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대입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학종 전형비율을 지금보다 더 늘리거나 현행 수준을 유지해야한다는 의견이 62.8%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6월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남녀 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고 13일 밝혔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학종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비율은 37.1%였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정책토론회 ‘2021학년 이후 대입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부 위주 전형이 점차 늘어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2.8%가 확대/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본 경우는 30.3%,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32.5%로 각각 나타났다. 반면 지금보다 줄여야 한다는 답변은 37.1%였다.

학생부 위주 전형 중에서도  학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확대/유지를 지지한 총 응답 비율이 동일했다. '수시전형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이 확대되는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학생부 종합 전형 비율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답변이 29.4%, 현행 수준이 좋다는 답변은 33.4%로 총 62.8%였다. 

반면 학종이 상류층에 더 유리한 전형이라고 답한 비율은 75.1%, 학생과 학부모가 합격 불합격 기준과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77.6%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설문조사 문항이 편향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정명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지원실장은 설문조사 질문에 학종의 부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설문조사 대상자에게 자료를 제시하고, 그 자료에 근거한 정확한 답변의 도출이 필요하다”면서 “개별 문항에 대한 답변자의 연령층에 대한 자료도 함께 제시했다면 더 유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학종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가 부정적으로만 해석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정 실장은 “학종의 사교육경감 기여,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 공정한 전형 등의 질문에서 ‘그렇다’고 대답한 답변자가 30~40%인 점은 여타 전형에 비해 매우 긍정적인 전형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과 여건에 따른 편차 부분에 부정적 요소를 갖고 있지만 고교 현장의 긍정적 요소에 대한 설문 내용도 포함되었으면 더욱 유용한 자료가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입제도 중 공정한 전형을 묻는 설문에서 수능이 42.1%, 학종이 33.8%를 각각 차지한 점도 의미있다고 봤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한 교육계 전문가는 “학종이 불공정한 전형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학종이 공정하다는 답변이 현저히 낮았어야 한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수능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정량평가인 수능은 눈에 보이는 수치로 ‘줄세우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하다는 응답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성평가인 학종이 이만큼 높았다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설문조사결과를 비롯해 수능 절대평가, 내신 절대평가 등 교육계 현안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실시됐다. 

<수능 절대평가 우려 목소리 >
대입에서 정시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56.1%로, 수시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43.9%)을 앞섰지만, 수능을 절대평가 등급제로 바꿔야 한다는 응답은 60.1%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서는 모순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발제자로 나선 안 교수는 “절대평가 찬성이 더 많지만 절대평가등급제가 실시되면 정시 확대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수능 절대평가 등급제가 수능 변별력을 약화시켜 사실상 수능위주 정시 전형을 무력화하거나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박혜정 학부모 역시 “단편적으로 수능 절대평가를 하면 사교육비가 경감되고 경쟁이 약화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생각하는 오류를 보였다”면서 “실제 수능절대평가가 실시되면 수능이 무력화돼 대학에서 활용하지 않을 것이며 정시로 뽑던 인원을 학종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의 발언도 인용했다. 성 총장은 5월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은 점수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고 수능을 사실상 폐기하는 것이다. 수능변별력이 사라지면 대학들이 학생 선발을 위해 변칙을 쓰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혜정 학부모는 구술고사나 본고사가 부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대가 앞장서 대학별고사를 운영하는 경우 연대나 고대도 이를 뒤따라, 거의 모든 대학의 선발 방식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 교수도 같은 점을 지적했다. “전국단위 수능이 절대평가화되면 그 결과를 사용하려는 대학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선택형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수능을 쓸모없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능 절대평가는 또다른 사교육비 지출을 야기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씨는 “대학에서 변칙적으로 만들어 낸 평가방식에 맞춰 새롭게 사교육을 생산해낼 것”이라면서 “정보력과 경제력을 갖춘 부모의 능력에 따라 또 다른 형태의 불공정한 평가 방식이 탄생한다”고 우려했다. 

수능을 절대평가화할 것이 아니라 수능에서 EBS 연계를 폐지하고 수능을 변별력 높게 출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상대평가를 통해 대학이 수능 성적에 신뢰를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능 절대평가화는 이미 대학을 중심으로 한 교육 현장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는 상황이다. 4월 이규민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가 고교교사와 대학 입학처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71%의 응답자가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하는 경우 정시 수능전형의 비중이 축소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생 선발에 변별력을 띠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정명채 대교협 실장은 선발 변별력 차원보다도 대입 전형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절대평가화할 경우 수능 전형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수능을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학생부, 면접, 논술 등을 함께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학생부 관리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2차 기회로서는 수능 위주 전형이 필요하다고 봤다.

<내신 성취평가 도입..고교등급제 심화 우려>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이었다. 특목/자사고 학생들이 더 유리해질 것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박씨는 “내신을 절대평가화하면 특목/자사고의 내신은 인정해도 강남권을 제외한 일반고 내신은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신 성취제는 특목/자사고와 강남 일반고에게는 학종으로 넓은 대학 관문을 통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내신이 절대평가화된다고 해서 경쟁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대학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려는 욕구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변칙적인 평가방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사교육비 지출 증가, 고교 서열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학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 의견이었다. 정 실장은 “대학입장에서는 선발의 요소로 활용하기 부족하다는 의견”이라면서 “고교학점제까지 확대된다면 고교등급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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