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영역 확대 고대 중대 부산대..영어 필수조건 연대 '유의'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적용이 수능 최저기준 충족에 유리하다고만 볼 수 있을까. 절대평가 적용으로 1등급이 크게 늘어 수능최저 충족이 쉬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통념을 뒤집는 분석결과가 공교육계에서 제기돼 눈길을 끈다.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지난해 수능에 응시한 부산지역 학생 3만3186명의 수능성적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올해 수능최저기준 변화로 인해 충족률이 낮아지는 전형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센터는 분석결과를 통해 “올해 수능 난도가 3월학평 수준을 유지한다면 최저 충족이 더 어려워지는 전형도 상당수 있다”라고 말했다. 충족율저하가능성은 영어 절대평가로 수능최저 문턱이 낮아진다는 통념을 뒤집는 것이어서 수시지원 유념해야할 새로운 변수로 보인다.  

주의할 대상으로 꼽힌 전형은 고려대 고교추천Ⅱ, 중앙대 논술, 부산대 교과전형이다. 세 전형은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지난해보다 수능최저를 충족하는 비율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원인은 최저 반영영역 확대였다. 더하여 최저에 영어 필수조건을 내건 연세대 학종은 자연계열에서만 충족률 하락이 전망됐으며, 올해부터 인문/자연계열 상호 교차지원을 전면 허용한 서강대 논술도 자연계열에서 충족률이 소폭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결과대로라면 수시 지원전략 수립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센터는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다고 해서 최저를 충족하기 쉬워졌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대학들도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라 최저학력 설정에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다. 영어 고정등급을 요구하거나 최저 기준영역이 확대된 경우에는 최저충족이 어려운 대학도 많았다“라며, "수능 영어 난이도만 예측해 학습전략을 세우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유형의 문제와 난이도 있는 문항에 대비해 원점수 확보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수능 과목별 학습전략도 함께 세워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능최저를 자세히 분석하고 대비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영어 절대평가 적용이 수능최저 충족을 쉽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라는 공교육계의 지적이 나왔다. 대학별로 수능최저 변화양상이 다른 상황 때문이다. 영어 필수조건을 설정한 연세대처럼 수능최저 변화가 심한 대학들을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세대 제공

<반영영역 확대.. 고대 중대 부산대 '주의'>
수능최저 변화 양상은 ▲수능최저 유지 ▲수능최저 반영영역 확대 ▲영어 필수조건 포함, 세 가닥으로 정리된다. 수능최저를 유지한 경우는 이론의 여지없이 완화로 볼수있다. 영어 절대평가 시행으로 1등급 비율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능최저 충족이 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등급 3개의 수능최저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서울대를 비롯해 경희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부경대 등이 최저를 동일하게 유지, 수능최저 완화를 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절대평가 도입으로 영어에서 높은 등급을 받는 것이 지난해보다 비교적 쉬워졌다. 이러한 경우 수능최저 충족인원이 많아짐에 따라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능과 함께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문제는 반영영역 확대와 영어 필수조건 포함의 경우다. 센터는 수능최저 반영영역을 확대한 사례로 고대 중대 부산대 동아대를 제시하며, 수능최저를 완화한 동아대 외에는 모두 최저 충족률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결과를 내놨다. 영역을 확대하면서 등급합 기준까지 강화한 때문이다. 통상 대입에서 수능최저는 영역이 늘어날 수록 충족하기 어려워지곤 한다. 신경써야 할 영역이 느는 탓이다. 등급합 기준이 큰 폭으로 완화되지 않는 이상 수능최저는 강화된 실질을 띠기 쉽다.

고대는 영역확대와 등급합 기준 변경이 동시에 일어났다. 2개영역 등급합5에서 3개영역 등급합7로의 변화다. 센터는 "1개영역이 추가된만큼 등급합이 7로 늘어 수능최저가 강화되지 않았다 여길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영어에서 2등급을 받고 나머지는 모두 3등급인 학생의 경우 지난해에는 수능최저를 충족했지만 올해는 수능최저를 충족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인문계열은 지난해 15.1%에서 올해 11.7%, 자연계열은 24.2%에서 16.9%로 각각 수능최저 충족률이 하락할 전망이다. 

중대도 고대와 비슷한 상황이다. 국 수 영 탐 기준 2개영역 등급합4에서 3개영역 등급합 5로 수능최저를 변경했다. 반영영역을 1개 늘리며 등급합 기준은 1만 늘려 지난해 수능최저 충족자들에게 1등급을 하나씩 더 받으라고 요구한 셈이 됐다. 센터는 이를 두고 수능최저 충족이 "등급합 기준이 바뀌어 더 까다로워졌다"라고 표현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인문계열은 12.6%에서 10.8%로 충족률이 낮아졌으며, 자연계열은 19.1%에서 10.7%로 충족률이 크게 하락하는 결과가 예상됐다. 논술과 교과전형 모두 적용되는 결과였다. 

다만, 대학들은 수능최저를 의도적으로 강화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고대는 올해부터 논술을 폐지하고 학종과 교과전형 위주로 대입전형을 재편하다보니 수능최저를 직접 비교하기 쉽지 않았던 배경이다. 중대 입학관계자는 "지난해 수능최저 충족률을 바탕으로 올해 수능최저를 설정했다.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수능최저 반영영역과 등급합 기준을 조정해야비슷한 수준의 충족률이 이어진단 결론을 내렸다"라고 해명했다.

부산대도 주의 대상으로 꼽혔다. 인문계열의 경우 19.5%에서 16.5%, 자연계열의 경우 18.6%에서 17.5%로 충족률이 낮아진단 결과가 나온 때문이다. 고대 중대와 마찬가지로 반영영역을 늘리면서 등급합 기준을 완화하지 않은 변화 탓이었다. 올해 교과전형 수능최저는 인문계열 국수영탐 기준 2개영역 등급합 5에서 3개영역 등급합 7로 변경됐다. 센터는 "지난해 영어를 잘 하는 학생은 영어 1등급에 나머지 1개 영역에서 4등급을 받아 최저를 충족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영역이 3개로 늘어나면서 다른 1개 영역에서 추가로 2등급 이내를 받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최저만 통과하면 합격가능한 학과가 나올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동아대는 반영영역을 확대한 대학 중 유일하게 최저 충족률이 오를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시뮬레이션 결과 최저 충족 비율이 인문계의 경우 49.7%에서 62.4%로 올랐으며, 자연계열도 58%에서 83.4%로 증가했다. 반영영역을 확대했지만 최저기준을 크게 완화한 결과였다. 지난해 국 수 영 탐 중 3등급 1개를 요구했던 동아대는 올해 2개영역 등급합 8로 최저를 바꿨다. 지난해 수능최저를 충족했던 수험들은 1개영역에서 5등급 내지 7등급을 받기만 하면 최저를 충족할 수 있는 셈이다. 영어에서 높은 등급을 받는 경우 부담은 더욱 낮아지기에 충족률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센터는 "동아대 수시에서 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불합격하는 수험생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영어 필수조건 설정 연대, 성대.. 평가는 엇갈려>
올해 영어 절대평가 시행으로 영어영역에서 특정 등급을 요구하는 대학들이 생겼다. 연대와 성대가 대표적이다. 연대 학종(활동우수형)과 성대 논술은 정해진 등급합 기준 외 영어 2등급을 추가로 요구한다. 이를 가리켜 영어에서 필수조건을 설정했다고 칭한다. 

센터는 영어 필수조건 대학들을 주의해야 할 대상으로 봤다. 연세대의 경우 "국수영탐 중 3개영역 등급합 6이 국수탐 중 2개과목 등급합 4와 영어 2등급으로 바뀐 것은 동일한 조건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경우 이 조건이 매우 불리하다. 영어에 자신있는 학생이라면 지난해 영어에서 1등급을 받고 나머지 국수탐 중 2개영역에서 등급합 5를 맞춰 최저를 충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영어에서 1등급을 받더라도 2등급 이내를 충족한 것에 불과해 국수탐에서 2개과목 등급합을 반드시 4이내로 맞춰야 한다. 지난해보다 국수탐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라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다만, 연대 수능최저는 완화/강화여부를 잘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국어 수학 영어 탐구의 4개'영역'을 기준으로 했다면 올해는 탐구를 별도취급해 국어 수학 탐구1 탐구2의 4개'과목'을 최저 기준으로 삼고 있는 때문이다. 탐구 2과목에 모두 자신이 있는 경우라면 오히려 지난해보다 수능최저를 충족하기 쉬워졌다고 볼 여지도 있는 셈이다. 센터는 영어를 잘 본 학생을 기준으로 연대 수능최저가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지만, 반대로 영어가 약했던 케이스라면 부담을 덜 느낄 가능성도 존재한다.

물론 영어 2등급을 추가로 요구한다는 점에서 연대가 수능최저를 완화한 것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수험생 개별 케이스마다 완화/강화에 대한 체감 정도가 다르다고 봐야 한다. 시뮬레이션도 인문계열은 10.7%에서 12.2%로 충족률이 오르는 반면, 자연계열은 15%에서 13%로 충족률이 내려가는 결과가 나와 연대 수능최저의 실질을 단정짓기 어려움을 드러냈다. 

성대는 연대와 달리 수능최저를 다소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 영어 2등급을 요구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인문계열 기준 지난해 3개영역 등급합6에서 2개영역 등급합4로 등급합 기준을 낮춘 때문이다. 시뮬레이션 결과도 인문계열의 경우 10.9%에서 11.2%, 자연계열의 경우 11.1%에서 11.7%로 충족률이 모두 상승함을 나타냈다. 물론 모든 수험생이 수능최저가 완화됐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대에 대한 센터의 분석과 마찬가지로 영어에 아주 자신있던 수험생은 다소 불리함을 느낄 수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 맹신은 금물.. 참고사항으로만 바라봐야>
분석결과에 따르면 올해 수시 지원전략은 한층 더 신중히 세워야 한다. 최저 충족이 쉬울 것이란 막연한 예상에서 벗어나 상세히 수능최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센터가 지목한 고려대 고교추천Ⅱ, 중앙대 논술, 부산대 교과전형, 연세대 학종 등에 지원하는 경우 영어 절대평가의 유/불리를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다만, 분석결과를 하나의 의견 이상으로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반박도 있다. 올해 3월학평 난도가 수능까지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서만 성립하는 분석인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학평/모평의 난이도는 유동적이다. 영어 1등급 비율도 3월학평에서는 7.36%였지만, 4월학평에선 9.49%였다. 4월학평 결과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 6월모평은 다시금 어렵게 출제돼 7%대의 1등급 비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추후 반수생 등이 투입되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알 수 없다. 3월학평의 난도를 기반으로 실제 수능에서의 최저 충족률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센터도 "2017 수능과 2018 수능 대비 3월학평과 유사한 난이도를 유지할 경우"에 성립하는 분석결과라며, "영어 영역이 쉽게 출제돼 1, 2등급 숫자가 증가하면 최저학력 기준을 통과하는 것은 용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분석결과는 참고사항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수능 난도에 따라 얼마든지 이번 분석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3월학평보다 수능 난도가 낮으면 충족률이 다소 오르고, 수능 난도가 높으면 충족률이 내려앉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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