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식 충남삼성고 교장

-우리의 ‘고등학교 교육’ 어디로 가야 하나
-고교-대학간 대학-기업간 소통구조 확립해야

우리 국민은 ‘교육’에 대해선 모두 전문가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교육의 잠재적인 힘, 교육의 현실적인 힘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의 교육 특히 학교교육은 행복을 가져다 주기보다는 긴장과 불편함을 가져다 주고 있지 않을까. 학교교육을 생각하면 어린이들이 즐겁게 청소년들이 꿈을 갖고 활동을 하고 추억을 쌓는 것을 생각하고 싶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학생들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OECD 회원국 중 바닥에 있고, 각 시도 교육청에서 다루고 관심을 갖는 주요 사안은 청소년 자살 방지와 학교폭력이다. 게다가 청년들의 결혼 기피 요인 중에 하나가 자녀 교육에 대한 부담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교육이 희망과 행복보다는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현실을 늘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이 엄청난 교육에너지가 제대로 쓰여지지 못하고 낭비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이고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필자가 평생 몸담아온 고교 교육을 통해 문제를 들여다 보았다.

우선 고등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매우 심각하다. 고등학생들의 신체적, 도덕적, 지적 성장을 위한 교육활동에 가장 최적화된 시간이 오전8시부터 오후4시까지이고 학교는 이 시간에 가장 적합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 교육프로그램은 학교에서 대충 만든 게 아니라 학교 교육의 최고 전문가들이 몇 년간의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학교 교육과정’이고, 이 교육과정을 국가적 면허를 갖고 있는 교육전문가인 교사에 의해서 수행되고 있다. 더 이상의 ‘교육 행위’가 있는 교육은 필요가 없도록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현실에선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똑같은 교육내용과 활동을 방과 후에도 반복하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학교에 수업료를 지불하고 배워야 할 것이나 배운 것을 또 배우기 위해 학교에 지불하는 교육비 이상의 교육비를 자격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강사에게, 교육적 환경인지 알 수 없는 사교육기관에 중복해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을 병원과 의사에 대입해 생각해 보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의료행위가 무면허 돌팔이 의사가 위생적이지 않은 장소에서 이루어진다면 잘못된 데 그치지 않고 범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행은 의료행위와 달리 ‘교육행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허용적이어서 학부모들이 당연시 여기는 일까지 벌어진다. 직업인에게 근무시간이 8시간으로 정해져 있어 8시간 이상의 근무를 하도록 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학생들은 노동에 해당되는 수업과 면학이 8시간 이상 강요되는 현실이 당연시 된다. 학교의 정규 교육이 끝나면 그 이후의 시간은 배운 내용을 스스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 자신의 미래와 세계에 대해 꿈을 갖는 시간, 친구들과 편안하게 놀고 가족과 즐거운 대화의 시간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학교의 교육에 대한 권위회복과 전문성 회복으로 방과 후에 다른 교육을 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야 하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올려 사교육기관을 학생과 학부모가 기웃거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하식 충남삼성고 교장

다음 고교와 대학 간, 대학과 기업 간에 이루어지는 교육활동 및 내용에 대한 연계와 소통구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고교현장에서 학생들이 중학교 때 이런 교육을 받고 오면 참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대학 교수님들 가운데 우리 과에서 공부하려면 고교 때 이런 공부는 하고 오면 좋을 텐데 하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역시 기업에서는 대학에서 배워온 것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아 대학이나 학교 예산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직원 교육에 또 다시 투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은 수준 높은 전공 공부를 하기 위해 기초부터 지도해야 하는 비효율을 감내해야 한다. 대학에 성공적으로 진입은 했지만 고교 때 배웠던 과목과 수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공대는 기초적인 물리와 수학을 지도하는 데 시간을 소모한다. 물리를 기본적으로 알고 와야 하지만 수능에 어렵다는 이유로 물리를 전혀 공부하지 않고 입학하는 학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창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의 공학 교육은 미국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의 격차가 심화된다. 대학의 심화된 전공 학습에 꼭 필요한 것을 고교에서 배우고 익히며, 고교에서 배운 것을 반복해 대학에서 배우는 모순도 해결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시대를 대비해 글로벌한 고등 교육의 기회를 갖기 위한 공교육의 장치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공계 인재로서 중등교육 수준에서 글로벌한 교육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말 많은 외고의 경우 글로벌 어학 역량은 신장할 수 있지만 어문계열로 진학을 제한하고 있어 글로벌한 창의적 이공인재 육성의 길은 막혀있는 셈이다. 글로벌한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은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거나, 국내의 외국계 학교(대안학교 포함)에 진학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외국어로의 수업과 학습을 위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웃 나라 일본 문부성에서 4년 전인 지난 2013년에 고교 교육의 국제화를 위한 특별한 정책을 발표했다. 국내 신문에서는 ‘2013년 IBO와 제휴하고 일본어로 커리큘럼 개발, 200개 고교 대입 치러’라는 제목으로 다루었다. IB란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약자로 세계 표준 교육과정을 말한다. IBDP는 고등학교 단계의 세계 표준 교육과정을 말한다. 일본은 작년에 이미 200개 고교에서 IB를 도입했고, 대학들도 입시에서 이를 인정하도록 했다고 한다. IBDP는 배우는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배운 것을 평생에 걸쳐 각자와 사회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을 중시할 뿐만 아니라 IBDP의 교육과정 이수를 통해 획득한 점수와 디플로마 자체가 대학 입학 전형 요소로 작용한다. 별도의 대학 진학 준비가 필요 없는 장점이 있다. 일본은 이 IBDP를 적극 도입하고 각 고교에 권장하고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한 한국과 일본 고교 교육의 글로벌 격차가 벌어질 것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 지금 일본의 고교 교육과 일본의 교육 정책은 우리가 경원시하는 ‘日帝의 잔재’가 아니라 4차혁명을 주도할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을 배출하고 있는 신일본의 교육체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IBDP를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교는 아쉽게도 한 학교밖에 없고 너무 많은 제약과 규제로 그 운영 역시 결코 쉽지 않다. 그러기에 아까운 교육비가 우리 공교육기관이 아닌 곳으로 막대하게 쓰여지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 교육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교육에 대한 에너지가 차고도 넘친다는 것이다. 이 놀라운 교육에 대한 국민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교육에 대한 로드맵을 잘 만들어 놓는다면 우리나라는 교육으로 인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 다만 정치적 논리로 교육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 왜냐하면 ‘정치는 짧고 교육은 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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