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구 한국외대 입학처장 (중국언어문화학부 교수)

2017년 4월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기이다. 지금까지 강대국에 둘러싸여 열심히 서바이벌해온 우리나라의 존명도 극심한 내우외환과 더불어 위기에 봉착했다. 후속세대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어야 할 입장에서 여러모로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일들이 참으로 많다. 교육(敎育)이란 가르치고 기르는 일이다. 미숙아로 태어난 인간은 부모의 양육과 사회의 교육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한다. 참되고 바르게 자라라고 교육받지만 막상 배워온 진리와 정의가 실제로 겪는 세상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에 절망하게 된다.

모든 생물체는 또 다른 생물체를 섭취해야 생존할 수 있고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정글이 바로 지구촌 인간의 생태계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날 최고의 학력을 갖춘 강대국의 리더들은 집단이기주의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19세기말 약육강식의 제국주의가 다시 부활한 것이다. 공공선(公共善)을 가르치는 종교도 더 이상 계도(啓導)하지 못하고 서로 충돌할 뿐이다. 당장 북한은 대화는커녕 대결을 불사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우리나라의 대학입시는 폭발직전이다. 외국 사람들은 간혹 한국 사람들이 대입을 전쟁하듯이 치르고 또 유학 가서도 전투하듯이 학위과정을 이수한다고 한다. 사실이다. 대학을 가야 취업의 길이 열리고 되도록 좋은 대학을 나와야 연봉서열에서 앞설 수 있다. 대입은 생업과 직결된 정글인 것이다. 결국 “정복 당할 것인가 아니면 정복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의 테두리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부 모두 매몰돼 이전투구(泥田鬪狗)하고 있는 것이다.

절체절명의 시점에서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당면한 문제를 비춰 생각해보기로 하자. 지구가 쏘아 올린 우주탐사선 중 하나가 목성 근처까지 수년에 걸쳐 날아가 지구를 향해 찍은 사진들을 보내왔다. 지구는 다른 별무리에 섞여 있는 평범한 점 같은 “푸르고 창백한” 행성에 불과해 보인다. 그 안에서 우리 인류는 지지고 볶고 살고 있는 것이다. 광활한 우주에 점 같은 지구에 찰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일순간 뭉클하게 느낀다. 뭉클한 자각과 연민의 빠토스(Pathos)에서 우리 삶의 지표와 그리고 교육의 지향점까지도 나와야 한다.

인간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인문학은 과학의 발전과 평행하게 확장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초중고대학 교육을 통해 인생관, 세계관 그리고 우주관을 직관하는 통찰력을 배양시켜야 한다. 나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딛고 있는 땅에서 동시대인들과 교류하며 살아가고 지구를 넘어 다가올 우주생물학(Space Biology)시대를 일구어 가는 삶을 차근차근 가르쳐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시민정신과 미래문명 개척의지도 전수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대입 학생부종합(학종)전형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모처럼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전형은 실로 입시를 역동적이고 다채롭게 변화시켰다. 고교 교과 및 비교과 활동을 진행하면서 교사와 학생이 한데 어우러져 협업의 결과물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동감과 활력이 주입식, 암기식을 넘어 고교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학생들에게 인생관, 세계관, 우주관을 가르칠 수 있는 적절한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전형에도 그림자가 있다. 고교 교사들이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주고 또 평가까지 담당해야 하니 업무량이 과도해질 수밖에 없다. 실적을 위한 겉치레 때문에 과정이 무시될 수 있다. 열심히 준비해 대학에 응시하더라도 비슷한 준비과정을 밟아온 경쟁자들과의 변별력이 서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합격을 보장할 수 없다. 정량적 평가요소인 교과 성적이 주목받고 사교육이 학생기록부 작성 요령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오곤 한다.

중요한 또 한 가지, 교과등급이 낮아 학종전형을 준비하기 힘든 50% 이상의 수험생들은 어떤 전형을 지원하도록 지도할 것인가? 수시입시에서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종전형을 제외하면 논술고사와 특기자전형이 남게 되는데 교육부는 줄곧 두 전형 모두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모집인원 수를 억제해 왔다. 정시 수능 또한 앞으로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로 했다. 만약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인재상에 맞는 학생들을 저마다 뽑고자 한다면 그 자율은 간소화 추구 입시에서 복잡계 입시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예전 예비고사와 본고사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여기에 고교 일선 진학지도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대학 당국과 교육부의 고민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참된 교육의 실현을 위해 운영의 묘를 잘 살려야 할 때다. 사실 대입에 정답은 없다. 이상적인 방안을 위해 실시해온 많은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숙고, 논쟁, 단행의 모습들이 우리 대입의 역사였다. 급변하는 시대에 조응하며 성장을 거듭해온 우리나라의 또 다른 얼굴이기도 한다. 강대국들에 맞서 버텨온 역경을 고스란히 반증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삶의 부침을 이제는 우리가 정작 스스로 인정하고 공감해야 한다.

점처럼 미소한 영토, 지구에서 영겁의 우주 역사에 비해 매우 짧은 시간을 사는 우리는 동시대에 태어난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배려하는 양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앞서가도 끌어줄 수 있고 기꺼이 따라가며 시절을 함께 겪어낼 수 있다. 우리의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동참의 미덕을 우리가 번식한 후세들에게 전해줘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차원이 다른 AI시대에 집단이기주의를 넘어 서로 물리적 충돌 없이, 문명의 멸망 없이 안정적으로 추구할 것이다. 그리고 외국어 글로벌 소통시대를 지나 외계어 전파 소통시대를 맞이할 것이며 새로운 인류종족으로 진화하여 빛의 속도를 극복하고 무한한 우주 공간을 향해 진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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