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 257호 餘滴 - 기자 방담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나무에만 집중하면 숲을 보지 못한다지요. 나무 역시 하나하나 소중한 탓에 그렇다고 숲만 봐서도 곤란할 겁니다. 균형을 잘 맞춰야지요. 비슷한 말로 기자들 사이에 ‘줌인 줌아웃’이 강조되곤 합니다. 통상 세세한 팩트에 집중해 기사를 진전하지만 전체 흐름에서 의미를 따져봐야 기사의 방향성이 맞다는 의미에서 마치 카메라를 줌인했다가도 줌아웃을 해 전체적인 그림과 맞춰보고 흐름과 맥락을 따져보는 절차를 거치라는 데스크의 주문입니다. 하지만 초짜 후배들이 줌인에 머물러 좁은 시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지적을 많이 받곤 하지요. 문장이 아닌 문단에서, 문단이 아닌 기사 전체에서, 기사 하나가 아닌 신문 전체를 아우르는 시야를 넓히는 와중에도 교열을 볼 때는 다시 줌인해 팩트 하나하나에 목을 매는 게 데드라인에 쫓기는 기자들의 숙명입니다.

이번 262호를 발행하면서 줌인 줌아웃은 기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국정과제’에 담긴 교육정책은 대통령후보 시절 내놨던 공약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합니다. 전체를 아우르는 형식이었지만 전체흐름을 보는 안목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일부 세목에 대한 줌인에서도 전체적 맥락을 따지는 줌아웃에서도 역량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입전형 단순화, 대입 사전예고제 강화, 고교 무상교육, 고교학점제 도입,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누리과정 국고 부담, 교과/비교과 교사 증원 등 다양한 쟁점들은 줌인 차원에서도 줌아웃 차원에서도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정치적 수사로 가려도 흐름의 단절과 수요자들의 갈등은 숨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목들 역시 검증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념을 중심으로 통일성을 강조하다 보니 도처에서 실효성이 무너지는 것이지요. 전체적인 뒷단 즉 재정확보의 근거가 없다는 점 역시 철저하게 교육을 포퓰리즘으로 몰아간다는 느낌입니다. 하기야 교육부의 수장부터 표절시비와 내로남불논란에도 불구하고 반성과 사과도 없는 일방적인 인물이 되는 흐름에서 보면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대통령 한마디에 당장 올해 수시부터 전형료를 인하하는 밀어붙이기 과정도 어설프긴 마찬가지입니다. 대학 전체를 매도,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우를 범하는 동시에 오히려 그간 활성화해 온 대학차원의 고교연계프로그램의 축소가 불가피해지면서 수요자 피해까지는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미래인재를 키우겠다며 과고 영재학교 지원에는 곳간 문을 활짝 연 반면, 개인영달을 위한 의대진학자를 막는 데는 무신경합니다. 심지어 이공계 인재양성의 시그널이 뒤죽박죽입니다. 원전폐기로 관련학과들이 고사위기이고, 국방부의 병역대체 전문연 폐지 행보가 교육부 미래부와 불협화음을 벌이면서 이공계 자원들의 경력단절을 초래, 기껏 들어온 이공계 울타리 밖으로 내쫓는 형국입니다. 초보기자들처럼 누가 교육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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