라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학종에 최적인 학교를 만든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교사는 더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기록을 해야 하며, 교장은 다른 선생님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학종에 강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일반고를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고,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도 “개천(일반고)에서도 용이 날 수 있다”는 꿈을 꾸고 있고 임기를 마치는 4년 안에 지금 학교에서 이 꿈을 실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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