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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합격수기] 지구과학의 ‘패러데이’ 꿈꾸는 학종 3관왕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김은주 (양전초-개원중-미림여고, 2017 수시 일반전형)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7.04.12 17:22
  • 호수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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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김유진 기자] -과목의 벽을 넘어 일상과 교류하는 진정한 지적 탐구

김은주(20)양은 과목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지식의 경계를 허무는 사고의 확장성으로 자기주도적 탐구를 실천했다. 김양의 사고의 유연성과 확장성은 관심사의 변화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1학년 때 향기가 좋아 뇌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김양은 2학년에 올라와 환경문제에 관심이 생기면서 지구과학에 흥미를 느꼈다. 연관성 없는 관심 분야의 전환이지만, 2학년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내용이 다른 과목과 연결되는 것을 발견하면서 김양은 과목의 경계에 머무르지 않으며 유연하고 확장된 사고로 대상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뇌과학에서 지구과학으로의 관심 분야 변화는 자칫 일관되지 않은 전공적합성으로 평가돼 학종에서 불리하게 여겨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양 역시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됐다. 그러나 고교 3년 동안 꾸준히 과목을 넘나드는 유연한 탐구 자세를 기르려고 했던 김양은 자신의 공부 방법을 믿었다. 배움을 책 속에서만 찾지 않고 주변 일상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사고의 유연함과 확장성을 기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양은 급식에 나온 미니사과를 보고 GMO 식품을 연구할 만큼 일상의 작은 것 하나까지도 탐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김양은 내신 등급 등의 결과물이 아닌 자신만의 유연한 탐구태도와 폭 넓은 배움의 과정을 자소서에 풀어냈다. 서로 다른 과목의 내용끼리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할 때마다 작성한 ‘생각노트’와 문과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며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었던 동아리 활동은 어떻게 자신의 관심분야가 변하고, 사고가 확장됐는지를 충분히 보여주는 증거였다. 결국 김양은 서울대 UNIST 성균관대 학종 3관왕을 이루며 지적 탐구 자세의 결실을 맺었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자유로운 생각 첫걸음, ‘생각노트’>
김양이 유연한 사고를 가지게 된 비결은 자신만의 ‘생각노트’에 있다. 지구과학 생명과학 뇌과학에 관심이 있었던 김양이 생각노트 작성을 시작한 것은 2학년 지구과학 선생님 덕분이다. 선생님의 영향으로 학문이 특정과목이나 관심분야에서 별개로 쌓는 지식이 아니라 배운 내용을 토대로 경계를 넘나들며 사고를 확장하는 태도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구과학=암기과목’라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은 물론 모든 교과목에 대한 태도 역시 바뀌었다. 단순암기식으로 교과목에 접근하는 대신 김양은 자신만의 ‘생각노트’를 써나가면서 여러 과목에서 배운 내용들을 연계해 가며 앎의 경계를 넓혀나가려고 노력했다. 선생님께서 생각해보라고 내어주신 과제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하며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했다. 토론을 통해 퇴적구조를 배울 때 궁금했던 점이층리 형성과정과 브라질 땅콩효과 원리가 입자이동과 관련된 것임을 알게 됐다. 이것을 발전시켜 화학 선생님과 화학의 기체분자운동론을 연관지어 대기의 오염도를 연구했다. 친구의 물리Ⅱ 교과서를 빌려 광물의 결정구조와 관련해 편광의 자세한 원리를 찾아보기도 했다. 서서히 지구과학, 생명과학, 물리, 화학을 잇는 유기적 그림이 머릿속에 가닥을 짓기 시작했다.

김양에게 과목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마다 이전에 배웠던 다른 과목의 내용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고민한 결과다. 점점 쌓여간 ‘생각노트’는 처음 접했을 때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들을 묶어 가닥을 만들고 생각의 지향점을 새롭게 떠오르게 해줬다. 탐구 분야를 유기적으로 넓혀 나가는 태도는 자연스럽게 교내 각종 과학 경시대회와 탐구 발표대회 등에서 꾸준한 수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던 ‘MLA’>
‘생각노트’를 쌓아간 김양의 활동 역시 남달랐다. 대부분의 이과 친구들이 수학/과학 관련 동아리를 하는 것과 달리 문과 친구들과 함께 과학신문반, 독서토론반 활동을 했다. 수학/과학에만 관심을 한정시키기보다 문과 친구들과 인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대해 토론하고 탐구하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독서토론동아리 ‘MLA’는 김양의 의도대로 생각의 폭을 넓혀줬다. 친구들마다 같은 책을 읽고도 관심사에 따라 의미 있게 다루는 부분은 달랐다. 문과 친구들과 함께 생각을 공유하면서 과학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GMO 식품 관련 책을 읽고 토론했을 때 문과 친구들은 윤리성과 부작용을 이유로 GMO 식품에 반대했다.

김양의 생각은 달랐다. 지구환경과 생명공학의 접점을 찾기 위해 GMO 식품인 미니 사과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했다. 급식에 나온 미니 사과를 보고 친구가 “이거 먹어도 되는 거야?”라고 말했던 게 실마리였다. 직접 미니 사과를 기르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기근 현상에서 유전 공학의 의미를 찾고 대기과학의 역할 확장성을 연구했다. 연구결과는 교내 과학신문에 발표해 GMO 식품을 꺼려하는 친구들에게 GMO 식품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토론을 통해 대립된 주장을 좁혀나가며 ‘따뜻한 과학’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계기가 됐다.

과학신문반은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사고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더욱 키워주었다. 수학동아리나 실험동아리에 들어갔다면 수업 시간처럼 또 다시 공부를 했겠지만, 과학신문반 활동을 통해 하나의 과학적 사안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해 보면서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접점과 화두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발표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준 것은 덤이었다. 특히 자연현상으로만 인식했던 것들이 윤리적/심리적/사회적으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GMO 식품을 비롯해 지진, 동물실험, 배아줄기세포 등 다양한 주제들을 생각한 계기였다.

결국 동아리 활동은 김양에게 자신과 친구들의 다양한 생각에 귀 기울이며 생각의 크기를 넓혀 준 경험이었다. 김양은 “고교 공부를 하다 보면 내신이든 수능이든 배운 대로 외워서 풀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공부만 하다 보면 지겹고 지칠 때가 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는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스로 귀 기울일 수 있어서 좋았다. 문과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에 열심히 참여하게 되고 그만큼 성장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 교실 공기정화 프로젝트>
환경과학자를 꿈꾸는 김양의 사고는 책 속에만 머물지 않았다. 머리로 아는 지식에 머물지 않고 일상을 통해 흡수 혹은 확장하는 교류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배움을 배움에 그치지 않고 주변 일상에서 지식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한편 지식을 환경의 개선에 활용하는 배움의 실천에 나선 것이다. “환경과학자가 꿈이었기에 진심으로 우리의 주변 환경과 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공간을 쾌적하고 더 나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김양은 언제나 일상 속에서 세세한 관심을 가지며 자신의 호기심과 지식이 환경 개선에 쓰일 수 있도록 배움을 실천으로 옮겼다.

김양이 구체적으로 대기오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역시 사소한 일상이었다. 요양병원 봉사활동에서 할머니들께서 답답하시다며 자주 창문을 여닫는 모습을 보고, 환기시설과 대기오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처음에는 할머니들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향수를 뿌려드리며 기분전환을 시켜드렸지만, 좀 더 근본적인 환경개선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요양병원과 교실의 실내 공기 개선 의지로 이어졌다. 대기오염, 실내 공기 정화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 공부를 해야 했다. ‘실내 공기 오염’이라는 전문 서적을 통해 환기의 종류와 기계환기법의 원리를 공부했고, 과학관에서 ‘기체포집기술’에 대한 강연을 들으며 환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배웠다. 이 원리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기 위해 요양원 교실 급식실 집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교실의 공기오염이 어깨 결림이나 두통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다. 교실은 환풍기가 없거니와 냉난방기 사용으로 창문 환기조차 사실상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양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친구들에게 환기의 필요성을 공유했다. 친구들은 김양의 의견에 동의해줬고 김양의 생각에 따라 ‘교실 공기정화 담당자’ 제도를 만들었다. 규칙적인 창문 환기, 공기정화식물 기르기, 숯 배치 등을 통해 교실 공기 상태를 개선해 나갔다. 창문을 자주 열고, 숯을 놓는 것은 김양처럼 굳이 조사하지 않아도 쉽게 실행할 수 있는 행동들이다. 그러나 김양은 주변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스스로 탐구를 실행하고, 친구들의 생각을 모아 실질적인 환경 개선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할 수 없는 자기주도적 탐구 자세를 실천한 셈이다.

<다시 한 번 더!, ‘제 2의 패러데이’가 되자>
물론 김양에게도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변 친구들이 수학 문제를 풀며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려고 할 때 김양은 책상에 앉아서만 공부하지 않고 관심 있는 탐구활동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배운 새로운 내용들을 ‘생각노트’를 통해 충분히 이해하고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보니 김양은 늘 시간이 부족했다. 옆 친구가 수능 공부할 때 시간을 쪼개 독서토론, 탐구실험, 과학신문작성 등을 하면서 스스로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불안하기도 했다. 고3 1학기 봄에 미세먼지 문제가 대두되면서 자습시간에 미세먼지 실험을 할 때는 부담감이 가장 컸다고 회고한다.

스스로 부담과 회의를 극복한 계기가 있었다. 자신의 공부 방법에 확신이 없어지려고 할 때 접한 ‘전기로 세상을 밝힌 남자, 마이클 패러데이’라는 책이다. 과학 지식을 스스로 터득하기 위해 수천 번 같은 실험을 반복하며 느리지만 깊이 있게 개념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던 패러데이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웠다. 자신의 공부 방법의 잠재력을 믿고 용기를 내기로 했다. 김양에게 이 순간부터 패러데이는 롤모델이 됐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믿고 꾸준히 나아가 훗날 지구과학 분야의 ‘패러데이’가 되려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한다.

고민이 있거나 공부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담임 선생님의 도움도 컸다. “미림여고는 선생님들 빼면 시체”라고 말할 만큼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돈독하다고 자부하는 김양은 담임 선생님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한 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자소서와 면접도 담임 선생님과 함께 준비하며 자신의 장점과 역량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김양은 자신만의 고교 활동을 서류에 담아내기 위해 내신 등급 등 활동 실적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어떤 과정으로 준비해 나갔는지 자신만의 노력을 표현했다. 학교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되며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꿋꿋한 의지로 공부한 결과 학종 3관왕을 이룰 수 있었다.

 

김유진 기자  yjkim@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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