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여론, 내년 선거의식 화살피하기'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외고 자사고 폐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온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한발 물러선  입장을 선보였다. 조 교육감은 20일 열린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제안’ 기자회견에서 외고 자사고 폐지 문제에 대해 교육청 차원의 행동보다는 교육부 입장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장에서는 반발여론과 내년 선거를 의식해 교육부로 공떠넘기를 통해 화살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서 28일 발표 예정인 서울외고 경문고 장훈고 세화여고 등 4개교의 운영성과 평가에 대해 “행정적 합리성에 입각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과 달리 발언 수위가 약해진 모습이다. 조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운영성과 평가에서 재지정 기준 이하 점수를 부여해 일괄적으로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에서 다소 물러선 태도가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어 “자사고 외고 폐지 여부는 교육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지정 취소 등 교육청 차원의 단독행동보다는 교육부의 지침을 기다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14년 일부 자사고의 지정취소를 강행,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것과 대비된다는 평가다. 조 교육감은 "서열화된 고교 체제를 일반고와 특성화고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외고 자사고 자공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일반고 중심의 고교 체제 개편을 위해 교육부의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교육부에 공을 넘겼다. 

외고 자사고 폐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온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사진은 2014년 열린 교육감과 자사교교장 간담회의 모습. /사진=베리타스알파DB

조 교육감의 미세한 입장변화는 이전에도 한 차례 자사고 지정취소를 강행하려다 겪은 외고 자사고 학부모측 거센 반발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19일 서울 자사고학부모연합은 새 정부의 외고 자사고 전환 방침에 반발하며 조 교육감에게 면담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학부모연합은 26일 보신각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목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장은 “28일 재평가를 받는 자사고들은 충분히 기준을 통과할 수 있도록 준비한 상태”라며 “새 정부 출범 등을 고려해 객관적이지 못한 평가를 받아든다면 논란의 소지가 분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 교육감은 2014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과정에서 미달을 기록한 일부 자사고의 폐지를 추진하려다 학교와 학부모의 반대 여론에 부딪힌 바 있다. 당시 지정취소 논란은 해당 학교들의 행정소송으로 번져 끝내는 교육부 동의 없이 교육감 단독으로 지정취소를 할 수 없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가 '2년 후 재평가'로 마무리됐다. 

길게는 내년에 있을 교육감 선거까지도 고려한 발언이 아니냐는 것이 교육계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관계자는 "서울에만 자사고 23곳이다. 전국 46개 자사고의 절반이 서울에 있다"며 "서울지역 외고 6곳을 합하면 30개 학교 재학생과 학부모, 여태 입시를 준비해 온 중학생 학부모까지 촉각을 세운 사안이라 당선 초기처럼 쉽게 단언할 수 없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이재정 경기교육감과도 대비된다. 이 교육감은 13일 경기 내 외고 자사고를 재지정 평가를 통해 2020년까지 모두 폐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언론인터뷰를 통해 95%가 외고 자사고 폐지에 찬성한다며 강행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서울과 달리 경기는 관내 자사고가 2곳에 불과해 취소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표심 잡기에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일각에선 서울교육청이 자사고의 일괄적 일반고 전환이라는 강수보다는 선발권을 무력화시키는 방식을 통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외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과 달리 고교 입학전형에 대한 승인권은 교육감 권한에 속해 비교적 운신의 폭이 넓은 편이다. 선발권 무력화는 기존 전기고로 분류된 외고 자사고 입시를 후기 일반고와 동시에 진행하고 면접을 없애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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