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자체보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 등 대입정책 향배에 촉각'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EBS 수능 교재/강의와 수능 출제 연계를 70% 수준으로 정한 교육부 수능 정책이 헌재의 심판을 받게 됐다. 26일 헌재와 법조계에 따르면 수험생 2명, 교사 2명, 학부모 1명으로 구성된 청구인단이 20일 헌재에 ‘2018학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이 교육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구인단은 “다양한 교재로 창의적 학습을 할 기회를 박탈하고 교사의 자유로운 교재 선택권과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이 침해받고 있다”면서 “(교육부 수능 시행계획은)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과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의 보장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2010년 교육부와 EBS가 맺은 양해각서에 불과한 EBS-수능 연계가 정부 정책처럼 변해 매년 수능에 과도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교육부는 3월 ‘2018 수능 시행기본계획’을 통해 EBS 수능 교재 및 강의와 수능 출제의 연계를 영역/과목별 문항 수 기준으로 70%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과목별로 국어 71.1%, 영어 73.3%, 사탐 70.6%, 수학 가/나 한국사 과탐 직탐 제2외국어/한문 70%의 연계율이었다. 

EBS연계에 대한 헌법소원이 관심을 끄는 배경은 수능 절대평가도입을 통해  EBS 연계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원인 민주연구원의 보고서는 “도입 초기 EBS 수능 연계는 사교육비 감소, 공평한 교육 기회 확대 등이 주된 이유였으나 학교 수업이 EBS 교재 문제풀이 시간으로 변질되는 등 고교교육의 파행을 유발하게 됐다”면서 EBS 연계 정책을 제고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EBS 수능 교재/강의와 수능 출제 연계를 70% 수준으로 정한 교육부 수능 정책이 헌재의 심판을 받게 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EBS연계를 둘러싼 공방, 달달 외우기 vs 사교육 축소>
EBS의 수능연계 도입 이후 사교육을 줄였다는 평가와 기형적 수업방식을 양산했다는 지적이 공존해왔다. ‘공교육을 파괴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EBS만을 달달외우는 수업방식으로 변질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EBS 교재가 교과서화한다는 우려다. 평가원이 조사한 결과 EBS 연계의 부정적 효과로 응답자의 49.8%가 ‘기계적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 증가’를 꼽았다. 24.4%는 ‘창의력/사고력 저하’를 문제로 꼽기도 했다. 97.1%는 정규수업과 방과후학교 수업 등에서 EBS 교재를 활용하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EBS 수능 교재의 교과서화는 학종 선발 체제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EBS교재 제시문 수준으로는 수시를 대비한 깊은 공부가 어렵다. EBS 교재 완성도를 높여 문제풀이 위주가 아닌 원론 위주 공부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수능 EBS연계와 대입에서 확대되는 학종은 병행이 어려운 개념이다. 학종의 확대를 EBS가 최근 시리즈물로 공격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교육축소의 공이 있지만 주입식 획일화 교육에 머물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EBS 연계율 변경 가능성에 따라 사교육 주가가 출렁일 정도로 EBS의 연계율 축소는 사교육을 확대시킨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지난 2015년에는 교육부 장관이 EBS 연계를 70%로 고정적으로 하지 않고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는 발언 이후 모 사교육 업체 주식이 주당 5만15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EBS 연계율의 축소/폐지가 사교육시장에는 호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EBS 연계 정책 이후 사교육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사교육비 억제액은 70% 연계 이전인 2009년 3492억원에서 2014년 1조1374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면 2011년 5301억원에서 2014년 8925억원으로 올랐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2018 수능 연계 교재 87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어 수학(가/나) 영어 한국사 탐구 등 과목별 연계 교재도 함께 공개해, 모든 연계 교재과목은 총 87권이다. 연계 대상은 교재뿐만 아니라 강의도 포함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영역별로 차이가 있으나 중요 개념이나 원리의 활용, 지문이나 그림/도표 등의 자료 활용, 핵심 제재나 논지의 활용, 문항의 변형 또는 재구성”등을 통해 연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BS의 수능연계는 사교육비 경감을 취지로 도입돼 2011학년부터 매년 70%대의 연계율을 유지하고 있다. 국어와 수학의 반영비율은 2014학년부터 지난해 수능까지 각각 71.1%와 70%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영어의 경우 2011학년부터 2013학년까지는 70%를 유지하다가 2014학년 71.1%(A,B로 나눠 시행), 2015학년 75.6%으로 점점 높아지다가 다시 2016학년과 지난해 73.3%의 연계율을 보였다. 탐구과목의 경우 사탐/과탐/직탐 모두 2011학년부터 70%와 72%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연도별 EBS 반영비율은 ▲2011학년 언어 72%, 수리(가) 72.5%, 수리(나) 80%, 영어 과탐 70%, 사탐 70.5%, 직탐 71.5%, 제2외/한문 70.5% ▲2012학년 언어 74%, 수리(가/나) 영어 과탐 제2외/한문 70%, 사탐 70.9%, 직탐 71.5% ▲2013학년 언어 72%, 수리(가/나) 영어 사탐 과탐 제2외/한문 70%, 직탐 72.6% ▲2014학년 국어(A/B) 영어(A/B) 71.1%, 수학(A/B) 과탐 제2외/한문 70%, 사탐 71%, 직탐 70.5% ▲2015학년 국어(A/B) 71.1%, 수학(A/B) 과탐 직탐 제2외/한문 70%, 영어 75.6%, 사탐 71% ▲2016학년 국어(A/B) 71.1%, 수학(A/B) 사탐 과탐 직탐 제2외/한문 70%, 영어 73.3% ▲2017학년 국어 71.1%, 수학(가/나) 과탐 직탐 제2외/한문 한국사 70%, 영어 73.3%, 사탐 70.6%의 연계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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