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기준도 달라 ..'3년연속 고교교육기여지원 거점국립대 마이웨이'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지역거점국립대인 경북대가 올해도 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논술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 적용 방법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험생과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수시 모집요강과 전형계획을 통한 수능최저 파악이 쉽지 않은 때문이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한 재정지원을 3년 연속 받아가며 공교육 정상화의 첨병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점국립대가 매년 초보일 수밖에 없는 수요자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실체에 질타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경북대가 올해 요강으로 발표한 수능최저의 문제점은 수능응시기준과 수능최저의 기준 모집단위가 달라 복잡한 구조를 보인다는 점이다. 수능응시기준은 해당 모집단위에 입학하기 위해 응시해야만 하는 수능 영역, 수능최저는 등급합 기준 등을 의미한다. ‘00개 영역 0등급 이내’와 같은 표현이 수능최저의 대표적인 예다. 통상 대학들은 모집단위별 수능응시기준에 따른 수능최저를 명시함으로써 수요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반면, 경북대는 모집단위별 수능 응시기준과 수능최저를 각각 명시하는 '불친절'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대처럼 수능최저를 발표하는 경우 수요자들이 실제 모집단위별 수능최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모집단위별 수능응시영역을 확인하고 수능최저 기준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모집요강이나 전형계획을 통해 수요자들이 수능최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능최저를 모집단위별로 너무 많이 세분화한 점도 문제로 손꼽힌다. 경북대의 수능최저 적용 유형은 8개로 올해 논술실시 전국 31개대학 중 가장 많다. 사범대 중 가정교육에는 수능응시기준을 달리 적용하고, 공대 전자공학부도 모바일공학전공을 분리해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모집단위별 특성에 맞춰 수능최저를 달리 적용하는 방법이 진로적성 등과 연계, 긍정적인 효과로 연결될 수도 있겠지만, 거점국립대가 전국에서 가장 복잡한 수능최저 적용 대학인 것은 너무하다는 비판여론이 팽배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경북대는 그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꾸준히 재정지원을 받아온 대학이다. 사업 첫해인 2014년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2015년 11억5000만원, 2016년 9억4000만원을 지원 받았다. 올해 중간평가도 통과하며 계속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상태다. 게다가 경북대는 대구/경북권의 거점국립대학이다.  당연히 전형운영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대학”이라며 “현재 경북대가 내놓은 수능최저 적용 방법은 해석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8개로 복잡하기까지 하다. 수요자 배려 차원에서 수능최저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지역거점국립대학들이 서울권 대학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져간다며 정부에 지방대 육성 등의 명목으로 재정지원을 요구하지만, 스스로 수요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울권 대학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수요자 중심으로 전형방법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전형운영 역시 수요자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과 달리 너무 무신경하거나 안일한 대응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지역거점국립대인 경북대가 3년 연속 수요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형태의 수능최저 적용방안을 요강과 전형계획에 탑재하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한 재정지원을 받는 지역거점국립대의 자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경북대 수능최저의 문제 .. 미로같은 수능최저 구조, 수요자 배려 부족>
경북대는 최근 ‘2018학년 수시 모집요강’과 ‘2019학년 전형계획’을 발표했다. 대입 사전예고제에 따라 전형방법을 사전에 안내해야 하는 때문이다. 현재 교육부는 4년제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통해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발간하고, 수험생 기준 고3 5월말까지는 수시 모집요강, 고2 4월말까지는 전형계획을 발표해 대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경북대는 모집요강을 통해 수능최저기준과 수능응시기준을 각각 따로 공시했다. 2018학년 수시 모집요강과 2019학년 전형계획의 수능최저, 수능응시기준은 동일한 모습이다. 2018학년까지는 논술선발을 실시하나, 2019학년부터 논술선발을 실시하지 않는 바이오섬유소재학과와 농업경제학과를 2019 전형계획에서 제외한 점과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전형 가운데 2019학년 수능최저를 폐지하는 SW특별전형의 명칭을 삭제한 점만 다르다. 

외관상 경북대의 수능최저는 간단해 보인다. 모집단위별로 제시된 최저기준들이 존재하는 때문이다. 문제는 수능 응시기준이 따로 존재하며, 수능 응시기준과 수능최저의 기준점인 모집단위 분류가 서로 다르다는 데 있다. 경북대는 수능 응시기준의 경우 계열, 수능최저의 경우 단과대/학과를 모집단위 기준으로 발표하고 있다. 

수능 응시영역의 경우 인문계열, 자연계열(일부 제외), 자연계열A, 자연계열B 등으로 계열별로 차이를 두고 있다. 인문계열은 국어 수학(가/나) 영어 사/과탐, 자연계열(일부 제외)은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 자연계열A는 국어 수학(가/나) 영어 과탐을 각각 응시해야 하는 방식이다. 자연계열B는 인문계열과 수능 응시영역이 동일하다. 모든 계열은 한국사에도 필수 응시해야 한다. 체육교육이나 예능계열, 상주캠의 인문/자연계열 등도 응시영역이 규정돼있지만 논술 선발을 실시하지 않기에 별다른 연관이 없다. 

계열을 기준으로 수능 응시영역을 적용하다보니 같은 단과대학 내에서도 응시영역이 다른 경우가 많다. 2018학년을 기준으로 볼 때 같은 IT대 모집단위 중 전자공학부 컴퓨터학부 전기공학과는 자연계열(일부 제외), 컴퓨터학부(글로벌소프트웨어융합전공)는 자연계열 B로 수능 응시영역이 다르게 적용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단과대 내에서 수능 응시기준이 다른 사례를 IT대 뿐만 아니라 사범대 농업생명과학대 공대 자연과학대 생활과학대 등 단과대학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수능최저는 계열기준인 응시영역과 달리 단과대/학과 기준이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의 4개영역을 기준으로 의예 치의예는 4개영역 등급합 5이내, 경상대 사범대 수의대 행정학부는 3개영역 등급합 6이내, 인문대 사회과학대 자연과학대 공대 농업생명과학대 생활과학대 간호대 IT대 자율전공은 3개영역 등급합 8이내, 전자공학 모바일공학전공은 수학(가)와 과탐의 2개영역 기준 등급합 3이내가 논술전형에 적용되는 수능최저다. 전자공학 모바일공학전공을 제외한 모집단위는 한국사 4등급 이내도 받아야 한다. 전자공학 모바일전공은 한국사를 수능최저로 활용하지 않는다. 미술이나 상주캠 생태환경대 과학기술대도 수능최저가 명시돼있으나, 논술전형 선발이 실시되지 않기에 무관하다. 

이처럼 수능 응시영역과 수능 최저의 기준점이 다르기에 수요자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자연과학대의 수능최저가 3개영역 등급합 8이내라고만 발표돼있기에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자연과학대 모집단위가 자연계열인지 자연계열A인지 자연계열B인지를 또 한 차례 확인해야 한다. 지구시스템과학의 경우 국어 수학(가/나) 영어 과탐을 기준으로 3개영역 등급합 8이내를 충족해야 하며, 나머지 자연과학대 모집단위인 경우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 기준 3개영역 등급합 8이내를 충족해야 한다. 수학 나형의 허용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렇듯 1개 모집단위의 수능최저만 파악하는 것은 별다른 무리가 없다. 하지만, 여러 개의 모집단위를 놓고 수능최저를 비교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 일일이 학과/부 별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문대 사회과학대 경상대 등은 그나마 인문계열로 묶여 있어 수고스러움이 덜하나 자연계열 학과들은 수능최저를 확인하고 수능 응시영역을 확인, 또는 그 반대의 과정을 거쳐야 해 번거로움이 크다. 굳이 경북대처럼 복잡하게 수능최저를 설정한 대학은 찾아보기 어렵다. 통상의 대학들은 전형별/모집단위별 수능최저를 정리해 따로 발표함으로써 수요자들이 수능최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경북대의 수능최저 유형의 가짓 수가 타 대학에 비해 유독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북대의 수능최저 적용 유형은 8개에 달한다. 올해 논술선발을 실시하는 전국 31개대학 중 경북대보다 복잡한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대학은 없다. 적게는 1개 유형부터 3~4개의 유형을 적용하는 대학이 대부분인 가운데 부산대가 7개, 성균관대가 6개 수능최저 유형으로 경북대의 뒤를 잇는 수준이다. 다만, 부산대는 한의예 인문계열을 따로 선발하고 의대와 치대의 수능최저를 달리 설정했으며, 성균관대는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의 특성화학과들이 존재한다는 점 등 수능최저 유형이 많은 당위성이 존재한다. 복잡한 수능최저를 유도했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수능최저를 세분화해야 했던 셈이다. 경북대처럼 수능 응시영역과 수능 최저기준을 다르게 두는 방식으로 수요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지도 않다. 

경북대의 복잡한 수능최저를 두고 수요자들은 불만 일색이다. 한 학부모는 “경북대 수능최저를 파악하기 위해 모집요강을 봤지만 모집단위별로 정확한 수능최저를 알 수 없었다. 대학에 전화해 수능최저를 겨우 파악했지만, 이처럼 복잡하게 만드느니 처음부터 모집요강에 상세한 안내가 제시됐으면 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진학지도를 담당하는 고교 현장의 불만도 컸다. 한 고교 교사는 “수험생 개인은 가고 싶은 학과 1~2개만 선택해 수능최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 경우 경북대의 수능최저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학과를 아직 명확히 정하지 못해 수능최저까지 고려해 학과를 결정하려는 수험생이나 진학지도를 하는 교사들의 피로감이다. 대학별 수능최저를 정리해 학생들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경북대는 수능최저가 복잡해 배제한 채 안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복잡한 수능최저 발표방식을 버리고, 모집단위별 수능최저를 상세하게 발표하는 형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통상 수능최저는 통합캠 체제인 대학, 의/치/한 등 자연계열 인기 모집단위를 보유한 대학, 예체능계열 논술선발을 실시하는 대학일수록 복잡하기 마련이다. 통합캠의 경우 캠퍼스별로 수험생 선호도가 다르고 지원자들의 수능점수도 차이를 보이기에 각기 다른 수능최저를 적용해야 하기에 수능최저가 복잡해진다. 의대나 예체능도 캠퍼스 문제와 마찬가지로 수능점수의 격차가 커 수능최저를 다르게 적용할 수밖에 없는 모집단위”라며, “하지만, 경북대는 의대 보유라는 이유 뿐이다. 의대 치대의 수능최저가 동일하며 대구캠과 상주캠을 지닌 통합캠 체제 대학임에도 대구캠에서만 논술선발을 실시한다. 예체능 계열도 논술 선발 대상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수능최저가 복잡하게 설정돼 있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 굳이 지금과 같이 수능최저를 학과별로 세분화해 적용하려거든 모집단위에 따라 상세히 수능최저를 안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경북대 실제 모집단위별 논술 수능최저는? 8개 유형 구분가능>
경북대의 논술 수능최저는 총 8개 유형이다. 2018학년과 2019학년 간 수능최저 변화는 없다. 2018학년부터 적용되는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의 결과물을 아직 받아들지 못한 상황이기에 대부분의 대학들이 택한 수능최저에 변화를 주지 않는 방침이 경북대 입시에서도 동일하게 펼쳐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장 수능최저가 높은 모집단위는 의예 치의예다. 의예 치의예는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 기준 4개영역 등급합 5이내를 받아야 수능최저를 충족한다. 다음으로 자연계열 사범대 중 가정교육 외 학과들과 수의예가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 기준 3개영역 등급합 6이내의 수능최저를 적용해 상대적으로 수능최저가 높은 축에 속한다. 

공대 전자공학부의 모바일공학전공은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을 필수 응시하는 체제지만, 수학(가) 과탐을 기준으로 등급합 3이내를 수능최저로 설정하고 있다. 모바일공학전공은 유일하게 국어 수학 영어 탐구의 4개영역을 기준으로 하는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데 더해 유일하게 한국사 등급을 요구하지 않는 모집단위다. 여타 모집단위는 모두 한국사 4등급 이내를 받아야 하지만, 모바일공학전공은 한국사를 수능최저로 활용하지 않는다. 

전자공학 컴퓨터학 전기공학 신소재공학 기계공학 응용화학공학 고분자공학 섬유시스템공학 환경공학 에너지공학과 지구시스템과학을 제외한 자연과학대, 자연과학자율전공은 국어 수학(가) 영어 과탐 기준 3개영역 등급합 8이내를 받아야 한다. 

가정교육학과와 건축 토목 등의 모집단위들은 국어 수학(가/나) 영어로 수학에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반면, 탐구는 과탐만 응시토록 지정하고 있다. 자연계열 수험생을 선발하되 수학에 약점이 있어 수학 나형을 택하는 수험생들까지 사정권에 둔 모습이다. 가정교육은 3개영역 등급합 6이내를 요구하며 건축학부(건축학) 건축학부(건축공학) 토목공학 응용생명과학 식품공학 바이오섬유소재학 농업토목/생물산업공학 식품영양학 지구시스템과학은 3개영역 등급합 8이내를 받아야 수능최저를 충족할 수 있다. 바이오섬유소재학과의 경우 2018학년에는 논술로 선발하나 2019학년에는 논술 선발에서 제외된다. 

인문대 사회과학대 등의 인문계열 일부 모집단위와 간호 산림과학/조경학부 등 일부 자연계열 모집단위는 수능최저가 동일하다. 인문/자연계열 상호 간 자유롭게 교차지원을 허용한 모양새다. 컴퓨터학(글로벌소프트웨어융합전공) 간호학 산림과학/조경학 인문대 사회과학대 아동학 의류학 농업경제학 인문사회자율전공이 국어 수학(가/나) 영어/사/과탐 기준 3개영역 등급합 8이내의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모집단위다. 이 중 농업경제학과는 2018학년까지만 논술선발이 실시되는 모집단위다. 

그밖에 경상대와 인문계열 사범대, 행정학부는 국어 수학(가/나) 영어 사/과탐 기준 3개영역 등급합 6이내의 수능최저를 적용한다. 인문대 간호 등과 동일하게 수능 응시영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교차지원을 전면 허용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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