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과정 취지’ vs ‘대학별고사 부활’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올해 고입을 준비하는 중3학생들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앞두고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와 수능 절대평가 적용에 대한 교육계의 시각이 엇갈렸다. 18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전국 각지의 고교 교사들과 대학 사정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교 내신 절대평가 가능한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한국진로진학정보원 등 4개 단체의 공동주관으로 열린 심포지엄은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7월 발표될 2021대입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발제에 나선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이사는 수능 절대평가와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을 주장했다. 수능은 출제범위를 공통과목으로 제한하고 시행 시기를 고2 9월로 정하는 등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내신은 상대평가인 현행 석차9등급제에서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취등급과 함께 원점수/평균/표준편차를 병기한다면 선발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교사와 사정관들은 진 이사의 주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절대평가 도입이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덜고 자유롭게 진로를 개발하는 데 적합한 평가방식이라는 의견은 대체로 동의했으나 수능 절대평가 도입이 변별력 약화로 대학별로 새로운 전형방법을 개발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교 교사들은 내신 성취평가제에 대해선 ‘일반고 죽이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펴며 내신/수능 절대평가의 전면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2015년 9월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 고시하면서 교육과정과 수능/대입 제도의 연계를 주요 개정 방향으로 정한 바 있다.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형태로 수능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융합형 교육과정’이라 불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고교 교육과정에 문/이과 구분없이 공통사회와 공통과학 교과를 신설하는 '문이과 통합'이 특징이다. 진로에 따른 선택권 확대를 위해 선택과목을 확대하며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는 일반선택과목과 심화학습이나 진로에 도움이 되는 진로선택과목을 기본 5단위에서 이수하도록 한다. 일반선택과목은 2단위, 진로선택은 3단위 범위에서 증감 운영할 방침이다. 

18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전국 각지의 고교 교사들과 대학 사정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교 내신 절대평가 가능한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능 절대평가.. ‘교육과정 취지 맞아’ vs ‘대학별고사 부활시킬 것’>
선문대 조동헌 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은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진동섭 이사의 발제로 본격 토론의 문을 열었다. 발제는 크게 수능개편과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에 관한 내용이다. 진 이사는 수능에 대해선 출제범위를 공통과목으로 제한하고 성적은 절대평가 등급으로 산정할 것을 주장했다. 수능 시기도 2학년 9월에 처음 응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진 이사의 문제의식은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지 않는 평가방법에 있다.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선택과 집중’이다. 학생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해 스스로 진로를 개척하거나, 진로에 맞는 공부를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인데 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바로 수능”이라고 지적했다. 수능에 잘 봐야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자연계 수준의 수학 능력이 요구되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도 미적분Ⅱ를 공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 선발방식이라는 의견이다.

쉬운 수능, 융합 수능이 오히려 학생들을 더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 진 이사의 주장이다. 가령 현 체제는 선택과목을 선택하도록 해 학생들이 선택과목 이외 과목에 대해선 공부하지 않도록 만든다. 학생들은 사탐이나 과탐 과목 중 수능을 위해 선택한 2개 과목 이외는 관심이 없다. 선택과목 체제로 인해 학교수업은 제대로 안되고 학생은 진로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진 이사는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장학금 수혜율이 높고 탈락률이 낮으며 오히려 일반고의 교육을 정상화 시키는 등 학종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대입은 학종시대로, 수능은 자격고사화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진 이사는 “1점 때문에 당락이 갈리는 현 수능체제는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지 않으며 미래형 인재 선발과도 무관하다”며 수능을 대입 자격고사화 하자는 주장이다.

학종은 점차 확대되는 반면 수능은 올해부터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된다. 진 이사는 수학이나 국어 중 한 과목만 더 절대평가로 전환해도 수능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보았다. 현재 수능도 과목별로 응시자수가 적어 왜곡이 일어난다는 점도 지적했다. 물리 등 과탐 일부 교과는 응시자 수가 적어 상대평가로 성적 산출 시 여타 과목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진 이사는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에 대한 공부보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전략짜기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수능 시기에 대해선 전공 관련 교과를 더 이수해야 하는 특목고 학생들까지 고려하면 2학년 9월쯤이 적당하다고 밝혔다. 2학년 말이면 일반고는 물론 특목고까지 공통과목에 대한 이수가 끝나기 때문이다. 이른 수능으로 수능 이후에 공부에 더 관심 있는 학생들은 학종전형으로 대입을 준비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직업교육에 몰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능 재응시에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수능에서 더 높은 점수가 필요한 학생이라면 3학년 때 재응시가 가능하다. 다만 전 과목을 다시 보는 것이 아니라 미흡한 과목만 선택해 재응시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며 “학종 확대, 학령인구 감소 등을 감안하면 수년 뒤에는 수능 점수를 필요로 하는 학생이 적을 것이기 때문에 재응시를 허용하더라도 응시 인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에 대해 고교 현장에선 대개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입장의 대학 사정관들은 다소 우려의 시각을 표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인하대 임보영 입학사정관은 수능이 전면 절대평가될 경우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입장의 대학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 다른 잣대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사회에 대비한다는 교육과정 취지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선 수능 출제과목을 공통과목을 제한하고 학생들의 성취도를 절대평가로 평가하며 고교 교육과정 운영을 파행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2학년 9월 경에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학 평가자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할 경우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변별력이 낮아 논술이나 심층면접 등 또 다른 전형요소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임 사정관은 “새로운 전형요소로 인해 사교육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학 측이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변별력 있는 평가요소와 방법을 찾고자 하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임 사정관은 “전형 시기, 전형 요소 등 여러 가지 입시체제의 변화는 고교 현장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커 고교 교육 기여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선순환적으로 개선될 때까지 상호 협력과 발전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경상대 입학정책실 김정현 팀장도 사교육 유발의 가능성을 지적했다. 수능 절대평가 전 영역 확대 시행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사교육 양산을 우려했다. 김 팀장은 “학종의 도입으로 학교 교육중심의 대입 전형을 좀 더 충실하게 운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교육영향 최소화에도 도움이 됐다. 2021학년 수능 절대평가제가 도입된다하더라도 학종에선 크게 우려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지만 “일부 수능성적을 활용하는 학생부교과와 정시전형의 경우 변별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선발을 위해 또 다른 전형 평가방법을 찾고자 고심할 것이다. 학생부교과전형과 정시전형에 면접을 추가하는 방식, 수능영역별 대학 자체 변환점수표 활용, 학생부 추가활용, 대학별고사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자칫 공교육을 벗어나 사교육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원점수/평균/표준편차 포함한 내신 절대평가.. ‘변별력 있다’>
진 이사는 수능 절대평가 도입과 맞물려 이번 포럼의 주제인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도입 여부에 대해 내신 성적을 성취등급으로 표기하되 원점수/평균/표준편차 등을 병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내신 상대평가제 도입 근거는 수능 절대평가제 전환과 같은 논리다. “교육과정대로라면 본인에게 맞는 공부, 원하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 상대평가제 하에서는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해 ‘분모가 큰’, 즉 이수하는 학생이 많은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내신 상대평가제가 진로나 적성에 관계없는 과목 선택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선 캠퍼스형 학교,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클러스터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제공하면서도 성적만큼은 집단 내 비교를 강조하고 대학도 상대평가인 수능으로 간다”는 점을 들며 엇갈린 교육과 평가에 아무리 좋은 교육을 제공해도 아이들은 성적받기 쉬운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진 이사는 상대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 석차9등급제의 근본적인 한계도 지적했다. “석차9등급제는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일정한 학업성취 수준의 달성 여부를 평가하기보단 등수에 의해 일률적으로 학생을 상대평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100명 중 15명의 성적이 유사해도 상대평가 하에선 상위4명만 좋은 성적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상대평가제는 학생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배타적 경쟁심을 조장하며 미래 사회에 필요한 협동학습을 저해하는 역할을 한다. 진 이사는 내신 절대평가의 도입하면 1~2점으로 등급이 갈리는 일은 없어 상대평가제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수강인원이 적은 과목의 경우 성적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물리 과목은 수강인원이 적어 좋은 성적을 받기가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워 수강인원이 많은 생물을 선택하는 학생이 많은 사례를 언급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본격 시행되면 공통사회 공통과학 교과 등으로 선택과목은 더 많아지는 반면 수강자 수는 적어져 성취평가제 도입이 더욱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소수 선택과목에서 상대평가 등급을 산출하지 않기 위해 13명 이하로 수강학생을 제한하는 편법도 없앨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으로 상대평가제 하에서 같은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 사이의 점수 경쟁도 없애고 학습 성과를 공유할 있다는 장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성취등급만으론 학생이 성취수준에 맞는 역량을 가졌는지 아니면 성적 부풀리기가 있었는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등급과 함께 원점수/평균/표준편차를 병기하자고 주장했다. 진 이사는 “대학에 성취평가 등급만을 제공하는 것은 IB교육과정과 같이 공신력을 확보한 교육과정에만 해당한다”며 “해외 학교에서도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 수준이 높지 않을 경우, 등급별 비율을 제공하는 등 보완 장치를 두고 있다”면서 원점수/평균/표준편차 병기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이어 “성취평가제의 취지에 대해선 대부분 교사들이 공감하지만 선발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이 많다”며 “‘학생들의 위해 이 방향이 맞는데 선발에 어려움이 있으니 상대평가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현 상태에서 원점수/평균/표준편차 없이 성취등급만 제공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업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부가자료를 제공해 학교성적의 공신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은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예고한 바 있다. 당시도 성적 부풀리기 방지, 평가의 난이도 점수 분포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원점수/과목평균(표준편차)’를 병기할 것을 제안했다. 반면, 교육현장과 언론에선 고교 절대평가를 두고 긍정적인 의견보단 우려 섞인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과열된 입시환경에선 원점수/과목평균을 제공한다고 해서 내신 부풀리기를 막을 수 없으며 교육정책과 입시제도의 잦은 변화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피로감만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이사는 “2011년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혔으나 2017년은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며 “더구나 2021년 대입은 지금과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부(종합, 교과) 전형의 비중이 매년 늘어 정시 비중이 높았던 2011년과 달리,현 대입 지형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운영, 성취평가제를 도입해도 대학에서 충분히 변별력 있는 학생 선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 이사는 “가히 ‘학종 시대’라 불릴 정도로 수시 비중이 확대된 현 대입에선 학생부 등급이 높다고 해서 합격을 보장할 수 없다. 현장에서도 ‘1.53등급은 떨어졌는데 1.9등급이 붙었다’는 식의 얘기가 나돌곤 한다”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의 성취정도를 반영해 평가하므로 등급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상대평가에선 학생 역량에 관계없이 등수별로 급간을 나눠야 하지만 성취평가제에선 그렇지 않다. 원점수/평균/표준편차를 병기하는 성취평가제에서 성적을 부풀릴 경우 모든 학생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오히려 성취평가제 도입으로 학생 역량에 따른 성적 부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 ‘특목/자사고 유리’>
토론자로 참석한 현장 교사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을 고려하더라도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은 여전히 일반고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그나마 유지해오던 일반고의 입지가 더욱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솔고 문민식 교사는 “특목고 학생들은 이미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형성돼 있고 학업수행능력이 뛰어나다. 특목고 학생들은 수행평가, 발표, 토론, 과제연구 등을 수행할 학업능력과 시간적 여건이 충분하다”며 “성취평가제로 시험이 쉬워지면 특목/자사고 학생들은 시험 준비에 쏟아 부은 시간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학교폭력 등의 생활지도가 더욱 중요한 일반고는 다른 비교과영역, 전문성 심화, 진로진학 관련성까지 준비할 시간이 특목고이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일반고에선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에 못 이겨 쉬운 시험 출제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한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오랜 교직경험에서 우러나온 현실적인 지적이다.  

문 교사는 “학종은 교과성적이 낮은 학생도 반전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전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학종의 한계도 분명히 했다. 문 교사는 학업성취수준이 높은 자율학교부터 성취수준이 매우 낮은 일반고에서까지 두루 교편을 잡으면서 얻은 경험을 전했다. “학종의 역설은 학업적 측면 하나만도 따라가기 힘든 학생들이 교과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모든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두 가지만 잘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대학이 모든 면에서 다 잘하는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학종도 중상위권 이상의 학생들에겐 기회이지만 중위권 이하 학생들에겐 부담만 많고 성적 좌절에 더해 비교과까지 좌절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있다”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능과 내신에서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하기보단 수능이 절대평가라면 내신은 상대평가로, 수능이 상대평가라면 내신이 절대평가로 실시하는 등 상호보완성을 갖추자는 것이 문 교사의 주장이다. 전면 도입을 위해선 특목/자사고의 폐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사는 "특목/자사고의 폐지 없이 입시 양대 축인 수능과 내신이 모두 절대평가가 되면 대학의 특목/자사고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같은 A를 받은 학생이라면 대학이 일반고보다 특목고 학생을 뽑지 않겠냐"며 "고교등급제가 부활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결국 일반고의 성적 부풀리기와 대학의 일반고 내신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문 교사의 생각이다. 

문 교사는 새 정권 출범과 함께 학종보다 교과전형이 확대될 것이란 공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성취평가제를 실시하면 A등급을 받는 학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질 텐데 교과 성적으로 선발하는 교과전형은 어떻게 선발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새 정부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축소하고 학생부교과전형을 확대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세밀한 대책이나 개선책이 준비돼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진 이사는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으로 특목고가 유리해질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반박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성적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이수한 과목이 진로에 적합한지도 평가한다”며 “특목고의 경우, 현재 전공 교과를 80단위 필수로 이수해야 하고 개정 교육과정에선 72단위를 필수 이수해야 해, 교과를 고르게 이수할 수 없는 약점이 있다”며 “2012년 상황이라면 특목고가 방과후학교나 여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외고 학생이 수학, 과학을 공부하는 등 대입에서 유리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는 교과 학습 상황이고 교과학습은 진로방향을 정하는 것이므로 학종 시대에선 특목고가 성적만 좋다고 유리학 작용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과전형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성취평가제 성적에 원점수/평균/표준편차 등이 제공되면 대학은 학생들의 성적을 가공해 재산출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학과에 따라 혹은 진로에 맞게 선택해 이수한 과목에 가중치를 두는 방법도 활용 가능하다”며 “기존 학생부 교과전형에서는 대부분 전부 또는 일부 과목의 단순한 등급 평균을 평가 요소로 사용했으나 일부 대학은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와 수강자수를 반영한 보정점수를 평가 요소로 썼던 것을 상기하면 성취평가라고 해서 교과전형이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학령인구의 감소도 지적했다. “2021년 이후 대학 입학인원은 빠른 속도로 감소, 학생부 전형을 제외한 전형은 전형으로서 의미를 갖기 힘들다. 지원자 감소로 경쟁요소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취평가제 당위성 인정하나 보완점 많아>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전북교육청 학교교육과 파견교사이자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전북 회장인 장진호 회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문이과 계열 통합, 선택과목 다양화, 과정중심 평가 등을 실시해 2021대입에선 수능과 내신 평가 체제가 바뀔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장 회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으로 문이과 구분에 따른 편중된 교육 개선과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 양성을 꼽았다.

덧붙여 2018년부터 적용하게 될 새 교육과정은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해 2학년 때부터 일반선택/진로선택 과목 중 자신의 진로에 맞게 과목을 선택해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할 경우 학생들이 석차등급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필요한 과목보단 수강인원이 많은 과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개정 교육과정에서 내신 성취평가제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붕괴’수준에 도달해 공교육 정상화를 외쳤던 고교 현장이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와 더불어 살아나고 활기 넘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며 내신 성취평가제는 학생부종합전형과 맞물려 고교 현장을 되살릴 대안이라고 보았다. 

다만 장 회장은 현실적인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장 회장은 “수능을 고2학년 9월에 첫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면 최대 몇 번까지 응시 기회가 주어지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3학년 1학기까지 수능을 응시할 수 있도록 할 경우 수험생들 심리상 최상위권 학생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이 2학년 때보다 고득점을 위해 재차 수능 준비를 하게 될 것이고, 고교 현장은 수능 준비로 인해 내실 있는 과정 중심 수업이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대학의 전형 운영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진 이사의 발제에선 수시 정시 시기를 합쳐 동일 기간에 학생을 선발하자고 주장했는데 정시 전형 기간동안 학생부종합전형과 서류평가, 각종 실기 평가를 끝내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수시 정시 동시 시행에 대해서 여러 번 제기됐으나 대학 측의 평가 시스템의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산된 적이 많아 구체적인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을 요구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모집인원 축소, 대학 구조조정과 재정 약화도 지적했다. 장 회장은 "재정이 악화되면 기반이 튼튼한 몇 개 대학을 제외하곤 현재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으로 유지되고 있는 각 대학은 입학사정관 운영에 있어 심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사정관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면 학생부종합전형 자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묻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고교-대학 간 신뢰의 문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일반고 교사는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은 결국 고교와 대학 간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종이 처음 도입할 때만 해도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는 말이 많았다. 수능이 제일 공정한 전형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도 여전히 많다. 대학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며 말을 이어갔다. “진동섭 이사가 서울대 사정관으로 있던 경험을 들며 대학은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의 학생을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학종 확대와 함께 수능/내신 절대평가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옳은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왜 현장 교사들이 내신 절대평가제를 실시하면 특목/자사고에 유리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는지 고려해줬으면 한다. 실제 일부 대학에선 전체 고교생 수에선 3.5% 내지 차지하는 특목/자사고생이 상위대학 입학생의 30% 이상 차지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학종에 대한 이미지를 특히 반전시킬 수 있었던 계기는 한양대에서 3년 간 장애학생을 도운 학생을 합격시킨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아직도 정량평가에 익숙한 학생들은 대학이 결국 성적대로 줄을 세워 선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이 정성평가를 위해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또 고교 현장에서도 대학의 선발방식에 대해 신뢰를 보낼 때 수능 절대평가든, 내신 절대평가든 교육과정 취지에 맞는 '정성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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