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대안없이 수능절대평가 주장까지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교육감협의회)가 김상곤 교육부장관 겸 부총리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촉구했다. 대입 실무자를 중심으로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재정 교육감협의회장(경기교육감)은 “새로운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고 경쟁 만능으로 서열화된 교육 체제 개혁을 위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촉구했다. 

유초중등 교육 권한 이양에 대해서는 환영의 의사를 밝히고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교육부 내에 유초중등 교육 권한과 사무 이양을 위한 ‘교육자치강화지원팀’ 신설을 환영한다면서 “권한 이양을 포함한 주요 교육 현안과 교육 의제를 협의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시도교육감이 함께하는 공동 협의체 설치”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정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 간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수능절대평가가 화두로 떠오른 이후 대학가에서는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수능 절대평가는 변별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생 선발 기능의 약화는 곧 정시 폐지로 이어진다는 우려다. 대학별 고사 부활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대학도 나오는 실정이다.

유초중등 교육 권한 이양이 현실화되면 교육감의 권한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교육청의 역할 확대는 교육부 권한 축소와 맞물려 제시된 공약이다. 하지만 단위학교의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 교육감 권한 독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수능절대평가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수능 변별력 약화를 우려하는 대학의 반발이 예상된다. /사진=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공

<수능 절대평가 주장..대학현장 목소리와 배치>
이재정 회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역설했다. 이 회장은 “새로운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고 경쟁 만능으로 서열화돼있는 교육체제를 바꿀 수 있는 대입제도 및 수능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학부모의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설득을 위한 공론화 과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국정기획위원회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명시하지 않아 내달 예정된 개편안 내용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수능절대평가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교육계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다. 고교학점제가 내신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내신과 수능 모두 절대평가화 논의를 겪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내신/수능 모두 절대평가로 바뀌는 경우 대입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절대평가로 수능 변별력이 떨어진다면 정시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재기를 노리는 전형인 정시가 폐지된다면 학생 선택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시가 고교 생활 과정에서 방황하거나 문이과계열을 잘못 선택해 대학진학을 못한 학생들을 구제하고, 군대를 다녀와 사회생활 중이라 하더라도 공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는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대학가는 정시의 변별력 약화는 결국 대학별고사 부활을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대학 입학처장과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이규민 연세대 교수는 “수능 정시전형은 동일 대학의 동일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면서 “그런 학생들은 유사한 등급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등급만 주어졌을 때는 선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학생부 중심 수시 전형 형태로 입시제도가 단일화되거나 대학별 고사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교육계에서는 대학별 고사는 사교육 확대를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요자들은 이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이 등장할 때마다 혼란을 느끼기 마련이다. 생소한 전형에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자치..단위학교 자율성 뒷받침돼야>
이 회장은 교육자치도 강조했다. 유초중등 교육에 관한 권한을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로 이양하는 구체적 실현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교육부 내에 ‘교육자치강화지원팀’을 신설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현장을 살리는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시도교육감이 함께하는 공동 협의체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유초중등 교육 권한을 교육청으로 이양하는 문제는 정부가 계속해서 긍정적 반응을 보여온 사안이라는 점과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감들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교육청으로 권한이 이양되면 교육부는 평생교육, 직업교육 등을 전담하게 될 예정이다.

단위학교의 자율성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교육감의 권한 독점 문제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육 정책의 연속성과 정치 배제의 관점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만큼 지나친 권한 확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다. 김상곤 부총리는 “교육부 권한과 사무이양의 궁극적 목표는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교육부든 교육청이든 상급기관의 불필요한 지시는 학교의 교육력을 저하시킬 수 있으니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곤 부총리..유초중등 권한 이양방안 올해 안 도입>
김상곤 부총리는 같은 날 발표된 국정 100대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 강화, 미래 사회 변화에 대비한 공교육 혁신, 교육의 희망 사다리 복원, 고등교육의 질 제고와 평생 직업 교육으로의 혁신 등 교육 민주주의 회복과 교육자치 강화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은 무한 경쟁과 학벌 위주에서 벗어나 존중, 협력, 소통이 있는 교육으로 학교 교육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변화도 예고했다. 김 부총리는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규제하던 과오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자치 정책협의회’를 설립해 현장성 있는 정책 방안을 수립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유초중등 권한 사무를 교육청과 단위학교로 이양하는 방안은 올해 안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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