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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고/영재학교 8년간 의대진학 512명 '과도한 이기심'6개영재학교 8.4%(57명) 20개과고 2.7%(45명)..'의대가 지원제한토록 해야'
  • 박대호 기자
  • 승인 2017.07.17 23:29
  • 호수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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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과학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진 과고/영재학교의 의대 진학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학 신입생 기준 전국 6개 영재학교에서는 8.4%(57명), 20개 과고에서는 2.7%(45명)의 졸업생이 의대로 진학했다. 2010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8년간의 현황을 보더라도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8년간 영재학교는 8%(247명), 과고는 2.5%(265명)로 총 512명이 설립취지와 거리가 먼 진학을 선택했다. 

전체를 놓고 보면 졸업자 10명 중 9명이 이공계를 택해 큰 틀에서 설립취지가 크게 훼손되진 않은 모양새지만, 일부 과고/영재학교는 의대 진학자 문제가 심각한 정도를 넘어섰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영재학교인 서울과고는 꾸준히 졸업생 5명 중 1명이 의대 진학을 선택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고, 대전과고는 2017학년 첫 대입실적 배출 영재학교임에도 불구하고 14.6%가 의대로 진학해 새로운 ‘문제아’로 떠올랐다. 과고는 대부분 의대진학을 잘 억제하는 모양새였지만, 서울권 과고인 세종과고와 한성과고가 10% 안팎의 의대 진학비율을 보이며 설립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과고 영재학교가 설립취지에 기반, 선발과정의 혜택은 물론 일반고와 차원이 다른 예산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국가가 과학인재 양성목적으로 ‘헛돈’을 퍼부어 의사를 양성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러한 의대진학 양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년 국감 지적사항인 탓에 올해 교육부가 각 과고/영재학교 모집요강에 ▲의대 진학에 부적합한 학교 ▲의대 진학 시 추천서 작성거부 ▲의대 진학 시 장학금/지원금 회수 방안 등을 명시토록 하고, 의대 진학을 하지 않겠단 서약서 작성 등도 병행토록 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추천서를 받지 않는 의대가 많은 데다 장학금/지원금 회수는 반환 후 의대로 진학하겠다고 나서는 경우 무의미해진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선발주체인 대학이 문제해결의 당사자가 돼야 한단 지적이 많지만, 대학들을 포섭해야 할 교육부/대교협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대진학을 막는 것이 과도한 제한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철저히 이기적 판단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의대가 가고 싶다면 학부가 아니더라도 의전원진학이 가능한 상황인데다 과고 영재학교의 혜택을 챙기면서 의대진학의 통로로 활용해 선의의 피해자들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과고/영재학교는 이공계열 인재 육성때문에 주어지는 특혜가 상당하다. 타 고교유형보다 많은 예산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교육과정 편성권한도 주어진다. 선발권 측면에서도 영재학교는 ‘특차’ 성격의 선발을 시행하고 있고, 과고도 전기고 중 가장 앞선 전형일정으로 선발효과가 크다. 이런 특혜를 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지적돼온 과고/영재학교의 의대진학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정부가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혜택을 전부 누려놓고 의대를 택하는 수험생들에겐 그에 상응하는 페널티가 주어져야 한다. 아직 성인이 아니란 이유로 진로결정이 미숙할 수 있다거나 직업선택의 자유를 주장하며 의대진학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 처음부터 과고/영재학교로 진학하지 않았어야 한다. 과학에 확고한 뜻이 있는 인재들의 몫을 뺏는 ‘이기심’까지 배려해줘야 할 필요는 없다. 고교 졸업 후 이공계로 진학한다고 해서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원천 차단되는 것도 아니다. 의전원 진학 등을 통해 얼마든지 의사가 될 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과학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진 과고/영재학교의 의대 진학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재학교 중에선 서울과고가 특히 문제였다. 2012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서울과고가 6년간 기록한 의대진학비율은 19.4%(140명/723명)에 달했다. 2017학년에도 졸업생 125명 중 20%인 25명이 의대 진학을 선택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과고/영재학교 의대진학.. 여전히 ‘심각’>
과고/영재학교의 의대 진학 문제가 해마다 지적되고 있지만, 여전히 심각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동섭(국민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4~2017 과고/영재학교 계열별 진학현황’과 유기홍(당시 새정치) 전 의원이 2014년 국감자료로 발표한 ‘2010~2014 과고/영재학교 계열별 진학현황’을 분석한 결과 영재학교는 2017학년 졸업생 675명 중 8.4%인 57명, 과고는 졸업생 1676명 중 2.7%인 45명이 의학계열(이하 의대)로 진학했다. 

최근 현황과 비교하면 의대진학문제는 해소될 기미가 많지 않아 보인다. 2010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최근 8년 기준 영재학교는 8%(의대진학 247명/졸업 3086명), 과고는 2.5%(265명/1만530명)의 의대진학비율을 보였으며, 지난해에는 영재학교 9%(45명/499명), 과고 3.3%(29명)의 의대진학비율을 보였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과고/영재학교 모두 의대진학비율이 소폭 낮아졌지만, 최근 8년간의 평균치보단 높았다. 

이번 의대진학현황 조사 대상은 과고 20개교, 영재학교 6개교다. 현재 영재학교는 8개교 체제지만, 아직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세종영재),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인천영재)에서 졸업생 배출 실적이 없다. 세종영재는 2018학년, 인천영재는 2019학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반면, 과고는 2017학년 기준 전국 20개교가 모두 진학실적을 배출하고 있다. 단, 모든 과고가 2010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8년간의 진학실적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구일과고/창원과고는 2013학년, 부산일과고는 2014학년, 인천진산과고는 2015학년, 대전동신과고는 2016학년 과고 조기졸업자를 처음으로 배출했다. 

- 영재학교 ‘극과 극’.. 서울과고 20% 최고, 한국영재 3년째 0명 
영재학교 중에선 서울과고가 특히 문제였다. 매년 졸업생 5명 중 1명 꼴로 의대 진학자를 배출해온 때문이다. 2012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서울과고가 6년간 기록한 의대진학비율은 19.4%(140명/723명)에 이른다. 2017학년에도 졸업생 125명 중 20%인 25명이 의대 진학을 선택했다. 2014학년부터 2016학년까지 계속해서 20%를 밑도는 의대진학비율을 보였지만, 올해 20%대로 다시금 비율이 상승했다. 2014학년은 예년 대비 다소 적은 14.8%의 의대 진학자를 배출했지만, 이조차도 과고/영재학교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수치였다. 가장 의대 진학자가 많던 2013학년에는 120명의 졸업생 중 27명이 의대를 선택 22.5%의 의대 진학비율을 보이기도 했다. 독보적인 서울과고의 의대진학자 배출은 전체 영재학교 현황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8년동안 전국 영재학교가 기록한 8%(247명/3086명)의 의대진학비율은 서울과고 제외 시 4.5%(107명/2363명)로 크게 낮아진다. 

그밖에 영재학교들도 한국과학영재학교(한국영재)를 제외하면 모두 의대진학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올해 첫 대입실적을 배출한 대전과고는 첫 해부터 의대진학이란 문제에 봉착했다. 졸업생 89명 중 13명이 의대로 진학, 14.6%의 의대진학비율을 기록했다. 독보적으로 많은 의대 진학자를 내고 있는 서울과고를 제외하면 올해 대전과고보다 더 높은 의대진학비율을 기록했던 영재학교는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2017학년 서울대 등록자 실적에서 여타 5개 영재학교 대비 가장 적은 졸업생 규모에도 불구하고 서울과고 경기과고에 이어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전과고의 실적이 만만치 않단 점을 고려하면, 의대진학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진학실적 상승/하락도 결정될 전망이다. 

경기과고는 지난해 12.6%(16명/127명)보단 대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7.9%(10명/127명)의 의대진학비율을 보였고, 대전과고와 더불어 올해 첫 대입실적을 낸 광주과고도 5.4%(5명/93명)가 의대로 진학했다. 경기과고는 지난해 유일하게 의대진학비율이 늘어난 영재학교였지만, 다행히 올해는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2015학년만 하더라도 10.1%(10명/99명)로 경기과고와 비등한 의대진학비율을 보였던 대구과고는 지난해 5.4%(5명/93명), 올해 4.1%(4명/97명)로 비율 감소 추세였지만, 여전히 문제의 완전한 해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일하게 논란에서 자유로운 영재학교는 한국영재였다. 한국영재는 2011학년 2명, 2012학년 1명, 2013학년 2명, 2014학년 1명 등 예년에는 의대진학이 간헐적으로 발생했지만, 2015학년부터 시작해 최근 3년간 단 1명의 의대진학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졸업생 규모가 가장 크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단연 돋보이는 모습이다. 

이토록 한국영재가 의대진학문제를 해결하기까진 학교의 단호한 대처가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한 영재학교 관계자는 “한국영재는 의대 지원자에게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이름높다. 추천서 작성금지, 지원금/장학금 회수 등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의대 지원자에게 졸업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조치까지 행해진다. 졸업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경우 고교졸업학력을 취득하지 못하고, 이는 의대 불합격으로 이어지게 된다. 의대 진학자가 원천적으로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서울과고가 독보적인 의대진학비율을 보이는 이유로 거론되는 ‘선호도’ 문제도 한국영재로 인해 힘을 잃곤 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서울과고에서 의대 진학자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선호도/지역 등의 문제가 흔히 거론된다. 서울지역에 위치한 특성 상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고 그로 인해 의대 진학자도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단 논리다. 하지만, 한국영재는 ‘원조’ 영재학교로서 선호도가 결코 서울과고에 뒤쳐지지 않는 곳이지만, 의대 진학자를 완벽에 가깝게 방지하고 있다. 한국영재가 단호한 조치로 의대 진학에 미련을 둔 학생들의 지원을 원천 봉쇄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뤄낸 것과 달리 아직 서울과고는 의대 진학에 뜻이 있는 학생들에게 ‘가봄직한’ 학교로 여겨지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서울권’ 과고 문제, 세종 10.7% 최고, 한성 8.1%.. 절반은 의대 0명
과고 중에선 서울권 과고들이 특히 문제였다. 올해 기준 전국 20개 과고 중 10개교에서 의대진학자가 0명일 정도로 의대진학과 거리가 먼 과고들이 많았지만, 서울권 2개 과고 중 세종에서는 18명, 한성에서는 11명의 의대 진학자가 나왔다. 전체 과고 의대 진학자가 45명임을 고려하면, 태반이 서울권 과고에서 나온 셈이었다. 졸업생 대비 의대진학비율도 전국 20개 과고 평균은 2.7%에 그친 반면, 세종은 10.7%, 한성은 8.1%로 독보적이었다. 

서울권 과고들의 의대진학 문제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2010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8년간 세종/한성은 꾸준히 의대 진학자를 배출해왔다. 최근 8년간 과고출신 의대진학자 265명 중 58.9%인 156명이 세종/한성에서 나왔다. 2015학년에는 전체 27명의 의대진학자 중 70.4%인 19명이 세종/한성에서 나올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지난해에는 48.3%(세종 5명/한성 9명/전체 29명)로 다소 줄어드는 양상이었지만, 올해는 다시금 64.4%로 한성/세종의 비중이 커졌다. 과고 조기졸업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줄었던 의대 진학자가 올해 다시금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특히, 세종은 졸업자가 지난해 54명에서 올해 168명으로 늘어나는 데 발맞춰 의대 진학자도 5명에서 18명으로 크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세종/한성 다음으론 대구일과고의 문제가 커 보였다. 2013학년 첫 진학실적을 배출한 대구일에선 단 한해도 빠짐없이 지속해서 의대 진학자가 나왔다. 2013학년 4명, 2014학년 1명, 2015학년 3명, 2016학년 3명, 2017학년 2명 등 총 13명의 의대 진학자를 배출, 전체 졸업자 대비 3.8%의 의대진학비율을 보였다. 이는 세종/한성/경북 다음가는 수치다. 같은 시기 진학실적 배출을 시작한 창원과고가 지난해와 올해 1명씩 2명의 의대 진학자를 배출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전북 경남 강원 부산 등이 비교적 의대진학에서 자유롭지 못한 과고들이었다. 전북은 올해는 의대진학이 없었지만 최근 8년간 졸업생의 2.4%인 10명의 의대진학자가 나온 곳이며, 경남은 지난해 5명, 올해 3명 등 최근 들어 의대 진학자가 다소 늘어난 과고였다. 강원은 2012학년 4명 이래 의대 진학을 잘 억제해오다 올해 2명의 의대 진학자가 나왔다. 부산은 그간 2015학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의대진학자를 배출 1.6%의 의대진학비율을 보였다. 

그밖에 과고들은 상대적으로 의대진학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경북과고를 필두로 전북 전남 제주 경기북 경산 인천 충남 충북 인천진산의 10개교는 올해 의대 진학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충남은 2010학년 2명의 의대 진학자가 나온이래 7년 연속 의대 진학자가 없었고, 충북도 2011학년 단 1명에 그쳤을 뿐 나머지 7년간은 의대를 택한 사례가 존재하지 않았다. 인천진산도 대입실적을 첫 배출한 2015학년 이래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의대진학자가 나오지 않은 과고였다. 

경북은 특히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최근 8년을 기준으로 세종/한성 다음으로 높은 4.2%의 진학비율을 보였지만, 최근들어 의대 진학자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가장 적은 40명 안팎의 졸업생 규모를 지닌 경북은 2010학년부터 2014학년까지 5년간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5명까지의 의대 진학자를 냈지만, 2015학년부터는 3년간 단 1명의 의대 진학자도 나오지 않았다. 

과고는 영재학교와 달리 ‘선호도’ ‘지역’의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영재학교와 달리 과고는 동일지역 내 광역단위 모집을 원칙으로 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학령인구가 많은 서울권 과고에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강남’ 등으로 대변되는 교육특구가 많은 데다 전반적인 교육열기도 높다보니 의대 진학자들이 무분별하게 과고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고/영재학교 의대진학 왜 문제인가.. 혜택 누리고 의대행 ‘이기심’>
과고/영재학교에서의 의대진학이 문제가 되는 것은 설립취지와 관계가 깊다. 과고/영재학교는 교육부/미래부 등으로 주관하는 정부부처가 다르고 예산지원 배경이나 입시 시기 등도 다르지만 ‘이공계 인재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고교란 점에선 별반 차이가 없다.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과학기술분야의 고급 인적자원을 조기에 발굴해 육성하겠다는 의도로 세워진 과고들이 당초 목적을 잃고 대입 위주 교육을 펼친단 비판 끝에 과학영재학교/과학예술영재학교가 새롭게 만들어졌을 뿐이다. 이같은 설립취지 상 과고/영재학교에서의 의대 진학은 본연의 목적을 크게 저해시키는 행위나 다름없다. 

의대진학이 다소 많긴 하지만 오해해선 곤란하다. 일부 의대진학이 있긴 하지만, 과고/영재학교가 본래의 설립목적을 잃고 표류하는 것은 아닌 때문이다. 의대진학과 소수의 인문사회/사범계열 진학, 미진학(재수) 등을 제외하면 대다수 과고/영재학교 졸업생들은 이공계로 진학하고 있다. 과고의 경우 최근 8년간 93.3%(9828명/1만530명)가 이공계열로 진학하고 있었으며, 영재학교는 최근 8년간의 현황이 모두 공개되지 않았지만, 2014학년부터 2016학년까지만 보더라도 2014학년 86.3%, 2015학년 84.8%, 2016학년 87.4%가 이공계열로 진학해 전반적으로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단순한 설립취지 일부 훼손의 문제가 아닌 때문이다. 현재 과고/영재학교에는 국민 세금을 통한 예산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미래부, 교육부, 각 시/도 교육청 등으로 지원 주체는 다르지만, 영재학교의 경우 한국영재가 미래부 주관으로 인건비 포함 연간 150억원 가량의 예산지원을 받고 있다. 나머지 영재학교에는 인건비를 제외하고 서울과고 24억원, 세종영재 20억원, 대구과고 36억원, 인천영재 30억원에서 40억원, 광주과고 40억원 수준의 예산지원이 이뤄진다. 이처럼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과고/영재학교에서 좋은 교육여건에 더해 장학금 등 혜택을 전부 누린 후 의대를 택하는 것은 ‘이기심’의 발로란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과고/영재학교 출신들의 의대행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는 사안이며, 최근 들어서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소수인원에 불과하다곤 하나 대부분 우수자원이란 점도 문제다. 한 영재학교 관계자는 “일각에선 10명 중 9명이 이공계열을 진학하고, 1명만 의대를 진학하는 꼴이니 별다른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1명은 영재학교 내에서도 손꼽히는 인재풀에 해당한다. 서울대 의대를 기준으로 할 시 영재학교에서 내신 기준 전교 10위권 이내에 드는 학생들이나 합격을 도모해볼 수 있다. 다른 의대들도 서울대 의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역시 상당한 우수자원들이나 합격을 노려볼 수 있단 점은 마찬가지다. 가장 뛰어난 이공계 인재들이 유출되고 있단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고 말했다. 

물론 과고/영재학교의 의대진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근거가 빈약하단 평가다. 사교육업체인 종로하늘의 임성호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대에 진학하더라도 생명과학 등 얼마든지 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열변을 토했지만, 교육계에선 잘못된 해석이라며 입을 모았다. 한 교육전문가는 “의대에 진학하더라도 과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단 말은 궤변에 불과하다. 2013년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의 이진석 교수팀이 전국 의대/의전원 학생 1만27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초의학 선택 희망자는 겨우 2%에 불과했다. 기초의학 학과 중 병리과는 0.8%, 기초의학계열은 0.7%, 예방의학은 0.4%로 매우 낮았다. 대부분 임상의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과학발전 기여를 논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의학계열 진학을 원하는 학생/학부모 측에서는 학생들이 미성년자인만큼 진로변경이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고/영재학교의 취지를 알면서도 지원해 합격한 이상 일단 이공계 진학을 하는 것이 순리다. 명확한 진로형성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학인재 양성의 장인 과고/영재학교 진학을 결심한 것부터가 잘못된 결정이며, 정부지원을 받아가며 교육을 받은 이상 일단 이공계로 진학한 뒤 의학계열 진학을 노리면 되는 때문이다. 최초 도입 당시에 비하면 많이 줄었긴 하지만, 강원대 건국대(글로컬) 차의과대는 여전히 의전원 체제를 유지, 이공계 인재들을 향한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과고/영재학교에서의 의대진학 금지방침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연이은 ‘의대행’에 칼 빼든 교육부.. 실효성은 ‘글쎄’>
과고/영재학교 졸업생들의 연이은 의대행이 지적된 지 수 년이 지난 올해 교육부가 드디어 칼을 빼들었지만, 실효성이 높지 않단 평가다. 그간 과고/영재학교가 자구책으로 어쩔 수 없이 써오던 방법 중 일부를 재활용하는 데 그친 때문이다. 

교육부가 올해 초 꺼내든 의대진학 제재방안은 ‘의학계열 진학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의대진학 시 ▲추천서 작성 거부 ▲장학금/지원금 회수 등을 학칙과 모집요강에 명시하는 조치다. 이에 따라 영재학교들은 표현은 다소 상이하지만 모집요강에서부터 의대 진학에 대한 주의조치를 명시하기 시작했다. 한국영재는 “이공계 수학/과학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됐으며 국가 지원을 받는 영재학교이므로 의/약학 계열 진로 희망자는 본교 진학에 부적합함”이란 문구를 요강에 명시했으며, 서울과고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과학영재학교로 의/치/한의학계열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본교 지원이 적합하지 않으며, 해당계열 대학에 지원할 경우 불이익이 있음(재학 중 받은 장학금 등을 반납해야 하며, 본교 교원의 추천서를 받을 수 없음)”으로 좀 더 구체화된 내용을 실었다. 과고도 이에 동참했다. 올해 가장 많은 의대 진학자가 나온 세종과고도 서울과고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요강에 탑재했다. 추천서 작성 불가와 장학금 회수 내용이 명시됐으며, 입학원서 작성 시 이같은 방안에 동의해야 한단 설명도 덧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기존에도 시행됐다는 데 있다. 2017학년 모집요강 기준 경기과고는 “의예/치의예/한의예계열의 대학에 진학하려는 경우, 본교 교원의 추천서를 받을 수 없으며 재학 중 각종 혜택으로부터 제외된다”고 명시했으며, 한국영재/서울과고도 “의/약학 계열 진로 희망자는 본교 진학/지원에 부적합하다”는 내용을 탑재했다. 교육부가 별다른 조치를 마련하지 않는 동안 영재학교들이 어쩔 수 없이 꺼내들었던 자구책이다. 요강에 명시하지 않은 영재학교들도 입학설명회 등을 통해 관련내용을 알리는 데 애썼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불구하고 한국영재를 제외한 영재학교에서는 여전히 의대 진학자가 매년 배출돼왔다. 결국 교육부의 이번 대책은 그간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던 방법을 무의미하게 되풀이하는 데 지나지 않는 셈이다.

의대 진학 시 장학금/지원금 회수가 명시된 것은 분명 진일보한 대책이지만, 역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법령에 의한 사항이 아니기에 강제성이 낮고, 강제성이 있다 하더라도 지원금/장학금을 반환하고 의대로 진학하는 경우를 막을 수 없는 때문이다. 의무복무를 마치지 않을 시 5000여 만원의 반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찰대학조차도 매년 의무복무 미이행 사례가 나와 골머리를 썩고 있는 실정이다. 

추천서 작성 거부는 근본적 해결책 여부를 떠나 사실상 효과가 없단 지적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의대 정시는 물론이거니와 논술, 학생부교과 등은 사실상 추천서를 요구하는 대학을 찾아보기 어렵다. 학종/특기자에서 추천서를 요구하는 대학들이 있지만, 이 역시 많지 않다. 추천서 없이도 갈 수 있는 의대가 많은 상황에서 별다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교 차원의 문제해결이 효과를 거둔 사례가 한국영재에 불과한 만큼 대학이 문제해결 당사자가 돼야 한단 지적이 많다. 하지만, 교육부/대교협은 대학을 포섭하는 데 적극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전형료 등 대학에 직접적인 영향이 가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잘 나서면서 과고/영재학교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모르겠다. 현재로썬 개별대학이 대책을 마련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방침을 내리고 따르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 본다”고 말했다. 

물론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공계열의 선호도를 의대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의대진학 문제는 해결된다. 의대진학 문제 옹호를 뒷받침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보긴 어렵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과고 의대 선호 문제는 사회구조가 바뀌면 해결 가능하다. 의대 이상으로 이공계열을 수험생들이 선호하게 만든다면 이같은 논란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사회구조 변화는 당장 해결되지 못하는 사안인만큼 한국영재를 본보기 삼아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단, 고교의 노력에만 맡기는 것은 너무 부담이 크다. 대학도 문제 해결에 같이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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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호 기자  mydae@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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