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전반 점검, 학생부 조작 예방차원'..교육청 교차점검방식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교육부 주관으로 학생부 기재 실태점검을 23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각 교육청은 해당관할 지역이 아닌 타 교육청 관할지역의 학교를 점검하는 교차 점검 방식으로 학생부 기재 현황을 점검한다. 최근 연달아 학생부 조작 사안이 불거진 만큼 추후 유사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실시한 전수조사는 재학생의 전학년 기록을 토대로 부적정 의심 사안을 적발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이번 실태 조사는 학생부 기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 부정행위를 미리 예방한다는 목적이다. 점검은 6월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교육당국은 지난해 발생한 광주 수피아여고 학생부 조작 사건 이후, 학생부 전수 조사까지 실시하며 학생부 조작과 관련한 적극적인 진상파악과 문제해결 의지를 보였다. 나이스에서 학생부 입력 주체와 권한을 명확히 하도록 개선하고 보안도 강화했다. 

교육부의 이같은 방안은 학생부 조작 사건이 최근 두 차례 잇달아 터진 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 광주 수피아여고 학생부 조작 사건에 이어, 성균관대가 학생부 조작으로 합격한 학생의 입학을 3월 취소한 사실이 알려졌다. 올 초 경기교육청 감사를 통해 학생 A씨가 학생부 조작으로 성균관대에 입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입학취소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반복적으로 발생한 학생부 조작/은폐에 따른 학종 합격생 논란으로 학종 평가 방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학종을 축소/폐지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 현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학종 흔들기’가 아닌 ‘학종 개선’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것이다. 

한 고교 관계자는 "수능이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사교육 중심의 입시 체제를 구축하면서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학종 등의 학생부 중심 전형이다. 학생부 작성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해당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지 학종에 대한 근간을 흔드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생각한다. 학종은 2014학년부터 시작해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운영 초기 단계라고 봐도 된다. 학종이 안정적으로 정착/운영되기까지 학종이 대학과 고교의 노력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 등 현장의 인식 변화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가 최근 학생부 조작이 적발된 재학생에 대해 입학취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성균관대 학생부 조작 재학생 ‘입학취소’>
성균관대 입학취소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올 초 경기교육청 감사에서 성대 재학생 A씨의 학생부가 조작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A가 재학한 B고교에서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A씨의 어머니 C씨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에 접속해 A씨의 학생부를 조작한 것이다. 조작된 영역은 총 14개 영역 1789자다. 연도별로 보면 2013학년 1학년 학생부 2개영역 200자, 2014학년 2학년 12개 영역 1589자다. 조작된 학생부를 토대로 A씨는 고3이던 2015년 수시모집 대학 7개교에 지원해 이듬해 성균관대에 추가합격자로 입학했다. 

C씨는 학생부 조작 사실이 발각되자 2015년 사직서를 제출했고 B고교에서는 별도 징계절차 없이 C씨를 의원면직 처리해 생활부 조작 비위행위를 은폐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B고교는 C씨의 행위를 인지한 이후에도 조작 범위/분량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한 관련 교사 대상 전수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학생부 조작 사안을 인지한지 2개월이 지나서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해 정정사유를 ‘조작’이 아닌 ‘기재오류로 인한 정정’으로 처리했다. 또한 조작한 분량이 총 14개영역 1789자임에도 C씨 진술에만 의존해 3개영역 316자만 삭제조치 했다. 이 때문에 올해 1월까지 A씨 학생부에는 C씨가 조작한 11개 영역 1473자 분량이 삭제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경기교육청은 감사를 통해 해당 내용을 적발한 후 학생부 조작/은폐에 관련한 교직원에 대해 경찰에 고발조치했다. 성균관대는 조작/은폐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자 16학번으로 재학중이던 A씨를 입학 취소 처리했다. 

이보다 앞서 17개 시도교육청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교육청 관내 전체 고교 3개 학년도 재학생의 전학년 기록을 전수조사한 바 있다. 학생부의 서술형 5개 항목(자율활동특기사항, 동아리활동 특기사항, 과목별 세부능력/특기사항, 개인별 세부능력/특기사항, 행동특성/종합의견)의 추가 권한 부여에 의한 저장건수와 권환 변경횟수/사유에 대해 조사했다. 전체 2378개 고교를 대상으로 학생부권한 관리 실태 시스템을 조사한 뒤 206개교에 대해서는 학교 현장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현장조사는 시스템 전수조사를 통해 부적정 의심 건수가 존재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했다. 교육부는 추가 방문조사를 통해 부적정한 학생부 권한 관리 사례 등이 다수 발견된 학교에 대해서는 교육청에서 자체 감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전수조사는 지난해 광주 수피아여고의 학생부 조작 파문에서 비롯됐다. 광주 수피아여고 교장과 교사 등 2명이 학생의 성적과 학생부를 조작한 혐의(공전자기록 위작 등)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된 사안이다. 광주경찰청 조사 결과 이들은 나이스에 229차례 무단 접속해 학생 25명의 생활기록부에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36차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특정 학생의 점수를 조작해 성적을 1등급으로 향상시키는 등 성적 조작에도 가담하고 이를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200만원의 촌지를 받은 것이 확인됐다.

<나이스 시스템 보안 ‘이중 잠금’>
교육부는 지난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개선 방안’을 통해 나이스 시스템의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학생부 인증 절차를 2단계로 설정해 금융거래 수준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현재 공인인증서로 나이스에 로그인만 하면 조회와 입력이 모두 가능했던 데서 절차가 추가됐다. 개인공인인증서로 접속하는 경우 ‘조회’만 가능하고, 보안카드 인증까지 2차로 거친 뒤에야 조회/입력 모두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학생부 조회/입력 권한도 명확히 구분했다. 기존에도 나이스 시스템에서 ‘조회’와 ‘조회/입력’으로 구분해 권한을 부여할 수 있었지만 학교 현장에서 실제 실행이 되지 않아 이를 구분하도록 했다. 또한 입력 주체가 모호한 항목에 주체를 명확히 규정했다. 진로희망사항, 자율활동/봉사활동, 행동특성/종합의견은 담임교사가, 동아리활동은 지도교사가 입력하는 내용이다. 교과학습발달상황, 세부능력/특기사항의 경우 교과담당교사와 담임교사가 입력하되 방과후학교의 경우 교과담당이나 담임교사가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 학년 초 부여되는 권한 외에 변경하거나 추가 부여하는 경우 학교장 결재를 거쳐 교육(지원)청에 보고하도록 했다.

학생부 권한 부여 현황은 해당 교육(지원)청에서 나이스 시스템을 통해 상시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학생부 기록 수정내역을 매 학년 학생부 마감 후 5년 동안 보관하도록 했다. 시도교육청이 통상 학생부 마감후 1년 동안 2회 정도의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있고, 3년마다 학교 종합감사를 실시한다는 점을 고려한 방안이다. 

<‘학종 흔들기’보단 ‘학종 개선’ 노력 필요>
이번 조작 사건을 두고 일부 사교육과 언론의 학종흔들기가 재현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시스템은 이미 학생부 수정내역 및 접속로그 등은 전부 기록하고 있다. 몇몇 교사들의 담합으로 학생부 불법수정이 이뤄진다 한들 관련 사실이 완전히 숨겨질 수 없는 구조다. 학생부 조작이 일각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 6월 대구지역에서 전수조사를 한 전례는 이번 사태가 얼마나 예외적인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 대구 모 사립학교에서 학생부 조작건이 발각되면서 대구교육청이 총 1960학급의 학생부를 전수조사한 결과 해당 사건과 동일한 사안, 유사한 사안 '없음'으로 결론났다. 학생부 수정이나 조작은 정상적 판단을 하는 학교현장에선 할 이유도 없고 하기도 어렵다. 전산 시스템의 편의를 위해 교장에게 부여했던 최고 권한이 허점으로 노출된 광주 수피아여고 사건은 예외적 사건인 만큼 교육당국은 교육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교장의 권한은 '열람'으로 제한하고, 학생부 역시 수정 전 내용과 수정 후 내용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고민해 볼수 았다"고 밝혔다.  

일부 예외적인 사안으로 학종 존폐를 논하는 것은 수시/학종 확대로 입지가 좁아진 사교육의 여론몰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시 축소로 인해 사교육 업계가 휘청이자 전형 정착 과정에서 불거지는 시행착오마다 폐지론을 들고 일어서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고교 관계자는 “고교교육정상화를 목적으로 도입한 학종을 대학/고교 현장에서 반기고 있는 가운데 전형 근간 자체를 흔드는 것은 학종 확대가 부담스러운 세력의 음모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나이스의 관리체제는>
나이스는 2002년 구축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다. 학생들의 교과 성적 중 객관식은 OMR 카드에 답을 기재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채점하고, 서술형은 교사들이 채점해 나이스에 입력한다. 생활기록부 상 성적 외 독서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학교생활의 전반 역시 나이스를 통해 입력하게 돼있다. 입력과 수정은 원칙적으로 담임교사와 해당과목 교사만 할 수 있다. 나이스에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뿐 아니라 공인인증서까지 인증이 완료돼야 접속이 가능하다. 교육부 개선 방안에 따르면 공인인증서에 더해 보안카드까지 입력을 완료해야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부 수정시에는 정정 대장을 작성하고, 교장의 결재와 학업성적위원회의 심의까지 거쳐야 한다. 교육청이 제시한 '2016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따르면 학생부에 허위사실을 기재하거나 객관적인 증빙자료 없이 부당정정을 실시할 경우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학생 성적 조작 비위와 동일하게 취급하며 감경대상에서도 제외한다고 명시돼있다. 학생부 부당정정에 대해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에는 해임과 파면 등 중징계가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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