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반격'.. '무분별한 정시확대공약 제동걸리나'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일부 대선주자들이 대입 정시확대 공약을 내놓은 가운데 70%안팎의 수시전체를 학생부종합(학종)으로 운영하며 고교현장을 바꾼 주역인 서울대의 성낙인 총장이 수시확대가 정답이라는 명확한 입장을 31일 표명했다. 이미 고대 연대 등 상위 10개 사립대가 30일 종단 연구 결과를 통해 지방과 일반고의 가장 주요한 통로인 것은 물론 중도탈락율 학점평균에서 가장 우수한 학종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학종 본산 서울대의 총장마저도 수시확대를 강조하고 나서 대선주자들의 무분별한 정시확대 공약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성낙인 총장은 이날 서울대 교내 행정관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시보다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치권에 있는 분들이 옛날 정시입학세대이기 때문에 정시를 옹호하는 것 같다. 변화된 입시상황을 보자면 수시를 통해 객관성과 공정성만 보장된다면 다소 고3 때 부족하더라도 우리 대학에서 잘 공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 인재를 발굴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 총장의 발언은 30일 경희대에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 3년의 성과와 고교 교육의 변화’ 심포지엄에서 공개된 종단연구 결과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상위 10개 사립대가 입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출신고교 유형 등을 입시전형별로 조사한 결과 학종 전형에서 일반고 학생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학업성취도 역시 높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무분별한 대선주자들의 정시확대 공약에 대해 대입의 당사자인 상위 대학들이 종단연구와 입장표명을 통해 반박하고 나선 셈이다.

일부 대선주자들이 수시 대신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정시 대신 수시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서울대 제공

성 총장은 특히 서울대의 책무로 소외계층의 인재 발굴 역시 강조했다. 같은 날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서울대의 책무는 한국 교육의 수월성을 선도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확보하는 일도 포함된다면서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소외계층과 소외지역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역균형, 기회균형 선발이 더 강화/확대돼야 한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성 총장은 “취임하자마자 예체능, 자율전공학 지역균형 선발을 바로 시행하도록 했다. 작년부터는 그 분야에서도 다 확대돼왔다. 이제는 서울대라고 가만히 앉아서 받을 게 아니라 지방 소외계층과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외계층이나 지역에서 나오는 인재들이 부족하더라도 장래발전가능성을 보고 기회를 보장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소외계층/지역 인재들이 서울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입시제도를 개선하고 이들이 입학 후에도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졸업 때까지 학교에서 책임지고 교육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균/기균 등 수시를 통해 잠재력있는 인재 발굴>
성낙인 총장이 힘주어 강조한 지역균형과 기회균형은 교육기회의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의미에 더해 ‘선한 인재’ 철학과 맞닿아 있다. 성 총장은 취임 당시부터 선한 인재를 강조하면서 선한 인재의 가능성이 있는 숨은 보석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서울대의 지역균형(이하 지균) 선발은 고교추천 전형의 대표격인 전형이다. 수시 전형 중 하나로 각 학교별로 2명씩 소속 고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이 지원할 수 있다. 명칭으로 인해 지역인재선발의 취지를 가진 전형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지균은 학교당 추천인원을 배분한다는 점에서 ‘학교 균형’에 가깝다. 특목고에 비해 위축된 일반고를 배려하기 위해 실시하기 시작했다.

그간 자율전공, 음악대학, 미술대학, 체육교육에서는 지균선발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2017학년 선발부터 이들 모집단위까지 지균선발을 확대했다. 전 단과대학으로 지균을 확대해야 한다는 성 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당시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다양한 지역 사회 경제적 배경 하에서 고교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잠재력있는 인재들을 선발하기 위한 전형이 지균”이라면서 “지균을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서울대에 입학했고 사회적 공생 발전을 이루는 하나의 축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기회균형 선발은 소외된 계층과 지역을 위한 전형이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가구 학생 등 저소득가구 학생과 농어촌 학생에 지원자격이 주어진다. 성 총장 취임 이후 서울대 입학본부장이 직접 도서지역을 방문하는 등 소외 지역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는 실제로 실천으로 옮겨졌다. 지난해까지 전남 신안군 완도군 등 도서지역 고교를 방문해 실제 이들 고교에서 서울대 합격생이 배출되는 성과도 얻었다.

<수시, 특히 학종의 성과는 이미 입증돼>
선한 인재 철학은 서울대가 이끌어가는 수시 중심 입시와도 연결된다.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시 선발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과 같이 서울대는 수시 위주, 그 중에서도 학종 위주의 입시를 실시하고 있다. 학종 확대는 일반고 출신의 서울대 문호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실질적 균형을 맞춘다는 의미를 가진다. 서울대는 성 총장이 “잠재력은 정시가 아닌 수시에서 빛을 볼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숨은 보석’을 찾아내기 위해 수시 전형을 활용해왔다.

특히 학종이 균형성에 기여한다는 점은 수치로 드러난다. 30일 경희대에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 3년의 성과와 고교 교육의 변화‘ 심포지엄에서는 서울 10개 사립대의 학종 입학생 1만370명 가운데 일반고 출신이 6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에서는 66.3%, 특기자전형에서 37.8%인 것에 비하면 일반고 강세 전형이라 볼만하다. 

고교유형뿐만 아니라 지역 균형성도 가장 높은 전형이었다. 입학생들의 출신지역에 따라 수도권/비수도권으로 나눈 결과 학종에서 지방 입학생과 수도권 입학생의 비율 격차가 가장 작았다. 2017학년 입학생의 경우 학종에서 수도권 학생의 비율은 56.1%였던 반면 수능의 경우 70.6%였다. 특히 서울로 지역을 좁힐 경우 수능으로 입학한 학생의 서울 출신 학생 비율은 37.2%인데 반해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의 경우 24.2%에 그쳤다.

학종은 균형성뿐만 아니라 최선의 인재선발 방식이라는 점 또한 입증됐다. 학종, 학생부교과, 특기자, 논술, 수능 등 5가지 전형 중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2016학년의 경우 서울 10개 사립대 중 학종이 학업성취도 1위를 차지한 대학이 9개에 달했다.

학교별로 전형별 입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살펴보면, ▲고려대의 경우에는 학종(3.48점)>특기자(3.47점)>교과(3.45점)>논술(3.38점)>수능(3.24점) 순이었다. ▲연세대는 학종(3.33점)>교과(3.25점)>특기자(3.23점)>논술(3.1점)>수능(3.05점) 순으로 성적이 높았다. ▲서강대는 학종(3.2점)>특기자(3.04점)>논술(2.9점)>수능(2.89점) 순이었다. 그밖에 ▲성균관대 학종(3.61점)>논술(3.49점)>수능(3.41점)>특기자(2.71점) ▲한양대 학종(3.48점)>특기자(3.44점)>논술(3.41점)>교과(3.35점)>수능(3.25점) ▲중앙대 교과(3.48점)>학종(3.42점)>수능(3.26점)>논술(3.25점)>특기자(3.07점) ▲경희대 학종(3.09점)>논술(2.91점)>수능(2.82점)>특기자(2.8점) ▲한국외대 학종(3.3점)>특기자(3.31점)>교과(3.23점)>논술(3.03점)>수능(3.02점) ▲숙명여대 학종(3.22점)>교과(3.19점)>수능(3.12점)>논술(3.09점)>특기자(2.97점) ▲서울여대 학종(3.24점)>논술(3.06점)>수능(2.9점)>특기자(2.8점) 순으로 성적이 높았다. 

이같은 결과는 일부 대선주자들의 정시확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학종이 보여준 지역 균형성, 학업성취도 등의 성과에 비해 수능의 성적은 초라한 편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시는 “전국 학생을 한 줄 세우기 해 선발하는” 전형으로 난도 높은 한두 문제를 맞추기 위해 사교육을 더욱 심화시키는 전형이라는 것이 교육 현장 전반의 의견이다. 

<시흥캠퍼스 추진 의지 재확인, 총장 선출제 변화 예고>
성 총장은 최근 논란이 된 시흥캠은 건립을 계속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담화문에서 "공공성이 강화된 시흥캠퍼스 조성을 통해 서울대와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모범사례를 만들어 가겠다. 지난 10여 년 동안 추진해 온 시흥캠퍼스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는 국제적 융복합 R&D 클러스터로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시흥캠 설립은 서울대는 물론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며 서울대에 주어진 근본적인 공적 책무를 다하는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총장선출과정 변화도 예고했다. 시흥캠 추진과정에서 불거진 학내 갈등에 대해서는 학교행정의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갈등이 필요 이상으로 증폭되는 데에는 대학 구성원의 기대와 거버넌스 구조 사이의 불일치가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 총장은 "지난해 11월 학내 이사 7인 중 당연직 이사 3인을 제외한 4인의 이사를 평의원회가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한 바와 같이, 대학 운영의 총장선출과정에 학내 구성원의 의견 반영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면서 "한발 더 나아가 현재 교수 중 10%를 무작위로 선정해 실시하던 총장후보 정책평가 방식은 전임 교수 100%가 참여하도록 변경돼야 한다. 이는 총장선출 과정에 교수들의 의사가 충실히 반영돼 총의를 최대한 모으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교수뿐만 아니라 직원과 학생의 참여도 확대할 뜻을 밝혔다. 총장선출을 비롯해 학내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학내구성원들의 참여를 늘리겠다는 의미다. 성 총장은 "학생들도 대학의 최고 심의기구인 평의원회는 물론, 기획위원회, 재경위원회 등에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사회에도 참관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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