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검색' '대학별 다른 기준'..'예산들여 왜 하나'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대입정보포털 ‘어디가’가 2017 입결을 공개했으나 올해 역시 수요자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대학마다 다른 기준으로 입시결과를 취합해 실질적인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입시전략 세우기에 활용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대입잣대로 기능이 유명무실한 셈이다. 공개 기준이 대학마다 다를뿐더러 사이트 이용 방식도 수요자가 일일이 대학의 정보를 찾아 비교/취합해야 하는 구성을 유지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난해 첫 선을 보였을 당시 사실상 활용이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대학들과 대교협이 노력한 건 알겠는데 수요자 눈높이에서 잣대기능을 하지 못할 거라면 예산들여 왜하는가 싶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눈길을 끄는 것은 전년도 입결이다. 2017입결은 최종등록자의 평균 점수를 낸 대학도 있지만 70% Cut(최종등록자 중 70%에 해당하는 점수), 80% Cut, 90% Cut, 100% Cut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제공돼 수요자가 이를 감안해 짐작하는 수밖에 없다. 입시결과 공개 방법이 대학마다 다른 이유는 대학서열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공개 형태 역시 차이가 있다. 환산점수 백분위 등급 중 선택해 공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결국 등급/백분위/변환점수 중에서 또다시 평균/70% Cut/80% Cut/90% Cut/100% Cut으로 나뉘는 셈이다. 

올해로 도입 2년차를 맞은 ‘어디가’가 올해 역시 무성의한 정보공개를 되풀이하면서 수요자의 눈높이를 외면 했다는 평가다. 고교 한 관계자는 “지난해는 ‘어디가’의 개설 원년이었기 때문에 향후 개선을 통해 실효성을 끌어올릴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도 작년과 다를 바 없는 운영 방식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현장의 비판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가’가 결국 ‘고입정보포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입정보포털은 2011년 교육부의 전신인 교육과학기술부가 고교별 입시정보를 한데 모아 제공하겠다는 목적으로 개설한 사이트다. 이미 고교들이 요강을 발표한 이후에도 탑재하지 않거나, 자율형공립고 요강을 자율형사립고로 분류해 탑재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해왔다. 모집요강을 누락하거나 중복등록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3개월동안 운영이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올해 초 폐쇄 공지를 띄웠다가 ‘관리자의 착오’였다며 번복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정보사이트들이 실상 수요자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점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입정보포털 ‘어디가’가 2017 입결을 공개했으나 올해 역시 수요자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대학마다 다른 기준으로 입시결과를 취합해 입시전략 세우기에 활용하기 어려운 탓이다. /사진='어디가' 홈페이지

<‘서열화’ 피하려 수요자 눈높이 외면>
‘어디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운영하는 대입정보포털이다. 그간 사교육업체가 유료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형성해왔던 대학별 학과별 전형별 입결정보를 탑재, 수험생이 자신의 학생부교과 성적과 수능 점수를 입력하면 지원 가능한 대학과 점수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동안 각 대학은 전년도 입시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을뿐더러 공개하더라도 최초합격자를 기준으로 공개해 투명한 비교분석이 어렵다는 데 대한 개선의지이기도 했다. 

교육부의 당초 계획은 ‘어디가’를 사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시중 배치표와 유사한 형태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학력평가/수능 등의 성적을 입력하면 전년도 입시결과를 토대로 지원가능점수를 제공하며, 지원가능 여부도 판가름해주겠다는 것이다. 대학별로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가중치, 필수응시영역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입력한 성적을 토대로 지원하기 유리한 대학을 제시하고, 대학의 전년도 입학성적(입시결과, 입결)도 제공할 계획이었다. 기존 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 등을 필두로 하는 상담도 성적 기반 지원가능점수 등을 기반으로 보다 상세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교육부는 당시 ‘어디가’ 내 정보를 학교 내 진학상담에 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대학에 입결로 요구한 전형별 경쟁률과 합격선 가운데 경쟁률은 이미 공개된 자료다. 하지만 합격선은 대학의 민낯을 드러내는 자료로 ‘대외비’로 꼽히는 자료다. 합격선을 공개하고 있는 대학도 일부 있지만 교육부가 나서 입결을 한 자리에 모아 공개하겠다는 선언은 파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직후 현장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어디가’ 이전에 존재하던 대입정보포털 등에 이미 공개된 콘텐츠들이 한 데 모았을 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통 당시부터 제기된 대학서열화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학별로 상이한 기준으로 입결을 취합한 탓이다.

‘어디가’는 개설 당시부터 대학서열화 논란이 불거졌다. 대학서열화를 우려하는 측에서는 ‘대학 줄세우기’를 공교육에서 주도할 수 있다는 염려였다. 사교육 배치표도 대학 줄세우기를 하고 있지만 기관들이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을 뿐만 아니라 공신력도 담보되지 않아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하는 수요자 입장에서 늘 의구심이 많았다. 당연히 현장에서는 실질적 정보제공의 필요성이 대학서열화의 명분보다 앞선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비교할수 없는 데이터게시는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생색내기용 정보제공이라는 비판이었다. 

결국 교육부는 입결공개의 기준점을 달리하는 방안으로 서열화를 피하고자 했다. 그 결과 대학별 정보는 활용 불가능한 정보로 전락했다. 사교육기관을 이용하지 않고도 공신력이 담보된 정보를 통해 입시전략을 짤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수요자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오히려 사교육 업체에 소스만 제공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복잡한 환산점수 체계를 이해하는 사교육 업체들이 입결 자료를 토대로 수요자 편의적인 자료로 가공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낮은 접근성..번거로움 개선 필요>
대학별 점수 기준이 다르더라도 본인의 점수와 비교할 수만 있다면 활용 가능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이 사교육업체에 비해 턱없이 비효율적이라는데 문제에 부딪힌다. 대학/학과를 일일이 찾아 본인이 직접 정리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학별 입결비교는  불가능하다.

사교육기관의 입시정보 제공 서비스는 대개 성적을 입력하고,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면 점수에 맞는 지원가능 대학을 검색할 수 있는 방식이다. 수험생의 점수보다 높은 경우 ‘상향’, 비슷한 경우 ‘적정’, 낮은 경우 ‘하향’ 등으로 표현된다. 반면 ‘어디가’의 입결 확인은 대학별 입시결과를 직접 검색해야 하는 구조다. 상세검색조건에 성적을 입력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취업률’을 잣대로만 필터링할 수 있다. 취업률 90%이상, 80~90%, 70~80%, 60~70%, 50~60%, 40~50%, 40%미만 등으로만 구분해 검색하는 식이다. 검색을 누르면 조건에 해당하는 여러 대학의 목록이 뜬다. 이 중 입결을 확인하고 싶은 대학/모집단위를 선택해 누르면 해당하는 입결 정보를 전형별로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방식은 내 점수와 맞는 대학이 어디인지 계속해서 찾아나가야 하는 방법이다. 점수를 일일이 기록해두지 않으면 타 모집단위/대학과의 비교도 힘들다. 대학별로 한눈에 보기 위해서는 성적분석 메뉴를 통해 대학을 추가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여러 대학 중 특정 모집단위/대학을 본인이 직접 추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번거로움은 여전하다. 본인에게 맞는 대학을 추천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대학을 뒤져봐야 하는 방식인 것이다. 교육부는 “자신의 성적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지원할 대학(학과/모집단위)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어디가’가 작동한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결국 수요자가 스스로 자신의 점수에 맞는 대학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교육계 전문가는 “사교육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편리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한시가 아까운 수험 시기에 일일이 대학을 뒤져 비교하도록 한 시스템은 시대착오적이다. 결국 수요자들이 궁금한 정보는 ‘수많은 대학 중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은 어디인지’, ‘점수를 어느 정도 올려야 안정권에 들 수 있을지’ 등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계속해서 운영된다면 결국 사교육 정보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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