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연계, 공교육 본산의 취지 감안하면 100% 교사 충원해야'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수능 연계 70% 시행이후 EBS는 공교육의 지킴이를 자처해왔다. EBS교재로 공부하고 EBS강의를 듣는 것이 수능 공부의 기본이 되면서 EBS 강사의 브랜드와 지위역시 사교육의 스타강사 이상으로 부각되어왔다. '공교육 스타' EBS강사는 학교 교사들이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통념을 뒤집고 EBS 강사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학원강사 출신이라는 충격적 사실이 밝혀졌다.   

노웅래(더불어민주) 의원이 공개한 ‘최근 5년간 과목별 출신별 EBS 강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EBS 강사 가운데 27.7%가 사교육 출신이었다. 국어 수학 영어 사회탐구(사탐) 과학탐구(과탐) 직업탐구(직탐) 제2외국어 대학별(대학별고사)의 8개과목 기준 167명의 강사 중 공교육인 학교, 사교육인 학원 중 어느 곳 출신인지 불분명한 기타 인원 1명을 제외하고 166명의 강사 가운데 46명이 학원 출신이었다. 

27.7%도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지만, 실질적인 학원 출신 비율은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직탐과 제2외국어가 포함된 수치인 때문이다. 직탐과 제2외국어는 수험생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 사교육의 손길이 비교적 덜 닿은 과목이다. 학원강사가 많을 수 없는 풍토인 셈이다. 주요 사교육업체들의 인터넷 강의에서도 직탐은 찾아보기 힘든 과목이며, 제2외국어는 소수의 강의만 개설되는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직탐의 경우 학원강사가 단 1명도 없었으며, 제2외국어는 2012년에는 없다가 2013년부터 2016까지 4년간 1명 규모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결국, 직탐/제2외국어를 포함시켜 산정한 값은 사교육강사 채용 비율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져 실질을 흐리게 된다. 

학원강사가 적을 수밖에 없는 직탐과 제2외국어의 배경을 고려해 주요과목으로 불리는 국/영/수/탐과 대학별고사만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EBS강사의 수는 142명이고 그 가운데 학원강사는 45명이나 됐다. 실제 학원강사의 비율은 31.7%로 EBS 강사 10명 중 3명 이상이 사교육 출신이었던 것이다. 

과목별로 보면 대학별고사에서 가장 사교육 강사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대학별고사 과목의 학원강사 비율은 60%나 됐다. 15명의 강사 중 9명이 학원 강사였다. 다음으로 영어 38.9%(학원강사 7명/전체 강사 18명), 수학 32.3%(10명/31명), 과탐 32.1%(9명/28명), 국어 22.7%(5명/22명), 사탐 17.9%(5명/28명) 순이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수능 70% 연계 이후 EBS 강사는 이전과 다른 권위를 가진다. EBS가 처음 수능방송을 하던 시절 할수없이 사교육스타들을 영입하던 상황이 아니다. EBS가 신경을 쓰지 않았든지 아니면 의도가 있는 것인지 둘중 하나라고 본다. 100% 교사로 채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굳이 학원강사들을 고용, 이름값 올리기로 사교육마케팅을 도왔다는 점에서 공영방송이 나서 ‘사교육 배불리기’를 시켜줬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수능연계 70%가 시행되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EBS가 학원강사 출신을 대거 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역량있는 공교육 교사들을 외면하고 굳이 학원강사들을 고용, ‘이름값 올리기’를 사실상 도왔다는 점 때문에 공영방송이 나서 ‘사교육 배불리기’를 시켜주는 셈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는 매년 학원강사 비율이 감소세에 있다는 점이다. 직탐/제2외국어와 기타 강사를 제외하고 2012년 46.4%(85명/181명)였던 학원강사 비율은 2013년 37.9%(61명/161명)에서 2014년 39%(62명/159명)로 한 차례 증가한 후 2015년 34.2%(53명/155명), 2016년 31.7%(45명/142명)으로 2년 연속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만, 감소폭이 크지 않아 여전히 30%가 넘는 비율을 학원강사가 차지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전체 과목을 기준으로 봤을 때 감소세일 뿐 도리어 학원강사 비율이 늘어난 과목도 있었다. 2015년 학원강사가 55.6%(10명/18명)였던 대학별고사는 2016년 60%로 학원강사 비율이 상승했으며, 사탐도 17.2%(5명/29명)에서 17.9%로 학원강사 비율이 늘었다. 

교육계에서는 학원강사를 지속적으로 채용하는 것은 강사들의 이름값만 높여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인강업체 관계자는 “현재 EBS는 강사채용 과정에서 학원강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학원강의와 EBS강의를 병행하면서 ‘이름값’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EBS 강사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몸값을 올려 이직하는 일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EBS는 강사 채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EBS 관계자는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강사채용이 쉽지만은 않다. EBS 강사라는 것이 분명 하나의 ‘스펙’이 될 수 있다지만, 부담감으로 인해 강의를 고사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특히, 교원 수가 많지 않은 과목의 경우 부득이하게 학원강사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앞으로 학원강사 비율을 지속적으로 축소해나갈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EBS의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고교 교장은 “EBS와 수능이 연계된 것은 거슬러 올라가면 10여 년도 훌쩍 넘은 일이다. EBS 교재는 2004학년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따라 연계되기 시작했다. 다만 초창기에는 연계율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EBS의 중요도가 높지 않았다. 보는 수험생은 보고 안 보는 수험생은 안보는 수준이었다고 보면 된다. EBS의 비중이 급격히 커진 것은 2011학년 시작된 70% 연계 출제부터”라며 “2011학년 이후 EBS는 그야말로 수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70%가 연계출제 된다는 데 무시할만한 수험생은 없다고 봐야한다. 학교 수업조차도 EBS교재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 교과서를 무력화시킬 정도였다. 이런 EBS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학교 교사들이 강의를 고사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물론 부담감을 느낀 교사들도 있었겠지만 일부 사례에 불과한 얘기다. 특히 최근 임용되는 젊은 교사들은 강의에 나가는데 전혀 거리껴하지 않는 추세다. 수많은 공교육 교사를 두고 학원강사를 임용한 것에 대한 핑계 치고는 궁색한 변명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고교 교사 수는 EBS 강사 수를 채우는 데 외견 상 부족함이 없다. 2016년 교육통계 기준 특목고 자율고(자사고/자공고) 등을 전부 제외하고 일반고만 보더라도 교사 수는 9만1474명에 달한다. 주요과목도 국어 1만3165명, 수학 1만3015명, 영어 1만2680명, 사회(도덕/국사 포함) 1만2589명으로 200명도 채 되지 않는 EBS 강사를 채우는데 부족함이 없다. 

한 업계 전문가는 “EBS 강사 중 사교육 비율을 줄여나가겠다는 미온적인 반응으로는 곤란하다. 공교육 살리기에 기반해 공교육 교사로 강사 풀을 채우고 학원강사를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할 때”라며,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일부 교사들의 경우 EBS에서 이름값을 올린 후 사교육으로 이직하기도 한다. 연계 70%라는 이점을 등에 업고 단물만 빼먹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교사들을 EBS 강사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향후 5년간 사교육 업체 취업 금지 등의 조항을 계약에 삽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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