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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학종이 유일 전형이 된다면 - 곽병권 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곽병권 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 (대륜고 교사)
  • 베리타스알파
  • 승인 2017.06.27 13:19
  • 호수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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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별 학생부 기록역량 격차 줄이는 노력 필요
2008학년 학생부종합(이하 학종)전형이 도입됐을 당시 마음이 복잡했다. 우선 기대감이 컸다. 기존 지식위주의 평가가 측정하지 못하는 학생의 여러 가지 부분들, 특히 입시위주의 교육이 아닌 다양한 교육을 통해 훌륭한 인성과 발전가능성을 갖춘 학생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반면 학종 전형의 확대는 꺼려졌다. 이유는 학종 전형의 정성적 평가는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 사회가 정성평가의 신뢰도를 받아들일 만큼 성숙한 사회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교육문화는 명문대 입학이 곧 사회적 성공이라는 인식이 내재되어 있고 입학하면 누구나 쉽게 졸업하고 입학할 때 외에는 학생 개인의 역량을 점검할 기회가 부족하다. 학벌보다는 능력을 중시하고, 입학의 기회는 비교적 쉽게 주어지지만 재학 중 철저한 점검을 통해 졸업을 쉽게 허락하지 않아 대학 진학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덜한 외국의 교육시스템과 다르다. 결국 우리나라의 학종 성패는 교육문화자체를 바꾸거나 학종 자체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의 정책적 방향과 수시를 확대하려는 대학의 요구가 맞물려 학종은 지금 상위권 대학에서 입학정원 40% 이상을 선발하는 최대 전형이 됐다. 새 정부 들어 사교육조장을 이유로 고1 학생이 대학을 진학할 시점부터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까지 폐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고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수능 절대평가와 학생부 절대평가인 성취평가 실시에 대한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다.

만약 수능 절대평가가 실시되고 고교 학생부 교과 성적을 성취평가로 실시한다고 가정해 보면 수시에서 논술전형 특기자전형이 폐지되고 학생부중심전형인 학생부교과와 학생부종합 전형만 남게 된다. 과연 입시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곽병권 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

우선 수시의 경우 학생부교과전형은 상위권 대학이나 의예과와 같은 상위권 학과에서는 성취평가로 인해 학교별 학생들의 학업역량 차이를 평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시가 어려울 것이다. 결국 학종이나 새로운 전형인 본고사 도입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비 유발이 크다는 이유로 대학별고사인 논술, 특기자 전형의 폐지를 고려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본고사 실시가능성은 낮다. 결국 수시는 학종 전형만 남게 된다. 정시 역시 수능 절대평가가 실시되면 상위권 대학과 상위권 학과에서는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져 학생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게 된다. 최종적으로 수시와 정시에서 학종이 유일한 전형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과연 상위권 대학과 상위권 학과의 입시에서 학종 전형만으로 선발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학종 전형을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고 학종 자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된 상황이라면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현행 학종은 시행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고 학교는 물론 사회적으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태다.

우선 학종 전형은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학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과 성적이다.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과목별 지필고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행평가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각종 교내경시대회 준비와 수능준비도 병행해야 한다. 일 년 내내 긴장감을 가지고 생활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능위주의 정시모집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많은 중학생들 사이에서 초/중학교 때 선행 학습을 해두지 않으면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고교에서 학교 내신, 학종 전형, 수능 대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고교 1학년 학생들 가운데 내신시험에서 원하는 만큼의 성적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자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설학원들은 이미 수능 중심에서 학교 내신 중심으로 개편되어 있어 수능 절대평가에 의한 사교육비는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부 기록에 관한 문제도 상당하다. 학종 전형의 가장 큰 단점은 학생부 기록 주체의 문제이다. 기록의 주체가 교사인데 학생의 노력만큼이나 교사의 역량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비록 학생의 역량이 같을지라도 수업을 하는 교사의 역량에 따라 학생부에 나타나는 기록이 현격한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역량을 잘 이끌어 내면서 수업한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기록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즉 학교 및 교사의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본인의 능력이 아닌 다른 요소로 인해 입시의 유불리가 생기게 된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담임교사와 주요교과 선생을 잘못 만나면 학종 전형은 포기해야 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몇몇 대학들은 사교육비를 절감한다는 이유로 자소서나 추천서를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학생부 기록을 둘러싼 현실을 생각하면 학생들의 능력과 장점에 대해 직접 언급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자소서나 추천서는 필요해 보인다.

사교육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점점 많은 학생들이 사설학원에서 학종 대비 컨설팅을 받고 있고, 그 비용이 교과목 학원비보다 훨씬 비싸 오히려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볼 때 과연 학종이 사교육비를 감소시키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교사들이 점점 늘고 있다. 상위권 대학 입학사정관과의 간담회에서 입학생들의 상당수가 심지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까지 사설학원에서 컨설팅을 받아 학생부에 기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평가에서 제외시키려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물론 필자는 학종 전형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능력보다는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현실 속에서 대입은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학생부기록의 역량이 지역별, 학교별, 그리고 교사별로 큰 차이가 벌어져,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인해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어린 시절 잠시 방황하거나 입시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학생부 관리가 잘 되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학생부 관리 차원에서 패자 부활전의 역할은 지금 수시 논술전형과 수능중심의 정시가 해왔다. 이제 논술전형을 폐지하고 변별력이 부족한 수능 절대평가가 된다면 패자부활의 기회는 아예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입시체제를 사교육부담을 이유로 급격하게 바꾸는 일은 위험하다고 본다. 상당한 고민과 현장의견을 수렴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학종 역시 당장 유일한 최대전형으로 부상시키기에는 부족하다. 교사별 학생부 기록역량의 격차를 줄이는 노력과 함께 정성평가의 틀 자체가 보완되면서 사회적 합의가 가닥을 잡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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