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 전형요소 달라지는 전형차이 고려해야 ”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권익위가 대학별 대입 전형료 전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형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전형료 산정 기준이 모호하고 지출 항목이 적정한지 등 개선 사항이 있다고 보고 4월부터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현재 전형료 산정방법은 교육부령으로 정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학의 과도한 전형료 인상은 규제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형료를 인상한 근거는 무엇인지, 전형료 산정 방식을 따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연대와 고대는 전형료를 각각 인상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기존에도 전형료가 싼 편은 아니었던 두 대학이 일제히 전형료 인상을 추진하자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하지만 전형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통제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수시의 경우 대학마다 전형요소와 세부적인 실시 내용의 차이가 있어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능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에서 4만원 가량의 전형료가 책정된 데 대한 비판도 존재하지만 지방 설명회 개최나 정시 상담실을 운영하는 등의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대학가의 의견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미 대학마다 전형료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교육부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교육부의 검증 후 지적을 당하기도 한다. 몇몇 대학에서는 과도하게 집행된 점에 대해 전형료를 돌려주는 작업도 진행됐다”고 말했다.

권익위가 대학별 대입 전형료 전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형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전형료 지출 항목 규정한 교육부령..실효성 ‘의문’>
권익위의 대입 전형료 실태조사는 현재 전형료 지출 항목을 규정한 교육부령에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형료 산정방법은 고등교육법 제34조의4의 제2항에 따라 교육부령으로 정하고 있지만 지출항목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을 뿐 지출 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항에 따르면 ‘대학의 장은 전년도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 내역 및 모집인원 대비 지원인원 등을 고려해 입학전형료를 정한다. 이 경우 입학전형료 결정의 기준이 되는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의 항목 및 산정방법은 교육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출 항목은 ▲수당(입학전형 업무를 수행하는 교직원 등에게 지급하는 비용) ▲홍보비(입학전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설명회 개최, 박람회 참여, 입학에 관한 홍보자료나 입학전형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 ▲회의비(입학전형 관련 회의를 개최하는 데 드는 비용) ▲업무위탁 수수료(입학전형 업무의 일부를 제3자에게 위탁하는 데 드는 비용 ▲인쇄비(입학원서, 모집요강, 안내책자 등 입학전형 관련 인쇄물 제작에 드는 비용 ▲자료구입비(입학전형 업무 수행에 따른 자료 구입 비용) ▲소모품비(입학전형 업무 수행에 따른 소모품 구입 비용) ▲공공요금(입학전형 업무 수행에 따른 전기료, 수도료, 통신료, 난빙비, 우편료 등의 비용) ▲식비(입학전형 업무 수행에 따른 식비) ▲여비(입학전형 업무 수행에 따른 출장비) ▲주차료(입학전형 업무 수행에 따른 주차료) ▲시설사용료(입학전형 업무 수행에 따른 시설 사용료)로 구분된다. 수당의 경우 입학전형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 실비를 지급하는 것 외에 성과급 등의 다른 목적으로 지급할 수는 없다. 홍보비는 홍보물품을 제작하거나 구입하는 데 사용되지는 못한다. 

홍보비의 경우 기준을 따로 정하고 있다. 입학정원이 1300명 미만인 대학의 경우 전형료 총 지출의 40%, 1300명 이상 2500명 미만인 경우 30%, 2500명 이상인 경우 2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전형료 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탓에 대학별 전형료가 어떤 방식으로 책정되는지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존재했다. 올해의 경우 연대와 고대가 전형료를 인상하면서 비판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연대가 신설한 면접형은 연대 내 다른 학종인 ‘활동우수형’에 비해 전형료가 2만원 더 비싼 8만5000원이었으며, 고대는 지난해 학종에 해당했던 융합형 인재의 전형료가 9만원인데 비해 신설한 학종인 일반전형을 12만원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형료 장사’ 아니냐는 비난까지 제기됐다. 

<대학별 전형요소 차이 감안해야..일률적 통제 경계>
전형료 책정에 납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전형요소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일률적 통제는 경계해야한다는 우려도 있다. 수시의 경우 학종/교과/논술/특기자에 따른 차이뿐만 아니라 면접 실시 여부, 면접의 형태 등에 따라 비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단계가 늘어나거나 전형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을수록 비싸지게 된다. 한 교육 관계자는 “세부 요소에 대한 고려없이 무턱대고 전형료를 낮게 책정하라고만 강제한다면, 대학은 전형 요소를 축소하는 식으로 변화할 것이다. 지원자의 면면을 살펴보는 과정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전형 요소에 따른 세심한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형의 외형적 요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내부사정과 세부 메커니즘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대학가의 의견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우리는 서류평가와 면접에 이르는 과정까지 한 수험생에 대해 다수의 평가자가 다단계 교차평가를 실시함으로써 공정성을 담보하려고 노력한다. 입학업무를 전담하는 전임사정관뿐만 아니라, 교수들로 구성된 위촉사정관까지 더하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대학 관계자는 “똑같이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이라도 1차 채점만 하는 대학도 있는 반면, 2차 3차의 과정을 거쳐 신중을 기하는 대학이 있을 수도 있다. 면접도 마찬가지로 면접관이 두 사람일수도, 세 사람일 수도 있다”면서 “대학별 선발 철학에 따라 전형 방식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2018 수시 전형료를 상위 17개 대학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형에 따른 전형료 차이는 크게 면접 유무로 구분할 수 있다. 평균으로 보면 특기자(9만7500원)>학종(7만5535원)>논술(6만5000원)>교과(5만2272원) 순으로 전형료가 비쌌다. 특기자의 경우 2단계 전형을 거치는 데 더해 심화된 구술면접을 치르는 특징이 반영됐다. 어학특기자의 경우 외국교수 또한 참여하고, 수학과학특기자의 경우 구술면접을 위한 출제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비쌀 수밖에 없다. 

학종 역시 1단계 서류평가와 2단계 면접 과정을 치르는 다단계 전형으로 실시된다. 서울대의 경우 전임사정관 뿐만 아니라 1단계 서류평가에서 100여 명의 교수사정관이 참여하고 면접 역시 출제와 면접과정에 교수들이 참여하는 등 참여 인력에 따라서도 전형료가 비교적 높게 책정될 수 있다. 

논술은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 일괄합산 방식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특기자/학종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지필고사 형식인 논술고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된다. 출제/채점 뿐만 아니라 고교교사의 검토과정도 거칠 수 있다. 

가장 전형료가 저렴한 교과의 경우 대학별 차이는 면접 여부에서 갈리는 편이다. 내신을 정량평가하는 일괄합산방식으로만 선발하는 경우 최소 2만원에서 많게는 6만원까지 책정된다. 반면 면접을 실시하는 경우 12만원(고대 고교추천Ⅰ)까지 책정됐다. 

<2018 수시 전형료..연대 특기자(국제) 14만5000원 ‘최고’>
상위 17개 대학 기준, 2018 수시 전형료가 가장 비싼 전형은 연대 특기자(국제)의 14만5000원이다. 국제계열은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를 기반으로 서류평가를 실시해 일정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면접을 실시한다. 2단계에서 언더우드학부는 영어면접을 실시하고 융합인문사회계열 융합과학공학계열 글로벌인재학부에서는 심층면접은 한국어로, 일반면접은 영어로 실시한다. 영어면접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연대의 다른 특기자 전형인 인문학인재/사회과학인재/과학공학인재/IT명품인재(10만원)보다 높게 책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기자 중에서 연대 다음으로 비싼 전형은 고대 특기자(14만원)로 올해 3만원을 인상했다. 가장 저렴한 대학은 성대(SW과학인재)로 6만원의 전형료가 책정됐다. SW과학인재는 면접을 실시하지 않고 서류 100%만으로 선발하는 전형이다.

학종의 경우 고대(고교추천Ⅱ 일반)가 12만원으로 가장 비싼 편에 속했다. 2단계 전형을 통해 면접을 실시하는 특징이다. 올해 신설된 학종인 일반전형이 지난해 학종이었던 융합형 인재의 9만원 대비 3만원 비싸졌다. 반면 가장 인하대(학교생활우수자)와 한대(학생부종합)는 5만원으로 저렴한 편에 속했다. 두 대학 모두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다.  

논술은 대학별 차이가 크지 않다. 대부분 대학이 6만~7만원 선으로 통일하고 있다. 지난해와 대비해 전형료를 인상한 대학도 없다. 건대 단대 숙대가 7만원,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성대 연대 이대 인하대 중대 외대가 6만5000원, 시립대 한대 홍대가 6만원이다.

교과의 경우 고대(고교추천Ⅰ)의 전형료가 12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면접을 실시하는 전형으로 지난해 9만원에서 올해 3만원 인상됐다. 반면 인하대(학생부교과)는 2만원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면접을 올해 폐지하면서 지난해 5만원에서 3만원 인하한 특징이다. 

<2018 정시 전형료..3~4만원 수준>
정시 전형료를 상위 17개 대학 기준으로 살펴보면 대부분 3~4만원대에서 책정되고 있다. 사범대를 제외한 나머지 모집단위에서 만원의 전형료를 받고 있는 서울대가 예외다. 서울대는 면접을 실시하는 사범대(체교 제외)와 의대는 2만5000원의 전형료를 책정하고 있다.

예체능계열을 제외한 인문/자연계열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고대 연대 서강대 성대 한대 경희대 외대 건대 홍대 숙대 인하대 단대가 4만원, 이대가 3만8000원, 시립대 동국대가 3만5000원, 중대가 3만원의 전형료를 책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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