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사정관전형 차이 무시'.. 자극적 언론보도 실상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주말을 기해 학종 입학생이 다른 전형 입학생들보다 열등하다는 언론보도가 줄지어 나왔다. 학종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학점과 전공만족도, 취업 이후 월급 등에서 다소 낮은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게 골자였다. 현재 대입은 ‘학종시대’라 불릴만큼 학종이 중심으로 자리잡은 상황. 전형 간 우열을 따진 자극적인 보도는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과연 언론들이 보도한 ‘학종 입학생들의 열등함’은 사실일까?

실제 사실관계는 달랐다. 용어를 면밀히 구분 짓지 못한 탓이었다. ‘학종’ 입학생이 아닌 ‘입학사정관전형’ 입학생이 열등하다고 봐야 했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언론들은 두 전형을 혼동해 보도했다. 보도의 근간이 된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의 논문은 ‘입학사정관전형’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지만, 언론들은 일제히 이를 학종 입학생으로 봤다. 졸업학점과 전공만족도 취업 이후 월급이 낮다는 점은 입학사정관전형 입학생에 대한 평가였지만, 학종 입학생에 대한 평가로 곡해된 셈이다. 

용어구분 외에도 문제는 존재했다. 졸업학점과 전공만족도가 낮다는 점은 수치로 증명된 부분이었지만, 취업 이후 월급이 낮다며 ‘열등’하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잘못된 결론이었다.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입학사정관전형 입학생들의 취업률이 훨씬 높았던 때문이다. 양 교수도 결론에서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취업자에게 노동시장은 더 유리하거나 불리한 면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언론들은 취업률을 무시한 채 평균월급이 단 5만원 적은 것을 두고 입학사정관제 입학생들이 열등하단 결론을 내렸다. 자극적인 보도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언론의 왜곡성 보도에 대해 교육계는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 정부가 대대적인 교육체제 개편 밀어붙이기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특정 전형에 대한 오해만 키우는 보도였던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번 보도는 입학사정관전형과 학종의 차이점에 대한 무지의 소산으로 보인다. 교외활동 반영 여부가 다른 입학사정관전형과 학종은 결코 동일선상에서 바라보기 어렵다. 입학사정관전형은 초창기 기회균형에서만 한정적으로 운영되다 본격 확대된 후에는 현 대입의 특기자와 가까웠던 전형이었다. 입학사정관이 평가에 참여한다는 점만으로 같은 전형으로 여겨서는 안된다”며, “문 대통령의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로 인한 정시 폐지/축소, 내신 절대평가로 인한 교과전형 폐지/축소 등이 점쳐지고, 논술/특기자 폐지도 밀어붙이기가 확실시되는 등 교육현장이 혼란스럽다. 교육부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교육감들의 ‘돌발행동’까지 나오면서 대규모 학부모 집회가 열리는 등 분열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미 혼란이 극심한교육현장에 언론들마저 자극적인 보도로 혼란을 더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종 입학생들이 졸업학점, 전공만족도, 월급 등에서 열등하단 보도가 줄을 이뤘지만, 학종과 사정관전형의 차이점에 대한 인식부족이 발단이 돼 벌어진 일이었다. /사진=중앙대 제공

<학종 입학생 열등 보도.. 학점/전공만족도 낮고 월급 적어>
‘학종 입학생이 열등’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주말에 쏟아진 언론들의 보도 근거는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와 한희진 성균관대 사교육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입학사정관제 입학생의 대학생활 및 취업성과 분석’이다. 연구진은 한국교육고용패널(KEEP)이 2004년 중3이던 학생들을 2015년까지 12차례에 걸쳐 추적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4년제대학을 졸업한 1168명의 취업자가 대상이었다. 양 교수의 논문은 23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연 한국교육고용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조사결과 사정관제 입학생은 학점이 다소 낮고 전공만족도도 다소 낮았다. 사정관제 입학생은 100점 만점 기준 평균 학점이 79.36점이었지만, 다른 전형을 통한 입학생(이하 비사정관제 입학생)은 82.25점을 기록했다. 확정된 대학 전공에 만족하냐는 물음에 ‘예’라고 대답한 비율은 비사정관제 입학생의 경우 69.1%였지만, 사정관제 입학생은 55%에 그쳤다. 

월급은 비사정관제 입학생들이 다소 높았다. 비사정관제 입학생은 월 평균 175만원을 받았지만, 사정관제 입학생은 170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취업 여부에선 사정관제 입학생들이 강점을 보였다. 취업에 성공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사정관제 입학생의 경우 58.1%, 비사정관제 입학생의 경우 49.6%였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일제히 보도에 나섰다. “입학사정관제(학생부종합전형)를 통해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졸업학점과 전공만족도, 취업 후 월급 등이 다소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연합뉴스를 필두로 이어진 보도였다. 특히, 한 언론은 “학종으로 대학에 들어간 학생이 졸업학점이나 취업 이후 월급 등에서 다른 학생보다 열등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학종에 대해 비판했다. 

<사실왜곡 보도.. 학종과 입학사정관이 같은 전형?>
언론들의 보도내용은 실상 사실왜곡이나 마찬가지였다. 연구결과 인용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용어를 잘못 사용한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입학사정관전형’을 같은 전형으로 인식한 것이 문제였다. 

이번처럼 혼동되는 사례가 있지만, ‘입학사정관제’ ‘입학사정관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입학사정관제’의 뜻은 모두 다르다. ‘입학사정관제’는 입학사정관이 대입선발에 관여하는 모든 전형을 의미한다. 구 입학사정관전형이나 현 학생부종합전형 모두 입학사정관제의 범주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입학사정관전형’은 2008학년부터 2014학년 ‘학생부종합전형’이 등장하기 전까지의 입학사정관제를 의미한다. 2004년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2008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이 나온 후 2007년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건국대 인하대 경북대 가톨릭대의 10개교가 입학사정관제 시범대학으로 선정돼 2008학년 처음으로 입학사정관전형을 실시한 것이 시초다. 교외활동을 반영한 점이 현 학종과의 가장 큰 차이다. 

최근 대입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학생부종합전형’은 서울대가 2014학년 최초 도입한 전형을 뜻한다. 서울대가 2010년 7월 교육부(당시 교과부)가 훈령 제187조를 통해 ‘학생부를 통해 선발하는 전형은 교외상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취득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을 제외하도록 한 방침’에 발맞춰 2014학년부터 교내활동만 반영하기로 한 것이 현 학종의 출발점이 됐다. 교외활동까지 반영 가능한 탓에 사교육 유발요인이 많았던 사정관전형의 단점을 개선한 대입전형이 학종인 셈이다. 

교외활동 반영이 불가능해지면서 학종은 사정관전형과 큰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동일하게 입학사정관이 평가에 참여하고, 정성평가가 주를 이루는 전형이지만, 사정관전형은 교외활동 반영으로 인해 사교육 유발 요인이 컸다. 현 대입전형과 비교하면 수상실적 반영이 불가능하단 차이 등이 존재하지만, 특기자전형과 가장 유사했던 셈이다. 

교외활동 반영 여부가 갈리면서 평가 기준도 달라졌다. 사정관전형 시절에는 ‘비교과’가 우선시됐지만, 현 학종은 ‘교과’를 근간으로 한 학업역량 측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교협이 발간하는 대입전형 기본사항이 학종을 “학생부 비교과를 중심으로 교과/자기소개서/추천서/면접 등을 통해 학생을 종합 평가하는 전형”이라며 비교과 중심 전형으로 소개하던 것에서 “학생부를 중심으로 자기소개서/추천서/면접 등”으로 문구를 바꾼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사정관전형과 학종이 크게 다르다는 점은 입학사정관들도 증언하는 부분이다. A대학 입학사정관은 “초창기 입학사정관전형은 지금과 완전히 모습이 달랐다. 처음 도입되는 전형이다보니 제대로 체계가 잡혀있지 않았던 때문이다. 평가서류를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조차 규정이 없다보니 박스 몇 개 분량의 신문 스크랩 등을 보내오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였다. 대학도 학생도 처음 등장한 정성평가에 허둥대던 시절”이라며, “이후 연차가 쌓이고 평가 시스템이 점차 정교해져 가는 상황에서 교외활동 배제로 현재의 학종이 탄생하게 됐다. 입학사정관이 대입에 관여하는 전형이란 의미 탓에 입학사정관전형과 입학사정관제가 혼동되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과 입학사정관전형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크게 성격이 다른 전형을 두고 같은 전형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형내용을 보더라도 현행 학종과 사정관전형은 크게 달랐다. 2008학년 95명을 모집한 서울대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은 수시가 아닌 정시였다. 인문/자연계열의 경우 수능50%에 학생부교과 24% 비교과4% 면접및구술고사20%를 합산해 합격자를 가렸다. 언어(현 국어) 수리(현 수학) 외국어(현 영어) 탐구 중 2개영역 이상 2등급 이내를 받아야 하는 수능최저학력조건도 있었다. 수능최저는 반영하더라도 수능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수시모집인 현 학종과는 완전히 다른 전형이었던 셈이다. 

두 전형의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언론보도로 인해 학종은 마치 ‘열등’한 전형처럼 여겨지게 됐다. 이미 사라진 사정관전형의 입학생들을 두고 학종 입학생이라 보도한 언론의 팩트체크가 문제였다. 한 교육 전문가는 “학종과 사정관전형을 두고 혼란을 일으킬 수는 있다. 2014학년 처음 학종이 등장했을 물론이고 2015학년, 간혹 2016학년까지도 학종과 사정관전형을 두고 혼동이 일어나곤 했다. 서울대가 선도적으로 도입한 전형에 대해 대학들조차 이해가 불분명했던 때문”이라며, “더하여 현재 사정관전형이 없다보니 학종을 예시로 들어 설명할 수는 있다. 다만, 그럴 땐 두 전형의 차이점을 명확히 밝혀 줘야 했다. 아무런 부연설명 없이 사정관전형 입학생들을 학종 입학생이라 표현한 탓에 작금의 학종이 마치 능력없는 학생들만 키워내는 전형처럼 언론에 의해 사실관계가 호도되고 있다. 실제 학종 입학생들이 여타 전형에 우수하단 기존 종단연구 결과들과도 배치되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학종 입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우수하단 점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된 적 있다. 가장 최근 나왔던 사례는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숙명여대 서울여대의 10개대학이 한 데 모여 전형별 입학생의 학업성취도 등을 밝힌 4월6일의 ‘학종 3년의 성과와 고교교육의 변화’ 심포지엄이다. 10개대학이 2016학년 전형별 입학생들의 평균 학점을 조사한 결과 중앙대를 제외한 9개대학에서 학종 입학생의 학점이 가장 우수함이 밝혀졌다. 중앙대의 경우 교과전형이 학종보다 학점이 높았지만, 4.5 만점에 3.48점의 교과가 학종의 3.42점보다 고작 0.06점 높은 수준에 불과했다. 졸업생이 아닌 탓에 전공만족도가 조사되진 않았지만, 이탈율도 낮았다. 정시 입학생은 18.2%가 미등록 자퇴 등으로 이탈한 반면, 학종 입학생은 고작 2%만 이탈했다. 전공선택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취업 이후 월급 낮아 ‘열등’?.. 높은 취업률 무시>
취업 이후 월급이 월 평균 5만원 낮아 ‘열등’하단 보도도 문제가 많았다. 사정관제 입학생 취업률이 58.1%로, 비사정관제 입학생의 49.6%보다 8.5%p나 높단 점은 무시한 결론이었던 때문이다. 최근 심각한 대졸 ‘취업난’을 고려하면, 결코 비사정관제 입학생이 우수하단 판단을 내릴 순 없었다. 

실제 논문도 사정관제 입학생의 열등을 얘기하고 있지 않았다. 연구진은 결론에서 “취업성과인 월급이나 취업여부는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입학한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존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될 때 대학생활의 어려움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비슷하게,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취업자에게 노동시장은 더 유리하거나 불리한 면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결과는 오히려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입학사정관제의 확대에 대한 우려를 줄이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은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월급이 적은 것에 대해서도 연구진은 판단을 유보했다. “사정관제로 입학한 취업자의 월급은 170만원으로 비입학사정관제 취업자에 비해 평균적으로 5만원 적게 나타났으나, 현재 취직했는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대졸자의 58%가 취직해서 비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대졸자에 비해 8.5% 더 많이 취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입학사정관제에 따른 취업성과의 차이는 취업의 질과 지속성도 동시에 고려해서 좀 더 세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구진이 내린 결론이었다. 언론보도처럼 사정관제 입학생의 취업 이후 월급이 낮은 점이 부각될 이유는 없었다. 

실제 월급 문제는 입학사정관전형 초창기 배경을 고려해야 한단 것이 교육계의 설명이었다. B대학 입학사정관은 “초창기 입학사정관전형은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만 선발이 이뤄졌다. 현재 기회균형 고른기회 등으로 불리는 특별전형에만 사정관전형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대의 경우 농/어촌 특별전형만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운영했다. 인하대도 대안학교전형만 존재했다. 중앙대 다빈치, 경희대 네오르네상스처럼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전형들도 있지만 모집인원이 20여명 남짓으로 매우 적었다”며, “이런 배경이 고려되지 않은 연구가 의미를 가지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정관전형 입학생의 월급을 따지는 것은 지금 기회균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을 학종/교과/논술/특기자 학생들과 비교해 학점의 우열과 월급 등을 따진 셈에 불과하다. 출발선상부터 다른 학생들을 두고 월급을 비교해 전형 간 의미를 따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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