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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자사고 폐지 ‘숨고르기’?.. 28일 재지정평가 '분수령'한발 물러선 조희연 ‘일괄폐지 반대’.. 진보교육감들 갈리는 대응수위
  • 윤은지 기자
  • 승인 2017.06.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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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의 분수령이 될 28일 서울 4개교(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서울외고)의 재지정평가를 앞두고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섰다.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도내 외고자사고 전면 전환 발언으로 급격히 힘을 받은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은 최근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일괄폐지 반대’ 발언에 진보교육감들의 유보적 입장표명이 잇따르면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외고자사고 폐지 문제의 전권을 교육감에게 이양하라던 조 교육감은 28일 재지정평가에 대해 “이전 정부 평가 규칙을 토대로 행정적 합리성에 기초에 평가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인위적이고 일괄적인 지정취소는 없을 것이라는 의도를 내비쳤다.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이 불거진 이후 거세게 몰아붙이는 자사고 외고 학교 당국과 학부모들의 집단행동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27일 전국외고학부모연합이 반대 성명을 발표해 반대 여론에 합세하면서 날이 갈수록 폐지 철회에 대한 공세는 더해지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세종 충남 강원 등 진보 교육감들 사이에서도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설립한 관내 외고자사고를 일괄적으로 폐지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당장이라도 일반고로 전환될 것 같던 외고자사고 폐지 방침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특히 공립이 많은 외고 국제고를 두고 지역내 외고 국제고는 설립취지에 반하는 운영으로 인한 문제점이 없다며 전환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교총은 일부 교육감들의 섣부른 폐지 운운으로 중3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으로 몰려가고 교원들이 진학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육부가 나서서 명확한 방침과 정책 추진 로드맵을 조속히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의 분수령이 될 28일 서울 4개교(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서울외고)의 재지정평가를 앞두고 국면 전환의 낌새가 포착됐다. 사진은 27일 보신각에서 열린 자사고학부모연합회의 자사고폐지 반대집회 모습.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국면 전환되나.. 학생 학부모 반발 극심>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2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급격한 변화에 따른 예고되지 않은 불이익을 줄이려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외고자사고 일괄 폐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어 “폐지 자체가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 일반고를 공교육의 중심에 확고히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외고자사고 폐지는 과도기적 피해가 없도록 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악순환의 구조를 바꿔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의 발언은 그간 강경하게 고수해온 일괄 폐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교육계에선 “어쨌든 평가는 이전 정부의 평가 규칙을 토대로 행정적 합리성에 기초할 것”이라는 발언을 두고 28일 예정된 재지정평가에서 인위적 일괄폐지는 없을 것이며 4곳을 전부 재지정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교육감은 “교육체계가 1~2년 단위로 변화하는 것에 반대하며 단기적 전환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섬세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새 정부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해 정부측에 공을 넘겼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발판 삼아 외고자사고 폐지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그간의 예상에 반하는 발언으로, 교육청의 방침이 정부 정책 기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교육감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전국단위 자사고 하나고를 포함해 서울은 23개 자사고와 6개 외고 1개 국제고를 보유하고 있어 서울교육감이 곧 교육소통령이라 불리는 탓이다. 통상 시 단위에는 1개 내지 2개 외고가 위치한 것과 비교해 월등히 많을 뿐더러 자사고는 전체 46개교 가운데 절반이 서울에 자리하고 있다. 

국면전환의 실마리는 일방적 폐지 정책에 대한 학교와 학부모 등 당사자들의 극심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광양제철고 민사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등 5개 전국단위 자사고가 반박문을 공개한 것을 발단으로 서울자사고교장협과 전국31개외고교장협이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한 전면 중단,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학교 현장의 조직적 움직임에 조 교육감은 20일 ‘새 정부 교육정책 제안’ 기자회견에서 향후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겠다며 다소 신중해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조 교육감이 일괄 폐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시사한 한 것은 무엇보다 집단행동에 나선 학부모들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자사고학부모 2000여 명은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 모여 폐지반대 집회를 열고 서울교육청까지 행진을 감행했다. 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앞서 조 교육감에 수차례 면담을 요구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27일에는 외고학부모들도 한 자리에 모였다. 전국 외고 학부모 대표들은 이날 이화외고에 모여 전국단위 대표를 선출하는 등 정부의 외고 폐지 방침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수립한 뒤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는 “교육의 문제는 특목고 때문이 아니라 학력사회가 근본원인”이라며 “정상적인 교육체계에서 희망에 따라 학교를 선택해 진학했을 뿐인데 외고 국제고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서 비난받을 이유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고 관계자에 따르면 외고학부모연합은 자사고학부모와의 연대가능성까지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나 교육청 차원의 명확한 입장 발표가 없어 반대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23일은 전국 자사고 교장들이 모여 중동고에서 비공개회의를 열었다. 2015년 서울 자사고 재지정평가 사태 때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교장단이 모인 것과 달리 전국단위로까지 번져 사태의 심각성을 명확히 했다. 특히 선발권과 실적에서도 차이를 보이는 전국단위와 광역단위 자사고가 한자리에 모인 사례는 그간 전무했던 탓에 교육계 안팎으로 시각이 쏠렸다. 전국자사고교장협회장을 맡고 있는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연수 중인 일부 교장을 대신 참석하는 인원을 포함하면 전국 자사고 관계자가 모두 모인다”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향후 계획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진보교육감 엇갈리는 수위들.. 입장차 명확>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가장 먼저 재지정취소를 통한 전환의사를 밝혔다. 13일 이재정 교육감은 경기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6월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재지정평가에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외고자사고의 단계적 폐지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정 교육감의 발언으로 폐지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각 시도 교육청에서도 동조의사를 밝히는 듯했으나 반대 입장을 표명한 우동기 대구교육감 등 보수 성향 교육감은 물론 진보 교육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입장차를 보이는 교육감들은 설립 목적대로 운영되고 있거나 지역의 특수성이 있는데도 일괄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진보 성향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자사고 등이 설립의도에 맞게 운영되지 못했고 일반고 황폐화를 일으킨 만큼 정부의 기본 방침에 찬성한다”면서도 “서울 경기와 달리 강원도는 특목/자사고 비중이 높지 않아 생각할 여지가 있다”며 관내 자사고 외고 폐지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강원도는 민사고와 강원외고가 폐지 대상에 해당된다. 다만 민사고는 강원도에 위치하긴 하나 전국단위 선발로 전국 각지의 우수학생들이 모여들어 도내 일반고를 황폐한다고 보기 어렵다. 교육청 관계자는 강원외고에 대해 “양구군의 학생들은 양구고와 양구여고만으로 충분히 수용이 가능해 강원외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학생 충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구군수가 이사장인 공립형 사립고 강원외고는 양구군민의 세금 300억원으로 설립된 학교다. 강원외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학생수급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활성화로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진보 성향 김지철 충남교육감도 정부의 폐지방침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김 교육감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기본 방침은 갖고 있지만 외고의 일반고 전환은 유보적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충남외고는 수도권 외고와 달리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만큼 전문가, 학무보 등 지역사회와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인 최교진 세종교육감도 “현재 세종국제고는 잘 운영되고 있고 특별히 아무 문제를 못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2013년 개교해 5년차를 맞은 세종국제고는 전국7개 국제고 가운데 막내 국제고다. 2018년 특목고 재지정평가를 앞두고 있어 평가에서 탈락한다면 개교 5년 만에 문을 닫게 되는 셈이다. 세종교육청 관계자는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에 국제고가 언급되는 상황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며 “같은 특목고로 뭉뚱그려 언급되고 있는데, 국제고는 국립고이고 현재 설립 취지대로 잘 운영되고 있어 폐지를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중도 보수 성향의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26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자사고 외고 폐지 여부는 학부모 교육계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겠다”고 말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전국제중고 설립은 필요하다”며 지속 추진 의사를 내보였다. 설 교육감은 “지역에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여러 대학이 있고 외국인과학자들이 많이 와 있는데도 그들의 자녀가 갈 학교가 없다”며 “교육도시인 대전에서 과학자 자녀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역인재들이 국제적인 감각을 가진 미래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제고가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국제중고 설립은 대전교육청과 설 교육감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당초 대전 신동/둔곡지구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이 추진되면서 2015년 3월 개교가 예정됐으나 사업이 지연되면서 설립이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이후 전환설립 병설 분리설립 등 숱한 계획변경안을 교육부 제출하며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의위원회의 승인을 기다렸으나 올해 4월 중투위는 ‘재검토’ 통보를 내렸다. 이로써 세 번째 도전도 무산됐지만 설 교육감은 학교 설립을 억제하는 정부 정책에도 불구 설립 의사를 강경하게 표출했다. 대구교육청에선 대구국제고가 신축 설계공모안 당선작을 발표하며 2019년 3월1일 개교를 목표로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부 교육감의 독주 ..청문회이전부터 반발과 혼란 키워>
정부의 폐지 방침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재학생과 외고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불안과 혼란이 가속되자 교총이 교육부의 책임을 물었다. 교총은 “학생 학부모가 안정적으로 학교교육을 받고 고입/대입을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법정주의에 입각해 명확한 방침과 추진 로드맵을 조속히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교총은 무관심 무대책 함구로 일관한 교육부의 직무유기에 교육현장이 ‘혼돈의 도가니’가 됐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폐지 공약과 일부 교육감의 발표로 갈등과 혼란이 거듭돼 중3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당장 해법을 찾아 학원과 사교육을 몰려가고 있으며 교원들은 진학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섣부른 제도 변경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교육감들에 대한 비판은 거세지며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라고 하나 당장 재지정 평가시기가 도래한 것도 아닌 상황”이라며 “몇몇 교육감들의 섣부른 폐지 운운은 오만이자 교육수요자들의 혼란과 불안감만 증폭시킬 뿐이다.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시도교육의 수장으로서 올바른 자세”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정책제안을 받겠다며 만든 ‘광화문 1번가’ 홈페이지만해도 진보교육감과 김후보자에 대한 비판여론이 넘쳐났다.  26일까지 김후보자에 대해 올라온 게시글은 130여건. 이가운데 90%이상은 ‘수능 절대평가 도입’ 등 교육공약을 성토하는 글이었다. 새정부를 지지하는 세력 가운데서도 김후보의 입각이나 김후보의 교육정책에는 반대하는 입장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심지어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정진후 전 정의당 의원조차 나서서 속도조절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25일 ‘특권교육 폐지를 위한 제안’을 발표, “일괄 페지 선언은 교육개혁 기회를 날려버리는 망발이 될 수 있다”며 일괄 폐지에 대한 반대 견해를 내놓았다. 일괄폐지가 아닌 고입일정 통합, 재지정평가를 통한 일반고 전환, 외고자사고 설립의 법률적 근거 폐지 등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정 전 의원은 “새 정부의 교육공약만 제시된 채 장관 지명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몇몇 교육감들의 일괄 폐지 발언이 불필요한 논쟁만 키우고 있다”며 “교육현장의 불안과 혼란을 줄이는 쪽으로 폐지를 추진하자는 뜻으로 의견을 냈다”고 발언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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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지 기자  blink@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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