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진실위 “연구 부적절 행위”.. '석사논문 130곳 의심'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논문표절 논란이 뜨겁다. ‘연구 윤리’를 감독해야 할 교육부 수장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세청장이 탈세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논란이 된 내용은 김상곤 후보가 1992년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사회주의 기업의 자주관리적 노사관계모형에 관한 연구)과 1982년 석사 논문(기술변화와 노사관계에 관한 연구)이다. 정확한 출처 표기 없이 문장을 일부 수정해 기재한 부분이 지적됐다. 김 후보자는 큰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대 연구진실위원회(진실위)의 조사에 따르면 ‘타인의 연구결과 및 문장을 자신의 것처럼 가장해 사용한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진실위 조사결과로 논란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연구 부적절 행위’로는 인정하면서도 ‘연구 부정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정이 모호한 탓이다. 총 44군데에서 출처 표기 없이 사용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완전히 연속된 2개 이상의 문장을 동일하게 쓴 경우가 없어 타인의 연구 결과 및 문장을 자신의 것처럼 가장한 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민간단체인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이하 검증센터)가 처음 표절 문제가 제기할 당시 박사논문보다 더 많은 부분이 지적됐던 석사논문에 대한 조사는 아예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진실위는 2006년 2학기 이전 수여된 석사학위 논문에 대해서는 검증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에 따라 기각했다는 입장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오래된 석사논문이라는 근거로 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의아하다. 한 국가의 교육 수장을 뽑는 문제다. 일반적인 내부 규정을 핑계삼아 피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관행이었다는 일각의 옹호에 대해서도 한 교육계 관계자는 “그 당시 모든 논문들이 그런 관행을 따른 것은 아니다. 연구 윤리를 관리해야 하는 위치인 교육부 장관 후보로서의 윤리적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사 논문, 출처 표기 안한 ‘44곳’>
김상곤 후보자의 논문 표절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다. 당시 경기도지사로 출마한 김상곤 후보에 대해 검증센터가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검증센터는 김 후보자의 1992년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사회주의 기업의 자주관리적 노사관계모형에 관한 연구)에서 약 80여군데, 82년 석사 논문(기술변화와 노사관계에 관한 연구)에서 약 130여 군데 표절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진실위)가 검증센터의 제보를 받아 예비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사 논문에 대해 “국내 4개 문헌 20군데, 5개 문헌 24군데 등 총 44군데를 정확한 출처 표시 없이 사용했다”며 ‘연구 부적절 행위’로 판정했다. 하지만 정확한 출처 없이 사용된 부분이 타인의 연구결과/문장을 자신의 것처럼 가장한 ‘연구 부정행위’에는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진실위 조사결과에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연구 부적절행위’이지만 ‘연구 부정행위’는 아니라는 판정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진실위는 이같은 판정을 근거로 본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연구 부정행위에 비해 연구 부적절 행위는 경미한 사안이라는 인식이다. 

서울대 연구윤리지침에서 정의하는 연구부정행위와 연구부적절행위는 크게 ‘중대한 과실’ 유무로 갈린다. 연구부정행위는 ‘고의 또는 연구상 중대한 과실(연구자로서의 통상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를 의미)로 연구의 제안/수행/보고/발표 등 전 과정에서 해당 행위를 한 연구자’를 의미한다. 해당 행위는 ▲연구데이터 또는 연구자료를 허위로 만들거나 기록/보고하는 행위 ▲연구데이터를 임의로 변경/추가/누락함으로써 연구자료를 조작하는 행위 ▲타인의 연구성과, 연구아이디어, 연구데이터/문장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는 행위(제 11조 3호)다. 반면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더라도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 연구부적절행위에 해당한다. 

고의이거나 중대한 연구상 과실이더라도 연구 부적절행위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출처/인용표시 없이 사용했지만 ‘마치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연구 부정행위가 아닌 연구 부적절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연구부적절행위’에는 ▲타인의 연구 아이디어, 연구 데이터/문장을 정확한 출처표시 또는 인용표시 없이 사용하는 행위로서 제 11조 3호(타인의 연구성과, 연구아이디어, 연구데이터/문장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마치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는 행위’라는 기준이 모호하다. 출처를 명확히 표기하지 않은 부분은 당연히 저자의 생각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여러 문장 중에서 마지막 한 문장에만 출처를 표시한 경우 어느 문장까지 본인생각이고, 어디부터가 발췌한 부분인지 읽는 사람이 구분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130곳 의심받은 석사 논문, 조사 미실시>
1992년 무렵 경영학 박사논문 작성 관례를 고려하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옹호도 석연치 않다. 표절에 대한 철저한 기준이 설립되기 전의 사안이라는 주장이지만 연구 윤리적인 책임까지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그렇게 치면 80~90년대 논문은 모두 현재 기준을 충족하는 논문이 없다는 말인가. 이번 사안과 같은 일부 잘못된 관행들로 인해 표절 기준이 강화되어 온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박사 논문보다 더 많은 의혹이 제기된 석사 논문에 대해서는 조사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검증센터의 주장에 따르면 석사 논문에서는 130여 군데에서 표절이 의심됐다. 박사 논문의 80여 군데에 비하면 1.5배 가량 많은 부분이 지적된 것이다. 진실위는 석사 논문의 경우 2006년 2학기 이후 수여된 것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들어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실위 규정에서 정의한 적용범위에 따르면 이밖에도 당시 연구부정행위가 공익상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연구진실성 확보를 위해 중요한 사안이라고 인정해 위원회가 조사 개시를 결정한 경우에는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진실위가 제보를 접수한 당시는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 후보자 신분이었지만 현재는 교육부 수장을 뽑는 사안으로 중요도가 더 커진 만큼 석사 논문에 대한 심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문표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논란을 겪은 2006년 김병준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취임 후 18일만에 사퇴했고 2014년 김명수 후보자는 내정이 철회된 바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다른 비리도 물론 저지르지 않아야 하는 문제겠지만 특히 교육부 장관에 있어서 ‘논문 표절’은 치명적인 흠이다. 연구 윤리를 감독해야 하는 위치에서 자격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의 논문표절 논란이 뜨겁다. ‘연구 윤리’를 감독해야 할 교육부 수장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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