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논술’ ‘사교육 내모는 논술’ 비난 빌미.. ’기여대학 추가선정 배제해야’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연세대는 왜 3년째 모의논술을 시행하지 않을까. SKY 가운데 올해 고대의 폐지로 논술 대표 대학으로 떠오른 연대가 3년째 모의논술을 배제해 현장에서 ‘깜깜이 논술’ ‘사교육 내모는 논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장 비판은 그 해 논술출제의 수준과 향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하는 모의논술이 대부분 대학들의 참여로 이미 현장에서 논술자기주도학습시대를 이끈다는 평판을 얻어가는 상황에서 ‘대표 대학’인 연대의 행보가 정반대로 치닫기 때문이다. 모의논술은 사교육영향평가 보고서 논술가이드북 첨삭서비스 등 최근 3년간 논술실시대학들이 진행해온 수요자친화적 조치의 핵심이다. 사교육영향평가보고서가 법률적으로 필수요건임을 감안하면 모의논술은 가이드북과 첨삭서비스를 이끄는 중요성 말고도 대학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 할 수 있다.
서울대의 논술 미실시, 고려대의 논술 폐지로 SKY 가운데 논술 대표 대학으로 떠오른 연대가 ‘깜깜이 논술’ ‘사교육으로 내모는 논술’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논술실시 대학들이 시행 중이며, 논술 관련 수요자 친화 조치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모의논술을 3년째 미실시하는 정반대 행보 때문이다. /사진=연세대 제공
연대에 유독 비판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상위대학의 지명도와 영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하 기여대학사업)으로 지속적 재정지원을 받아온 때문이다. 올해 모의논술 미실시 대학은 모두 5개교다. 전국 논술고사 실시대학 31개 가운데 연대(서울) 연대(원주) 홍익대 울산대 항공대다. 면면을 살펴보면 연대(원주) 울산대 항공대는 그 동안 기여대학사업에 아예 선정된 적이 없고, 홍대는 2014년 한 차례만 선정됐을 뿐이다. 울산대는 논술로 의대만 선발하는 배경상 시행이 쉽지 않다는 사정을 이해할만하다. 반면 인문/자연계열 전반에서 논술선발을 실시하는 연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고스란히 재정지원을 받아왔다. 올해는 중간평가에서 탈락했지만, 추가선정에 지원한 상태이고, 선정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만약 연대가 올해 추가선정에 성공하면 4년 연속 기여대학사업을 통한 재정지원에도 불구 모의논술을 실시하지 않는 유일한 대학이 된다.
 
논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최대 주범이라는 인식도 한몫 한다.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2014년 첫 시행돼 올해로 4년차를 맞이한 기여대학사업은 대학별고사인 논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한 대학 관계자는 “연대는 그간 어려운 논술 출제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논술이 고교 교육과정만으로는 대비하기 어려운 전형, 사교육을 필히 거쳐야만 하는 전형으로 인식된 데 연대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연대가 논술고사 난이도를 급격히 낮췄음에도 끝내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했다고 지적을 받은 것은 연대 논술에 대한 비판이 단순한 구설수가 아님을 증명하는 근거”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논술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비난의 강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과도한 난도의 고사 출제로 인해 논술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준비하기 어려운 전형으로 여겨져 왔다. 축소 대상으로 간주돼 매년 논술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나 새 정부가 논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일이다. 공교육 정상화법이 발효되며 대학들이 출제의도와 출제 근거를 담은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를 발간하고, 공교육정상화심의위원회가 이를 토대로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판정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다. 교육계에서는 논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오랫동안 쌓인 것이니만큼 대학들의 적극적인 수요자 배려 행보가 해결의 실마리라고 지적해왔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논술 대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야 부정적인 시선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 인식 전환을 위해 첫손에 꼽히는 노력이 모의논술이다. 그 해 시행될 실제 논술고사의 틀을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수험생들이 사교육을 멀리하도록 만드는 데 가장 효과가 큰 조치이기 때문이다. 모의논술을 시행해야 이를 토대로 첨삭서비스도 가능하고 논술가이드북의 제시도 자연스러워진다.

다른 대학의 움직임을 대비해보면 연대의 무성의는 더욱 두드러진다. 모의논술은 애초 일부 대학이 시행했지만 기여대학사업 시행 이후 논술실시대학은 대부분 참여하면서 본격화했다. 선제적으로 모의논술을 시행하고 논술자료집과 첨삭서비스에 충실한 수요자 친화적 대학으로는 한양대와 중앙대가 꼽힌다. 수능최저까지 전면 폐지한 논술선발을 실시하는 한양대는 매년 두 차례 모의논술을 시행하고 실제 응시자의 우수답안을 선정 공개하면서 논술 대비에 적극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일찌감치 2009년부터 모의논술을 실시한 중앙대는 논술가이드북과 논술백서까지 함께 발간해가며 수요자들을 적극 배려하는 모양새다. 기여대학 사업을 통해 재정지원을 받는다는 점은 한대 중대나 연대 모두 동일하지만, 수요자 배려 차원에서 보면 격차가 큰 셈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새 정부가 논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글쓰기 능력 배양이란 측면에서 교육적 효과도 지녔고 이미 대학들의 노력으로 사교육 유발, 수요자 부담 증가란 폐지 근거가 현 실정과 맞지 않는 때문이다.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모의논술, 자료집 발간 등을 통해 수험생들의 사교육 배제를 이끌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연대다. 재정지원까지 받아가며 끝내 모의논술을 배제한 채 수험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모양새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술의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SKY 중 유일한 논술시행 대학인 연대가 사교육으로 학생들을 내모는 모습을 유지하면 논술 폐지 주장에도 한층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기여대학사업 추가선정 과정에서도 수요자 배려의 실질들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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