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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미래대학이 가야 할 길 - 전상민 포스텍 입학학생처장전상민 포스텍 입학학생처장 (화학공학과 교수)
  • 베리타스알파
  • 승인 2017.03.29 12:45
  • 호수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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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만 해도 대학생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동네 입구에 현수막을 붙이고, 논을 팔고 소를 팔아서라도 교육비를 마련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일반 대학생수만 200만 명이 넘는 지금, 대학생의 가치는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낮아졌다. 많은 학생들이 취업과 연계되지 않는 대학교육에 실망하고 비싼 등록금에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대학만 졸업하면 교육은 끝이 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평균수명이 70세 정도였던 우리 부모님 세대에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20~30년 정도 직장에서 근무하다 은퇴하고 20년 정도 노후생활을 하면 되던 시절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과거 세대와 동일한 방식으로 인생설계를 하고 미래를 준비해도 될 것인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2013년 5월호 표지기사로 그 해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명은 120세라고 보도했다. 타임즈는 한 술 더 떠 2015년 2월호 표지기사로 그 해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142세까지 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의학의 급격한 발달로 질병을 치료하고 손상을 입은 장기는 대체하면서 영원히 사는 신인류가 등장할 날이 머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노후준비 없이 오래만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국가가 획기적인 연금대책을 세우지 않는 이상, 지금 아이들이 과거와 같이 대학을 졸업하고 기나긴 생을 살아가면서 지속적으로 직업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 될 터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의 모든 요소들이 영향을 받는다. 교육도 시대의 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IT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던 1997년 미국의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30년 후 대학은 역사의 유물이 될 것이라며 대학의 종말을 예측했다. 10년 후면 피터 드러커가 예측했던 2027년이 되지만 그때 대학이 모두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MOOC와 같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 누구나 하버드와 MIT가 제공하는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과거부터 해 오던 대로 강의만을 제공하는 대학교육의 형태로 과연 얼마나 많은 대학들이 존속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전상민 포스텍 입학학생처장

비근한 예로 해외여행을 생각해 보자. 교통의 발달과 경제의 성장으로 가까운 이웃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제주도를 방문하는 것만큼 보편화됐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기후와 경관이 좋은 휴양지에서 차분히 재충전을 하기도 하고, 유명 관광지를 바쁘게 돌아 다니며 증명사진을 찍는 단체관광을 즐기기도 한다. 여행업계는 가상현실기술이 좀더 발전한 미래에는 휴식을 위한 해외여행은 계속 유지되겠지만, 증명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힘든 일정의 단체관광은 내리막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강의를 제공하는 대학은 존재가치를 잃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대학만 살아 남는 극단적 양극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도 절대적이지 않고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기술수준이 미천했던 과거에는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이 가능했다. 지식을 잘 전달하는 것이 대학이 추구하는 가장 큰 가치였다. 강의실의 수업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목표였고, 성실하게 공부하고 잘 외우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선진국과의 경쟁으로 기술이전이 어려워지면서 지식의 전달뿐만 아니라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게 대학의 새로운 가치로 부상했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포스텍이 1986년 설립됐고 이후 많은 대학들이 연구중심대학을 추구했다. 유치원과정부터 대학과정까지 단군이래 가장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평가되는 인재들이 삼성, 현대, LG, 포스코 같은 기업에 입사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문제는 이러한 인재들만으로 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재들 역시 행복하게 살기 어려운 시대가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큰 호텔체인은 부동산이 하나도 없는 에어비앤비이며, 가장 큰 택시업체는 자동차가 하나도 없는 우버이고, 가장 큰 소매상은 매장이 하나도 없는 알리바바인 것처럼, 세계의 기업판도는 과거와 다른 형태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개인도 한 직장에서 계속 일하기보다는 프로젝트에 따라 일하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뉴노멀시대에 적응해야만 할 것이다. 다가올 미래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대학은 교과목 위주의 강의실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들이 재학 중에 보다 많은 사회경험을 하도록 유도하고 이들이 평생 동안 창의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포스텍에서 강의실을 벗어나는 MOOC 교과목을 개발하고, 학생들이 기업과 연구소에서 사회를 경험하는 하계사회경험(Summer Experience in Society) 프로그램을 강도 높게 추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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