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축소에 특목고/자사고 폐지까지.. ‘사교육 살리기인가’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22일 발표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육공약으로 교육계가 시끄럽다. 대입 고입 기존 교육판을 뒤집는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한 반응은 주로 부정적이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수요자 무시한 오만한 발상’ ‘공약자체가 정권초월 교육위의 필요성을 입증한다’ ‘고입 대입을 모두 흔들어 오히려 사교육을 도와주자는 의도 아닌가’… 2021수능개편안도 나오지 않는 등 정리정돈이 필요하고 4차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배려도 없이 판 자체를 뒤엎자는 얘기이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문 후보의 교육공약은 오히려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의 필요성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로 자리할 전망이다. 공약 대부분이 전 정권의 정책을 중심으로 교육판 자체를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정권이 추진해온 수시확대 정시축소를 뒤집는 수시축소 정시확대의 공약과 이명박정권이 강조한 수월성교육을 위한 고교다양화정책을 뒤엎는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대표적이다. 교육감직선제 이후 지자체별로 정치색을 띤 교육정책으로 교육계 혼란을 가중시켜온 폐해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초중고 교육을 지역교육감에 완전히 넘겨 정치화한 민선교육감의 정책 엇박자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 후보 교육공약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색에 의해 정권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에 피로감이 극에 달한 교육현장은 물론 다수의 경선주자가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를 요구해온 최근의 흐름과 정면배치된다는 점이다. 22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대영초등학교에서 발표한 문 후보의 교육공약은 ▲대입을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의 세 가지로 단순화(논술전형 폐지)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입시명문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 전환 ▲초중등 교육은 시도교육청에 일임 ▲교육개혁 합의 도출을 위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설치 외에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모두 책임 ▲대학등록금 인하 ▲기업의 블라인드 인재채용 ▲로스쿨 100% 블라인드 테스트 ▲교육혁명(초등학교에 1대1 맞춤형 성장발달시스템과 기초학력보장제 도입, 중학교 일제고사 폐지 및 절대평가 단계적 도입, 자유학기제 확대 및 발전, 고등학교의 학점제 실시, 초중고 예체능 교육 활성화 및 대학입시 반영) 등이다. 문 후보가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라는 측면에서 공약의 흐름과 배경을 세심하게 따져보고 사안에 대한 반응들을 모아보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육공약으로 교육계가 시끄럽다. 대입 고입 기존 교육판을 뒤집는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한 반응은 주로 부정적이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수요자 무시한 오만한 발상’ ‘공약자체가 정권초월 교육위의 필요성을 입증한다’ ‘고입 대입을 모두 흔들어 오히려 사교육을 도와주자는 의도 아닌가’… 2019수능개편안도 나오지 않는 등 정리정돈이 필요하고 4차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배려도 없이 판 자체를 뒤엎자는 얘기이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사진=문재인 공식사이트

<“논술폐지, 수시축소 정시확대”.. 무너지는 3년 예고제?>
문 후보는 22일 “대학입시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며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의 세 가지로 단순화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수시비중은 단계적으로 축소하되, 모든 대학에서 기회균등전형을 의무화하겠다”고도 밝혔다.

문 후보의 공약은 현행 대입을 일순간에 뒤집는 사안이다. ‘수시축소’는 그간 박근혜정부가 예산지원을 빌미로 밀어붙여 온 ‘수시확대’와 정면배치된다. 단순히 전 정권 지우기 차원이 아니라 이미 정착되어 가고 있는 수시확대 근간을 뒤흔들면서 교육현장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올해 고3이 치르는 2018학년 대입 수시비중은 서울대 78.46%, 고려대 84%, 연세대 70.3%, 서강대 80.09%, 성균관대 79.2%, 한양대 72.33%, 중앙대 71.21% 등 70~80%에 이른다. 해를 거듭하며 확대되어온 수시비중이 정권교체와 함께 축소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 당장 3월 말까지 2019학년 대입 전형계획을 내놓아야 할 각 대학 입학처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문 후보의 공약대로라면 ‘단계적’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논술전형은 폐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입학처 고민보다도 수요자 고민이 더 큰 문제다. 그간 논술을 준비해온 수요자들은 노선을 바꿔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논술은 수시에서 ‘패자부활전’ 격으로 자리해왔다. 학생부에 자신 없는 대다수 수험생들이 확대된 수시에서 유일하게 도전해 볼만한 전형이었기 때문이다. 사교육유발요소를 없애기 위해 교육과정 내 출제를 강조, 각 대학에 선행학습평가보고서를 공개토록 했고 기출문제풀이와 대학 차원의 강의를 통해 충분히 학습자 중심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다듬은 상태이기도 하다. 그간 정부가 보낸 사인은 ‘논술축소’의 의미였지 ‘폐지’ 의미는 아니었다.

문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특기자전형도 사라지게 된다. 이미 어학특기자전형은 폐지수순을 밟고 있지만, 수학과학특기자는 이공계 특성화대학을 중심으로 존재하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일제히 늘어난 소프트웨어특기자전형도 문제다. 조만간 소프트웨어중심대학 신규선정이 이뤄지면서 당장 2018학년 대입에 일반대학에도 소프트웨어전형을 도입하는 대학도 있을 정도다. 4차산업혁명에 대비할 기제로 선보인 소프트웨어 관련 정책이 일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3년 예고제’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육계 A관계자는 “정권마다 교육정책이 바뀔 것이라면 3년 예고제는 정권교체와 맞물려 매번 혼란의 극치에 이를 수밖에 없다. 3년 예고제는 대입의 변경사항을 수험생이 고교에 입학하기 전 미리 알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는 것인데, 정권교체마다 전형이 바뀐다면 전 정권의 방침대로 현 전형을 운영하되 차기 정권의 방침대로 3년 이후 전형내용을 다듬어야 한다. 시도되는 모든 것들이 안착도 되기 전에 흔들린다면 예고제의 의미는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일선에선 “3년 예고제가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까지 증폭된 상황이다.

설익은 공약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교육계 B관계자는 “학종을 중심으로 확대되어온 수시는 EBS문제풀이로 경직된 고교교실을 학생중심의 다양한 활동으로 활성화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문 후보가 수시를 축소시키겠다는 것은 수시확대 때문에 사교육 부담이 크다는 일부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수능중심의 정시가 유발하는 사교육 부담이 훨씬 크다. 재수생 양산으로 사회적 부담도 가중된다. 수시확대를 통해 교육수요자의 시선이 가까스로 학교를 향했는데, 정시가 확대된다면 시선은 사교육에 집중될 것이다. 전 정권의 정책이라 하더라도 의미가 있고 현장이 호응한다면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C관계자는 “모든 대학에 기회균등전형을 의무화하겠다고 했는데, 이미 대다수 대학들이 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 일환으로 기회균등전형을 크게 확대한 상황”이라며 “진행되어온 사안을 모른 채 당론에 집중한 공약을 내놓은 것 아니냐, 이런 식이라면 다른 공약도 믿을 수 있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 폐지로 고교서열화 완전 해소”.. 일반고 양극화 우려>
문 후보는 고입에 대해 “무너진 교육사다리를 다시 세우겠다”며 “고교서열화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후보는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명문고가 돼 버린 외고 자사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며 “일반고 특목고 자사고 고교입시를 동시에 실시하겠다.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열화 해소의 방편으로 “대학서열화는 지역 국립대 육성으로 바꿔내겠다”고, “기업의 ‘블라인드 인재채용’을 확대해 학력과 학벌, 차별이 없는 ‘공정한 출발선’을 만들겠다”고도 덧붙였다.

문 후보가 공약한 “고교서열화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얘기는 과연 지켜질 수 있는 공약인지부터 의문이다. 오히려 일반고의 지역별 서열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현장지적이다. D관계자는 “현재에도 일반고는 평준화/비평준화 공립/사립의 격차가 큰 상황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일반고로 전환한다 해도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감안했을 땐 평준화지역보단 비평준화지역의 일반고, 공립보단 사립 일반고가 경쟁력을 발휘하면서 일반고의 지역별 서열화가 이뤄질 게 불 보듯 뻔하다. 특히 교육특구 일반고로의 집중현상은 부동산폭등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반고 학생수준의 폭이 커지면서 교실내 양극화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반고의 한 교사는 “자사 특목고로 빠져나간 상황을 감안하면 최상위권이 줄어든 상태였다. 이제 최상위권까지 학생의 스펙트럼이 늘어난다면 교사들의 수업준비에서부터 힘들어질 수 있고 하위권에 대한 배려가 줄어들면서 교실내 양극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열화 해소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있다. E관계자는 “서열화 해소는 수월성교육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원빈국에 노령화까지 겹친 상황을 생각하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히려 수월성 교육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게다가 다변화한 사회는 이미 다양한 층위의 서열화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고교 이후 대학도, 대학 이후 기업도 국제경쟁력을 토대로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교 서열화 완전 해소가 가능한 얘기인지, 설사 해소된다 하더라도 고교 이후의 서열화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없다. 문 후보가 지역국립대 경쟁력을 높여 대학서열화를 해소하겠다고 한 발상도 마찬가지다. 기업채용에 학력 등을 제거한 블라인드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발상 역시 그렇다. 지방국립대가 경쟁력을 높인다고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들의 서열이 무너질 수 있는가? 모든 대기업들에 학력사항을 배제한 채용을 강요할 수 있는가?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월성 교육 전면부정에 현장 배제한 ‘교육정치’>
수월성교육을 부정하는 문 후보의 입장이 불편한 시각도 있다. F관계자는 “국내 고교유형에 외고 과고 국제고 등 특목고가 생기고 자사고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다변화한 사회수요에 대응하고 교육경쟁력 제고라는 목표가 있었다. 국내 교육경쟁력에 실망한 다수의 수요자가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인재유출현상이 일어나면서 국내 경쟁력을 키우고자 만들어낸 고교유형들이다. 정책주체 입장에서 우수인력이 국가를 버리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관점이 깔려 있었다. 자사고와 외고는 해외유학 없이도 국내교육만으로 성과를 내며 인재유출 현상을 막아왔다. 실제로 초등학생 시절부터 해외교육으로 뛰어드는 유출현상은 상당부분 잦아들었다. 일반고로 하향평준화시키겠다는 정부방침이 생긴다면, 수월성교육을 지향하는 수요자들은 다시 예전처럼 해외로 눈을 돌릴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열을 봤을 땐 단번에 조기유학이 늘어날 것이고, 이를 위한 사교육도 성장할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 발전시켜야 할 것이지, 애초 설립취지를 무시한 정책은 실현가능성도 없고 실현되어도 더 큰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 우려했다. G관계자는 “외고 국제고 모두 설립취지대로 운영해왔다. 외국어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을 충실히 해왔다. ‘입시명문고’라 지적하는데, 고교가 경쟁력을 갖춰 진학지도를 하고 대학진학에 성과를 내온 것이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건지 억울하다. 과고 영재학교는 그대로 두면서 외고 국제고 자사고만 비난 받아야 하는 건지도 의문이다. 대입실적으로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영재학교가 1등이다. 고입에 사교육영향을 배제하기 위한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선발효과도 사라진 상황에 실적을 내고 있는 건 그만한 경쟁력을 오히려 칭찬받을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 후보는 교육공약 발표에 앞서 16일 전국지역맘카페 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체능학교나 과고는 대체로 설립취지대로 가고 있지만 다른 특목고들은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명문고처럼 됐다”면서 “입시명문고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려야 한다. 지금은 유치원 때부터 시작하는 실정이다. 입시명문고로 변질한 특목고는 전부 일반고 전환해 고교서열화를 없애야 한다”고 밝혀, 교육현장에 대한 인식자체에 의구심을 품게 했다. 문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남은 특목고는 외고와 국제고다. 문 후보의 주장은 외고/국제고 입시전형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고/국제고는 자기주도학습전형에 따른 전형을 실시, 외고/국제고 도입 초반과는 다른 입시체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의 도입배경 자체가 사교육 영향을 배제하겠다는 목적이다. 영재교육진흥법에 의해 설립된 영재학교를 제외하고, 과고를 비롯한 외고/국제고 등 선발권이 있는 고교들은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외고/국제고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은 과고나 자사고의 자기주도학습전형에 비해 운신의 폭이 매우 좁은 특징이다. 과고가 내신은 수학과학에 한정하지만 면접평가 이전에 서류평가 과정에서 면담을 실시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외고/국제고는 반드시 2단계에서만 면접을 실시하게 되어 있다. 자사고가 학교에 따라 내신을 전 과목 평가하는 것과 달리 외고는 영어만을 평가하게 했다. 이마저도 중2 성적의 경우 절대평가에 의한 A~F 체제라 큰 의미가 없다. 90점 이상이면 A이기 때문이다. 1단계는 영어내신성적과 출결점수를, 2단계는 1단계성적과 면접점수를 반영해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영재학교가 지필고사 성격의 영재성검사를 실시하고, 대부분 1박2일로 진행하는 캠프를 통해 면밀한 관찰이 가능한 것과 달리 외고/국제고는 학교별 필기고사가 금지돼 있고 교외 수상실적이나 어학점수 등을 기재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면접시간은 학생 1인당 5~10분에 불과하다. 외고/국제고에 진학하기 위해 학원을 통해 대비할 의미가 없는 셈이다.

사교육 유발의 주범이라 보기에는 이미 외고/국제고에 진학하겠다는 선호도 또한 지속적으로 축소 추세다. 대입에서 특목고 학생을 위한 전형으로 인식돼 온 ‘어학특기자전형’을 줄여온 데 이어 2018학년 수능부터 영어과목에 절대평가가 도입된다. 외고 입시 경쟁률은 정원내 기준 2015학년 2.31대 1(6329명 모집/1만4592명 지원), 2016학년 1.94대 1(6152명/1만1941명), 2017학년 1.55대 1(6152명/9513명)로 하락세다.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학생이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1순위 학교가 더 이상 외고/국제고가 아니라는 뜻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문 후보는 10년 전 얘기를 하는 듯하다. 외고/국제고는 대입의 어학특기자전형 폐지와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주변에서 입력이 잘못된 듯하다. 현장 분위기와 상관 없는 대선주자의 얘기조차 학교현장이나 학부모 입장에선 가슴 철렁할 얘기다. 좀더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문 후보가 22일 교육공약으로 내세운 일반고와 자사고 특목고 입시를 동시에 실시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란 비난도 강하다. G관계자는 “일반고와 자사고 특목고의 입시를 동시에 실시하겠다 하는데, 입시에서 불합격한 학생들은 고입재수를 해야 하는 것이냐”며 “현실감각 떨어지는 얘기”라 일축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킬 수 있는지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특히 전국단위 자사고는 대기업이 지역근로자의 자녀교육을 위해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 세운 경우가 많다. D관계자는 “예전 자립형사립고 시절에서 자율형사립고 시절로 돌아선 2010학년에도 자립형사립고의 설립취지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재단지원금을 근거로 전국단위로 모집하게 하는 등 유지하게 해둔 측면이 있다. 임직원자녀를 선발하거나 전국단위로 모집하는 등의 선발권을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이들 고교는 교육과정 운영의 일부 자율성으로도 이미 교실혁명을 일으키며 선도하고 있는 학교들이다. 잘하고 있는 걸 일반고 전환으로 없애야 하는 이유가 뭔지 의도가 의심스럽다. 가장 큰 문제는 특목 자사고의 학교관계자는 물론 학생 학부모까지 무언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특목 자사고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학생 학부모라는 선의의 피해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관계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하루아침에 없앤다는 얘기를 꺼내는 걸 보면 아예 교육수요자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현재 전국에 자사고는 전국단위 10개교, 광역단위 36개교로 총 46개교 있다. 전국 외고는 31개교, 국제고는 7개교다. 총 84개교나 되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기에는 현장의 거센 반발을 어떻게 막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재학중인 학생과 학부모, 졸업한 학생과 학부모 외에 각 지역에서 혁혁한 교육성과를 내며 지역교육을 선도해 온 일부 고교들에까지 지금껏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들 고교의 입시에 사교육 영향도 이미 크게 완화된 상태다. 영어내신 중심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실시하는 외고/국제고는 사교육 영향이 미미하다는 게 현장 평가다. 대다수 광역단위 자사고는 외고/국제고보다 선발권이 빈약, 추첨에 의한 합격자 결정의 한계로 이미 사교육시장에선 논외로 치부되고 있다. 전국단위 자사고마저도 외부 수상실적 및 능력평가 점수 등을 평가에서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평가요소를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처럼 온전히 중학교 교육과정 내로 좁혀온 상황이다.

문 후보의 주장대로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한다면, 어떨까. 발생가능한 문제는 다양하게 도출된다. 우선 오히려 일반고를 더욱 황폐화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기존 외고 국제고 자사고로 진학하던 상위권이 일반고로 흡수될 경우, 일반고 내 학생들의 수준은 스펙트럼이 넓어지게 된다. 일반고의 교육경쟁력을 강화하는 대신 손쉽게 상위권 학생들을 털어놓는 순간, 넓어진 스펙트럼에 일반고 상황에선 상위권 학생지도에 공력이 몰릴 수밖에 없다. 기존의 중하위권 학생들을 케어할 여지는 더욱 좁아지게 되는 셈이다.

<오히려 사교육 부활?.. 일반고 하향평준화보다 직업계고 확대해야>
외고 국제고 자사고라는 고교유형이 생겨나게 된 배경을 돌이켜보면, 일반고 전환 이후 드러날 문제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일단 고교다양화의 첫 번째 목표는 ‘다양성 추구’다. 외국어 잘하면 외고, 수학과학 잘하면 과고 식으로 몰입된 교육경쟁력을 구축해내자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안정화도 노려볼 수 있었다. 교육특구로 몰리는 수요자들을 각 지역으로 분산시킴으로써 얻는 효과다. 반면 기존의 외고 국제고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서울의 경우 강남3구를 비롯한 교육특구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 문 후보가 ‘정시확대’의 공약까지 내세운 마당이고 보면, 점차 수능위주 일방식 교육에서 학종위주 양방향 교육체제로 전환해온 학교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면서 다시 과거의 일방향 수업과 사교육 의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재수생 양산과 더불어 강남3구 소재의 사교육이 쾌재를 부를 것은 자명하다. 발달한 사교육을 좇아 수요자들이 교육특구로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이미 선례가 있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문제”라며 “해봤지만 부작용을 목격한 상황에 다시 하겠다는 얘기는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교육부활을 조장하는 공약은 일부 운동권 출신 진보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과거 취업이 어려웠던 운동권 출신 상당수가 정치판과 사교육판으로 몰려갔다. 정시확대와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맞물린 공약은 운동권 출신이 많은 캠프에서 일반고 전성시대라는 포장으로 사교육 부활의 실질을 담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드는 배경이다. 기존 정책을 뒤흔든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적응시간의 문제 때문에 사교육에는 유리하고 공교육에는 불리하다. 정시확대와 특목자사고 폐지를 맞물린 것 자체가 10년간 축소되었던 사교육판을 다시 살려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보다 중요한 건 직업계고의 확대라는 대안도 나왔다. F관계자는 "일반고 경쟁력을 키우는 건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없애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뿐 아니라 영재학교 등 교육경쟁력을 갖춘 학교유형에서 각자에 맞게 벤치마킹하면서 자체경쟁력을 키워 선순환하도록 두고 일반고와 직업계고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우선과제라고 본다. 고교정책에서 특목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보다 시급한 건 직업교육의 확대다. 모두가 대학 갈 것이란 생각은 버리도록 시스템의 틀을 갖춰가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면 인문계 학교인 김나지움 또는 실업계 학교로 나눠 진학하는 게 자연스럽고, 대학진학을 위해 김나지움을 택하는 비율이 40%에 불과하다. 나머지 60%가 취업을 위한 실업계 고교로 일찌감치 노선을 정리하는 배경엔 대학졸업장 없어도 취직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직업계고의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면서 대학에 가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문제해결의 본질이지, 대학실적을 낸다고 '입시명문고'라 비판하며 자사고 외고 등을 끌어내린다고 문제가 해결될 건 아니다"라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육을 살리고자 한다면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게 아니라, 일반고 다수를 직업계고로 전환해 일반고보다 많은 직업계고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직업계고가 적어 그나마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직업계고로 빠져나가고, 직업계고를 갈 수 없는 나머지 인원들이 일반고에 남으면서 ‘일반고 황폐화’의 가장 큰 배경으로 자리한다. 이 학생들이 일반고를 황폐화시켰다기보다는 이 학생들의 미래를 살리는 교육을 못한 교육정책이 일반고를 황폐화시킨 셈이다. 이 학생들이 미래를 꾸려갈 수 있도록 일반고를 직업계고로 대폭 전환해야 한다. 그나마 일반고에서 중하위권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졸업했다 해서 대기업으로 눈높이를 맞추는 다수의 청년들 때문에 대한민국은 취업난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 즉 기업은 뽑을 인재가 없고 청년은 눈높이가 높아 들어갈 기업이 없는 현재의 ‘희망고문’ 악순환이 되풀이돼 왔다”고 강조했다.

<“국가교육회의 설치, 초중등교육 교육청에 일임”.. 현장과 배치되는 발상>
문 후보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해 교육개혁에 대한 범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도 밝혔다. “초중등 교육은 시도교육청에 완전히 넘기고 학교 단위의 자치기구도 제도화하겠다. 학부모 학생 교사의 교육주권 시대를 열겠다”며 “모든 학교에서 혁신교육을 하겠다. 이미 만들어진 혁신교육 지구를 활성화하고 대한민국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국가교육회의’는 그간 교육일선과 다수의 후보들이 주장한 ‘국가교육위원회’와는 궤를 달리한다.

교육일선과 다수의 경선주자가 주장한 ‘국가교육위원회’는 ‘초정권적’에 방점이 찍혀 있다. 산적한 교육문제를 모두 해결할 것처럼 해놓고 바뀌는 정권들은 기존의 교육정책을 갈아 엎으면서 교육수요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주범이 되어온 현실에 대한 반발로, 5년 단임 정부가 갖는 ‘교육5년대계’의 한계인 현안 중심에 매몰된 땜질식 교육정책, 현장과 괴리된 정책 남발, 교육정책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교육본질의 추구와 교육백년대계의 구상이 가능토록 범정부적인 기구를 출범하자는 얘기다. 최근 경선주자 가운데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출마포기를 선언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낸 교육공약이다. 이미 3년 전인 2014년 봄부터 교총(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과 서울대가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교총은 “현재의 교육부 중심의 정책개발과 추진, 그에 대한 찬반갈등의 고리를 끊고 교육구성원이 참여한 가운데 현장 적합한 교육정책을 함께 만들고 실현하는 출발점은 바로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라고 강조해왔고, 서울대는 입학본부 관계자들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인 준정부기구인 ‘대입위원회’ 설치”를 권고해온 바 있다. 서울대의 ‘대입위원회’는 정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게 대입문제를 심의하고 의결하는 독립적인 준정부기구다. 정부와 대학의 이기심에서 벗어나 교육백년대계를 이루기 위해 정치색으로부터 독립적이고 대학과의 이해관계도 얽히지 않은 교육전문가들로 구성된 합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실제로 핀란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위원회는 1만여 명의 전문가들로 구성, 정치권으로부터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은 채 안정적이고 생산적인 교육정책을 집행하는 데 몰두할 수 있다. 서울대의 경우 2012년부터 해당 내용을 정리, 상당히 구체화한 측면이다. 정권차원에서 민감해 보이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도 과연 실현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분명한 명분에 교육계 공감을 이끌어낸 바 있고, 최근의 대선 경선주자들의 공약에도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문 후보가 주장하는 ‘국가교육회의’는 그간 무수하게 명멸해온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명칭이 비슷해 헷갈리긴 하지만, 교육계에서 얘기되어온 ‘초정권적’ 기구가 아닌,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문 후보의 교육공약을 실현시킬 자문기구에 불과한 셈이다.

문 후보가 초중고 교육을 각 시도교육청에 일임하겠다는 주장 역시 현장여론과 배치된다. 이미 교육자치제로 인한 정책 엇박자로 현장 혼란이 극심한 상황에서 정책 엇박자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현장은 정치색에 의한 지역별 정책의 혼선과 교육부정책과의 엇박자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특히 교총의 경우, 지난 10년 간의 교육감직선제가 극심한 교육현장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해왔다. 교육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교육감이 되면서, 교육을 염려하기보다는 정치에 교육을 이용한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교총은 “2007년 2월 도입된 교육감직선제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비리와 코드/보은인사, 후보자를 모르는 ‘깜깜이 선거’와 보수/진보의 이념적/정치적 선거구도 등으로 얼룩져 폐지에 대한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며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문 후보의 교육공약은, 그간 교육계가 고심해온 정치색에서 자유로운 교육정책 실현과 정면배치된다. 전 정권 즉 보수진영이 진행해온 정책은 모두 뒤집고 보겠다는 발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구체적 실현방안도 없이 설익은 공약으로 대입과 고입, 고교체제를 모두 흔들면서 교육수요자의 혼란을 극대화시켰다. 당론만을 반영한, 현장 모르는 설익은 정책 일색”이라며 “문 후보의 교육공약이야말로 교육계가 희망해온 초정권적 교육위 설치의 근거”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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