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는 어떤 학생을 원하는가 (이승섭 주현규 강선홍 지음, 메디치 펴냄)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신간 ‘카이스트는 어떤 학생을 원하는가’는 KAIST 입시를 4년간 직접 이끌어 온 전임 입학처장이 직접 KAIST가 원하는 인재상,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소개한 책이다. 학생을 선발해오면서 KAIST가 지켜야 할 사명과 비전에 대해 고민한 결과다. 대학의 시각에서 본 대학 입시, 중고교 교육에 대해 말하고 있다. KAIST 합격생들이 스스로 꼽는 합격 요인까지 소개한 덕목이다. 특히 영재고/과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인식되는 일반고 학생들이 어떤 강점을 보여 입학할 수 있었는지도 사례를 들어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입시 현장에서 수험생을 직접 평가한 입학사정관이 어떤 고민을 갖고 학생을 선발해왔는지도 담겼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입학처장을 맡아 KAIST 입시 정책을 고민해온 이승섭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대학의 교육론을 담은 1장을 맡아 저술하고, 주현규 KAIST 입학사정관이 KAIST의 학생 선발에 대해 소개한 2장을 서술했다. 강선홍 KAIST 학생생활팀장은 3장에서 KAIST가 선발한 학생을 어떻게 키우고 성장시켜가는지 소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대학입시까지만을 고민하고, 대학에 들어가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중고교 때 꿈을 키우고 어울리다가 대학에 와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와 반대다. 최고의 아이들이 진학하는 KAIST에서도 이런 고민이 있었다. 무언가 아쉬움이 남았다. 중고교에서 배운 공부가 대학과 사회에서 써먹을 수 있는 공부인지 의문이 있었다. 대학입학담당자가 이런 얘기를 직접 한다면 더 효과적으로 와 닿지 않을까 생각해서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고민을 담아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KAIST 인재상, 대입 평가지표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저자는 학종 선발인원이 매해 증가해 온 이유에 대해 “대학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기존의 수능중심 선발 제도에서는 각 대학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철학을 입학전형에 투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KAIST의 인재상은 ▲과학기술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지식탐구가 즐거운 학생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는 열정과 도전의지를 가진 학생 ▲높은 주인의식과 협력정신으로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려는 학생 ▲윤리의식을 지니고 인류를 위해 환경을 깊이 생각하는 학생이다. “그저 그럴싸하게 보이는” 인재상이 대입에서 중요한 실질적 이유는 “인재상에서 평가지표를 도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KAIST가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인 만큼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필수적이다. KAIST에 입학해 수업을 소화할 만큼 학업역량을 고등학교 때 기르지 못한 경우라면 KAIST가 원하는 인재상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지식탐구가 즐거운 학생이란 곧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갖춘 학생이다. 공부 과정에서 스스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껴온 학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시스템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는 용기를 지녀 5차, 6차 산업혁명을 이끌만한 차세대 과학기술 인재를 KAIST는 원하고 있다.

KAIST가 원하는 인재상은 어떤 방식으로 선발될까. 저자는 “포인트는 ‘과정’에 대한 평가”라고 말한다. 교과성적이 같은 두 학생 중 한 사람을 떨어뜨려야 한다면 기준은 “스스로의 꿈을 위해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 온” 학생이 선발된다는 것이다. 창의력은 0.1%의 성공률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실패할 각오를 하면서도 다시 도전하는 끈기와 인내가 창의력을 만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 잠재된 능력을 발현하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KAIST는 성적 외에도 다른 학생과의 협력 활동도 중요하게 살펴본다. 단지 바람직한 인성 평가라는 측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연구가 대형화되는 추세에서 협력하지 않고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노벨상에서도 공동수상이 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일반고 학생, 졸업에선 과고/영재고 앞서>
KAIST의 신입생 가운데 일반고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7학년 기준 30% 정도다. 신입생 다양성과 대학 진학 후 학업성취도를 고려할 때 당분간은 30~35%를 유지할 전망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일반고 학생이 1학년 때는 고전하는 듯하지만 2학년 이후 전공으로 들어가면 빠른 속도로 격차를 줄이거나 오히려 역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선배가 후배를 지원하는 ‘튜터 제도’나 지도교수 제도 등 각 학생에 알맞게 도와주는 시스템의 영향과, 일반고 출신 학생이 꿈과 의지가 더 강렬하다는 점 때문이다. 수학/과학 공부가 상대적으로 덜 되어 있더라도 가능성 있는 학생들을 제대로 선발하는 과정의 중심에는 ‘학종’이 있다. 단순히 성적이 아니라 적성과 소질, 다양한 잠재력을 발휘하는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것이 학종의 취지인 때문이다. 책은 일반고를 졸업하고 KAIST에 합격한 학생들의 사례를 들어 고교 생활과 학습태도 등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과학영재교육’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 과고의 수가 차츰 증가하면서 입시 명문고로 변해갔고 오늘날 20개 과고 입시 명문고 집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의 8개 영재학교와 20개 과고 체제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영재학교가 한두 개 있을 경우에는 극소수의 특별한 영재들만 관심을 갖고 진학하며 영재학교에서도 대학 입시와 관계없는 맞춤식 교육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숫자가 많아져 계층이 생기면 모든 학생이 그 계층에 들어가고자 하고, 그 곳에 들어가지 못하면 불필요한 열등감과 좌절감만 불러오게 된다 … 이로써 아이들은 좀 더 높은 계층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으로 내몰리고, 과도한 선행학습과 왜곡된 교육환경에서 귀한 영재들은 일찍부터 망가지는 것 같다.”

<자소서 준비와 작성법, 면접/구술고사 문항 수록>
1, 2장에서 대학이 선발하고 싶은 인재, KAIST가 원하는 학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면 3장에서는 KAIST에 합격한 학생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지, KAIST의 학생 교육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AIST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이 궁금해 할만한 내용이다. KAIST는 무학과 제도의 특징이다. 새내기는 전공을 정하지 않고 1년 동안 기초과학과 인문교양을 배우다가 2학년이 되면 전공을 정하게 된다. 학과별 정원이 정해져 있지 않아 모든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학과로 진학할 수 있다. 1년 동안 자신에게 맞는 전공이 무엇인지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시간이 제공되는 셈이다. 책은 ‘자소서 준비와 작성법’뿐만 아니라 면접/구술고사 문항과 제시문을 부록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KAIST 진학을 준비중인 수험생에게는 직접적인 지침서가 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