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본질 외면.. '충실반영, 평가 모두 어려워져'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올해부터 도입된 학생부 기재 개선 방안은 교육현장을 어떻게 바꿨을까. 학교/교사별 기재 수준 차이를 줄인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표준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현장의 혼선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같은 활동을 했더라도 기재 금지 사항에 따른 교사의 해석차로 기재유무가 갈리는가 하면, 명칭에만 집중하는 탓에 ‘대회’ 대신 ‘활동’으로 바꿔 기재하는 방법 등으로 학교간 차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김상근 덕원여고 교사(Ebsi 수능방송 강사)는 최근 입학사정관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이같은 점을 지적했다.

2018 대입의 화두는 단연 학종이다. 2017학년 상위 12개 대학 기준 33.6%의 비율이던 학종은 2018학년 43.7%를 차지할 정도로 대폭 확대된다. 학종이 대입의 중심에 선 만큼 종합평가에 활용하는 두 축인 학생부와 자소서에 대한 관심도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류는 단연 학생부다. 학생이 직접 작성하는 자소서의 중요성도 결코 작지 않지만, 학생부의 보완 목적이라는 점에서 학생부의 영향력에 미치지는 못한다.

학생부의 중요성이 강조됨과 동시에 신뢰도 우려가 제기되면서 교육부는 지난해 학생부 기재수준 관련 간극을 좁히기 위한 학생부 기재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방안에 따르면 ▲수상경력은 학교별로 사전 등록된 교내상만을 기재하며 수상 사실은 수상 경력만에만 기재 ▲진로희망사항은 학부모 진로희망을 삭제 ▲독서활동상황은 제목과 저자만 기재하는 등이 주요 골자다. 

기재수준 간극줄이는데 집중하다보니 오히려 확대된 학종시대에 충실한 학생부라는 본질에서 멀어졌다는 비판이 거셌다. 고교 입장에서는 학생의 모습을 충실히 담아내기 힘들고,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의 정성평가가 더욱 힘들다는 문제였다. 

학교/교사별 기재 수준 차이를 줄인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표준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현장의 혼선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상 못하면 교내 대회 참가 내용 못 드러내>
교내대회는 수상경력만을 기재하도록 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학생부 기재 요령에 따르면 수상경력의 경우 학교별로 사전 등록된 교내상만을 기재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수상 사실은 수상 경력란에만 기재하도록 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다른 어떤 항목에도 기재할 수 없다. 즉 교내대회에 참가했더라도 수상을 하지 못한 경우라면 학생부에 나타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학교들은 ‘대회’라는 이름을 빼거나 ‘활동’ 등 다른 명칭으로 바꾸는 방법을 통해 대회라는 사실을 알 수 없게 바꾸고 있다. 이런 방법을 택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사이에 학생부 기재 내용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기재 금지 원칙이 오히려 교사의 관점에 따른 차이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한 학교 내에서도 동일 활동에 대한 기재유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김 교사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교사들은 학생부 기재 금지내용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은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얘기하기도 한다. 교육자로서 정부가 정한 원칙을 입시를 위해 편법을 쓸 수 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교사들은 학생이 한 활동이 맞으므로 기재 용어를 바꿔서라도 기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부 기재가 전적으로 교사의 권한인만큼, 학교 방침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정은 교사의 몫이기 때문에 차이가 생긴다. 

2017 학생부 기재요령에 따르면 방과후 학교에 관한 내용은 수업명과 시간만 기재할 수 있다. 김 교사는 “많은 학교들이 그럴듯한 이름 짓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규제로 오히려 교사들은 방과후활동 내용을 어떻게든 다른 항목에 기재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R&E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한 활동명/시간/참여인원만 기재하도록 하고 있지만 다른 활동명으로 학생부에 기재되고 있다. 김 교사는 “학생부 기재규정의 맹점은 단순히 ‘이름’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라는 명칭만 ‘활동’으로 바꾸어도 기재금지 대상에서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부 기재 내용은 대입에서 따로 금지 사항 위반에 따라 0점처리 한다는 규정이 없다. 자소서의 경우 기재금지사항을 위반하는 경우 평가항목에서 배제하거나 0점처리하지만 학생부는 따로 규제를 두지 않는다.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부 자체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입학사정관에게 문의한 결과 그 내용이 학생부 기재 금지사항인지 여부는 잘 모른다”면서 “교육부와 교육청의 학생부 기재금지 원칙에 따라 작성된 학생부를 지닌 학생들이 본의 아닌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재 금지 사항’ 적용 강도 격차가 오히려 학생부 격차 만들어>
학종이 확대되면서 수업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은 학교 현장에서도 체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학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를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학종의 성패가 결정지어지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많은 일선 학교들은 학생부를 풍성하게 만드는 노력을 해왔다. 일반고를 중심으로 자사고와 특목고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고 여러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학생부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 현장은 단순한 지식전달과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다”면서 “학생 중심의 다양한 수업과 활동으로 인해 변해가는 학생과 학교를 경험하고 있는 교사들은 학종에 대해 긍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여전히 학종의 중심인 학생부에 대한 불신은 상당하다. 정시/논술이 줄어들고 학종이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견제가 상대적으로 심해지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학생부 신뢰도를 높이고 기재요령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교육청간 학생부 기재내용 지침에 대한 해석 차이도 조율해야 할 부분이다. 교육부는 학생부 기재지침을 통해 구체적으로 작성/관리법을 정해두고 있지만 교육청에 따라 해석과 적용 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교내 대회 참가 기재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은 2015학년 상반기, 교내 대회의 결과인 수상 내역만 학생부에 기재하고 참가 사실에 대한 언급은 금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전까지 대다수 교사들은 교내 대회 참가 과정에 대한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고 있었다. 결과뿐만 아니라 참가동기, 준비과정, 다른 활동과의 연계내용까지 기재한 교사도 있었다. 이미 기재된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것인지 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해당 교육청은 이미 기재된 내용에 대해서는 두고 이후 시점부터는 학생부 기재를 금한다고 공지했지만 2학기에는 또다시 이전 기재 내용까지 모두 수정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문제는 해당 내용을 담은 공문이 현장에 전달된 시점은 각 교육청마다 달랐다는 점이다. 적용의 엄격함에도 차이가 큰 탓에 2015년 학생부는 지역/학교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 김 교사의 분석이다. 2016학년도부터는 교내 대회 참가 사실 기재가 전면적으로 금지됐지만 학교/교사별 관련 내용 숙지 정도가 달라 여전히 기재 유무에 차이가 났다는 지적이다. 

대학관련 교내 행사를 두고도 혼선이 빚어졌다. 대학관련 행사는 원래부터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교내에서 주최한 행사인 경우에는 기재를 허용하고 있었다. 때문에 많은 학교들이 진로특강이나 입시특강의 형태로 대학 교수/입학사정관을 초청해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교내 대회 참가 기재와 마찬가지로 교육청의 공문 시점 차이로 지역/학교간 차이가 발생했다. 

김 교사는 “동일한 내용이라도 학생부 기재 지침에서 어긋나는 경우 이에 대한 수정을 지시하는 교육청이나 담당 장학사의 관점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면서 “이런 차이는 결국 입시에서 중요한 평가대상이 되는 학생부의 내용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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