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자소서/면접 폐지?..현장 반발 ‘학생부 보완장치 살려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학종에서 자소서/면접이 사라져도 괜찮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총괄해, 새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 후보로 꼽히는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최근 학종에서 면접, 에세이(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을 궁극적으로는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교육현장이 반발하고 있다. 김 전 교육감은 지난 18일 원탁토론아카데미 주최의 교육포럼에 참석해 “학종에서 면접, 에세이(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을 줄여나가고 궁극적으로는 해소하자는 게 교육공약 중 입시분야의 주요사항”이라고 말했다. 

폐지 발언의 배경은 자소서/면접이 사교육 유발 요소라는 전제에서다. 자소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대비하는데 사교육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제와 순서부터 맞지않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교육에 들이는 전체 비용을 놓고 봤을 때 자소서/면접이 차지하는 비용은 현저히 낮은 데다 현재 부담완화를 이유로 줄어든 학생부기재요령을 손보는 등 전반적 보완책이 만들어진 다음 논의할 얘기라는 것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사교육 부담으로 말하면 내신/수능 대비가 고교 생활 내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 반면 자소서/면접을 대비하는 시간은 고3 수시 접수철에 몰릴수 있다.  사교육 요인배제가 목적이라면 타겟이 틀렸다. 게다가 최근 개악됐다고 평가받는 학생부기재요령부터 보완해 학생부부터 정상화시켜야한다. "고 밝혔다. 한 고교 관계자는 " 수능/내신 절대평가 논술폐지를 밀어붙이는 상황을 보면 대입을 아예 없애자는 얘기 같다. 변별할수있는 평가도 없애고 현재 고교현장을 바꾸는데 기여한 학종마저 무력화시키겠다는 얘기인지 의심된다. 장기적인 과제를 국가교육위에서 논의한다고 해놓고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며 현장 혼란을 부추기는 인물은 스스로 장관자격이 없음을 확인시킨 것으로 본다 ”고 비난했다.   

학생부의 보완 성격을 띠고 있는 자소서와 면접을 없앨 경우 학종 선발 기준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소서는 교사가 작성한 학생부로는 미처 담아내지 못하는 지원자의 생각이나 학생부에 언급된 다양한 과정을 드러낼 수 있는 자료다. 일례로 진로희망사항이 고교 3년 동안 변경된 경우, 이에 대해 해명할 방법이 자소서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학생부에 나타난 활동에 참여한 동기도 풀어 설명할 수 있다. 면접은 지원자의 인성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제출서류의 진실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다. 거짓된 내용을 서술한 경우 걸러낼 수 있는 이중 장치인 셈이다.

<자소서, 지원자의 생각 담아내는 요소> 
현재 대부분 대학은 학종에서 자소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상위 17개 대학 기준 15개 대학이 자소서 제출을 의무화한 학종을 1개 이상 운영 중이다. 일부 대학은 자소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건국대 KU학교추천은 자소서 대신 추천서를 요구하지만 KU자기추천은 자소서를 제출해야 한다. 홍익대는 캠퍼스와 모집단위별로 자소서 제출 여부에 차이가 있다. 연세대는 미제출 시 지원자격 미달로 처리하지 않을 뿐 자소서를 전형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학종 전 전형에서 자소서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는 한양대가 유일하다. 

학종에서 자소서를 활용하는 이유는 학생부 보완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학생부는 ‘교사’가 작성하는 영역인 탓에 학생이 교육활동에 참여한 동기 등 지원자의 생각을 담기 어렵다.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통해 교사가 학생을 관찰한 내용을 서술한다면, 자소서는 학생의 입장에서 쓴 내용이 담기는 셈이다. 각 대학은 입을 모아 ‘자소서를 통해 과정을 드러내라’고 강조한다. 학생부로 미처 드러내지 못한 지원자의 태도나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자소서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자소서 문항을 살펴보면 자소서의 의미가 명확히 드러난다. 현재 모든 대학들은 자소서 1~3번 문항이 동일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공통양식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세 가지 문항은 공통적으로 ‘배우고 느낀점’에 대해 서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1번 문항은 ‘고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점을 중심으로 기술(1000자 이내)’ ▲2번 문항은 ‘고교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활동을 배우고 느낀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 단 교외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은 포함(1500자 이내)’ ▲3번 문항은 ‘학교생활 중 배려/나눔/협력/갈등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1000자)’하는 내용이다. 

1번 문항의 경우 단순히 교과 성적에 대해 서술하는 것이 아니다. 교과 성적은 학생부를 통해 이미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수행평가/과제나 방과후학교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내용, 주도적인 학습태도 등을 드러내는 것이 문항이 가진 목적에 부합하는 서술 방식이다. 2번 문항 역시 결과를 나열하기보다는 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나 구체적인 과정을 작성하는 것이 좋다. 3번 문항은 인성과 사회성에 대해 주로 평가하는 항목이다. 동국대의 경우 학종 가이드북을 통해 “본인의 생각이나 의식이 변화해간 과정에 대해 기술한다면 학생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자소서 4번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문항이다. 대다수 대학이 4번 문항을 활용하는 이유는 학생을 선발할만한 기준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다. 가장 특색있는 4번 문항을 운영하는 대학은 서울대다. 고등학교 재학기간 동안 읽었던 책 중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에 대해 기술하도록 했다. 단순히 내용을 요약하거나 감상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읽게 된 계기, 책에 대한 평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중심으로 기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독서활동을 통해 지원자의 생각을 파악하겠다는 의도다.

자소서가 학생부 보완의 성격인만큼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 보충 설명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일례로 고교 재학 중 진로가 갑자기 바뀐 경우다. 학생부 기록 사항 중 하나인 진로희망사항이 3년 동안 변한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고려대 입학설명회에 참석한 한 입학사정관은 고교 재학 중 진로가 갑자기 바뀌었지만 최종지원학과와의 연결고리가 없는 경우 자소서를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진로희망을 변경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서의 노력, 최종 지원학과를 선택한 이유까지 서술하는 것이다. 

<면접..인성, 제출서류 진실성 확인>
면접 역시 대부분 대학이 학종에서 활용하는 전형요소다. 상위 17개 대학 기준, 통상의 수험생이 지원하는 총 29개 전형 중 18개 전형에서 면접을 실시한다. 면접 유형은 크게 인성면접, 서류기반 면접, 교과형 면접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유형별 구분이 힘든 경우도 있지만 대학상황에 맞게 대부분 요소들이 혼합돼 면접이 실시된다.  

서류기반 면접은 서류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면접이다. 학생부나 자소서에 기재된 내용 중 사실 관계를 좀 더 명확히 파악하고자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원자마다 학생부와 자소서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른 개별질문을 통해 평가한다. 1차적으로 학생부를 통해 검증되지 않는 내용을 자소서에 서술할 경우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식으로 걸러내지만, 자소서에 사실이 아닌 내용이나 과장된 내용을 기술하는 경우에도 면접을 통해 걸러낼 수 있는 셈이다. 

인성면접은 말 그대로 ‘인성’을 확인하기 위한 면접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대 의대가 실시하는 다중미니면접이다. 지원자가 일정 시간 동안 여러 개의 면접실을 돌아다니면서 모집단위 학문을 전공하는 데 필요한 자질과 적성 인성을 검증하는 면접 형태다. 서울대는 사회적으로 의사의 인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3학년 의예과에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했다. 꼭 다중미니면접과 같은 형식이 아니더라도 많은 대학들이 면접의 평가 요소로 인성을 언급하고 있다. 

교과형 면접은 특정 교과에 대한 지식을 묻는 형태다. 서울대 일반전형의 면접및구술고사다. 수능최저 대신 학업능력을 검증하는 데 활용한다. 고교 교과과정의 기본 개념 이해를 토대로 한 종합적인 사고력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2017학년의 경우 인문은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 미적분Ⅰ, 자연은 인문계열에 더해 미적분Ⅱ 기하와벡터까지를 출제범위로 했다. 교과형 면접은 지원자마다 같은 문항을 제시하는 공통 질문 기반 면접으로 실시된다.

<학생부 보완 요소 섣불리 없애서는 안돼>
학생부로 가려낼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하는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자소서/면접 폐지 주장이 제기된 이유는 사교육 유발 요인이라는 명목이다. 자소서 작성이나 면접 대비를 위해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교육 전체 시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 교육계의 반응이다. 한 고교 관계자는 “면접이나 자소서를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수준은 미미하다. 수험생들이 대입을 위해 어떤 요소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는지만 봐도 답이 나온다. 학종을 준비하는 경우 학생부 교과 성적을 높이기 위해 내신을 대비하는 시간이 월등히 높다. 정시나 논술전형을 노리는 경우에는 수능 풀이, 논술 대비에 시간을 더 들일 것이다. 평소에 자소서/면접을 꾸준히 준비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수시 접수철이나 면접 직전의 잠깐 동안 들이는 사교육을 잡기 위해 전형요소 자체를 없애겠다고 하는 것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라고 말했다.

자소서/면접 폐지가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근거도 제기된다. 하지만 문제는 학생 선발 기준의 문제다. 학종의 공정성 논란이 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자소서/면접을 폐지하는 경우 결국 결과 중심의 정량평가화 아니냐는 오해를 살 여지도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학종의 정착 과정에서 전형요소를 개선해 나가는 작업은 필요하다. 하지만 학생부중심 평가가 가지는 맹점을 보완하는 성격인 자소서와 면접을 폐지하는 것은 오히려 퇴보하는 방향일 수도 있다. ‘학종 흔들기’가 슬며시 고개를 드는 시점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