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공떠넘기기'..김상곤 교육회의 의제 떠넘겨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의 분수령으로 예상됐던 28일 재지정평가에 5개교(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서울외고 영훈국제중)가 모두 통과하면서 폐지추진에 급제동이 걸렸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2015년 평가와 지표를 동일하게 적용해 대상학교가 모두 기준점수(6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 지정을 유지하게 됐다고 전했다. 재지정평가 통과에 이어 이날 조교육감이 제시한 고교체제 개편방안 역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근거를 두고 있어 결국 교육부로 공을 떠넘기고 발을 뺀 모습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자사고 외고 교장단부터 시작해 학부모 항의집회로 반대 여론이 격화되자 내년에 있을 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다. 게다가 조 교육감의 두 아들이 모두 외고 출신이라는 점과 새 정부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과 전 교육부 장관인 김진표 국정기회자문위 위원장의 자녀가 모두 외고 출신이라는 '내로남불' 논란이 입방아에 오른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역시 청문회 답변서를 통해 특목자사 폐지는 시급한 현안이라기보다 향후 교육회의의 의제라는 입장을 밝혀, 특목자사고 폐지 움직임은 학교 학부모의 대대적 반발에 부딪히며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선 상황이다. 김후보자는 27일 국회에 제출한 ‘인상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외고자사고가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의 교육, 고교 서열화 등 초중등 교육의 왜곡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많다”며 폐지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표명했지만 “외고 자사고 국제고 등 고교 체제 개편에 관해서는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학교 현장과 소통하고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할 것”이라고 덧붙여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국가교육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교육공약 중 하나로, 교육 현안과 중장기 교육정책의 틀을 논의하는 기구다. 폐지론을 추동해온 두 사람이 한발씩 물러 섬에 따라 일괄폐지와 같은 급격한 변화는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교육계의 중론이다. 

이날 조교육감이 밝힌 재지정평가와 고교개편에 대한 입장은 찬성 반대 양측의 비판을 받게 됐다. 전국자사고교장협은 “평가 대상학교들이 그간 열심히 준비해온 만큼 당연한 결과이자 자사고 운영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셈”이라고 평했다. 자사고학부모연합은 “교육감이 여전히 폐지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일부 학교가 재평가를 통과했다고 해서 반대행동을 멈추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을 비롯해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물론 조 교육감까지 특목자사 폐지 의제를 공식화하면서 교육현장을 혼란으로 몰아간 책임론이 부각될 전망이다. 반면 폐지론을 견지하는 진보 단체들 역시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비겁한 처사”라는 비판을 이어갔다.

5개 학교가 3년 시한부 판정을 받은 모습이긴 하나 당장 올해 재평가 대상이었던 학교까지 재지정을 통과하면서 외고자사고 폐지에 대한 추동력은 다소 떨어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재지정평가는 말 그대로 외고자사고가 설립 의도에 따라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를 점검하는 성과평가”라며 “2019년, 2020년까지 모든 학교가 재지정 됐다는 것은 곧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셈인데 당장 3년 뒤, 4년 뒤에 이 학교들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하면 설득력이 있겠냐”고 설명했다.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의 분수령으로 예상된 28일 재지정평가를 5개교가 모두 통과하면서 폐지 방침에 급제동이 걸렸다. 사진은 26일 보신각에서 열린 자사고 학부모들의 폐지 반대집회의 모습. /사진=베리타스알파DB

<‘초미의 관심사’ 재지정평가, 5개교 ‘전원 통과’>
조 교육감은 28일 오전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훈국제중 등 5개교의 운영성과 재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고교체제 개편방안을 제안했다. 평가대상인 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등 자사고 3곳과 특목고인 서울외고 1곳, 특성화중인 영훈국제중 1곳은 평가 결과 지정취소 기준 점수(60점)을 넘어 2020년까지 운영이 확정됐다. 이들 학교는 2015년 평가에서 기준점수 미달로 ‘2년 지정취소 유예’ 판정을 받았다. 

서울교육청은 “재평가는 2015년 당시 평가지표와 평가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해 평가의 신뢰도와 타당성 등 행정의 합리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그간 보여준 자사고 폐지 강경론자로서의 입장과 다소 상반되는 결과에 여론을 의식한 듯한 설명도 이어졌다. 조 교육감은 “교육감에게 주어진 것은 ‘지정취소권’이 아니라 ‘평가의무’일 뿐”이라며 “정부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교육청이 대신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지표를 교육부 안대로만 적용할 수밖에 없어서 기본점수만으로도 탈락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 2년 동안 해당 학교가 미흡한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어떤 의미에선 ‘이미 공개된 답안’에 따라 학교들이 ‘시험’을 준비 해온 셈”이라고 배경을 전했다.

전국자사고교장연합회장인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평가 대상에 오른 3개 자사고가 모두 재지정된 것은 이미 예상했던 바이고 당연한 결과”라며 “이것만으로도 그동안 자사고에 대해 제기해 온 각종 문제가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다는 점을 증명한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다만 서울교육청이 폐지를 전제로 고교체제단순화 방안을 교육부에 제안한 것은 여전히 우려스런 상황이며 향후 교장협 회의를 통해 대응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사고학부모연합 유시현 총무는 “외고자사고 폐지를 확정한 상태에서 5개 학교에 대한 재지정을 선심 쓰듯 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제스처이자 학부모들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사고 폐지를 전제하는 서울교육청을 규탄하는 성명을 낼 예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폐지 기조는 그대로 이어가>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 28일 재지정평가에서 5개교가 모두 통과하면서 급격한 전환은 제동이 걸린 모습이지만, 함께 제시한 고교체제개편 방안은 여전히 외고자사고 폐지를 전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조 교육감은 “단순히 평가를 통해 미달된 학교만을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근본적인 고교체제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며 법적 근거의 개정을 요구했다. 개편방안의 기본 입장은 현행법상 시도교육감 권한으로 실질적 개편은 어렵다고 판단,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방점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개정에 찍혔다.

중앙정부가 시행령의 일괄 개정을 통해 전환의 근거를 마련하고 고입 전형방법, 절차 등 세부사항은 시도교육감에 위임할 것을 제안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한 개편 방안은 ‘일괄 전환’과 ‘연차적 전환’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했다. 일괄 전환은 법령 근거조항 개정으로 일괄적 전면적 전환을 통해 개정 다음연도부터 신입생을 일반고 학생으로 선발하도록 하는 방식이고 연차적 전환은 5년 주기 평가에 맞춰 정책일몰을 적용해 연차적으로 전환한 후 전환연도 다음해부터 일반고 학생으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도 언급한 적이 있었던 고입 전형시기 일원화로 선발권을 무력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특성화고를 제외하고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 입시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다. 1단계에서 특성화고 입시가 끝나면 2단계에서 일반고와 특목/자사고 입시를 진행한 뒤, 3단계에서 1,2,단계 미선발 인원을 충원한다는 내용이다. 조 교육감은 “현행 구조는 외고자사고가 성적 우수 학생을 독과점하는 출발선상의 불평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의거해 운영되는 국제중은 규칙 개정으로 일반중학교로 전환할 것을 제시했다. 

<조희연 교육감, 경기교육감과 ‘선긋기?’> 
재지정평가를 통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13일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도내 외고 자사고를 2019년, 2020년까지 재지정평가에서 특목/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내려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4일 서울교육청도 관내 외고와 자사고 29곳을 폐지한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격화됐으나 재지정평가가 예정된 28일이 가까워오자 조 교육감은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여 왔다. 

20일 열린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제안’ 기자회견에 참여한 조 교육감은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서 28일 재지정평가에 대해 “행정적 합리성에 입각해 결정할 것”이며 “외고자사고 폐지 여부는 교육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그에 따를 예정”이라고 말해 교육감의 미묘한 입장 변화에 대한 분석이 연일 제기됐다. 그 사이 전국자사고교장단과 전국외고교장단, 외고학부모연합이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26일 보신각에서 시작해 서울교육청으로 이어지는 자사고학부모연합의 반대시위 등 여론이 격화됐다. 이에 조 교육감은 재지정 결과 발표 하루 전인 2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괄 폐지 반대’ 입장을 못박고 “교육체계가 1~2년 단위로 변하는 것에 반대”하며 “평가는 이전 정부의 평가규칙을 토대로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영훈국제중을 포함한 5개 외고자사고가 전부 평가에 통과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조 교육감의 태도 변화를 두고 일각에선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선긋기’ ‘화살피하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 이재정 교육감의 발언 이후 교육계에선 ‘무리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애초 평가 자체가 취소목적이 아니라 말 그대로 설립의도에 따른 운영성과를 진단하기 위함인데 평가를 시행하기도 전에 결과를 공언한 것에 대한 정당성 시비가 흘러나왔다. 게다가 교육감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 상황에서 차기 교육감의 권한 범위에 있는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정진후 전 정의당 국회의원도 25일 외고자사고 3단계 폐지론을 제시하며 “일부 교육감의 2019년, 2020년 일괄폐지 운운하는 발언은 망발에 가깝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28일 기자회견에서 “평가를 통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경로는 타당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힌다”며 “평가는 특정 목표를 정해놓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행정의 합리성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평가 기준을 갑자기 변경해 인위적으로 점수를 낮게 부여해 탈락시키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해 재지정평가를 통한 일괄적 폐지의 부당함을 인정했다. 

교육계는 교육감의 달라진 태도에 대해 내년 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서울에만 자사고가 23곳”이라며 “외고 6곳까지 합하면 30개 학교 재학생과 학부모, 여태 입시를 준비해 온 중학생 가족들까지 촉각을 세운 사안이라 당선 초기처럼 쉽게 단언할 수 없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외고 8곳과 자사고 2곳이 자리한 경기 이재정교육감과는 상황이 다르다. 서울과 달리 관내 자사고가 2곳에 불과한 경기는 오히려 취소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표심 잡기에 유리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다.

진보 성향 단체들도 ‘여론 편승’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특권학교 학부모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일반고 정상화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모든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기고 ‘나 몰라라’하는 것은 무책임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겉으로는 일반고 전환 공약에 찬성하면서 자기 지역 개혁에 대해서는 미온적 입장을 취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서울외고 영훈국제중.. '2년 전 지정취소 유예'>
전국단위 10개교, 광역단위 36개교 등 46개교 체제로 운영 중인 자사고에 대한 운영성과 평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한다. 시행령 제91조 3의4항에 따르면 ‘교육감은 5년마다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자율형 사립고 등의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해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지정취소 사유는 5가지다. △회계부정 △부정입학 △부당한 교육과정 운영(이중시간표 등) △지정목적에 달성하지 못하겠다고 해당 학교가 신청 △평가 후 (교육감이) 지정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이다. 취소사유가 발생할 경우 교육청은 교육부장관에 동의를 요청하고 교육부는 요청 이후 2개월 이내에 동의/부동의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2014년에 처음 실시된 평가는 2010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2015년 2월 기준으로 5년 지정기간이 만료되는 전국 24개 자사고를 대상으로 했다. 당시 숭문 신일 경희 배재 세화 이대부 중앙 등 7개교가 지정취소 판정을 받았으나 이 가운데 숭문 신일은 2년 후 재평가를 받기로 해 지난해 통과했다. 나머지 5개교는 서울교육청의 지정취소 결정에 대해 교육부가 ‘부동의’ 판정을 내리면서 자사고 지위를 회복한 상태다. 다만 교육청이 대법원에 교육부의 직권취소 처분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 기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평가대상에 포함된 서울의 우신고는 이후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어 등록금 수입감소에 따른 재정운용 문제로 2015년 일반고로 전환했다.

2014년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은 학교 중에선 경기의 안산동산고도 있다. 안산동산고는 2015년 평가보다 기준 점수가 10점이 높았던 2014년 평가에서 67점을 기록해 경기교육청이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냈다. 학교측은 자사고 지정 당시 교원 1인당 학생수 비율, 학생납입금, 학생 1인당 교육비 적정성, 장학금 수혜학생 비율 등 교육청이 제시한 요건을 따랐음에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반발했다. 교육감이 자율문항으로 설정해 강조한 ‘민주적 학교 운영’은 10% 비중을 차지, 이 항목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산동산고는 평가과정의 하자를 제기하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논란은 교육부가 교육청의 지정취소 요청에 대해 ‘부동의’를 통보하면서 일단락됐다. 교육부는 “안산동산고의 평가결과가 기준점수 이하를 받았다는 점은 인정되나 안산동산고가 자사고 지정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본다”며 “전국 자사고 중 유일하게 안산동산고만이 학급당 학생수 40명으로 하고, 등록금도 일반고의 2배 이내로만 받도록 한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조건에 원인이 있다”고 평했다. 광역단위 자사고의 경우 학급당 학생수는 통상 35명을 기준으로 하며 타 시도 교육청은 등록금을 일반고의 3배 이내로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주의 송원고는 2014년 조건부 재지정 평가를 받으면서 내신성적 상위 30%로 제한했던 지원자격 폐지, 국영수 위주 교과운영 개선, 저조한 재단전입금 개선, 학생 1인당 재정지원확대 등이 조건으로 제시됐다. 무엇보다 성적제한 조건이 사라지면서 학교측이 크게 반발했으나 결국 지원자격 제한 없이 추첨전형으로 운영되면서 자사고 지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일반고에 가깝다.

나머지 22개교에 대한 평가는 2015년에 이뤄졌다. 2011년에 운영을 시작해 2016년까지 지정이 확정됐던 때문이다. 경문 세화여 장훈 등 3개교는 2015년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은 것이 올해 재평가를 받게 된 이유다. 당시 평가대상학교 중 미림여고는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아 현재는 일반고로 운영 중이다. 재정 상 어려움과 정원 미달의 문제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울산의 성신고는 2015년 평가를 통과해 2020년까지 운영이 확정된 상태다. 

2015년 평가지표이자 서울교육청이 28일 재평가에 적용한 지표는 학교 운영, 교육과정 운영, 교원의 전문성, 재정 및 시설여건, 학교만족도, 교육청 재량평가 등 6가지 영역으로 구성했다. 항목별 세부평가지표를 통해 매우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미흡의 5단계로 평가한다. 평가는 정성 정량평가로 구분한다. 30개 평가지표 중에서 정성평가 항목은 9개, 정량은 20개, 정성/정량 병행은 1개 항목이다.

항목별 세부평가지표는 ‘학교 운영’에서 ▲중장기 학교발전계획과 건학이념의 구현 노력 ∆중장기 학교발전계획의 수립 및 이행정도 ∆건학이념과 지정취지를 반영한 특성화 교육프로그램 운영 ▲학생 선발 과정의 공정성 및 충실성 ∆입학전형 운영의 적정성 ∆전편입과정의 공정성 ▲학생 충원/유지를 위한 노력 ∆학생충원율 ∆학생전출 및 중도이탈 비율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노력 등을 평가한다. ‘교육과정 운영’은 ▲교육과정의 다양성 확보 노력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 운영 정도 ∆인성/진로교육 프로그램 편성 운영의 적절성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적절성 ∆기초교과 편성 비율 ∆선행학습 방지 노력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프로그램별 학생 참여율 ∆프로그램 내용 및 시행의 충실도 등을 평가한다.  

‘교원의 전문성’은 ▲교원 충원 및 능력개발을 위한 노력 ∆교원(수업교사) 1인당 학생수 비율 ∆교원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수 이수시간 등을 평가한다. ‘재정 및 시설여건’은 ▲학교 재정 운영의 적정성 ∆법인전입금 전출계획 이행 여부 ∆교비회계 운영의 적정성 ▲학생 재정지원 현황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적정성 ∆학생 1인당 평균장학금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1인당 재정지원 현황 ▲시설 확보 및 활용 ∆교육활동에 피룡한 시설 확보정도 ∆자사고 특성에 맞는 시설 활용도 등을 평가한다. ‘학교만족도’ 면에서는 ▲학교 구성원의 만족도 ∆학생의 학교 만족도 ∆학부모의 학교 만족도 ∆교원의 학교 만족도 등이 평가 대상이며, ‘교육청 재량평가’는 ▲교육청 역점사업 운영 ∆학생참여 및 자치문화 활성화 ∆안전교육 내실화 ∆학부모 학교교육 참여 확대 및 지역사회와 협력 등이다.

2014년 평가에서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5개 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부동의’ 판정은 자사고 평가지표와 관련된다. 교육부는 자사고 평가지표 표준안이 평가항목별 평가지표별 배점을 정하지 않은 데다 각 시도교육청이 평가항목이나 지표를 수정 또는 삭제할 수 있도록 해 교육감의 재량권 일탈 문제로 판단했다. 2014년 6.4 교육감 선거 이후 취임한 조 교육감이 전임자인 문용린 전 교육감이 실시한 평가를 번복하고 지표를 수정해 평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일부 항목은 자사고가 아닌 주변 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해 논란이 됐다. 항목은 ‘자사고가 공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공교육 영향평가’ 지표였다. ▲자사고가 일반고의 교육활동과 학교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자사고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사고가 부정적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사고를 일반고에 전환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설문조사와 ▲중학교 내신 상위 10% 이내인 재학생 수 등으로 문항을 구성했다. 주변 일반고 재학생이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할 경우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설문조사인 탓에 비판을 피하긴 어려웠다. 논란이 커지자 지표를 수정했으나 수정된 지표 역시 ‘자사고 설립취지 인식 정도’ 등 모호한 지표와 ‘학생 참여와 자치문화’라는 자사고 설립목적과 무관한 내용을 포함해 또 다시 문제가 됐다. 

서울외고와 영훈국제중은 2015년 특목고 재지정 운영성과평가에서 기준점수 미달로 청문대상 학교가 됐다. 영훈국제중은 그 해 청문회에 참석하면서 지정취소에 대한 처분이 2년 뒤로 유예됐으나 서울외고는 교육청이 제공한 세 차례의 청문기회를 모두 거부하면서 결국 ‘지정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서울외고는 청문대상 학교라는 사실을 당사자인 학교가 아닌 언론에 먼저 노출한 점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과 국가인권위 제소를 검토하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울외고 학부모들은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비공개 청문회를 공개로 전환하라며 학교측에 청문회 불참을 요구했다. 

서울외고와 교육청 간 갈등이 심화되자 교육부는 교육청에 소명 기회를 추가 부여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외고 관계자는 “그동안 절차를 무시했던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는데 교육청이 소명기회를 다시 준다면 청문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히며 교육청이 마련한 네 번째 청문회에 참석,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다만 여전히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줄곧 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해왔다는 점과 청문절차 주재자인 외부 변호사를 교육청이 지정한다는 점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외고가 서을지역 외고 가운데 인문/사회계열 진학비율이 가장 높음에도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대해서도 해명을 요구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법인과 학교 측이 제시한 개선책과 의지를 실현할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2년 후 서울외고의 개선 계획 이행여부 등을 평가해 지정취소 여부를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고 전해 논란이 마무리됐다. 

<국제중, 전환할 이유 있나?.. ‘선발권 없는 학교’>
특성화중인 영훈국제중도 28일 평가대상학교에 포함됐다. 교육청은 이번 평가에서 재지정 처분을 내렸으나 고교체제개편방안 제안에선 국제중의 일반고 전환 방침도 담겼다. 서울 2개 국제중인 영훈과 대원 국제중은 2014년부터 전원 추첨선발제를 도입해 사실상 선발권이 없는 상태라 반발이 예상된다. 청심 부산과 함께 4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제중은 올해 부산이 전원 추첨선발제를 도입하면서 4개교 중 3개 학교가 사실상 선발권을 포기한 상태다. 

지난해까지 학교장 추천학생에 한해 지원을 허용했던 부산국제중은 1단계 모집인원의 2배수 공개추첨과 2단계 자소서 학생부 추천서 기반의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했다. 졸업예정자 수의 4% 또는 졸업 학년의 학급 수와 동일한 인원 이내의 학교장 추천인원 제한이 사라지고 최종합격자를 가리는 2단계 면접이 사라지면서 사실상 선발권을 포기한 모양새다. 교육계는 부산국제중의 갑작스런 전형방법 변화를 두고 급부상한 외고국제고 폐지 논란에 미리 조치를 취한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청심국제중은 국제중 4개교 중에 유일하게 선발권을 유지하며 전국단위 선발을 실시하는 학교다. 2014년 경기교육청 감사에서 입학전형 지침 위반으로 2015년 입학전형부터 서류와 면접 중심의 자기주도학습전형에서 1단계 추첨, 2단계 면접의 방식으로 변경됐다. 당시에도 1단계 추첨전형 도입에 사실상 선발권을 무력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학교와 학부모가 크게 반발했다. 학부모들은 “인생을 공뽑기에 걸 수 없다”며 “추첨제는 공정하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추첨에서 탈락한 아이들에겐 아예 기회조차 빼앗아버리는 잔혹한 불평등일 뿐”이라며 기존 전형방식을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학교와 학부모측의 반발에도 1단계 추첨을 도입, 현재는 경쟁률이 크게 하락한 상태다. 1단계 추첨, 2단계 면접의 전형은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의 선발 방식과 유사하다. 서울 자사고들은 광역자사고 입시는 추첨제 도입과 인성면접만으로 진행된다며 자사고가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은 맞지 않다며 항변한 바 있다. 청심국제중의 면접 역시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만을 기반으로 해 사교육의 주범이라고 몰기도 애매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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