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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려고, ‘1학년 교사부터 선수’.. 지방평준화 일반고의 ‘기적’‘링거투혼 교사열정’이 끌어낸 재단 학부모 학생의 선순환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고려고(광주)는 평준화지역 일반고의 한계를 뛰어넘은 대표적 사례다. 소위 ‘뺑뺑이’라 불리는 교육청의 배정방식으로 학생을 받아 선발효과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일반고의 틀 안에서 최대한 운영의 묘를 살려 다양하고 심층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이를 토대로 진학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고는 1학년 교사부터 대입관련 자체연수를 함께한다. 3학년부의 일로만 한정하지 않고 교사 전체를 대입전문가로 양성하는 셈이다. 학종확대와 더불어 더욱 중요해진 학생부기록에서도 ‘평가자 입장에서 작성’하는 게 가능하다. 학생부기재의 내용은 풍부하다. 1~3학년 전 교사가 협의를 통해 큰 틀의 시스템은 동일하게 끌고 가되, 학생들이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학생중심의 교육과정을 개편, 정착시켰다. 방과후 프로그램을 사교육에 일임하는 지방고교가 다수인 가운데 고려고는 방과후 프로그램도 교사들이 학생중심으로 이끌어간다. 재단이 교사를 섬기고 교사가 학교에 갖는 자부심도 대단한 학풍의 사립일반고로, 진학부장의 경력이 있어야 교감 교장으로의 승진이 가능한 전통은, 교장부터 대입전문가로서 학교운영 전반에 효율을 제고하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이미 졸업해 대학진학한 제자들을 다시 찾아 독려하는 교사, 졸업 이후 학교로 다시 찾아와 후배들에 조언하는 학생, 학교를 신뢰하는 학부모가 학생들을 함께 키워가는 선순환의 현장이 바로 고려고다. 남고 특유의 유대감을 토대로 광주지역 중학생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으로 부상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일반고임에도 탁월한 진학실적>
고려고는 평준화지역인 광주북구에 자리하고 있다. 평준화지역 일반고는 교육청으로부터 학생배정을 받는다. 고교간 성적격차를 최소화해 ‘선지원추첨배정’으로 정원의 40%를, ‘후지원추첨배정’으로 정원의 60%를 배정받는다. 공립/사립을 불문한다. 광주소재 일반고간엔 입학생들의 성적이 비슷하게 중학교 내신 5% 이내가 15~20명, 신입생 평균내신은 35~40% 정도로 형성되는 것이다.

타 고교와 비슷한 성적의 입학생을 받고도, 고려고 진학 이후 대입의 차원은 달라진다. 고려고 학생들의 서울대 합격실적은 광주 일반고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고려대 연세대와 서울 소재 주요대학, 전남대 조선대 등에도 꽤 많은 실적이다. 최근 2년만 해도 괄목 실적이다. 2016학년 대입의 경우 서울대 7명, 고려대와 연세대 15명, 서울소재 주요대학 88명, 전남대 101명, 조선대 69명의 합격실적이다. 2017학년 대입의 경우 서울대는 5명이나 늘어난 12명, 고려대와 연세대 18명, 서울 주요대학 125명으로 수도권 실적이 크게 늘었고, 전남대 75명, 조선대 80명의 합격실적이다. 의치한에는 2016학년 17명(의대11명 치대2명 한의대4명), 2017학년 21명(의대15명 치대2명 한의대4명)으로 의치한 강호로도 자리한다. 특수대학 및 이공계특성화대학 실적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6학년의 경우 경찰대학 1명, KAIST 2명, 포스텍 2명, GIST대학 3명의 합격실적이었고, 2017학년의 경우 경찰대학 2명, KAIST 4명, 포스텍 2명, GIST대학 4명으로 합격실적을 더 불렸다. 특히 2017년은 남다르다. 2017학년 대입에 경찰대학 남자수석이 나왔고, 2017년 2월 졸업식에선 고려고 출신이 서울대 의대를 수석졸업하기도 했다.

고려고(광주)는 평준화지역 일반고의 한계를 뛰어넘은 대표적 사례다. /사진=고려고 제공

<사교육 끼어들 수 없는 자체경쟁력>
화려한 진학실적은 사교육이 끼어들 수 없는 자체경쟁력을 강화한 데서 나온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교육 유인을 차단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의 고려고를 이끈 프로그램으로는 1987년 개교 이래 실시해온 ‘영/수 수준별 수업’의 노하우와 ‘국/영/수 3개년 연계학습’ ‘심화수업’ ‘소그룹 토론 및 동아리활동’을 들 수 있다.

특히 ‘국/영/수 3개년 연계학습’은 고려고 시스템의 축이라 할 수 있다. 운영한 지 7~8년 된 체제로, 교과별로 어느 정도의 시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진도를 완료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고 모든 교사가 숙지하고 지켜나가고 있다. 일반적인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방과후수업과 방학과제까지 교과별 협의회를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확정해 뒀다.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고 학교를 신뢰하며, 사교육이 범접할 수 없는 고려고 교육시스템의 중요한 축이다. 이삼남 고려고 진학부장은 “지속적인 성적추이 분석을 통해 중학교 과정에서 사교육 의존도가 높았던 학생들은 어느 시점이 지나면 상위권일수록 학력 향상에 한계를 보여, 자기주도학습을 통한 문제해결력을 기르지 않으면 여러 지식을 종합해야 하는 고난도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에서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신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학부모 간담회를 자주 열어 학교 교육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했다”며 “그 결과 학년별 수업 내용이 중복되지 않도록 교과협의회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3개년 연계학습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학생만족 학부모 만족이라는 성과를 가져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업은 학생들의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진화, 정착했다. 특히 수학의 경우 이동수업의 최상위권은 칠판이 세 면인 교실에서 실시한다. 교사가 수업을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미리 세 면의 칠판에 문제를 적어뒀다가 수업이 시작되면 한 명씩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질의응답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진행된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풀이과정이 나오는데다 “심지어 아이들이 ‘실력정석’에도 나와있지 않은 풀이로 토론하는 게 일상화됐다”는 학교측 얘기로 비춰보면, 교사들은 매 시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셈이다. 이 부장은 “수능 못지않게 지방에서 대비하기 어려운 게 논술 심층구술면접과 같은 대학별고사”라며 토론수업의 배경과 효과를 설명한다. “실제 서울의 유명학원 강사들을 초빙해 방과후학교 등에 투입하는 지방의 고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고려고는 다르다. 교사들의 수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 주객이 전도되는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교육을 배제하고, 선생님들이 논술과 심층구술면접을 모두 지도하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수시로 교과 협의회를 열어 수업 시간 안배는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시험 문항은 어떻게 출제하는 게 좋은지 토론하고 바람직한 수업 모델을 공유했다. 이런 방식을 택하니 수업 안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호흡은 자연스레 높아졌고, 학생들의 개별 특성 파악이 가능해지고 교과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기록할 내용도 풍성해졌다. 광주 지역에서 고려고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월등하게 높은 것이나 과학Ⅱ 수업을 모두 개설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것도 이런 수업 덕분이다. 수행평가까지도 교실수업 속에서 해결 가능하다. 수업이 변화했으니 수업에서 관찰할 수가 있다” 문형수 고려고 교장은 “특목/자사고와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과학Ⅱ 응시인원이 고려고는 30~40명이나 된다”며 “광주지역에선 고려고 과Ⅱ 응시인원이 가장 많을 것”이라 부연했다.

고려고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교과 동아리와 학술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이 부장은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것은 수업만으로 부족했다”며 동아리 활성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고려고 동아리는 주제선택부터 문재해결까지 모두 학생주도적으로 진행된다. 모둠별 토론훈련의 효과는 심층구술면접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대표적인 동아리로는 자연계의 경우 수학동아리 ‘매쓰홀릭’이, 인문계의 경우 논구술동아리 ‘알고리즘’이 꼽힌다. 주로 고려고의 기숙사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는 특징이다. 이외에도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과학 동아리와 환경생태체험 동아리인 ‘반딧불이’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정한 주제를 탐구, 지식의 확장을 이어가는 기회를 자체적으로 만들어간다. 토론위주의 활동은 보고서 형식으로 남긴다.

고려고에서 강조되는 또 한 축의 프로그램이 ‘독서생활화 교육’이다. 고려고에도 여느 고교와 마찬가지로 필독도서가 제시된다. 다른 점은, 10년쯤 전부터 교실마다 동일한 책이 36권씩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36권인 이유는 한 반 학생 수가 36명이기 때문. 한 교실에서도 36명 모두가 동일한 책을 읽고 월말에 독서토론을 가진다. 독서토론 이후엔 옆 반의 책을 받아 또 다시 토론교육을 실시한다. 고려고의 교내백일장대회와 독서경시대회 독서감상문대회가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배경이다. 문 교장은 “필독서는 학생부에는 기록하지 않지만, 이 정도는 읽어야 사고력도 지적능력도 향상될 수 있다고 판단된 책들을 모든 학생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며 “의도적인 교육과정 속에서라도 1년에 8~9권은 읽게 만드는 게 개교이래로 자리해온 수업지도다. 고려고 초창기엔 ‘독서생활화교육’으로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고려고는 자체 수시프로그램도 활성화되어 있지만 정시 수능성적과 지원전략에도 공력이 대단하다. 광주시가 7개년 연속 우수한 수능성적 결과를 나타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광주 교육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평가다. 이 부장은 “최근 6년간 졸업생 내신성적과 대학진학 현황을 보면 학급1~3등(내신1~2.5등급)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진학하며, 내신2~3등급은 서울 주요대학, 2~3.8등급은 교대에 입학하는 우수한 수능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전남대는 내신3~5등급(학급20~25등)까지 정시로 입학하고 있다”고 학생들의 수준을 설명했다.

<인성교육도 주효.. 수요자와 소통 활발>
고려고는 “학력향상과 인성교육은 별개가 아니다”라는 교육적 마인드를 품고 있다.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 바른 인간상 시상, 그린마일리지제도, 학생 자치활동 등 건전한 인격 형성을 바탕으로 한 자율적인 교육 시스템이 상호작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인성교육 일환의 생명존중교육은 주기적인 생명존중 교육과, 정서행동 발달 특성 검사 및 결과 분석을 통해 학생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연계해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자아존중감을 높여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지닌 학생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고려고는 ‘아름다운 나눔 학교’ 1호점으로서 봉사활동의 진정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평소 불우 이웃에 대한 관심과 검소한 소비 습관을 기르고 있다. 헌옷 등을 모아 기부하는 문화 형성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교육적 효과도 거둔다. 국가관과 애국심 고양을 위한 ‘왕건함’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매년 장병들에게 필요한 위문품을 전달하고 있다.
외부강사를 초빙하는 적극성도 돋보인다. 학교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학기 위한 분기당 1회 정신과 교수를 초빙,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금연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성폭력예방교육, 민주시민교육, 진로-진학 특강 등을 통해서도 건전한 학교 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다.

‘그린마일리지제도’는 체벌의 대안을 마련하고 학생 스스로 생활규정 준수를 생활화하도록 전 교사가 생활지도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건강한 학생 지도 방법을 정착시키고, 인성교육 차원에서 처벌보다는 선행 사실이나 미담 사례를 발굴해 칭찬과 표창을 통해 행동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기본생활 6대 덕목 실천운동’도 눈에 띈다. 이 부장은 “바른 인간이란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를 존중해 도덕의 원칙을 준행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런 사람은 행위의 동기가 순수하고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바를 스스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결과의 보상이나 대가를 고려하지 않고 학생으로서 본분에 충실하고자 하는 학생상과 일치한다. 이러한 뜻에 입각해 본교의 기본 생활 6대 덕목(인사 질서 협동 정숙 청결 근검) 실천을 위한 ‘바른 인간상’ 시상 제도는 학생의 선행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발굴하여 바르게 살고자 하는 긍정적 자아관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려고의 학생자치활동은 학생 스스로 학풍을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이 지켜야 할 규범이나 관심사를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스스로 제정 실천하고, 학생회 조직을 위한 선거의 절차와 방법 체득 및 합리적인 회의 진행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학생들과 토론을 통해 학생들의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학생회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진행하는 생활규정 제개정 활동 외에도 고려예술제, 교통안전 지도 활동, 학교폭력 예방활동, 또래상담, 각종 학생회 활동들이 대표적이다. 소위 ‘일진이 없는 학교’인 고려고를 설명할 수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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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기자  inca@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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