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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합격수기] 소외 보듬는 언론인의 꿈고려고 프로그램에 맞춤형 도우미 선생님들 지지가 뒷받침
  • 권수진 기자
  • 승인 2017.04.28 14:01
  • 호수 254
  • 댓글 0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박호연 (광주 무등초-동신중-고려고, 2017 수시 일반전형)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의사를 희망하던 박호연(20)군은 언론인으로 진로를 전향하고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을 통해 언론정보학과에 진학했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힘이 되겠다는 소신이 언론인의 꿈을 꾸게 했다. 기술적, 의료적 도움보다는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꿈에 다다르기 위해 박군은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토론하는 교내 동아리 활동을 비롯해, 교과 공부에서 생긴 의문점을 다양한 독서활동으로 넘어서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관점의 탐구과정은 박군의 자소서 곳곳에서 묻어난다. 성적을 위한 교과학습에만 수동적으로 매몰되는 대신, 스스로 능동적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고려고의 프로그램에 맞춤형 도움을 준 선생님들>
박호연군이 처음 언론인의 꿈을 꾸게 된 건 고1 때 캄보디아 방문이 계기였다. 박군은 원래 의사의 꿈을 키우던 학생이었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힘이 되겠다는 게 박군이 가진 소신이었다. 의사를 목표로 해외 의료 봉사에 참여한 것이 오히려 언론인의 꿈으로 돌아선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해외 의료봉사에 5년 가까이 참여했다. 지뢰 사고 피해자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방문한 적이 있다. 마을에서 연세가 많은 분들 중 일부는 외지인에 대한 막연한 반감,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기술적, 의료적 도움이 아니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외된 그들의 이야기를 밖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언론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진 다음 박군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주력했다.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연습이었다. 박군은 진로와 관련된 대회에만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다양하고 많은 대회에 참가해볼 것을 권했다. 진로와 상관없는 대회에서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어떤 대회든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작게는 ‘사람들 앞에 서는 자신감’이 될 수도 있다. 대회에 출전하면서 다른 친구들의 생각도 듣고 다양한 관점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박군의 모교인 고려고의 늘어난 교내대회와 선생님들의 도움도 결정적이었다. “학교 선생님들께서 다양한 대회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점점 늘려 가시는 추세인 것 같다. 리더십캠프, 토론대회, 동아리발표회 등을 통해 교내대회가 활성화되어 가고 있다. 동아리발표회에서 학생들이 신선한 의견을 많이 내고 긍정적인 성과를 내 앞으로 이런 대회를 꾸준히 시행해도 되겠다고 느끼신 것 같다.”

박군은 고려고의 가장 큰 특징을 “학생 개개인에 대한 케어”라고 꼽았다. 서울 소재 고교인 경우 유명인의 강연회가 열린다거나 현장답사를 간다거나 하는 환경이 마련돼있지만 지방 일반고인 고려고의 경우 그 점에서는 다소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신 선생님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불리한 지역적 조건을 메우고 있다. “학생이 ‘이런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하면 함께 고민해주고 알아봐주신다. ‘맞춤형 서비스’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공지능 이슈에 대해 글을 준비한 적이 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자료수집과 글 전체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주셨다. 주제와 관련해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쓴 글을 찾아봐주시기도 했다.”

다 함께 다뤘던 주제 중 좀 더 심화해보고 싶은 주제를 선택해 동아리 문집에 글을 싣는 작업까지 이어졌다. 박군은 ‘주관과 객관: 통계의 함정’이라는 주제로 탐구했다. 통계 자체는 숫자로 이뤄졌지만, 이를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점을 분석했다. ‘개인의 여가시간이 부족하다’는 통계를 토대로, 어떤 사람은 ‘노동시간’에 대해 지적할 수도, 어떤 사람은 ‘여성의 가사 노동’에 대해 지적할 수도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동아리,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하는 법 몸소 체험>
박군이 다양한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기 위해 주력했던 활동은 교내 영어 시사 토론 동아리(KIS) 활동이었다. ‘KIS’는 학내 공식동아리는 아니지만 고려고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내려 온 전통적인 소모임 개념의 동아리다.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자신문 기사를 각자 읽어온 후 의문점이나 느낀 점, 생각거리 등을 함께 함께 나누고 토론하는 활동을 했다. 1~2주에 한 번 정도 주말을 이용해 만나 다양한 생각을 나눴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한 가지 사안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기 위해, 각자의 관심 분야나 전공의 측면에서 의문점을 생각해보는 연습이었다. ‘한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주제라면, 주요 주제는 경제/경영의 관점이 되겠지만 그 외에 ‘블랙프라이데이를 언론이 언급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식이었다.

KIS 활동 중 박군이 주도적으로 이끈 프로젝트는 ‘광주아시아문화전당(ACC)’에 대한 답사 연구였다. ACC 관련 주제에 대해 토론한 후 현장 답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ACC 개관 소식을 담은 기사를 읽고 지역 내에서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 등을 직접 파악하고자 했다. 한창 전국적으로 소논문열풍이 불기도 했던 시점이었다. 주제를 ACC로 잡은 데에는 나름의 전략도 있었다. “경제적, 시사적인 사안은 일반고 학생인 우리들이 다루기에는 특목고 학생들에 비해 두드러질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걸 보여주자’하는 생각으로 주제를 고민하다 ACC가 적절한 이슈라고 생각했다. 광주 내 지역적 사안이다 보니 수도권 학생들과 주제가 겹치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장답사는 KIS동아리의 선배들이 이전에는 시도해보지 않던 활동이었다. 직접 현장에 가서 ACC의 의의와 개선점을 각자 맡은 분야에 따라 분석했다. ACC의 시설현황, 전시된 주제품목 등 각자 역할을 분담했다. 박군은 문화예술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소재이기보다는 너무 난해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광주비엔날레가 일반 시민과 동떨어져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과도 비슷한 지점이라고 느꼈다. 문화예술적 관점 이외에도 현장의 접근성, 관광객 현황 등을 조사해 여러 측면에서 ACC를 분석했다. 비록 소논문까지 발전시키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연습을 몸으로 익힌 셈이다.

현장 답사라는 활동까지 추진할 수 있었던 데는 학교 선생님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식적인 일과 시간에 활동하는 동아리가 아닌 탓에 따로 시간을 내기 위해선 선생님의 지지가 필요했다. 박군은 동아리활동계획을 세워 오면 전폭적으로 신뢰해주고 응원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공부 중 생긴 의문을 책을 통해 해소하는 등 능동적 과정>
통상 서울대 자소서 1번 문항(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은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 위주로 풀어나가는 것이 흔한 기술법이다. 하지만 박군은 특이하게 ‘읽은 책을 통해 느낀 점’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한정적 의미의 ‘학업’, 즉 국영수 대비 방법 등은 스스로의 약점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꾸준히 시험 대비 계획을 세워서 공부하기보다는 기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해 공부하는 성향인 터라 그 점을 자소서에 장점으로 어필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업 중에 배운 것을 진로와 관련시켜 어떤 식으로 확장해나갔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확장하는 과정에서 생긴 의문점을 독서 같은 추가활동을 통해 채워나간 점을 서술했다. 그 과정에서 ‘읽은 책’을 중심으로 구조화하게 됐다.”

일반적 자소서와는 다른 방향이라 주위의 우려도 컸다. 하지만 박군은 이런 서술방법이 본인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교과시간에 발표 수업을 위해 알랭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를 읽고 언론과 인문학의 결합에 대해 고민한 점, 교과시간에 배운 사회학적 개념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부르디외와 푸코에 대한 책을 읽고 현재 언론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한 점 등을 다뤘다.

대신 박군이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배운 내용은 자소서 2번 문항에서 드러난다. 세 가지 에피소드를 배치해 첫 번째, 두 번째 사례는 지적 호기심을 해소하고자 했던 활동을 소개했다. 영어 시사 토론 동아리 KIS 활동과 자율동아리 활동에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한 부분을 강조했다. 인터뷰 답사 창작 토론 등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담았다. 박군이 2학년 동안 가장 주력했던 KIS의 활동을 통해 하나의 주제에 여러 관점이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배운 것을 설명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학생회 부회장 활동을 통해 학교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 노력한 점을 서술했다. 학생회 활동을 하며 적극적인 자세를 길렀다는 점을 담아 본인이 가진 다양한 부분을 보여주고자 했다.

<면접에서도 소설 속 사례 활용해 답변>
박군은 자소서 1번 문항을 독서 활동을 중심으로 설명할 정도로 ‘다독’하는 학생이었다. 박군은 스스로에 대해 “학교공부에 크게 흥미가 없는 학생”이었다고 표현했다. 학교공부를 할 때보다는 책을 읽을 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책을 꾸준히 읽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읽게 되면 필연적으로 의문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다른 책을 집어 들기도 하고, 혹은 작가의 사상에 호기심이 생겨 그의 다른 저서를 찾아보게 되기도 한다.” 학교공부는 성적이라는 가시적인 보상을 얻기 위한 행위여서 어떤 식으로든 강제성을 띠는 활동이지만 책은 가시적인 보상을 위해서도 아닌, 내가 좋아서 읽고 내 생각과 해석을 펼쳐나가는 활동이라는 점이 오히려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 한 힘이었다.

박군은 서울대 면접에서도 읽은 책을 활용해 답변했다. 첫 번째 면접의 제시문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에 관한 글이었다. 제시문 중 무의미한 인생에 대해 말한 부분에는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박군은 무의미한 삶이란 맹목적 권위에 따라 의식 없이 움직이는 삶이라 정의했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에 나오는 주인공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와 김승옥 작가의 ‘역사’의 주인공을 예시로 들었다. 박군은 모든 것을 쏟아낸 답변이었다면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문항이 아닐까 싶다고 자평했다. 평소 꾸준한 독서 습관을 통해 면접 대비까지 저절로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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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진 기자  ksj@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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