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교 체제 아닌 '통합캠' 공식확인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홍익대 세종캠이 설립 당시부터 분교가 아닌 제2캠으로 인가받은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홍익대는 그동안 교육부의 분류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건국대 고려대 동국대 상명대 연세대 한양대와 함께 본/분교 체제 대학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세종캠은 설립 당시부터 분교가 아닌 ‘일부 이전’, 즉 제2캠으로 인가받은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홍익대는 그동안 교육부가 세종캠을 분교로 잘못 분류해온 점에 대해 시정을 요구해 이를 승인받으면서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과 통폐합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익대 측은 “학과 통폐합은 없으며 그간 잘못 분류된 것을 시정했을 뿐 달라지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제2캠은 분교가 아닌 통합캠퍼스를 의미한다. 경희대(서울 국제) 명지대(용인 서울) 성균관대(서울 수원)가 대표적이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등 전공으로 학습장을 분리할 뿐 두 캠퍼스간에는 별도의 차등없이 같은 대학으로 분류된다. 

홍익대 측은 그간 교육부 등 다른 기관에서 분교로 잘못 구분돼있던 것을 오류를 바로잡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학교 내부에서는 원래 분교가 아닌 하나의 캠퍼스로 인정하고 있었다. 교육부 측에 분교로 분류된 점을 시정하기 위해 계속 요청을 해왔다. 그게 이제야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라고 밝혔다. 

캠퍼스체제의 오류는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서 대두됐다. 행정상으로는 본/분교 체제와 통합캠 체제 간의 큰 차이가 없어 체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없었지만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본/분교 따로 평가 받으면서 평가 지표에서 불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익대는 교육부에 시정을 요청하고 2주기 평가부터는 하나의 대학으로 평가받게 된다고 밝혔다. 

대내외적으로 분교로 인식되던 세종캠이 돌연 서울캠과 동일한 제2캠이라는데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곱지 않다.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21일 긴급학생집회에서 “학교가 정확히 어떤 절차에 의해 진행했는지, 그 과정에서 학우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일방적인 행정절차로 처리한 것에 대한 정확한 사과, 그에 따른 시정 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20일에는 학생들의 모임인 ‘단결홍익 주권찾기’가 “학생들을 기만하는 홍익대 서울캠과 세종캠 이원화를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본/분교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익대 세종캠이 처음부터 분교가 아닌 제2캠으로 인가받은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사진=홍익대 제공

<설립 당시부터 제2캠으로 인가받은 홍익대 세종캠>
그동안 분교로 인식됐던 홍익대 세종캠이 제2캠으로 인가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17일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홍익대 대학평의원회 회의록에는 “교육부가 세종캠은 분교가 아닌 캠퍼스임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A위원이 “2016년에는 서울/세종캠을 분리해 예산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17년에는 통합해 올리는 것”인지 질의하자 B 재무팀장은 "교육부에서 세종캠은 분교가 아닌 캠퍼스임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통합해 예산을 편성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홍익대 측은 세종캠은 최근 분교에서 제2캠으로 전환된 것이 아니라 처음 설립 당시부터 제2캠이었다고 설명했다. 21일 열린 설명회에서 학교 측은 “설립 당시부터 멀티캠퍼스(통합캠)체제를 채택했으며 교육부가 서울과 세종 간 거리를 근거로 잘못 해석해 공시자료에 세종캠을 분교로 잘못 기재한 데서 시작된 오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입장 역시 동일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홍익대 세종캠은 원래부터 분교가 아닌 ‘일부 이전’으로 인가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분교와 통합캠 체제에 따른 행정적인 차이는 크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오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홍익대 재학생 커뮤니티 ‘홍익인닷컴’을 비롯해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은 증폭됐다. 학생들은 당장 학과통폐합 등을 걱정하고 있다. 본/분교 체제에서는 각기 다른 대학으로 취급돼 비슷한 학과를 운영할 수 있지만 제2캠인 경우 유사 학과를 운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당장 선례도 있다. 2011년 중앙대의 본분교 통합 당시에도 중복학과 통폐합을 조건으로 본분교 통합이 가능했다. 홍익대 관계자는 “이미 서울캠과 세종캠의 학과는 각각 다르게 분리돼있어 학과통폐합 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입시 요강 등의 변경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홍익대 측 “학과 통폐합은 없다”>
수요자 입장에서 가장 큰 관심은 학과의 통폐합 여부다. 본/분교 체제로 운영할 경우 별개의 학교로 취급되기 때문에 동일한 학과를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2011년 중앙대 서울캠과 안성캠이 본분교 체제에서 통합 캠 체제로 전환될 당시 중복학과의 통폐합이 조건이었다. 다만 중앙대의 경우 본/분교 체제였던 것을 통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내건 인가조건이었다. 홍익대는 이미 설립 당시부터 통합캠 체제로 이미 인가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설립 인가를 조건으로 한 학과 통폐합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유사 학과의 통폐합 여부는 학교의 자율에 달린 셈이다. 

홍익대 측은 이미 서울캠과 세종캠 간 중복되는 학과가 없기 때문에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홍익대는 서울캠와 세종캠 간 모집단위에는 정확히 일치하는 명칭은 없지만 유사한 학과가 존재한다. 서울캠의 전자/전기공학부와 세종캠의 전자/전기공학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유사한 학과일지라도 통폐합은 실시되지 않을 예정이다. 학교 측은 “서울캠퍼스의 학과는 서울캠퍼스 학과만의 특색을 살리고, 세종캠퍼스의 학과는 세종캠퍼스 학과만의 특색을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장학재단 등 홍익대가 본/분교 체제인 것으로 표시된 다른 기관에 대해서도 시정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서울캠/세종캠 분리 평가..2주기부터 통합>
본/분교, 제2캠 문제를 확실히 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2015년 1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서울캠과 세종캠이 본교/분교로 나눠 평가돼 서울캠은 ‘B', 세종캠은 ’D+'라는 낮은 점수를 받은 데서 비롯됐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A~E 등급으로 대학을 분류해 A부터 C등급까지는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지만 D등급부터는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제한되며 정원을 평균 이상 감축해야 한다. 국가장학금Ⅱ 유형도 지급되지 않으며 학자금 대출에 일부 제한이 생기게 된다. 

이에 따라 세종캠이 재정지원 감축 등의 상황에 처하자 홍익대 측은 세종캠이 서울캠을 일부 이전한 ‘제2캠퍼스’라는 점을 확인해줄 것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이 내용이 인정돼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부터는 서울/세종캠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대학으로 평가할 예정이라고 홍익대는 밝혔다. 1주기 평가에서 세종캠이 D+를 받은 데 따른 재정지원 제한 등의 불이익은 철회됐다고 덧붙였다. 

<본분교체제 현재 12개 대학>
현재 본/분교 체제로 운영되는 학교는 건국대(서울, 글로컬), 고려대(안암, 세종), 동국대(서울, 경주), 상명대(서울, 천안), 연세대(서울, 원주), 한양대(서울, ERICA) 등 12개교다. 분교는 분교와 제도/행정적으로 분리된 학교다. 

가장 먼저 분교를 설립한 학교는 연세대다. 77년 12월28일 의과대학 원주분교를 신설해 81년 대학으로 승격됐다. 이어 동국대가 78년 경주캠을, 한양대가 79년 ERICA캠을 설립했다. 80년에는 고려대 세종캠과 건국대 글로컬캠이, 85년 상명대 천안캠을 마지막으로 한다. 이들 대학은 교육부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도 ‘본교’와 ‘분교’로 각각 달리 표기되고 있다. 

반면 분교가 아닌 제2캠을 운영하는 통합캠도 많다. 성균관대가 인문사회과학캠퍼스를 서울에서, 자연과학캠퍼스를 수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본분교 통합이나 대학간 통합으로 인해 여러 곳에 캠퍼스를 두는 통합캠 형태로 전환된 경우는 경희대 한국외대 단국대 중앙대 등이 있다. 경희대는 서울캠과 국제캠을 본교로 통합해 2012년부터 운영해왔다. 한국외대는 서울캠과 글로벌캠, 단국대는 죽전캠과 천안캠을 2014년부터 통합체제로 운영했다. 

대학알리미 상 구분에서는 다소 모호하다. 2016년 등록금 납부제도 현황을 보면 성균관대와 경희대 한국외대는 캠퍼스 구분 없이 ‘본교’로만 표기된다. 하지만 단국대와 중앙대는 ‘본교’와 ‘제2캠퍼스’로 표기돼있기 때문이다. 

가천대는 대학간 통합으로 다소 특이한 경우다. 가천의과학대와 경원대를 통합해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중앙대는 본/분교 통합과 대학간 통합이 결합된 사례다. 서울 본교와 안성 분교를 합쳐 적십자간호대학까지 통합해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