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클리닉]

“학교공부와 사회생활 중 어떤 것이 더 쉬울까”
부모들은 사회생활보다는 공부가 더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공부는 스스로 조절이 가능한 일이지만 사회생활은 인간관계가 아주 중시된다. 공부는 내가 열심히 하면 성적이 올라가지만 인간관계는 아무리 정성을 다해도 잘 안 풀리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기안서를 만들어 올렸는데 “이게 기안이라고 했느냐”며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고 질타하는 상사들도 있다.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 사회생활에서는 너무나도 많다. 그걸 아는 부모들은 공부가 더 쉽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반면에 학생들은 공부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해보지 못한데다, 공부는 재미도 없고 끝이 보이지도 않는다. 유치원 이전부터 뭔가 배우러 다녔고,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도 공부, 공부 소리만 들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더 해야 한단다. 대학에 들어간 선배들을 봐도 입학하자마자 학점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고, 각종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에 다녀야 한다.

5년 전만 해도 사회생활보다는 공부가 더 쉽다고 생각했던 나도 이제는 요즘 학생들의 공부가 더 어렵다고 본다. 부모님들도 이젠 공부가 쉽지 않다고 받아들이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공부가 더 쉬운 게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에겐 “중고등학교 시절에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느냐”는 질문을 꼭 던진다. 시험을 보고 고등학교에 들어간 분들이 아니라면 “고등학교 때에 좀 공부를 했다”고 말한다. 학원이나 과외도 지금에 비하면 많지 않았고, 그다지 공부를 오랫동안 열심히 하지 않아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던 시절이었던 것을 생각해낸다.

한뜸한의원 황치혁 원장

고등학교 때만 열심히 공부를 했던 시절에도 공부는 지루했고 쉽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초등학교 이전도 아니고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공부를 시작한다. 영어도 배우고 한글도 배운다. 구구단을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시작하는 학생들도 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에도 공부에 대한 압박은 줄어들지 않는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가중되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밤 12시까지 공부를 하느라고 바쁘다. 1~2년 열심히 공부를 했던 부모세대와는 달리 12년이라는 장기레이스를 뛰어야 하는 게 요즘 학생들의 실정이다. 부모의 시각으로 공부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공부가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지루함이다. 재미있는 일을 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지만 흥미가 떨어진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더디 지나간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밤 11시까지 수능 공부를 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하루가 그렇게도 천천히 지나갔다. 새벽에 도서관에 들어가 10시까지는 시간이 그럭저럭 지나갔지만 저녁 이후의 시간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었다. 피로가 몰려오면, 집중력도 떨어졌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자꾸 잡생각이 떠올랐다. 하루에 싫어하는 수학 공부를 8시간이나 하던 그 시절은 악몽이었다. 밤 12시까지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부모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을 비교적 여유 있게 보내다 고등학교에서 집중적으로 공부했다면, 요즘 학생들은 4~5세부터 학습을 시작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몇 끼 계속 먹으면 질리게 되는데 이 공부는 대입까지 12년 이상이다. 질릴 수밖에 없다. 징글징글한 것이 바로 공부다.

체력도 문제다. 청소년기는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를 시킬 수 있는 시기라는 농담도 하지만 요즘 학생들에겐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정도로 체력이 소모되는 일이다. 뇌가 우리 몸의 산소를 20% 이상 사용한다는 이야긴 1.5kg에 불과한 기관이 전체 몸의 에너지 20% 이상을 쓴다는 말과 같다. 머리를 계속 사용하는 학생들의 머리는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보약을 처방해 주어도 먹을 때뿐이고, 며칠 지나가면 방전된 배터리처럼 맥을 풀릴 정도로 아이들의 체력이 고갈되는 이유다.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들 중에 노인에게나 나타나는 이명이 나타나고 추워하는 이유가 바로 체력소모 때문이다. 체력이 고갈될 정도로 힘들게 공부를 하는 것을 아는 부모는 거의 없다.

공부가 힘든 또 다른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스트레스 중에서 견디기 힘든 것이 바로 단조로운 자극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똑같다. 책상에 앉아서 펜을 들고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고 있다. 공부하는 학생의 뒷모습을 보고 어떤 과목 공부를 하고 있는지 맞출 수 있을까. 쉽지 않다. 무슨 공부를 해도 동일한 자세로 공부를 해야 한다. 국어 공부를 하건 사회 공부를 하건 간에 책상에 앉아 머리를 돌리는 일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똑같은 일을 하루 온종일 몇 년간 하고 있어야 하는 스트레스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OECD 회원국중 터키를 제외하고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 우리나라 학생들’이라는 기사가 최근에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학생들’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이고 고통스러운 한국의 교육 시스템’ ‘아이들은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시간이 없는 한국교육’ 등의 제목을 단 기사도 외국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결코 쉽지 않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힘든 공부를 하는 자녀를 위해 부모님들이 해줄 것도 마땅치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 문제이지만 고3이 되기 전까지는 운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체력도 유지할 수 있다. 운동을 하면 학습효율도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많이 나와 있다. 학습동기를 만들어 주기, 주말엔 몇 시간이라도 공부를 잊고 쉴 수 있는 시간 만들어 주기 등등 여러 가지가 중요하다. 마라톤이 아니라 울트라 마라톤을 뛰고 있는 자녀들을 위한 따뜻한 격려도 꼭 필요하다./한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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