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영향평가 입증'..학교 입장표명이후 학부모 동문도 나선다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서울 자사고교장단과 학부모연합의 반대 성명 발표에 이어 전국 31개 외고교장단도 반대 성명 대열에 합류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급부상한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 방침에 반대여론이 들끓는 모습이다. 22일 오후6시 전국31개 외고교장협의회는 서울역 내 회의실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회의가 끝나는 즉시 외고폐지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그간 다소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던 외고측이 본격 행동에 나서면서 반대여론 전국적 확산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외고교장단은 “지난 30여 년간 외고가 기여한 순기능과 자정노력, 현실적인 교육환경 변화를 보지 못한 채 과거 일면으로 침소봉대하는 일방적 외고 폐지정책은 전면 중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외고는 2008년 이후 실시한 외고정상화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자체선발고사를 폐지했으며 정원 40% 감축, 정원 20% 사회통합전형 선발, 지역 단위 모집 등 선발방식을 개선해 사교육 유발요인을 모두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외고측은 "외고 입시는 영어 내신성적만 반영하고 자기소개서에도 영어인증점수 교내외수상실적 교외활동을 일절 기록할 수 없다. 면접은 자기소개서에 대한 내용만 질문할 수 있어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필요성이 전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고는 매년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실시하는 사교육영향평가를 진행, 영향평가 결과에서도 외고입시가 사교육과 상관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자사고교장단과 학부모연합의 반대 성명 발표에 이어 전국 31개 외고교장단도 반대 성명 대열에 합류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실제 외고입시에서 요구하는 전형요소는 영어내신성적과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가 전부다. 2010년 교육부가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하면서 전국 외고는 2011년 입학전형부터 영어 듣기평가 등 자체선발고사를 폐지하고 영어내신과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중2 절대평가와 중3 상대평가 성적을 합산해 산출하는 내신성적은 2019학년부터 중3 내신도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된다. 사교육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도입된 자기주도학습전형은 면접에서도 교과지식과 관련된 질문을 금지한다.

22일 서울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실시한 서울교육종단연구학술대회에선 자기주도학습전형의 도입이 중학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자기주도학습전형 정책성과 분석(백선희, 심우정)’ 연구에 따르면 자기주도학습전형에 대한 인지도가 높을수록 중학생들의 수업과 학습태도에 있어 긍정적인 변화를 봉리 뿐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는 시간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학업성취도가 높은 소수의 학생에게만 적용되는 입학전형에 변화를 가해 전체 학생과 중학교 교육 전반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밝히고 있다. 

교장단은 설립취지에 어긋나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외고는 설립 목적에 맞게 총교과 180단위 중 90단위를 외국어교과로 운영하고 있다”며 “국수사과 교과단위가 일반고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것이 사실인데 국수사과 위주의 입시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과계열 진학에 대해서도 논박했다. “수시 위주의 현 대입제도에서 외고 학생들이 이공계열 의학계열에 진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명문대 입시기관으로 변질됐다는 주장은 전혀 현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외고 재학생 중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75% 정도”라며 상대적으로 어학과 외국어에 적성과 진로를 가진 여학생들이 지원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입시환경으로 변화했다는 것이 교장단의 설명이다. 

폐지 대상에서 과고는 제외하고 외고만 포함한 것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현대사회는 외국어 능력이 과학적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 외고는 특목고로서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어능력은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국가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단순히 외국어구사능력만이 아닌 외국어를 활용한 문화 경제 정치적 안목을 지닌 우수한 학생을 육성해야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여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기 해외유학 희망자의 상당수를 외고가 수용해 외화유출과 유학준비에 드는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을 오히려 억제하고 있다며 외고의 순기능을 설명하기도 했다. 

일반고 황폐화는 외고 탓이 아니며 외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일반고 역량이 강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 5년간 외고 정원은 40%가 감소해 전체 고등학생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한 편”이라며 “게다가 현재 정원의 20%는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고에서 실시하는 사회통합전형은 1순위 기회균등과 2순위 사회다양성 대상자로 분류해 사회통합 정원의 50%에서 60%를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보호대상자 등 기회균등대상자로 우선선발한다. 교장단은 “서울의 경우 약 130개 중학교에서 외고에 진학해 교육기회 형평성에도 부합된다”고 첨언했다.

교장단은 “교육 획일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교육의 수월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외고 설립취지를 상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역간 서열화, 하향평준화 등 과거 문제점이 부활할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미흡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외고 폐지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계는 외고의 성명발표가 반대 여론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데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외고는 폐지 논의가 흘러나오자 일사분란하게 대응한 자사고 교장단과 학부모연합과 달리 신중한 태도를 고수해왔다.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학부모와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의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고교장협 회장을 맡고 있는 부일외고 최진관 교장은 “전국 외고 교장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이번 모임은 대응책을 고심하는 정도로 예상했다. 다만 논의과정에서 사안의 심각성에 모두 공감하고 있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아 회의가 끝나자마자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교측의 공식 입장 발표로 외고 학부모연합도 조직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외고학부모연합은 27일 긴급회의를 열고 공동행동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다. 16일은 서울시내 6개 외고 교장단이 회의를 열고 폐지 결사반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어 교장단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폐지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자체적인 대응을 진행 중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외고 동문회에서도 공동행동에 함께 참여하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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