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무시 발언'.. '행정소송' 가능성도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문재인표 교육공약 밀어붙이기의 첫 발을 뗐다. 13일 경기지역 내 외고 자사고를 모두 2020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5년마다 받도록 돼 있는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단계적 폐지를 진행하겠다는 청사진도 공개됐다. 재지정 평가를 통한 폐지에는 교육부 동의가 필요하지만, 외고 자사고 폐지가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반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발언을 두고 ‘부적절한 무리수'라는 반응이 거셌다. 탈락공언부터가 문제란 반응이 많다. 재지정 평가는 고교별로 운영성과를 평가해 지정목적 달성 여부를 살피려고 마련돼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교육감의 판단으로 통과 탈락을 결정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 상황에서 임기이후 상황을 공언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평가다. 고교 한 관계자는 "발언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본다. 특목 자사고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됐다. 교사나 학생 학부모들 모두 죄인 취급하는 듯하다. 현장을 편가르기하듯 나누고 교육수요자를 적패세력으로 몰아가는 게 올바른 교육감의 처신인가 "라고 비난했다.  

특목 자사고의 반발로 ‘소송전’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공약에 관여한 대선캠프 관계자조차 “행정소송이 우려된다”고 밝힌 상태다. 특히, 사립고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학부모들의 반발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한층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미 이 교육감은 안산동산고 폐지를 추진하다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던 전례가 있다. 현재 물밑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진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추진될 경우에도 반발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언으로 당장 올해 치러질 고입부터 혼란상이 커질 전망이다. 폐지를 예고해놓고 입학하라는 모양새 때문이다. 수능과 내신 절대평가로 가뜩이나 고교 선택에 골머리를 앓는 수요자들은 아우성이다.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특목 자사고 때리기가 지속되면, 해외유학이 다시금 급증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소송전이 벌어질 경우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나 교육 여건은 그대로란 점에서 올해를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갈등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조짐이다. 같은 날 전북교육감도 외고 자사고 폐지에 대한 의욕을 밝혔으며, 서울도 동참할 기세다. 자사고 폐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서울교육청은 오는 28일 외고 자사고 4개교의 재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관련 방침을 발표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추첨제도를 더욱 강화해 외고 자사고의 선발권을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어 폐지를 유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재지정평가에 대한 이 교육감의 생각은 터무니없을 정도다. 재지정 평가는 말 그대로 ‘평가’다. 운영 미흡으로 통과할만한 점수를 받지 못한 경우에 한해 지정취소를 내리도록 돼있는 제도다. 초중등교육법에 규정돼 있어 교육감이 맘대로 뒤바꿀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처음부터 결과를 정해놓고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법도 무시한 채 교육감 맘대로 횡포를 부리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다른 지역들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교육정책들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상황에 대한 피로감은 극심한 상태다. 2014년에도 이 교육감은 안산동산고를 강제로 취소하려 해 학부모들의 격한 반발을 샀던 전례가 있다. 임기 이후 일에 대해 거론하고 나섰지만, 2019년이나 2020년에 이 교육감이 특목 자사고에 손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문재인표 교육공약 밀어붙이기의 첫 발을 뗐다. 지역 내 외고 자사고를 모두 2020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교육계에서는 재지정 평가에 대한 '몰이해'란 점에서 ‘무리수’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향후 학교 학부모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사진은 2014년 자사고 폐지 결정으로 벌어진 학부모 집회. /사진=베리타스알파DB

<경기교육감, 외고 자사고 폐지 공언.. 재지정 탈락 방식>
경기교육감이 외고 자사고 폐지를 공언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고교를 계층화 서열화하는 외고 자사고 등을 폐지해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며 “경기도 내 8개 외고와 2개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취소해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밝힌 폐지방법은 ‘재지정 평가’다. “외고 자사고의 평가 시기인 2019년과 2020년 재지정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모두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것이 이 교육감의 복안이다. “외고 자사고에 대해 재지정하지 않을 것”이란 발언도 덧붙여졌다. 

현재 법적으로 규정된 특목고 자사고 폐지 사유는 5개다.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회계 집행 ▲부정한 방법으로 학생 선발 ▲교육과정 부당 운영 등 지정목적을 위반한 중대한 사유 발생 ▲재지정 평가 결과 지정 목적 달성 불가능한 경우 교육감이 특목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에 규정돼있다. 이 교육감은 교육감이 지정취소 할 수 있는 법 규정을 근거로 외고 자사고의 폐지를 공언한 것이다. 

현재 외고 국제고 등의 특목고와 자사고는 5년마다 운영 성과 등을 평가받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규정돼있다. 평가 결과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교육감이 지정을 취소함으로써 폐지할 수 있다. 

단, 지정취소 시에는 미리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교육감은 2014년 안산동산고를 지정취소하려다가 교육부의 동의를 얻지 못해 실패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선거 때부터 ‘자사고’를 폐지 대상이라 선언하며 2014년 재지정 평가에서 무더기 탈락을 시켰지만, 교육부가 평가과정의 문제 등을 지적해 직권 취소한 전례가 있다. 교육부 결정에 승복한 이 교육감과 달리 조 교육감은 이에 불복, 대법원에 직권취소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다만, 이번에는 교육부 장관의 직권취소는 아예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폐지를 추진해온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교육부장관으로 내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교육공약에 특목 자사고 폐지가 포함돼있다는 점에서 김 내정자가 청문회과정에서 낙마하더라도 자사고 지정취소에 반대하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지정평가 통한 폐지 공언? 교육감의 ‘무리수’>
재지정평가를 통해 폐지를 공언한 것은 교육감의 ‘무리수’란 지적이 잇따른다. 탈락을 결정해놓고 ‘요식행위’마냥 평가를 진행하겠단 의도인 때문이다. 평가 결과 운영 성과가 미흡한 경우에 한해서만 지정 취소를 하도록 돼있는 법규정을 무시한 ‘초법적’ 발언이란 평이다. 

재지정 평가는 계획에 따라 치러지게 돼있다. 고교유형에 따라 평가방법은 바뀐다. 외고 국제고의 경우 어학/국제계열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목적에 따라 의대반 등이 운영되는지를 따지는 반면 재정 자립도가 높은 자사고는 운영 여건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표별로 평가를 진행, 합산점수가 기준에 미달할 시 지정취소를 내리게 된다. 이 교육감은 이같은 절차를 전부 무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탈락을 결정한 채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점에서 ‘횡포’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교총도 이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교총 관계자는 “재지정 평가는 학교들이 건실히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견제장치”라며, “재지정 평가는 교육감이 입맛대로 학교들을 없애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무슨 근거로 폐지를 공언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교육감은 이러한 비판을 예상했는지, 외고 자사고 폐지에 대한 다른 방안도 들고 나왔다. 법을 개정해 외고 자사고 등의 취소 결정권을 시/도 교육감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외고를 특목고에서 제외하고 자사고의 법적 근거를 없애도록 시행령 개정에 나서는 방안도 제안했다. 현재 특목 자사고 폐지의 방법은 재지정 평가 강제 탈락을 제외하면 법 개정을 통한 설립근거 박탈, 선발권 무력화를 통한 폐지 유도 등이 거론된다. 선발권 무력화는 추첨 제도 등을 도입해 선발효과를 없앰으로써 자연스레 일반고 전환을 유도하는 방법이지만, 이 교육감의 언급에선 제외됐다. 

물론 재지정 평가가 아닌 다른 방안들도 ‘무리수’이긴 마찬가지란 평가다. 외고 자사고의 승인권을 시/도 교육감에게 이양하는 것은 의미조차 찾기 어렵다. 새 정부가 내세운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공약사항인 외고 자사고 폐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때문이다. 이 교육감의 발언은 임기가 내년까지인 상황에서 재선에 실패한 경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외고 자사고의 설립근거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삭제하는 것은 정부가 나설 시 가능하다. 시행령이란 점에서 국회와 의견 조율이 필요치도 않다. 시행령 개정 시 입법예고를 통해 외부 의견을 수렴하게 돼있으나 반영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개정 조짐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교육감들은 국정기획자문위에 시행령 개지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으며, 특목 자사고 폐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진보 교육감들은 개정을 기대하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더라도 갑작스레 설립근거를 잃은 학교들이 줄소송에 나설 경우 입법 부재로 인한 책임문제에서 자유롭긴 어렵단 지적도 있다. 

<재선은 따놓은 당상? 임기와 맞지않는 언급 ‘부적절’>
임기 후의 일을 거론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교육감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이번에 발표한 재지정 평가를 통한 폐지 시기인 2019년과 2020년은 이 교육감이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다.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특목 자사고 폐지를 공언하기에는 부적절 하다는 얘기다.  

수요자들은 피로감이 극심하단 반응이다. 한 학부모는 “내년이면 교육감 선거다. 교육감 성향이 바뀌면 다시 자사고 유지하겠다고 바뀌지 않겠나. 누가 됐냐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정책들로 갈피를 잡지 못하겠는 상황”이라며, “당장 아이들에게 혼란만 안겨다 주는 것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부적절한 발언이 이어지는 것은 부메랑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이미 재선에 성공한 것 마냥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결과는 두고봐야 알 일이다. 지금처럼 고교유형 흔들기 등으로 수요자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킨다면 재선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감 선거는 그동안 관심이 낮아 투표율이 떨어졌다. 진보측의 무리수는 선거에서 낙인효과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보수 교육감 후보의 단일화의 가능성이나 수요자들의 투표율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라고 비판했다. 

<현장 반발 ‘극심’.. 폐지 시 운영 불가>
현장의 반발은 거셌다. 폐지 대상으로 낙인찍힌 고교들은 성토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한 고교 교사는 “국가가 만든 법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세워진 학교를 정치성향에 따라 폐지하겠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위법적인 발언으로 보인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평가를 진행해 위법사항이 있거나 성과가 미흡해 폐지한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심사 전부터 폐지를 선언하고 틀에 맞춰 형식적으로 심사하겠다는 것은 법을 무시하는 발상”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현재 폐지 대상으로 낙인 찍힌 경기지역 내 고교는 총 13개교다. 외고 8개교, 국제고 3개교, 자사고 2개교 폐지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육감은 국제고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교육공약이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폐지하는 것인 이상 폐지 대상에 포함돼있다고 봐야 한다. 

자사고는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전국단위 자사고와 지역 내에서만 선발이 이뤄지는 광역단위 자사고로 구분된다. 경기도에 위치한 전국단위 자사고는 외대부고, 광역단위 자사고는 안산동산고다. 특목고는 국제고 3개교, 외고 8개교로 구분 가능하다. 과고는 경기북과고, 국제고는 고양국제고 동탄국제고 청심국제고, 외고는 경기외고 고양외고 과천외고 김포외고 동두천외고 성남외고 수원외고 안양외고다.

13개교 중 안산동산고만 2014년 재지정 평가 대상이었다. 나머지 12개교는 다음해인 2015년 재지정 평가를 받았다. 5년 주기이기 때문에 안산동산고는 2019년, 나머지 12개교는 2020년에 재지정 평가를 받게 된다. 이 교육감의 공언대로라면 2019년 안산동산고 폐지, 2015년 나머지 특목 자사고 폐지 순으로 이어지게 된다. 폐지 결정이 나온 다음해부터 지위를 잃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산동산고는 2020 고입부터, 나머지 12개교는 2021 고입부터 특목 자사고 선발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만약 경기교육청이 폐지를 강행, 일반고로 전환될 시 학교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특히, 전국단위 자사고로 선호도가 높은 외대부고의 경우 근방에 모현중만 존재해 일반고로조차 운영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폐지대상으로 점찍힌 한 사립 외고 교사는 “교사들의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공립 일반고가 된다면 그대로 흡수되면 그만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비교적 도심에 위치해 일반고로 운영되는 데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다만,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한 외고 자사고 등은 사실상 일반고로조차 운영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이야 기존에 선호도가 높았던 학교인만큼 수요가 있겠으나, 종국에는 지리적 불편함으로 외면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된 고교를 교육감의 정치성향에 따라 없애려는 시도부터 잘못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외대부고의 경우 일반고로 전환될 시 아예 학교 운영이 불가능하다. 주변에 모현중만 있을 뿐 중학교 자체가 없다. 일반고로 전환하라는 것은 학교 문을 닫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엄청난 투자가 이뤄진 학교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라며, 외대부고는 한국외대와 용인시의 합작품이다. 지자체인 용인시의 예산이 400억원 이상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용인 시민의 세금을 들여 만든 학교를 정치 성향에 따라 고사시키는 것이 옳은지부터 따져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만 타겟으로 삼은 것에도 불만이 많았다. 한 외고 교사는 “왜 외고 국제고 자사고만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는지 알 수 없다. 설립 목적이라면 지금도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때는 외고 국제고에서 이과반이 만들어지고 의대 준비가 성행하는 등 설립목적과 거리가 먼 운영이 이뤄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들이 전부 해결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어학계열 진학률이 저조하다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어학계열에서만 어학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란 점에서 잘못된 비판”이라며, “사교육 유발 학교라고 보는 시선들도 이해하기 어렵다.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미 전기고 입시는 자기주도학습으로 내신만 반영해 선발한다. 지필고사도 대부분 없다. 사교육과 연관지어 생각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굳이 사교육을 따지자면 과고 영재학교가 더 극심하다. 제대로 된 영재교육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영재학교 입학을 위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학교유형들은 놔두고 외고 국제고 자사고에만 화살을 들이미는 것은 모순이다. 오히려 외고 국제고 자사고가 사라지고 과고 영재학교만 남게 되면 수월성 교육에 대한 모든 수요가 한 곳으로 집중돼 사교육을 더욱 과열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교들은 법률 검토 등 적극적인 대응도 고려하고 있단 입장이다. 한 고교 관계자는 “아직은 선언에 불과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기교육감이 학교 폐지를 강행할 경우 절대 좌시하지 않을 생각이다.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반대 의사도 명확히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커져가는 현장 혼란.. 폐지 결정해놓고 선발? 수요자들에겐 ‘기회’>
당장 올해 고입부터 혼란이 예상된다. 폐지 대상으로 점찍힌 한 고교 관계자는 “올해 입시부터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혼란이 크다. 학부모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많다. 폐지된다는 데 입학해도 괜찮을지에 대한 질문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특목 자사고 지위가 유지된다. 재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책을 준비하겠다”며 재학생에겐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밝힌 상황이다. 당장 치러질 신입생 선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수요자들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단 반응이다. 고교 내신 절대평가, 수능 절대평가 등의 사안이 맞물려 있어 가뜩이나 특목/자사고와 일반고 중 어느 고교유형을 택할지 고민이 깊던 터에 폐지마저 공언됐기 때문이다. 통상 내신 절대평가는 우수 학생들이 몰려있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던 특목/자사고에 유리함을 안겨다주고, 수능 절대평가는 수능 변별력을 낮춘 탓에 일반고가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긴 하지만 현 상황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공립학교들은 폐지 수순을 밟을 수도 있지만, 사립학교들은 경기교육청의 폐지 결정에 승복할 리 없다. 경기교육청이 폐지를 밀어붙이면 행정소송까지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  최종심까지 고려하면 최소 몇 년간은 끌지 않겠는가 ”라며, “특목 자사고들은 단순히 선발효과만 좋아 선호도가 높은 것이 아니다. 일반고와는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과 여건들을 갖추고 있다. 전국단위 자사고인 외대부고의 경우 연 200~300억이 투입될 정도다. 혼란스러운 상황 탓에 분명 경쟁률은 예년에 비해 낮을 수 있다. 정치적인 공방과 관계없이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좋은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기회를 잘 살려 입학을 결정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소송까지 이어질 시 학교들이 유리하단 것은 주지된 사실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법적 쟁점들을 좀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소송까지 이어지면 학교들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정부 예산이 상당히 투입되는 광역 자사고나 외고 국제고와 달리 전국단위 자사고는 예산지원이 많지 않다. ‘재산권’ 문제로까지 비화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유학? 수월성 교육 고려돼야>
정부를 등에 업고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특목 자사고 폐지에 동참하면, 해외 유학이 다시금 활발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목 자사고 등이 폐지되면 일부 과고/영재학교 진학 희망자들 외에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요구들이 전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때문이다.  자사고의 한 관계자는 "교육의 기본인 수월성 보편성의 원칙은 시대흐름에 따라 무게를 둘순 있지만 어느 한쪽을 말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더이상 교육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교육을 망치려든다"고 비판했다. 

본래 특목 자사고가 생겨난 계기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요청 때문이다. 최초 비평준화 시절 지역마다 존재하던 ‘명문고’들이 평준화 정책이 시행되며 사라졌고, 이후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가 발생해 특목고가 생겨났다. 자사고는 특목고 공급이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보다 적어 경쟁이 극심해지자 다양한 고교유형을 만들어 해소하자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전국에 단 10개만 존재하는 전국단위 자사고들은 이러한 수월성 교육의 대표주자들이다. 

‘교육열’로 표현되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특목 자사고를 없애는 데만 집중하면 해외유학이 다시금 크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미 자사고가 만들어지기 전 ‘외고 전성시대’에 해외유학이 크게 활성화됐던 사례도 있다. 

특목 자사고 폐지가 일반고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고교 교사는 “‘특권학교’ ‘귀족학교’ 등의 얘기가 나오는데 교육 간 계층이 발생했다면 아래를 끌어올려야 할 게 아닌가. 찬성 측에서는 마치 특목 자사고가 없어지면 일반고의 경쟁력이 오를 것처럼 보지만, 그 학생들이 일반고로 퍼져봐야 반에서 한두명 수준이다. 그 정도로 경쟁력이 크게 좋아질 리 없다. 오히려 지금 상위권 학생들은 특목 자사고로 집결해 시너지를 냈어야 할 학생들이 들어오면서 밀려나게 될 것이다. 학습 분위기 저조, 넓어진 스펙트럼으로 인한 교육의 어려움, 지역별 양극화 등의 문제도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국가 경쟁력을 고려해 특목 자사고는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해외와 경쟁 가능한 질 높은 교육을 기껏 만들어놓고는 정치논리에 따라 없앤다니 답답하다. 내신 절대평가 등을 주장하면서는 해외 사례 등을 들먹이지만, 사립학교의 질 높은 교육이 활성화돼있는 해외 사례 등은 일체 거론되지 않는다. 훨씬 앞선 교육을 펼치는 나라들도 선발권이 있는 고교들을 중심으로 국가 경쟁력을 키워나가는데 이를 일거에 없애겠다는 것은 문제”라며, “교육수준을 선도해 나가는 학교를 일반고 수준으로 하향평준화 할 게 아니라 일반고의 수준을 끌어 올려는 데 집중해야 한다. 가진 자원이 없어 인재 풀에 기대야만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결코 긍정적이지 못하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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