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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사정관이 말하는 학종의 불편한 진실 - 이미경 서울여대 입학전형 특임교수이미경 서울여대 입학전형 특임교수
  • 베리타스알파
  • 승인 2017.07.09 20:39
  • 호수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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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의 다큐프로그램 ‘대학입시의 진실’이 한동안 화제였다. 입학사정관의 한 사람으로 학생부종합(학종)전형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아프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다. 새 정부의 교육수장이 새로운 교육정책을 선보일 터인데, 이 기회에 지난 10년간 진행된 학종전형(입학사정관전형)이 비판과 성찰의 과정을 거쳐 제대로 뿌리내릴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기 때문이다. 학종전형에 대한 다양한 비판적 내용들 – 정성적 평가의 공정성문제, 대입준비와 정보의 형평성문제, 학생부기록과 관련한 허위과장의 문제,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감내해야 하는 부담감과 고통 등 – 은 실제 대입전형의 내부에서 경험한 바로는 부분적으로 사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10년은 꽤 긴 시간이다. 2007년 10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을 채용해 학생 선발에 나선 이래 벌써 강산도 변하는 시간이 흘렀다. 학생부를 기반으로 정성적 종합평가를 도입하려는 본격적 논의가 2004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어쩌면 더 오랜 세월 동안 우리사회는 이 제도를 정착시키고자 노력해 온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불편해하고 낯설어하며 또 거센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다양한 원인과 이유를 지적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정부의 새 교육정책을 마련하는 시점이기에 이 제도를 이끌었던 이전 정부의 정책적 실패를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과거의 역사에서 새로운 교훈을 얻는 사회가 건전한 발전을 이룬다고 믿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학종전형)를 처음 도입한 것은 노무현정부 시절이었지만, 대입의 자율화와 선진화를 기치로 적극시행에 들어간 것은 이명박정부였다. 임기 내내 이명박정부는 제도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과 자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크게 두 가지의 정책적 오류가 있었다.

우선 제도의 핵심인 평가자에 대한 고려가 매우 미진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객관적 점수평가에 익숙한 우리사회에 시작되는 정성적/종합적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려면 무엇보다 평가를 담당하는 평가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우선됐어야 했다. 평가전문가로서 ‘입학사정관’이 대학 내에서 어떠한 지위와 업무를 맡아야 하는지, 이들의 자격검증이나 신분의 안정성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마스터플랜 자체가 없었다는 얘기다. 대학에 사업비만 던져 놓고 이들이 평가전문가로 성장하리라 기대한 듯하다. 처음 필자와 함께 입학사정관으로 채용됐던 많은 인재들이 떠오른다. 미국의 유명대학에서 교육평가를 전공했던 신진학자는 3개월 만에 한국의 입학사정관을 오해한 것 같다며 울며 떠났다. 10년 이상 교직에 머물다 청운의 꿈을 품고 입학사정관의 길을 걷겠다던 분은 다시 교직으로 돌아갔고, 기업에서 인재채용을 경험했던 어느 사정관은 공익적인 인재선발을 해 보고 싶다는 야심 찬 꿈을 가지고 사정관을 택했지만 결국 2년도 채우지 못했다.  물론 대학 내의 직원과 교수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 있는 불편함이나 불안정한 처우 속에서도 제도가 지닌 의미와 이 제도가 교육에 불러일으키는 변화에 보람을 느끼며 아직도 전국 800여 명의 입학사정관은 힘겹게 버티고 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2년 계약직으로 이 대학 저 대학을 떠돌아 다니면서 직업에 보람을 느끼고 전문가의 책무를 다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문재인정부의 대입정책이 수능회귀가 아니라면, 여전히 학종전형의 취지와 목표를 인정한다면, 무엇보다도 이 제도를 중심에서 이끌어갈 입학사정관을 평가전문가로 바로 세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입학사정관을 제대로 양성할 수 있는 교육과 연수기능 강화, 일정한 경력과 평가를 토대로 자격을 부여하는 자격증제도 수립, 평가전문가의 직책과 업무에 대한 법적 제도화 등이 시급하다. 우수한 전문가에 의한 타당도 높은 평가는 대입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해 사회의 입시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누그러뜨리는 선순환구조로 정착하게 할 것이다.

두 번째 정책적 오류는 입학사정관전형(학종전형)에 대한 이명박정부의 제도정착 과정의 홍보와 관련이 있다. 초창기 가장 많이 들었던 캐치프레이즈는 ‘학업성적이 좋지 않아도 자신의 적성을 잘 계발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였다. 이는 내신성적이나 수능점수가 잘 나오지 않던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장밋빛 환상을 심어줬다. 물론 이러한 기대가 제도의 정착에 일정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돌이킬 수 없는 자충수가 되기도 했다. 다양한 동아리활동이나 개인적인 봉사활동이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했고, 학교는 비교과 활동프로그램이나 대회를 만들어내느라 땀을 흘렸다. 사교육업체에서는 자소서 컨설팅이나 포트폴리오 제작으로 부족한 학업성적을 극복할 수 있다고 손짓했다. 언론들도 연일 내신성적이 낮은데도 합격한 희귀사례를 우수사례로 소개하며 기대치를 높였다. 박근혜정부에서는 평가내용을 고교 교육과정 내 활동들로 제한하면서 전형명도 학종으로 바꾸어 대외적 대회나 활동 등을 제한하기도 했지만 이 제도에 대한 기본적 기대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학이 신입생 선발에서 학업적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다만 학업적 능력을 숫자로 표기된 내신등급이나 수능점수에만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 이전 전형과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가 벤치마킹했다고 알려진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도 SAT나 ACT 점수, AP 혹은 IB과목의 수강여부, 고교 GPA 같은 학업점수(Academic Score)가 실제 평가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학종전형도 지원한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해 얼마나 자신의 전공공부에서 역량을 발휘해 줄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학업능력을 현재의 내신제도나 수능점수가 일부분밖에 측정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는 어떻게 참여했는지,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어떤 방식으로 해소했는지 등을 학생부의 기록들을 통해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사회의 도래를 앞두고 지식의 축적기능에서는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에 맞서 창의적이고 심도 깊은 생각과 사고를 할 수 있고 서로 의사를 나누고 협력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도 2016년 12월 내놓은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한 중장기 교육정책의 방향과 전략’에서 ‘학생들의 수업선택권 확대-흥미와 적성에 맞는 수업, 교육과정운영 및 평가의 자율성, 수업의 자율성, 인성/예술체육교육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이미 일선 고교는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을 위한 교육과정 다양화나 학생참여형 수업과 평가 다양화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과정이나 수업다양화를 시행하는 고교와 학생들의 가장 큰 불안은 대입에 미치는 불이익이다. 특히 이러한 교육이 ‘수능’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불안해한다. 실제 한 교사는 1~2학년 때는 열심히 참여형 수업이나 토론수업을 하더라도 고3이 되면 모두 수능수업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며, 다양한 선택교과를 설치해도 소수의 선택으로 내신등급에 불이익이 생기거나 수능과목이 아니어서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제 우리는 대입이 우리교육의 변화하는 방향을 제대로 담아내고 평가할 수 있는 제도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만약 고교의 교육과정 내용과 그 기록으로 학생부를 평가하는 ‘학종전형’이 현시점에서 유일한 대안으로 보여진다면 이후 운영과정에서 공정한 기회의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또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덜 부담을 느끼도록 개선하고 고쳐나가야 할 일이다. 물론 이마저도 합리적 대안이 아니라면 또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할 일이지 새로운 제도가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이미 시효가 만료된 과거 제도를 그리워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경험의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 부모세대가 학력고사나 수능을 치를 때와는 이미 시대와 상황이 너무 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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