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해설 채점총평 우수답안 공개

[베리타스알파=김유진 기자] 숙명여대 올해 모의논술은 어떻게 나왔을까. 숙명여대는 최근 입학처 홉페이지를 통해 모의논술 문제, 해설, 채점총평, 우수답안을 공개했다. 모의논술은 실제 논술고사와 동일하게 공통문항 1문제, 계열문항 1문제가 출제됐다. 2시간 동안 모든 문항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모의논술에 응시하지 못한 학생은 이번에 공개된 모의논술 정보를 통해 숙대 논술고사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채점위원의 총평과 응시자의 우수답안이 함께 공개돼 사교육 도움없이 올해 논술고사를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숙대는 올해 논술우수자로 317명을 선발한다. 전체모집인원의 15.3%에 해당하는 규모다. 졸업연도 제한없이 국내외 고교 졸업(예정)자 또는 국내 고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면 지원가능하다. 전형방법은 교과40%+논술60%를 일괄합산해 반영한다. 

수능최저를 적용한다. ▲인문계/통계학과/의류학과는 인문계형(국어 수학(나) 영어 사탐(1과목))과 자연계형(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1과목)) 중 하나를 선택 해 4개영역 중 3개영역의 등급 합이 6이내여야 한다. ▲자연계는 국어 수학(나) 영어 과탐(1과목) 4개영역 중 3개영역 등급 합이 6이내여야 한다. 탐구 선택 시 1과목만 반영하며, 한국사는 자격요건으로 필수 응시해야 한다. 

논술고사는 통합논술형으로 120분 동안 2문제가 출제된다. 계열에 상관없이 공통문항 1문제와 계열별문항 1문제가 출제되는 형식이다. 의류학과는 인문계열에 해당된 문제가 출제된다. 인문계와 의류학과는 공통문항과 인문계열문항 모두 각 1000자 내외의 분량제한이 있지만, 자연계는 자연계열문항에 한해 분량제한없이 노트형식으로 답안 작성 가능하다.  

숙명여대 올해 모의논술은 어떻게 나왔을까. 숙명여대는 최근 입학처 홉페이지를 통해 모의논술 문제, 해설, 채점총평, 우수답안을 공개했다. 모의논술은 공통문항 1문제, 계열문항1문제가 출제됐다. 2시간 동안 총 2문제를 풀어야 한다. /사진=숙명여대 제공

<공통문항, 인공지능과 인간의 능력>
공통문항의 논술주제는 “‘인공지능(AI)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능력”이었다. 제시문은 3개였다. 제시문(가)는 이종호의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만드는 인간의 미래>와 연합뉴스 기사 <‘바둑 정복’ 알파고, 이제 의료/과학분야 무한도전 나선다>를 재구성했다. 제시문(나)는 클라우스 슈밥의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을 재구성했다. 제시문(다)는 O. W. Homles의 <The Path of Law and the Common Law>와 이상수의  <법사회학, 법과 사회의 대화>를 활용하여 재구성한 글이 출제됐다. 각 제시문에서 핵심 내용인 ‘인공지능 기술’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능력’, ‘법의 특성과 법관의 역할’의 상호관련성을 분석하고, 법관의 미래에 대해 추론해 보도록 논제가 구성됐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4차 산업혁명이 보편화된 미래에 구체적으로 법관의 직업적 역할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출제의도였다.

모범답안은 제시문(가)를 통해 인공지능의 딥 러닝 기술 특징을 파악하고 딥 러닝에 기반한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관계를 파악한 뒤, (가)의 논지를 바탕으로 제시문(나)의 논지와 표를 해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시문(가)와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의 법관의 미래를 추론해야 한다. 

공통문항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적 성격임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4차 산업시대에 인간에게 요구되는 능력을 분석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채점결과, 많은 응시자들이 자신의 기대에 맞추어 주제를 생각하고 답안을 작성해 감점을 당했다. 익숙한 지문이더라도 문제의 의도와 제시문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논제가 요구하는 답안을 작성해야 함을 간과한 것이다. 모의논술 채점위원은 논술은 상식이나 자신의 선입견에 기대기보다 철저히 제시문의 내용을 토대로 논제를 파악하고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확한 제시문 분석이 뒷받침되야 한다. 정확한 제시문 분석이 이뤄질 때 제시문의 핵심내용, 제시문 간의 연결고리, 문제의 의도 파악이 모두 가능하다.  

<인문계열, ‘양육관’ 인위적 개입vs자연적 해결>
인문계열은 ‘식물재배’ ‘유아양육’ ‘경제계획’ 영역을 ‘양육관’이라는 하나의 큰 틀에 배치해 대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공통점을 파악하고 영역끼리 논리적으로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제시문은 3개가 출제됐다. 제시문(가)는 백거이의 <양죽기>, 제시문(나)는 장자크 루소의 <에밀(Emile)>, 제시문(다)는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의 <인간의 길>에서 발췌됐다. 제시문(가)는 대나무를 기르는 방식에 빗대어 외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훌륭한 인재를 기를 수 있다는 관점을 취한다. 제시문(나)는 인위적인 억압과 구속이 아이의 신체와 정신을 기형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즉, 제시문(가)와 상반되게 외부의 인위적 개입을 통한 양육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제시문(다)는 현대 경제의 특징 중 하나인 독점을 기형적인 문제 상황으로 지목하고, 이러한 상황이 도래한 원인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제시문(다)는 정부의 인위적 개입을 독점이라는 문제현상의 원인으로 보며, 시장의 자율성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인문계열문항은 제시문(가)와 (나)를 통해 서술자의 양육에 대한 입장을 대비한 다음 제시문(나)의 입장을 (다)의 상황에 적용해 제시문(다)의 경제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술해야 한다. 제시문(가)와 (나)의 대비된 양육에 대한 입장 차이를 서술하고, (나)의 입장을 (다)의 경제상황에 적용해 해결방안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서술자의 입장과 양육자의 입장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 감점을 피하는 요소였다. 

채점위원은 총평을 통해 주어진 지문과 논제의 조건 속에서 답안을 작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치관이나 관점을 불필요하게 답안에 할애한 것을 지적했다. 또한 제시문의 맥락을 무시한 채 ‘정부는 대기업을 견제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당위적 관점에 기초해 답안을 작성한 경우를 언급하며, 논술답안 작성 시 자신의 주관적인 가치관이나 일반적 당위론을 열거하는 것을 피할 것을 강조했다. 

<자연계열, 경우의수 확률 미분>
자연계열은 게임의 필승전략을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지문과 제품생산의 원가를 낮추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수학적 방법에 대한 지문이 출제됐다. 수학적 원리와 기본 지식을 기초로 수리적 현상을 논리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지가 평가의 핵심이었다. 

제시문은 2개였다. 제시문(가)는 Kimberly Hirschfeld Cotton의 <Wythoff’s Game>에서 다룬 두 가지 게임을 언급한다. <게임1>은 공이 1개 이상씩 들어있는 두 바구니에서 두 플레이어가 번갈아 공을 꺼낼 때, 각 플레이어는 두 바구니 중 한쪽을 선택하여 공을 꺼내거나, 양쪽 바구니 모두에서 공을 꺼낼 수 있는데, 두 바구니 중 한쪽을 선택하여 공을 꺼낼 경우에는 개수에 제한 없이 한 개 이상의 공을 꺼낼 수 있고, 양쪽 바구니 모두에서 공을 꺼낼 경우에는 두 바구니에서 꺼내는 공의 개수의 차이가 c (c는 0이상인 정수)이하이어야 한다. 이러한 규칙으로 게임을 하여 두 바구니를 동시에 비우는 플레이어가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 <게임 2>는 체스판에서 두 플레이어가 번갈아서 퀸(Queen)을 움직여 최종적으로 (0,0)의 위치에 퀸을 놓는 플레이어가 이기는 게임인데, 이는 c=0인 경우의 <게임 1>과 본질적으로 같다. 제시문(나)는 원기둥 모양의 탄산음료수 깡통의 제작공정에서 버려지는 재료를 고려해 제작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그 원기둥의 높이와 밑면인 원의 반지름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문제는 대문항2개에 각각 소문항이 2개, 3개가 출제됐다. 소문항들은 경우의수, 확률, 미분, 최대최소값 등을 활용해야 하는 풀이가 요구됐다. 채점위원은 제시문을 정확히 이해하면 답안을 작성할 수 있도록 자연계열문항을 출제했다고 밝혔다. 교과서 내용을 단순히 암기하여 습득된 지식을 이용하여 문제를 풀기보다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교과서에 제시된 증명이나 풀이방법을 되도록 많이 읽고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답안을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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