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부족' 공학 전기/전자 최다.. 기계/금속 건축 토목/도시 컴퓨터/통신 화공순

[베피타스알파=김유진 기자] 2025년까지 초등/중등교육을 포함한 교원이 시장 수요보다 과잉공급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간한 '대학 전공계열별 인력수급 전망 2015~2025’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계열 인력은 2025년까지 17만4000명이나 초과공급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중등교육 전공의 인력과잉이 9만2000명으로 가장 컸다. 중/고교 교사를 배출하는 사범계열 학과 입학 시 취업난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 출범이후 많은 교원이 필요한 고교학점제 추진 등에 힘입어 1만6000명 교원증원방침이 나왔지만, 넘쳐나는 교육계열 인력을 감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교원양성기관평가를 통한 정원감축의 고삐를 더욱 바짝 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취업난 시대에 '인력부족'이 심각한 전공도 존재했다. 공학계열은 7만7000명 정도의 인원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공학계열에서 가장 심각한 인원부족 전공은 전기전자로 꼽혔고 이어 기계/금속 건축 토목/도시 컴퓨터/통신 화공순이었다. 취업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성격으로 널리 알려진 '전화기'(전기전자공학 화학공학 기계공학) 뿐만 아니라 공학계열 전반에서 인력 부족이 심각한 모습이다. 다만, 정밀/에너지 소재/재료 등은 공학계열임에도 인력과잉이란 예측이 나와 전공 선택에서 신중함이 필요함을 일깨웠다. '공대는 취업이 잘 된다'는 고정관념으로만 전공선택에 나설 시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력수급 전망으로 보건복지부와 의사단체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국립 보건의대' 설립 찬성의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의료전공의 인력이 9000명 부족할 것으로 나타난 때문이다. 약대도 2011학년 15개대학이 추가 신설됐지만, 약학전공 인력이 1만6000명이나 부족하단 관측이 나와 향후 확대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반면, 전문대에서 학사학위 과정이 대거 생겨난 간호전공은 9000명의 인력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나타나 향후 시장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이상 정원감축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향후 진로선택에 고심 중인 수험생이라면 계열보다는 전공에 무게를 두고 인력수급 전망을 참고해야 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인력수급전망은 전공별 인력 과잉/부족 전망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보고서다. 미래 고용환경을 미리 예측해 전공별 증원/감축 등에 대한 입장도 표명하고 있다. 물론 연구방법에 따라 미래 고용환경 예측은 달라질 수 있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적절한 대학 전공 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료다. 진로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현실도 고려돼야 한다"며 "계열보다는 전공별 예측결과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만 놓고 보면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실제 전공을 따져 보면 인력 과잉인 경우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5년까지 초등/중등교육을 포함한 교사가 시장수요보다 17만4000명 공급될 것으로 보여 교육(사범)계열의 교원수급 불균형 문제에 대한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교육(사범)계열 전공자는 넘쳐나는 반면, 공학계열 전공자는 취업시장에서 턱 없이 부족할 전망으로 인력수급 불균형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베리타스알파 DB

<계열별 인력 불균형.. 사회계열 인력 남지만, 공학계열 인력부족>
인력수급 전망 연구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를 기준으로 한 시장의 인력 공급/수요를 예측한 결과물이다. 보고서 내용 중 노동시장 격차 전망 자료를 토대로 인력수급 불균형 규모를 살펴본 결과 사회계열에서 인력과잉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경제 사회과학 법률 등의 전공으로 이뤄진 사회계열에서는 시장의 요구보다 20만5000명이나 인력이 남아돌 것으로 관측됐다. 

이어 교육(사범)계열 17만4000명 자연계열 7만4000명 인문계열 1만8000명 순으로 인력과잉이 예상됐다. 반면, 인력부족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 계열도 존재했다. 공학계열은 26만4000명, 의약계열은 4000명의 인력부족이 발생할 전망이다. 

다만, 계열 내 전공을 기준으로 보면 상황은 달랐다. 인력부족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 계열 내에서도 인력이 과잉인 전공이 있는가 하면, 인력과잉이 예상되는 계열에 인력부족이 예측되는 전공도 존재했다. 인력수급 전망을 토대로 미래 산업수요를 예측, 진로선택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경우라면 전공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계열 내 전망 엇갈려.. 인력부족 12개 전공 어디?>
총 28개 전공 중 16개 전공은 인력과잉, 12개 전공은 인력부족이 예상됐다. 취업난의 여파를 덜 겪을 것으로 보이는 인력부족 전공들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인력부족전공이 많은 계열은 공학계열이었다. 공학계열에서는 전기/전자 기계/금속 건축 토목/도시 컴퓨터 /통신 화공 등 6개 전공의 인력부족이 예상됐다. 전체 인력부족 전공 중 절반이 공학계열에 몰려있는 셈이다. 

공학계열 내 전공들은 인력부족 규모도 가장 컸다. 전기/전자는 7만7000명이나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고, 기계/금속 6만6000명 건축 6만1000명 토목/도시 5만1000명 컴퓨터/통신 2만8000명 화공 2만명 순이었다. 화공보다 인력부족이 클 것으로 예상된 타 계열 전공은 자연계열의 농림/수산(3만2000명) 뿐이었다. 극심한 취업난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된다고 여겨진 '전화기'는 물론 컴공 토목 도시공 등도 취업한파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학계열의 인력부족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되는 경기불황과 공학계열 초과수요 현상으로 이공계 선호도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단 평가다. 정부가 프라임사업, 여성공학인재사업 등을 통해 이공계 인재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사업 효과가 나타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나머지 6개 인력부족 전공은 의약계열의 약학(1만6000명) 의료(9000명) 인문계열의 언어/문학(8000명) 자연계열의 농림/수산(3만2000명) 수학/물리/천문/지리(6000명) 사회계열의 법률(8000명) 순이었다. 인문계열 감축의 타겟이었던 어문계열이 인력부족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고  자연과학 가운데 순수학문으로 선호도가 떨어졌던 수학/물리/천문/지리가 인공지능등 트렌드를 업고 인력부족전공으로 부상했다. 법률은 로스쿨 진학, 약학은 약대 편입학이 필수란 점에서 학부 전공 선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의료는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아 진학부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의료전공의 인력 부족 전망은 지속적으로 논의 중인 '국립 보건의대' 설립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 단체들의 반대 근거였던 의사 과잉공급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때문이다. 국립 보건의대는 일본의 자치의대를 본딴 제도로 시/도별로 일정 인원을 선발, 장학금을 지급해 의사를 양성하는 제도다. 졸업생들은 일정 기간동안 의무적으로 의료 취약지 등에서 의료 서비스를 펼쳐야 한다. 그간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료 개선' '취약지역 의료 서비스 개선' 등을 이유로 국립 보건의대 설립을 추진할 때마다 의사 단체들은 향후 의사 인력이 넘쳐나게 될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취업 한파' 16개 전공은? 경영/경제 사범 대표적>
2025년까지 계속된 인력과잉으로 '취업 한파'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전공은 16개였다. 가장 정도가 심한 전공은 사회계열의 경영/경제여서 충격을 주었다. 취업난시대를 맞아 인문계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전공이었기 때문이다. 경영/경제는 45만1000명의 시장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58만6000명이나 인력이 배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계열 내 사회과학대도 7만8000명의 인력과잉이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인문계열에서 가장 인기가 많던 '법 경 사'(법대 경영/경제대 사회과학대) 중 법대가 로스쿨로 대체되면서 상위대학에서 대부분 사라진 데다 사회과학대가 경영/경제대에 비해 취업이 어렵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최근 대학들은 이같은 인식을 기반으로 경영/경제대를 크게 확대한 상황이다. 여전히 인문계열에서 인기가 높은 전공이지만, 진학 시에는 인력과잉으로 취업한파에 맞닥뜨릴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전공선택이 필요해 보인다. 

사회계열 못지않게 취업한파가 예상되는 전공은 교육(사범)계열 내 전공들이다. 유/초/중등교육은 물론 특수교육과 교육일반까지 모든 전공에서 인력과잉이 예상됐다. 특히, 중/고교 교사를 양성하는 전공인 중등교육 부문이 심각했다. 중등교육은 전체 28개 전공 중 경영/경제 다음으로 많은 9만2000명의 인력이 남아돌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시장에서 원하는 중등교육 인력은 2000명에 불과했지만, 인력은 9만4000명이나 배출될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사 인력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교사에 대한 인기는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등교육 인력의 과다배출을 막기 위한 방안들이 시행 중이지만, 인력과잉을 막기엔 '태부족'한 상황이다. 교육부가 1월 교원양성기관 2차평가를 통해 2018학년부터 2509명의 정원을 감축하고, 이전 1차 평가에서는 3320명의 정원을 감축하는 등 중등교원 정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원 과포화 상태다. 1~2차 평가에서 감축한 인원들을 반영하더라도 전국 일반대와 교육대학원 등의 중등교원 양성정원은 2만6000여 명이나 된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고교학점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임기 내 1만6000명의 교원 충원 계획을 밝혔지만, 넘쳐나는 인력을 소화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연금제도 개편으로 교원들의 명예퇴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바뀐 연금제도가 기존과 큰 차이가 없어 명예퇴직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새로운 인력 수요를 줄인 요인 중 하나다. 현재로서는 중등교원 정원 감축이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인력과잉이 예상되는 전공들은 의약계열의 간호(9000명) 치료/보건(1만2000명) 인문계열의 인문과학(2만6000명) 자연계열의 생활과학(3만6000명), 생물/화학/환경(7만6000명) 등이었다. 간호는 4년제 뿐만 아니라 전문대까지도 광범위하게 학과가 설치돼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생물/화학/환경은 수학/물리/천문/지리와 같은 자연과학 전공이지만, 향후 고용환경 전망은 반대로 나왔다. 수학/물리/천문/지리의 경우 천문/지리 전공을 개설한 대학이 많지 않아 배출될 인력이 8만3000명에 그친 반면, 생물/화학/환경은 20만2000명이나 인력을 배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추후 대학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정부 주도 대학구조개혁 등을 통한 학과별 정원구조를 재편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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